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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4화 (104/184)

104. 황금을 주고 유리를 사서 그걸로 폭리를 취하는 어리석음

104. 황금을 주고 유리를 사서 그걸로 폭리를 취하는 어리석음

“오랜만에 뵙네요.”

“저희들과는 아주 선을 긋기로 하신 줄 알았습니다.”

“마스터께서는 여전히 크라운 길드의 맹주이십니다. 그걸 잊으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형, 오랜만이야.”

도현이 지구로 돌아와서 가족들을 만나고 있을 때, 옛 크라운 길드의 간부진들이 그를 찾아왔다.

지금은 다들 길드의 주인으로 나름 입지를 쌓고 있는 이들.

혈장미의 자옥, 여진만 길드의 여진만, 도깨비 길드의 도비형, 비무장전설 황재승, 크래프트 길드의 주지성, 보국의 박형렬, 마지막으로 익스트림 길드를 세운 김재홍까지.

진충 길드의 신대명은 길드원들과 함께 군으로 돌아가 별을 달았다는 소식이 있었고, 이번에는 함께 오지 않았다.

그는 크라운 길드 소속이 아니었기에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는 여러 경로로 듣고 있었다. 또, 그런 중에 내가 나설 일이 있을까 했지만, 다행이 그럴 일도 없었고.”

도현은 캐슬의 모습이 아님에도 그들에게 말을 놓았다.

이미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내왔는데 도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말을 높이는 것도 이상했다.

“뭐 솔직히 유성 그룹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마스터에게 불만을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긴 하죠.”

“그건 그렇지만 요즈음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이 위험한 생각들을 하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마스터께서 좀 나서 주셨으면 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현이 뒤로 물러나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니, 이들의 발언권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이들이 모이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 집단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모여 있는 이들 사이에도 서로의 이익을 두고 투닥거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 중에 외국 길드들이 바짝 뒤를 따라오니 그것이 신경쓰여 도현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한 경쟁을 막을 생각은 없어. 여기 있는 사람들이 크라운 길드의 하위 길드였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나는 이제 크라운 길드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생각은 없어.”

도현은 그들의 바람을 저버렸다.

“내가 나서서 다른 길드들을 억누르는 것은 지구 전체로 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어. 지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차원이니까.”

“부족하다니요? 충분히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고, 하이마 차원과 고브니 차원의 도움도······.”

“맞아요. 알아보니 우리 지구 차원 정도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던데요?”

“이미 차원은 안정되기 시작했고, 차원 전장을 이용한 침략도 완벽하게 막아냈으니, 이제 위험한 상황은 벗어났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다른 차원과 교류를 하며 내실을 쌓을 때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는 때입니다.”

아직 부족하다는 도현의 말에 자옥이나 여진만 등은 반론을 펼쳐댔다.

도현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지구 차원이 위험하지 않다고 했지? 누가 안정적으로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고 했느냔 말이다.”

도현이 황재승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들 중에서 황재승이 가장 강력하게 지구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야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요. 한 둘도 아니고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황재승은 도현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눈치를 살피면서도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른 차원의 종족들? 차원 회랑을 통해서 교류를 신청하는 이들을 말하는 거겠지?”

“그야 만날 수 있는 이들이라곤 그들이 전부니······.”

“그들의 말을 어째서 그렇게 믿는 거지? 여러 입이 모여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하면 그게 진실인가?”

“아니······.”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 지구에서 차원 회랑을 열고 주도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는 차원이 있기는 한가? 하이마와 고브니를 제외하면?”

“그야 아직······.”

“소소하게 차원 교류를 하고 있겠지만 사실상 적자 무역이나 다름이 없지. 내어 주는 것은 많은데 얻는 것은 그다지 없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차원에서 배우는 것들은 무척 가치가······.”

“황재승.”

“네, 넵!”

“마력이나 오러, 마법과 신비. 우리 지구에 그런 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마법이나 신비에도 열광하지. 하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그것들이 다른 차원에서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야, 그렇지는 않겠지요.”

“예전 제국주의 식민지 건설 시기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에 유리 구슬을 주고 다이아몬드나 황금을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군.”

“네? 아니 그 정도까지는······.”

“그런데 각성자라는 이들은 그 유리를 사다가 더 비싸게 팔아먹으면서 큰 이익을 얻었다고 좋아한단 말이지?”

“우와, 형. 팩트 폭격이야? 키키키킥!”

“나는 너희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너희가 가지고 있든,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든, 그게 지구에 있으면 똑같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유리를 받고 다이아몬드나 황금을 다른 차원으로 넘기는 일이 자꾸 생기면?”

우우우우우웅! 쿠구구구궁!

도현의 기세가 사뭇 거칠어졌다.

“황재승!”

“네, 넵!”

도현의 부름에 황재승이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호의적이고 우호적인 차원 교류는 우리가 강력할 때에만 가능하다.”

“네, 네.”

“우리를 벗겨 먹다가는 나중에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호구로 삼으려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지구 차원은 호구에 가깝다.”

“그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리지. 우리는 그걸 빨리 알아야 하고, 또 우리가 가진 것의 가치를 새롭게 파악해야 한다. 저들이 하는 말을 믿고 안심할 때가 아니란 소리다. 알겠나?”

“넵, 마스터. 알겠습니다.”

도현의 고함에 황재승이 바짝 얼어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구는 우리 고향이야. 여기서 서로 지지고 볶을 생각은 그만하고 좀 더 넓게 나가보자. 응? 이게 뭐니? 이러고도 너희가 지구 최고의 길드장들이야? 크라운 길드의 주축? 자격이 있냐?”

도현의 말에 황재승을 비롯한 길드장들이 고개를 숙였고, 김재홍은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김재홍.”

도현이 그런 김재홍을 불렀다.

“어. 형!”

“너도 좀 적당히 하고.”

“내, 내가 뭘?”

“요즘 용병 노릇을 한다며? 호위도 하고, 정보 수집도 하고 그러면서.”

“어, 알고 있었어?”

“네가 길드원들 데리고 다른 차원도 몇 번 들락거렸다는 것까지.”

“와, 나는 완전히 잊고 사는 줄 알았더니.”

“조심해. 위험을 찾아다니는 것도 적당히 하고.”

“내가 뭐 꼭 그런 이유로 다니는 건 아니지. 일종의 정보 수집이고 경계근무라니까?”

“다른 차원의 불손한 움직임을 미리 알아본다고?”

“맞아. 솔직히 그렇게 몇 곳 돌아다녀서 그런지 형 말이 더 확 와 닿는 거 있지?”

“그래, 그나마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긴 한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위험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기도 하다.”

“하하. 걱정하지 마. 나야 뭐, 이렇게 살다 죽고 싶은 놈이니까.”

“그래도 너무 너 혼자만 그렇게 겉돌지 말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도 좀 챙겨. 어째 이렇게들 까막눈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

“······.”

도현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길드장들.

“재홍이 저 놈, 내가 말린다고 들은 놈이 아니야. 그러니까 저 놈에게 다른 차원에 대한 정보를 얻어 봐. 저 놈이 너희를 속일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뭔가 우리가 잘못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크음. 솔직히 차원 전장도 끝난 마당에 모두들 들뜨긴 했지.”

“한 풀이 비슷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고. 돈이나 권력, 명예 같은 거에.”

“마스터 말대로 유리를 사다가 비싸게 팔면서 지구의 돈, 권력, 명예를 쌓으려 했던 거지. 쪽팔리게.”

“쯧, 김재홍 씨. 잘 부탁합니다.”

“부탁해 재홍 동생!”

“필요한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나도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도울 테니까.”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도현은 그런 모습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까짓 지구 따위는 모르겠다며 자기 이익만 내세워도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 유독 저들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잖은가.

“자, 그럼 다들 함께 뭐가 좋을지 생각들 좀 해 보라고.”

도현은 모여 있는 길드장들에게 그렇게 숙제를 던지고 물러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와이번을 불러내어 제주도로 향했다.

* * *

“어서 오십시오.”

제주도 한라산의 하이마 신목 앞에서 도현을 맞이한 것은 윌로우트였다.

그는 두 팔을 겹쳐 어깨를 잡은 모습으로 도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과거 이집트의 파라오를 떠올리게 하는 인사였다.

“에일리는?”

“마침 엘리아네 여왕님의 부름을 받아 차원 너머로 가 있습니다.”

“그래?”

“네, 로드.”

“그럼 윌루우트가 나를 좀 도와 주겠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다른 게 아니고, 지구와 연결된 하위 차원들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하위 차원이라면 차원벽 붕괴로 연결되는 곳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맞아.”

“제가 알기로 차원 전장에서 승리한 이후로 하위 차원의 차원벽 붕괴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곳곳에서 차원벽이 허물어지고,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지.”

“그건 그렇습니다.”

“따지고 보면 차원 벽이 허물어지는 횟수는 그렇게 많이 줄어들지 않았어. 다만 연결되는 차원이 한정적으로 좁혀지고 있을 뿐이지.”

“그렇습니까?”

“하이마 신목의 기억에 그런 내용이 없나? 있을 텐데?”

“죄송합니다. 제 기억에는 없는 내용이라.”

“뭐, 시간 나면 신목의 기억을 받아 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어쨌건 우리 지구 차원과 연결되는 하위 차원의 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래서 내 부탁은 그렇게 줄어든 차원들 중에서 지구와 가장 빈번하게 연결되는 상위 차원 세 곳만 추려 달라는 거야. 가능하겠어?”

“신목의 힘이 있으니 차원벽의 붕괴 현상을 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족들에게 부탁하면 그렇게 허물어진 차원벽을 감시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허물어진 차원벽을 넘어가볼까 하고. 차원 회랑의 중심에 있는 학술원에서 탐사자 시험을 치르는 중이거든.”

“학술원과 탐사자 시험. 알겠습니다.”

“그래, 나한테 듣는 것보다는 신목의 기억을 받는 것이 빠를 거야. 아무튼 부탁할게.”

“네, 로드. 걱정하지 마십시오.”

윌로우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현의 부탁을 완수하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 로드, 어떤 차원을 선택하시려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도현이 윌로우트가 가지고 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중, 에포르가 조심스럽게 그의 의중을 물었다.

“너도 알겠지만 이번 일은 차원의 탐사에서 끝날 것이 아니야.”

- 저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탐사가 끝나면 학술원에 개발 우선권을 주장하실 것이고, 그 후에는 일곱 성을 이용해서 차원의 개발을 진행하시겠지요.

“그리고 개발이 끝나면, 차원의 주인으로서 소유권을 확보할 거고.”

- 네, 그렇게 로드께서는 완전한 군왕의 자격을 갖추게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지. 언젠가는 알케이네스 제국을 멸망시킬 거니까.”

- 역시 그렇군요.

“물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에포르 로드께서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찾는 차원은 당연히 만능형이지. 여러 요건이 잘 갖춰진 곳.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종족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자연 환경이다.”

-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꼭 인간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여러 종족이 어우러져 살 수 있으면 좋겠지. 그리고 그렇게 머릿수를 늘려야 제국과 맞설 수 있는 체력이 생기는 거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자리를 잡은 후에 특정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차원을 추가로 확보하면 되겠지.”

- 네,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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