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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2화 (102/184)

102. 차원 회랑의 중심 도시 옴파로

102. 차원 회랑의 중심 도시 옴파로

의회 건물 밖으로 나온 도현.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도시였다.

- 본 적이 있는 곳 같습니다.

‘에포르 네가 여길 본 적이 있다고?’

- 정확히 이곳은 아니고, 지구에서 중세 유럽의 도시들의 자료 화면으로 나오던 것들을 더하면 이 도시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아니라면 말이지.’

도현은 의회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며 광장과 그 너머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무슨 차원 종족 전시장 같은 느낌이네.’

- 맞습니다. 이족 보행의 인간형 종족이 가장 많기는 합니다만, 다리가 많거나 없는 종족도 제법 됩니다.

‘저기 라미아 종족이네. 여기선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라미안데 남성형이야.’

- 확실히 어류형태는 아니니 머맨 보다는 라미아를 닮긴 했습니다.

‘저 종족은 헐크 종족인가? 뭐라 불러야 할까?’

- 구경하는 재미는 있겠습니다. 워낙 다양한 종족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일단은······.’

- 어딜 먼저 가시겠습니까? 용병단도 있고, 학술원도 있고, 사냥꾼 길드도······.

‘어딜 가든 제일 중요한 건, 돈이야. 여기의 화폐부터 알아보고, 또 시세 파악도 해야지.’

- 도, 돈이야?

‘때가 되었는데 돈이 없으면 굶어야 하잖아.’

- 로드, 로드의 아공간에는 먹을 것이 넘쳐납니다. 그게 아니어도 군왕성이나 숲의 성을 통하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일단 가자.’

도현은 고개를 흔들며 수많은 종족들이 오가는 인파 속으로 섞여 들었다.

새하얀 바탕에 금빛과 은빛이 화려한 빛의 성 갑옷을 장착한 도현도 어느 시점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풍경으로 섞여 들었다.

눈에 띌 법한 도현의 모습조차 흡수해 버릴 정도로 차원 회랑의 중심 도시는 폭 넓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다.

종족으로나 각 종족들의 장비들이나.

“자크 잡화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습니까?”

도현은 거리를 한동안 걷다가, 진열장 안에 다양한 물건들이 있는 잡화점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키가 작은 고블린 종족이 도현을 맞이했다.

- 사납게 생기진 않았네요. 고블린이라고 다 같은 고블린은 아니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인간도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몬스터에 가까웠겠지. 그리고 실제로 차원에 따라서는 그런 경우가 없지도 않을 거고.’

-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결국 몬스터냐 아니냐 하는 것도 태생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정답은 아니겠지. 어떤 방법으로도 몬스터의 습성을 고치지 못하는 종족이 없진 않을 테니까.’

- 아, 그것도 그렇군요.

“여기서 구매도 합니까?”

도현은 잡화점의 주인인지 점원인지 모를 고블린에게 물었다.

“아, 친절하신 분이로군요. 저는 자크라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고블린 종족이지요.”

“잡화점 이름과 같군요?”

“부모님께서 잡화점을 여시면서 제 이름을 붙이셨지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그걸 물려받았고 말입니다.”

“2대에 걸친 가게라니, 그만큼 믿을 수 있는 곳이란 뜻이겠군요?”

도현은 부모에게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자크의 말에 감탄을 터트렸다.

“하하하.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 차원 회랑의 중심에서 신뢰가 없으면 이렇게 오래 장사를 할 수가 없지요.”

“그렇겠지요. 아무튼 제가 운이 좋은 모양입니다. 이런 좋은 가게를 찾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 말씀이 맞습니다. 손님께선 정말 운이 좋으셨지요. 그런데 구매를 하냐구 물으셨습니까?”

“아, 그렇지요. 용건이 그거였습니다. 이 잡화점에서 구매도 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으음. 물론 중고도 취급을 하기는 합니다만.”

“아니요. 제가 쓰던 물건이 아니라, 이곳으로 오면서 작은 이득을 봐 볼까 하고 가지고 온 것이 있어서요.”

“아, 보따리상 비슷한 경우로군요?”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하하하.”

“그래서 어떤 상품을 가지고 오셨는지요?”

“몇 가지 있습니다만. 우선 이건 어떻습니까? 하이마 드리아드 종족의 신목의 새싹으로 만든 차입니다만.”

“신목의 새싹 차?! 그런 귀한 것을?!”

도현의 말에 고블린 자크의 눈이 커졌다.

사실 신목의 새싹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이나 지구의 신목에서 딴 것은 아니었다.

도현은 신목 하이마의 씨앗을 숲의 성 정원에 심었고, 신목은 그곳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에 하이마 드리아드의 여왕인 엘리아네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하이마 신목을 숨겨 놓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었다.

이제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이나, 지구에 있는 신목이 모두 화를 당한다 해도, 도현의 숲의 성에 있는 신목이 하이마 드리아드 종족의 근원을 유지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래봐야 평소엔 전혀 존재감도 없고, 쓸 곳도 없는 상황이라 고급 찻잎을 만드는 용도로나 쓰고 있지만.

“오오, 향부터가 다르군요. 잠깐만 혹시 한 잔 시음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자크는 도현이 꺼내 놓은 찻잎의 향을 맡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음, 이건 상품으로 포장된 거라서 곤란하고, 제가 평소 마시던 것이 있으니 그건 한 잔 드릴 수 있겠군요.”

도현은 이 기회에 자크와 차를 같이 마시며 이 차원 회랑 중심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어 보기로 했다.

마침 차를 한 잔 하고 싶기도 했고.

* * *

“들어보니까 여기 옴팔로도 복잡한 곳이군요?”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생각을 하는 듯 신목의 새싹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옴팔로는 이곳 차원 회랑의 중심 도시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도현도 자크에게 들어서 이제야 알게 된 이름이었다.

“그렇지요. 원래는 차원 의회를 중심으로 용병단, 사냥꾼 길드, 학술원이 세 개의 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차원 상인 길드, 만신전, 만마전, 로비스트협회까지 끼어들었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다시 과거의 분쟁시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요.”

“그 분쟁시대란 것은 세력들 간의 싸움이 벌어졌던 때를 말하는 거고요?”

“이 옴팔로를 각각의 세력이 구역을 나눠 점거하고 수시로 충돌을 일으켰던 때를 말하는 거지요. 꽤나 오래 전의 일이라고 들었는데 요즘은 그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옴팔로의 세력에 가담하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까?”

굳이 단체에 속할 이유가 있나?

도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닙니다. 우선 용병단은 차원 회랑의 이용에 무척 자유롭습니다. 의뢰만 받는다면 어디든 차원 회랑을 열 수 있지요. 용병만의 특권이니다.”

“으음. 의뢰만 받으면 어디든? 그건 정식으로 차원 교류가 승낙되지 않은 곳도 포함 된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물론 용병단에서 정식으로 의뢰 등록이 되어야 하지만, 사실 이런저런 편법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병들은 모든 차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요.”

“그렇군요.”

“거기에 비해서 사냥꾼 길드의 헌터들은 또 다릅니다.”

“뭐가 다르죠?”

“그들 역시 사냥 의뢰를 받으면 사냥 대상이 있는 차원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용병과 비슷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헌터의 사냥 대상에 몬스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터는 현상금 사냥꾼 노릇도 하지요.”

“현상금 사냥꾼?”

“각 단체에서 현상금을 걸어 놓은 이들이라면, 심지어 수호자라도 사냥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수호자를 사냥 대상으로?”

“그런 거지요. 예를 들어서 만마전을 대표로 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종종 의회의 수호자에게 현상금을 겁니다.”

“만마전이 악 성향의 신을 모시는 신전의 모임이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수호자와 부딪힐 일이 많지요.”

“그래서 수호자에게 현상금을 걸고, 그걸 사냥꾼 길드의 헌터들이?”

“물론 헌터들이 수호자를 사냥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현상금이 클 경우엔 간혹 일어나기도 하는 일입니다.”

“별로 흥미가 생기진 않는군요. 그럼 학술원의 탐색자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특별한 차원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는 이들입니다.”

“우선권이요?”

“차원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적은 곳은 학술원에서 우선권을 가지는 것입니다.”

“설마 차원을 소유하거나 하는 우선권은 아닐 테고······.”

“말 그대로 탐사에 대한 우선권입니다. 미지의 차원에 대한 탐사, 그리고 그 차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학술원의 주된 업무 영역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가치 평가를 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게 금방 되는 일이 아니다보니 조금씩 사냥꾼도 끼어들고, 용병도 끼어들고, 수호자나 다른 차원 여행자들도 끼어들면서 점차 그 차원의 개방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럼 학술원의 우선권이란 것도 별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때론 학술원만 알고 꼭꼭 숨겨두는 차원들이 있지요. 그리고 그런 차원은 때로 엄청난 가격에 판매가 되기도 합니다.”

“차원을 판다고요?”

“차원을 소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구매자를 찾아 거래를 하는 거지요. 그게 아니면 경매도 하고 말입니다.”

“차원을 거래하거나 경매에 올린다니, 생각도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차원에 지성체 주민이 없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주인 없는 차원이라야 하는 거지요.”

“지성이 없는 생명들은 차원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지성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조금 지능이 떨어지는 종족이 있을 수도 있고, 극히 숫자가 적은 지성족이 숨어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학술원의 탐색자들은 어떻게 할까?

차원의 가치에 따라서 때로는 그 차원의 소수 주민을 학살하는 일이 아주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문제까지야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수호자들의 감시가 있으니 학술원에서도 무리하게 일을 벌이진 않을 테지요.”

“학술원이 확실히 경찰 노릇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요즘 그 저지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만마전 따위가 수호자에게 현상금을 걸지는 못했을 겁니다.”

“만마전과 대립하는 만신전도 있다면서요? 그들은 만마전의 만행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는 겁니까?”

“아니지요. 그래서 만신전의 신관이나 성전사, 신관전사 등이 의회의 수호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지요.”

“음, 그런 식으로 만마전을 견재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 그런데 이 차,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좋은 차입니다.”

자크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혀에 적시며 차를 칭찬했다.

이제 오파로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신호였다.

“심신의 안정과 정신의 정화, 생명력을 돋우는 효능까지. 다른 좋은 효과가 많지만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요.”

도현은 포장을 풀지 않은 새싹 차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이제 얼마에 살 것인지 가격을 매겨 보라는 의미다.

“으음. 교환은 뭐로 하시겠습니까?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 혹은 마력석이 주로 쓰이는 화폐고, 그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일단 옴파로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걸로 하지요. 뭐가 좋겠습니까?”

“그렇다면야 당연히 마력석이 제일 좋지요.”

“마력석이라······. 그렇다고 이런 차 한 통이면 얼마에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도현이 주먹 하나 크기의 유리병에 들어 있는 찻잎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가 마실 거라면 중급 마력석 하나에 사겠지만, 판매를 생각한다면 네 병에 중급 마력석 세 개면 어떨까 합니다.”

“네 병에 중급 마력석 세 개라고 하셨습니까?”

“네네. 그 정도면 저도 조금의 이익을 남기고 판매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거래는······.”

“네?”

“할 수 없겠군요. 함께 마신 차는 옴파로에 대한 이야기값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도현은 테이블 위에 놓았던 병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뢰는 개뿔, 어디서 눈탱이를 치려고?!’

- 로드, 품위 있는 단어 선택을······.

‘됐고, 가자!’

도현은 고블린 자크에게 인사도 없이 등을 돌렸다.

“자, 잠깐만 소, 손님? 손님!”

자크가 애타게 도현을 불렀지만 멀어지는 도현의 발검음을 멈춰 세우기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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