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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1화 (101/184)

101. 차원 회랑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101. 차원 회랑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차원 의회의 수호자 엑슬리드가 주고 간 금속 패.

그것은 차원 회랑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임시 통행증이며 의회의 초대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았다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현이 그 초대장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디디 차타니로부터 정신 에너지에 대한 힌트를 얻은 뒤었다.

초대장을 쓰기 위해서는 정신 에너지를 이용해서 금속 패에 나름의 자극을 주어야 했던 것이다.

오러나 마력이 아닌, 순수한 정신 에너지의 사용이 초대장을 발동시킬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걸 보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라는 것도 많이 알려진 것인 모양이야.”

- 그건 아닐 겁니다. 만약 그랜드 마스터가 그렇게 흔했다면 차원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진 않았겠지요.

“아, 말을 잘못했네. 정신 에너지의 중요성이나 정신 에너지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로 가는 기본 조건이란 사실, 그게 많이 알려졌을 거란 거였어.”

- 그건 그럴 것 같습니다. 차원 의회의 초대에 응하려면 순수한 정신 에너지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설명도 없이 던져주고 갔으니 말입니다.

“자격이 되지 않으면 오지 말라는 뜻이었겠지. 그리고 차원 회랑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그 정도는 된다는 소리고.”

- 걱정되십니까?

“응? 내가?”

-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겁먹은······.

“개가 어쩌고 하는 소리면 그만하지? 그래도 내가 로든데?”

- 넵, 로드.

“역시 개 어쩌고 하는 거였냐?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다?”

- ······.

“감히 로드에게!”

- ······. 송구합니다. 로드.

“쯧, 괜찮다. 격 없이 까불어도 할 때는 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 감사합니다. 로드.

“자, 그럼 일단 가 보자.”

도현은 에포르 덕분에 긴장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차분한 마음으로 엑슬리드의 초대장을 발동시켰다.

파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직!

순수한 정신 에너지의 주입, 그리고 초대장에 숨겨진 문양을 따라서 정신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것.

그것이 초대장의 발동 방법이었다.

하지만 도현의 정신 에너지 운용은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

그래서인지 초대장이 발동하는 모습도 거칠고 파괴적이었다.

“이거, 좀 더 연습을 했어야 하나?”

- 상관없다고 생각됩니다. 그저 차원 회랑을 여는 과정이 거칠 뿐,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차원 회랑이 작고, 부실하게 만들어지긴 하겠지.”

- 어차피 한 번만 쓰고 말, 임시 통로가 아닙니까. 상관없는 일이지요.

“하긴.”

파지지직! 화화홧!

도현과 에포르가 차원 회랑의 완성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차원 회랑의 반대쪽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밀려오며 회랑을 순식간에 완성했다.

“음? 이건?”

- 초대장이니 이쪽에서 신호를 보내기만 하면, 반대쪽에서 차원 회랑을 완성시켜주는 방식이었던 모양입니다.

“애써서 회랑을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었단 말이네?”

- 그런 거 같습니다.

“아무튼 회랑이 완성되었으니 어디 한 번 넘어가 볼까?”

도현은 게이트처럼 생긴 지름 3미터 정도 크기의 차원 회랑의 입구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안쪽으로 길게 뻗은 회랑이 보였다.

회랑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검은색 어둠과 그 어둠 속에 별처럼 박혀 있는 빛, 그리고 갖가지 속성의 에너지 결정들이었다.

“저, 결정들을 떼어 가고 싶지만, 그건 안 된단 말이지.”

- 차원의 미아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입니다.

“알아, 나도 알아.”

- 그런데 어떠십니까? 차원 이동에 따른 능력 제약 같은 것은 없습니까?

“어, 없어. 제약이나 금제 같은 건 따로 없는 모양이야.”

- 그럼 차원 회랑의 중심이라는 곳도 거친 곳이겠습니다.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도현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겨 회랑의 건너편 출구로 향했다.

* * *

지구의 과학적 지식이 부정되는 평평한 대륙.

차원 회랑의 중심은 넓고 평평한 원판 형태의 대륙으로 되어 있다.

대륙의 끝자락은 까마득히 높은 절벽으로 감싸여 있는데,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어떤 수를 써도 올라갈 수가 없다.

그리고 지하 역시 마찬가지.

일정 깊이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을 거라고 하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서 오시오. 차원 회랑의 중심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도현이 초대장으로 연 차원 회랑을 나서자, 한 사람이 그를 맞이했다.

그는 하얀색의 넓은 천을 몸에 칭칭 두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지구의 고대 로마 사람들이 입었다는 토가를 닮은 모습이었다.

“지구 차원에서 온 최도현이라고 합니다.”

도현은 오랜만에 자신의 신분을 떳떳하게 밝혔다.

“반갑소. 의회의 회의 서기 겸, 접객 책임을 맡은 토레닌이라고 하오.”

“토레닌 서기?”

“그렇소. 자자, 이리 오시오. 내 우리 의회를 소개해 주겠소.”

묘하게 강압적이고 뻣뻣한 느낌.

도현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토레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지금 그와 토레닌이 있는 곳은 천정이 반구형으로 된 실내 공간이었다.

벽이 높고 반구형의 천정은 높이 있있지만 창문이 없고 출입문도 작고 좁았다.

게다가 집중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갖가지 마법과 신비가 있었다.

용도는 이곳에 만들어지는 차원 회랑을 숨기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이런 곳에 차원 회랑의 출구를 만들다니.

“이곳은 의회의 중앙 홀이요.”

하지만 토레닌의 안내는 생각보다 시원시원했다.

밀실에서 나와서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홀이었는데, 따로 문이 없이 굵고 긴 대리석 기둥으로 밖과 안을 구별하고 있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된 기둥과 그 안쪽에 옅은 베이지 색 대리석으로 된 바닥과 벽, 천정은 또 은은한 푸른색의 대리석이었다.

공이 많이 들어간 건물임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곳곳에 있는 마법과 신비들이었다.

“막강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군요.”

도현이 한쪽 끝에서 홀 전체를 눈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과거의 분쟁 기간이 이유가 아니겠소?”

“저는 분쟁 기간에 대해서 모릅니다. 아니 회랑의 중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오오, 솔직한 편인가 보구려. 무지를 그러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지요. 부끄러움 때문에 성장의 첫걸음을 머뭇거리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른다 하는 것이 부끄러울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호오? 지구라는 차원의 주민들 모두가 최도현 그대처럼 토론에 능하다면 참으로 재미있겠소. 우리 의원들은 모두 그와 같은 언쟁을 즐기니 말이오.”

“언쟁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저는 토레닌 서기의 가르침을 기대할 뿐이지요.”

“하하. 좋습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 언제 기회가 되면 이곳 차원 회랑의 중심에 대한 역사를 알려드릴 시간을 내어 보겠소.”

“감사합니다.”

“자, 이곳이 의회 입구의 중앙 홀이란 이야기를 했었지. 의회에 찾아온 사람은 누구나 여기서부터 시작을 하게 되오.”

“그렇습니까?”

“보면 알겠지만 중앙 홀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갈림질은 꽤나 많소. 1층에만 여섯 곳의 통로가 있고, 계단을 올라서 2층으로 가면 또 열두 개의 통로가 있고. 그리고 그 중에 좌우 양쪽 끝에 있는 입구는 3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통하오.”

“건물의 모습을 보니 3층이 끝일 거 같은데 맞습니까?”

“옳소, 3층이 끝이오. 그리고 3층이 두 곳의 입구를 가진 이유는 의회의 의원들이 크게 두 파벌에 속해 있기 때문이오. 이후, 대회의가 소집되면 의원들은 좌우 한쪽의 통로를 택해서 회의장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오.”

“3층에 대회의장이 있습니까?”

“아니오. 대회의장은 계단형태의 배열을 가지고 있고, 3층 높이에서부터 1층 바닥까지 내려가며 의원들의 좌석이 있는 것이오.”

“그렇군요. 하지만 제가 대회의장에 앉을 일은 없을 거 같으니 토레닌 서기께서는 이제 본론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본론?”

도현의 말에 토레닌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수호자 엑슬리드는 초대장을 가지고 오면 의회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의회와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고 했고 말입니다.”

“동맹이라니! 그럼 최도현 그대가 그대 차원을 대표할 자격을 가졌다는 것이오? 차원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있소?”

“으음. 생각해보니 그런 것은 아닌 듯 합니다만?”

“그럼 그대가 지구라는 차원의 지배자이거나 주인이오?”

“그것도 아니군요.”

“그런데 어떻게 동맹을 맺는단 말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 그렇군요. 저는 그저 엑슬리드 수호자가 지구에 대한 불법적인 침략을 막을 방법이 그것이라고 해서······.”

“용병단이나 사냥꾼이 지구 차원을 공격하는 것이오?”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수호자 엑슬리드가 지구에 왔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지요. 이상하게 그 이후로는 다시 침략 행위가 없었던 것 같지만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엑슬리드 씨의 말과는 달리 의회와 동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호 요청을 하는 경우가 될 것이오.”

“보호 요청이라구요?”

“그렇소. 자력으로 침입을 막을 능력이 없거나······.”

“아, 그런 경우는 아닙니다. 우리는 충분한 자기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알케이네스 제국과의 차원 전쟁에서 승리했고,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과 고브니 차원의 독립에도 기여했으며, 그 두 차원과 상호 방위 조약도 맺었습니다.”

“호오? 세 차원이 상호 방위 조약을 맺었단 말이오? 뜻밖이로군요. 그리고 알케이네스 제국이라면······. 그렇군요.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제국을 자칭하는 변경 세력이 있기는 하지요. 어쨌거나 그들과 싸워서 이겼다면 보호 요청은 필요가 없을 것 같긴 하오.”

“네.”

“하지만 그럼에도 최도현 당신이 이곳 차원 회랑의 중심에 온 이유는 있겠지요? 이를테면 이곳 중심의 단체에 가입해서 고향 차원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안전 확보 보다는 귀찮은 일을 털어 내려는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어쨌건 목적이 그것이라면 우리 의회의 수호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오.”

“의회의 수호자?”

“그렇소. 차원 의회가 정한 규칙을 수호하는 일을 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오.”

“의회에 고용되는 것입니까?”

“그렇소. 물론 충분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오. 명예와 권력은 물론이고, 존경과 경배까지.”

“음.”

“물론 계약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그에 대한 대가가 작은 것은 아니오. 짐작하겠지만 개인의 자유는 많이 빼앗기게 될 것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합니다.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게 되면 그럴 수밖에 없지요.”

“하하하. 직장이라······.”

“어쨌건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서기께서 제게 꼭 해 줄 안내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곳 차원 회랑의 중심에 있다는 다른 단체들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고 싶군요.”

사실 의회의 수호자가 된다는 선택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 자리는 도현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퇴짜를 놓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어차피 처음엔 다들 그렇게 말을 하오. 그래서 첫 안내는 대부분 이렇게 무성의한 면이 있는 편이오.”

“그럼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까?”

“그럼에도 제법 많은 이들이 다시 의회를 찾아온다오. 나는 최도현 당신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오.”

“그렇군요. 그럼 제대로 된 안내는 그 때가 되어야 받을 수 있겠군요.”

“서로 마음이 딴 곳에 있지 않소? 그러니 가 보시오. 가서 차원 회랑의 중심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 보고 오시오.”

“음, 알겠습니다.”

“아, 이걸 가지고 가시오. 차원 의회에서 정한 규칙들이오. 차원 회랑의 중심에서는 최대한 지켜야 하는 것이니, 꼭 읽어 보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시오.”

토가 소매 안에서 꺼내 주는 한 권의 책은 신비한 재질로 되어 있었다.

마치 갈대의 속 같이 얇고 부드러운 재질이었는데 매우 튼튼하면서도 뒤가 비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책은 일일이 책장을 넘겨 읽지 않고, 마력이나 오러를 이용해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전달 받을 수도 있었다.

다만 내용을 머리에 기억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를 통해서 전해주는 형태였다.

“읽기 편해서 좋군요. 감사합니다.”

“다녀 오시오.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겠오.”

도현은 의회의 입구 홀에서 그렇게 토레닌과 헤어졌다.

그리고 거대한 기둥들 사이로 의회 건물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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