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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6화 (106/184)

106. 오래 된 유적에서 마력을 발견하다

106. 오래 된 유적에서 마력을 발견하다

유적.

오래된 문명의 흔적.

그 말은 이 차원에 이런 것을 세울 능력을 지닌 선주민이 있었다는 소리다.

“이걸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놈들이 지었다고 하긴 어렵겠지?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 수작을 부리는 놈들은 아닐 거야. 그렇지?”

- 맞습니다. 수 백, 혹은 수 천 년은 되어 보이는 유적입니다.

“이걸 만든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치 잉카 문명의 피라미드를 떠올리게 만드네.”

- 좀 다르긴 하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는 잉카 쪽이 더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 꼭지점을 두 개로 쌍둥이 피라미드인 것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에포르의 말처럼 도현이 발견한 유적은 두 개의 피라미드를 붙여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투박한 모양이 이집트 피라미드 보다는 잉카 쪽에 가깝게 느껴졌다.

“저기 입구가 있는데, 들어가 볼까?”

- 흑영들을 먼저 들여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도현은 에포르의 조언을 받아들여 어둠의 성에서 흑영을 소환했다.

- 최상급 흑영이군요?

에포르가 도현이 소환한 흑영을 보고 산성병사의 눈빛을 반짝였다.

어둠의 성 점유율은 100%, 거기에 군왕성 점유율 74%를 더하면 174%나 되는 점유율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효과는 150%까지만 나왔고, 아직 그 이후는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둠의 성은 점유율이 높아질 때마다 소환할 수 있는 흑영의 등급과 숫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왔다.

30%, 50% 100% 150%에 각각 더 높은 등급의 흑영이 소환되었고,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등급을 붙였다.

그래서 지금 도현이 불러낸 흑영은 군왕성의 점유율까지 빌려서 불러낸 개체였다.

좀처럼 없는 일이라 에포르도 눈빛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인 것이다.

“저 유적을 조사해라.”

도현이 최상급 흑영에 더해서 상급 둘과 중급 열 기의 흑영을 더 소환한 후에 유적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최상급 흑영이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다른 흑영들을 데리고 곧바로 유적을 향해 그림자 이동으로 사라졌다.

* * *

도현은 유적 밖에서 흑영이 전해주는 유적 내부 상황을 지켜보았다.

유적은 지상으로 드러난 부분보다 지하 구조물이 더 컸는데, 그곳에는 갖가지 몬스터와 짐승들이 살고 있었다.

흑영들은 그런 몬스터와 공격적인 짐승을 정리하며 조금씩 유적 밑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귀찮긴 하지만 위험한 놈들은 없는 거 같군.”

한동안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도현은 지루함을 느끼며 에포르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에포르 역시 흑영 중에 하나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가, 도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 너무 오래 된 곳이라 얻을 것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세월도 세월이지만 유적을 제 집으로 삼고 사는 몬스터와 짐승들 때문에 훼손도 심한 편이야.”

- 네, 그림이나 조각 따위가 있었을 것 같지만, 알아볼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 어?

“왜? 무슨 일이냐?”

도현은 에포르가 중간에 말을 멈추는 것을 보고, 자신도 급하게 최상급 흑영과 정신감응을 펼쳤다.

에포르는 흑영의 감각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지만, 도현의 경우에는 흑영과 더 정밀한 연결이 가능했다.

정신을 연결해서 흑영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최상급 흑영의 감각을 확보한 도현은, 막혀 있는 통로를 볼 수 있었다.

흑영들은 막힌 통로를 뚫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러면 안쪽은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겠는데? 무너진 것을 봐도 꽤나 오래 된 것 같으니까.”

- 그렇습니다. 통로는 아주 오래 전에 무너진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통로가 없다면 안쪽은 양호한 보존 상태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에포르 역시 조금 흥분한 기색으로 말을 전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도현과 에포르가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흑영들이 오러를 듬뿍 머금은 단검으로 통로를 막고 있는 돌들을 베어냈다.

걸리는 부분은 베어내고, 빠지는 부분은 들어내기를 한참.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결국 막혀 있던 통로가 안쪽으로 무너지며 시커먼 속을 드러냈다.

그러자 곧바로 중급 흑영들이 그 시커먼 어둠 속으로 달려들어갔다.

최상급 흑영은 뒤쪽에 상급 흑영 하나와 중급 흑영 셋을 남겨 뒤따르게 하고, 다른 흑영들을 챙겨 안쪽으로 향했다.

사실 그 모든 결정에는 도현의 의지가 상당부분 담겨 있었다.

정신 감응 상태에서는 도현의 의지가 최상급 흑영의 의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 와, 로드, 보십시오. 벽에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에포르가 호들갑을 떨었다.

“잘, 기록해 둬.”

- 알겠습니다. 머리카락 하나 틀리지 않도록 기록해 두겠습니다.

“그런데 조각이 그림 같지?”

- 그림도 있고, 문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과 문자를 뒤섞어 쓰는 방식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방식과 비슷한데?”

- 아, 그렇군요. 확실히 말풍선을 테두리로 만들어주면 만화와 유사합니다.

“문제는 말풍선 꼬투리를 어디에 연결하느냐 하는 것이겠지. 그건 확실치 않으니까.”

- 이건 황금의 성에 의뢰를 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네. 내가 시스템으로 받은 능력으로도 해석이 되지 않는 문자라니. 요즘 쓰는 언어는 아니란 소리겠지.”

- 지금도 쓰이고 있었다면 로드의 능력으로 충분히 해독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니 안 되는 거겠지요.

“어쨌건 잘 기록해서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도록 해 둬.”

- 네, 로드. 절대 문제가 없도록 해 두겠습니다.

일종의 영상 저장처럼, 도현은 에포르에게 유적 내부의 벽을 기록해 두도록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유적.

수십 개의 방들이 나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그렇게 세 개의 층을 내려가는 동안, 굴러다니는 뼈들이 제법 나왔다.

하지만 그 뼈들은 유적을 세운 이들의 것은 아니었다.

딱 봐도 짐승이나 몬스터의 것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몬스터는 지니고 있는 도구만 보더라도 1차 가공이 되지 않는 것들이고 의복 착용의 흔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 역시 통로가 무너지기 전에 들어와 살던 몬스터라고 추측했다.

그렇게 유적 내부의 탐사를 이어가던 중.

“어? 이건?”

흑영들이 한 지점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멈춰 섰다.

도현은 그곳이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과는 다른 경계점임을 알아차렸다.

투명한 막처럼 느껴지는 마력의 흔적이 있었다.

- 실드 계열의 방어막, 혹은 결계인 듯 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되어 그 힘이 미약해졌습니다.

에포르가 그 막의 정체를 파악해서 보고해왔다.

도현도 흑영을 통해서 그것을 유심히 살피며 에포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맞아. 그런데 이건 최근 수 십 년, 혹은 수 백 년 사이에 급격하게 힘을 잃은 거야. 그 전까지는 매우 강력한 방어벽이었을 거야.”

- 아까 봤던 뼈다귀들이 이곳은 지나가지 못했겠군요?

“그렇지. 그러니 이 유적의 핵심은 이곳에 있다고 봐야겠지.”

- 뭐가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로든.

에포르의 목소리에서 들뜬 흥분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것은 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젠, 직접 내려가 봐야 할 거 같은데? 흑영들에게만 맡겨 두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도현이 흑영과의 정신감응을 풀며 에포르 병사에게 말했다.

에포르 병사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 했지만, 이럴 때의 도현은 말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 후, 도현과 에포르 병사는 빠른 속도로 유적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흑영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 * *

“음, 이거 억지로 깨면 문제가 생길까?”

도현은 유적 깊은 곳에 내려와 마력 방어벽 앞에 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마력벽을 깨트리고 싶지만, 그랬다가 유적에 충격이라도 주게 될까 조심스러웠다.

- 제 판단으로는 지금 저 마력 결계에 충격을 준다면, 그나마 안쪽에 남아 있을 모든 마력 체계가 흐트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 네, 로드.

“그럼 어떻게 한다?”

도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당장 눈에 보이는 마력 회로가 없단 말이지. 저 안쪽 어디에서 마력이 흘러와서 여기에 방어벽을 만든 건데.”

- 그렇군요.

“으음.”

도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눈빛을 반짝이며 박수를 쳤다.

짝!

- 왜 그러십니까? 로드?

에포르 병사가 깜짝 놀라며 도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여기 이 통로 말고는 마력벽이 없잖아.”

- 통로 말고라니요?

“아니, 이 마력벽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고. 그러니까 이쪽 벽이나 바닥, 천정 안쪽으로는 마력벽이 없다는 거지.”

-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원래는 이 벽과 천정, 바닥에도 뭔가 보호 수단이 있었을 거야. 그냥 이렇게 마력벽만 만들어 두는 멍청한 짓은 안 했을 테니까.”

-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서, 이쪽 벽과 천정 등을 보호하던 힘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인 거지.”

- 그럼, 그냥 벽을 파고 통과하면 되겠군요.

“그렇지. 우회로를 파면 그만이지. 그리고 거기엔 산성의 힘이 아주 쓸모가 많고.”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산성에 정신을 집중하여 의지를 일으켰다.

도현이 일으킨 의지는 흙에 대한 통제력.

산성의 주인인 도현은 염력과 비슷하게 흙을 움직일 수 있는 이능이 있었다.

그그그그극! 그그극! 그그극!

도현이 산성의 힘을 이용해서 유적 벽의 일부에 의지를 보내자, 돌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벽이 움직였다.

마치 찰흙의 일부가 눌리는 것처럼 안쪽으로 파고들며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후우, 다행히 벽에는 유적의 마력이 없어서 마력 간섭이 일어나지 않았다. 유적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도현은 마력방어벽 너머까지 통로를 만들어 내고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을 만드는 것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도현의 행위가 유적에 충격을 주지 않게 하는 것.

그 때문에 도현은 석벽에 산성의 힘을 투사하면서도 극도로 긴장하며 조심하느라 심력이 많이 소비되었다.

- 다행입니다. 로드. 그럼 다시 흑영들을 들여보내 보시지요.

“음, 그래··· 그렇게 하자.”

잠시 자신이 직접 들어가겠다고 말하려던 도현은 쓸데없는 고집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곧바로 최상급 흑영을 움직여 방어벽 안쪽을 살피게 했다.

“음, 예상과는 다른데?”

- 그러게요. 무슨 관이나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요.

피라미드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유적의 심처에는 옛 사람의 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흑영을 통해서 보이는 모습은 실험실과 서재, 십여 명의 독립된 생활공간이었다.

“실험이나 연구는 함께 모여서 하고, 각자의 생활은 따로 했던 거 같군.”

- 네, 로드. 게다가 이곳을 이용한 이들의 체형은 인간과 유사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발은 없었던 것 같으니, 이들이 이곳의 주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에포르는 유적의 벽화에서 한 장면을 도현의 머릿속에 띄워 주었다.

그것은 하체가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종족이었다.

“라미아 종족?”

- 레이미아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종족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차원의 원래 주인이 그들이었다고 봐야 할까?”

- 적어도 유적을 이용한 이들은 그들이 분명해 보입니다. 침실의 생활 도구를 봐도 그렇고, 아, 흑영이 발견한 옷을 봐도 레이미아 종족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유적 벽에는 여러 종족의 그림이 있었는데, 가장 깊은 이곳에는 라미아 종족이 있었단 말이지?”

- 네, 레이미아가 싫으시면 라미아라고 하셔도 무방하긴 합니다.

“그거나 그거나. 같은 이름이면 짧은 게 좋잖아.”

- 네네.

“어? 저기 연구실 안쪽으로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도 이만 들어가 보자. 저기까진 위험한 게 없으니까.”

- 네 로드. 저도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싶었습니다.

마력이 미약한 유적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에포르는 도현을 말리지 않고 함께 할 뜻을 보였다.

그렇게 도현과 에포르는 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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