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0화 (100/184)

100. 그랜드 마스터 경지의 실마리

100. 그랜드 마스터 경지의 실마리

고브니 차원의 독립 봉기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고브니 종족은 봉기와 함께 백만 타이탄과 수십 만의 기간트를 쏟아냈다.

도대체 그 많은 기간트를 어디에 숨기고 있었을까, 믿기지 않는 물량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모든 타이탄과 기간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조립 직전 단계의 부품으로 묻혀 있었다는 것.

필요한 것은 약간의 시간과 타이탄 심장.

그것만 있으면 고브니 종족은 언제든 대량의 타이탄을 만들 준비를 해 왔다고 한다.

거기에 지구의 과학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기간트 시스템은 기존의 타이탄에 적용하기도 쉬웠다.

문제가 있다면 라이더가 사용할 캡슐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독립이라는 염원을 눈앞에 둔 고브니 종족의 생산 능력은 무시무시했다.

결국 도현이 디디 차타니가 지키던 황제 직할의 차원 회랑을 완벽하게 지켜낸 덕분에 고브니 종족은 차원 내의 회랑을 모두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차원 회랑의 점령과 통제가 이루어진 때부터, 알케이네스의 세력은 독안에 든 쥐나 다름이 없었다.

끝없이 밀려드는 타이탄의 공세, 거기에 지휘 기체도 등장하는 기간트까지.

알케이네스의 식민지배 세력은 격렬한 저항의 소득을 얻지 못하고 끝끝내 패퇴하고 말았다.

그리고 고브니 종족은 패배한 알케이네스 종족을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다.

가족과 친인이 알케이네스 종족의 식탁에 오른 경험이 없는 이를 찾기 어려운 곳이 식민 차원이었다.

그러니 식민 차원의 독립은 곧, 알케이네스 종족의 전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이 그러했고, 이번 고브니 차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하이마 종족이나 고브니 종족이 식인을 하지 않는 종족인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하이마 종족은 알케이네스 종족을 거름으로 썼고, 고브니 종족은 용광로에 던져 넣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였지만.

그렇게 차원의 독립이 성공한 후, 전체 혈족 회의를 통해 도현은 자치령을 얻었다.

혈족 회의에서는 디디 차타니가 지키던 차원 회랑이 있던 지역을 묶어서 도현에게 내어 주었다.

그 자치령에선 고브니 종족에 대한 범죄만 아니라면 모든 것을 허락했다.

말 그대로 도현이 지배하는 땅인 것이다.

도현은 그곳에 황금의 성을 구현하고 머무르는 중이었다.

갖가지 생산 활동에 능숙한 고브니 종족과 도현의 황금의 성은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특히 황금의 성은 일단 생산 과정이 매뉴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면 그야말로 도장으로 찍어내듯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재료 수급만 된다면 폭발적인 생산성을 보이는데, 고브니 차원은 그러한 재료 수급이 더없이 쉬운 곳이었다.

1차, 2차, 3차 가공을 거친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

“미쳤군. 이게 가능하다고?”

도현은 황금의 성, 성주의 집무실에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기간트로 디디 차타니와 싸울 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디디 차타니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라며 펼쳤던, 단 한 번의 내려 베기.

그 때, 기간트의 모든 탐지 기능을 최대로 끌어 올려 기록해 놓았던 것을 살펴보며 그랜드 마스터의 비밀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지, 어느 한 부분에서 디디 차타니가 썼던 힘의 근원을 찾아냈다.

- 그랜드 마스터의 비밀이 새로운 정신 에너지의 활용인 줄은 몰랐습니다.

도현의 곁에는 에포르가 산성 병사의 몸을 가지고 시종 노릇을 하고 있었다.

“분명 마력이나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긴 하지.”

-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정신에너지를 오러와 융합시켰습니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종류의 증폭 에너지를 생성해 냈고 말입니다.

그것이 정확히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스터 경지의 오러 블레이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니 고작 한 번의 내려 베기로 기간트의 검을 세로로 쪼개고, 수십 겹의 방어 역장을 깨트리고, 기간트의 머리까지 갈라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거 연습으로 되려나?”

도현 역시 오러와 마력을 쓰고 있으니 정신 에너지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신 에너지 그 자체에만 집중을 한 적은 없었다.

집중은 자신이 쓰고자하는 마력과 오러에 쏟아 부었던 것이고, 그렇게 하면 부차적으로 정신력이 흘러나와 오러와 마력을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었다.

- 힌트를 얻었으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쉬웠으면 디디 차타니란 놈이 그렇게 죽지는 않았겠지.”

도현은 시험삼아 정신 에너지만 따로 움직이려 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아니, 정신 에너지 자체를 특정해서 느끼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오러와 마력을 이용한다는 생각을 하면 쉽게 흘러나오는 정신 에너지가, 단독으로는 감지조차 쉽지 않았다.

- 그건 그렇습니다. 정신력과 오러를 융합시키는 부하가 엄청난 모양입니다. 정신이나 육체 양쪽 모두에 말입니다.

하지만 에포르는 도현이 첫 발걸음도 떼지 못한 상태인데, 벌써 오러와의 융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정신 에너지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는 도현이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

- 네, 그건 분명합니다.

에포르도 이번 기록이 엄청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황금의 성에 연구 의뢰를 해야겠군. 정신 에너지와 오러의 융합에 대해서 말이야.”

- 그게 좋겠습니다. 의외의 성과를 낼지도 모르니까요.

“연금술이나 마법 공학, 신비 학파 따위의 연구소에 의뢰를 넣으면 되겠지.”

도현은 그렇게 결정을 했지만 개인적은 수련을 멈출 생각은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가 정신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았으니, 그쪽으로 더 심도 있는 수련을 해 볼 생각이었다.

- 그런데, 고브니 차원이 독립을 했으니 알케이네스에서는 난리가 났겠군요.

“그 덕분에 바비루타도 알케이네스로는 가지 못하고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으로 넘어갔잖아. 아마 다시는 알케이네스에선 거래를 못 할 걸?”

- 그것 참, 안 된 일이네요.

“대신에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과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잖아. 지구와는 연결시켜 줄 생각이 없지만.”

- 바비루타가 좀 준법과 불법의 선을 오락가락 하기는 하지요.

“고브니 종족을 돕겠다는 의도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이득을 챙기고 있었지.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고.”

- 로드의 의전 담당관이자 왕궁 재산 관리인으로서 바비루타는 중요한 거래를 맡길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그래. 그렇게 정리를 하자.”

어쨌거나 자신이 고브니 차원의 독립 봉기를 촉발시켰고, 그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된 바비루타였다.

그래도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과 연결시켜 주었으니 보상은 충분히 한 셈이라, 이제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 그럼 이제 로드께선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에포르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하면 또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도현임을 에포르도 경험으로 배운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게릴라전이라도 벌이고 싶지만.”

- 골드 포탈을 흡수하셨으니 가능한 일이지 않습니까.

도현은 언제든 알케이네스 제국에 포탈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또 지구로도 포탈을 열 수 있고.

그러니 에포르의 말처럼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이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래서 뭐가 남겠어? 제국을 상대로 혼자 싸워봐야 의미가 없지.”

- 하지만 1만의 산성 부대와 흑영, 레인져에 탑의 성까지 동원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텐데요?

에포르는 도현의 가진 전력을 나열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충분히 강력한 전력이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파괴와 살육뿐이야. 물론 알케이네스 놈들을 그런 식으로 쳐 죽이는 것이 나쁘진 않지. 하지만 내가 점령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한계가 명확하지.”

- 악명만 가득 쌓일 뿐, 실제로 얻는 것은 없다는 말씀이군요?

“분풀이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거야.”

- 그럼······.

“차원 회랑의 중심에 가 보려고.”

- 차원 회랑의 중심이면, 전에 그 엑슬리드라는 차원 의회 수호자가 준 초대장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에포르는 차원 회랑이라는 말에 수호자 엑슬리드의 초대장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걸 쓰면 차원 회랑의 중앙으로 갈 수 있다고 했었지. 그리고 꼭 의회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곳에 가시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바비루타가 한 말이 흥미로워서.”

- 바비루타가······. 아! 하이마 차원을 연결해준 보답이라며 했던 그 말 말입니까? 학술원의 탐색자나, 사냥꾼 길드의 사냥꾼, 용병단의 용병이 되면 하위 차원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위 차원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도 있다고 했지. 일정 수준 이상의 문명을 건설하고, 지성족 인구의 수를 충족하면.”

- 그걸 시도해 보시려는 겁니까?

“내가 군왕성의 로드잖아. 일곱 성의 주인이고.”

- 네, 마이 로드!

“이런 내가 문명이 없는 하위 차원 하나를 점령하고 그곳에 일곱 성을 구현해서 지성족 이주민을 받아들이면 좋지 않겠어?”

- 어쩌면 쉽게 차원의 소유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힘을 길러서 알케이네스 놈들의 식민지를 싸그리 빼앗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황제의 뿔은 어떤가도 한 번 뽑아보고.”

- 굳이 그렇게까지 알케이네스와 대립할 것은 없을 거 같습니다만······.

“원래 군왕은 독선적인 면도 좀 있고 그래야 하는 거지. 알케이네스 놈들에 대해선 절대 양보 못한다.”

- 네? 넵 로드. 이 에포르는 로드의 충복입니다. 어찌 로드의 뜻에 왈가왈부 하겠습니까. 그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그런 거 치고는 에포르 너, 잔소리가 많은 편 아니냐?”

- 와악, 로드! 절대, 절대 아닙니다아!

* * *

“아버지!”

“거 참, 누구?”

“왜 이러십니까? 또?”

“니 어머니, 벼르고 있다.”

“아······.”

“잘 해라!”

“네, 알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룹엔 별 문제 없죠?”

“있을 게 뭐가 있겠냐. 우리 유성보다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마음 놓고 있다가 한 방에 추월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차원 회랑이 자주 열린다면서요?”

차원 회랑에 대한 물음에 최성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이마 신목이 지구에 열리는 차원 회랑을 모두 감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를 감추려는 국가나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정보 공개를 강요할 수도 없어서 난감하긴 하지.”

“흑영들은요?”

“제일 바쁘지. 여기저기 파견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흑영을 썼는데도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들이 있습니까?”

“흑영을 투입해도 이미 닫혀 버린 차원 회랑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지. 모두들 입을 딱 다물어 버리니까. 게다가 요즘은 흑영을 감지하는 수법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기도 하고.”

“그래요?”

“흑영이 침투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경계망을 펼친 건물이나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흑영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흑영의 한계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흑영이라고 다 같은 흑영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둠의 성에서 나오는 흑영도 단계가 있고, 지금 쓰는 흑영들 위로 네 단계 위에 있는 흑영까지 있으니까요.”

“응? 그런 것이 있으면······.”

“하지만 제가 지구 전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수준으로 적당히 누르고 있는 거예요.”

“으음.”

“이제와서 지구를 손에 넣겠다거나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럴 거였으면 벌써 일을 벌였겠죠.”

“끄응. 알았다. 하긴 여기서 더 많은 것을 바라면 우리 그룹이나 정부나 도둑놈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거겠지.”

“하하하. 그래도 우리나라 하고 유성 그룹이 하이마 종족과 고브니 종족이과 가장 친하잖아요.”

“음, 그런데 이번에 고브니 종족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리가 있던데?”

“네, 조만간 차원 회랑이 열릴 거예요. 그러면 교류가 더 활발해 지겠죠. 그리고 그건 유성 그룹에겐 호재가 될 거고요.”

“이번에도 네가 뭔가를 했던 모양이구나?”

“하하하.”

아버지의 말에 도현을 멋쩍은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며칠 가족과 시간을 보낸 후, 고브니 차원의 자치령으로 돌아왔다.

- 이제 차원 회랑의 중심으로 가시는 겁니까?

현실에 구현해 놓은 황금의 성 시스템 매뉴얼에 매달려 세밀한 설정을 마무리하자, 에포르가 때가 되었음을 느꼈는지 도현을 보며 물었다.

“그래, 가 보자고. 여기서 세력을 키우기엔 고브니 종족의 눈치도 보이고 하니까, 이참에 하위 차원을 하나 접수해 보기로 하자.”

도현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세력을 키우기로 결심하고, 그 시작을 위해 차원 회랑의 중심으로 향하기로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