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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98화 (98/184)

98. 적당한 크기의 자치령 하나를 주십시오.

98. 적당한 크기의 자치령 하나를 주십시오.

“그, 그 이야기 들었나?!”

바비루타가 다급하게 도현의 방을 찾아왔다.

카르볼레와 라코니 등이 마을로 돌아온 직후였다.

“네네?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마을 놈들이 우리를 억류했다고!”

“네네? 억류라니요?”

“알케이네스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았단 말이야.”

“네네? 그게 막아지는 겁니까? 바비루타 님이 가지고 계신 임시 차원 회랑 생성 아이템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쓰면 되는 거잖습니까?”

“이잌! 바보같은 소리! 지금 이 마을 전체에 역장이 깔린 거 못 느꼈나? 이 역장 때문에 차원 회랑을 열 수가 없단 말이야!”

“네네. 그렇군요. 그럼 보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군요.”

도현은 느긋한 모습으로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런 도현의 모습에 바비루타가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주먹으로 제 가슴을 쳤다.

“아이고, 그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야. 응? 지금 고브니 종족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기나 해?!”

바비루타가 도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네네? 무슨 짓을 벌이다니요?”

“아이고, 아무것도 모르네. 몰라.”

바비루타가 한숨을 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도현을 보았다.

“잘, 들어. 고브니 일족이 알케니에스 제국에 대한 반력을 꾀하고 있어.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현은 일부러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바비루타가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 마을하고 거래를 좀 했잖아. 그러면서 차원 에너지와 포인트도 적잖게 내줬고.”

“네네. 그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고브니 종족이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가 왜 필요하겠어? 그들은 차원 회랑을 열 수도 없고, 알케이네스 제국이 만든 회랑을 사적로 이용할 수도 없는데.”

“네네. 그건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들이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를 모으는 것은 언젠가 이곳 차원의 차원 회랑을 차지해서 관리하려는 의도일 수밖에 없지.”

“네네, 그런 것입니까?”

“그 외에도 물론 화폐의 용도로 쓰긴 하지. 밀거래를 하는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닐 테니까, 다른 경로를 통해서 금지된 재료들을 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진짜 사용처는 차원 회랑의 통제가 분명해.”

“네네. 그렇다고 치지요. 하지만 갑자기 반역이라니요? 그게 차원 에너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니야. 그게 아니지. 차원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은 반역의 의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근거일 뿐이야. 문제는 그런 고브니 종족이 나와 자네를 구금했다는 거지. 그건 앞으로 거래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고.”

“네네. 그 정도 일이라면 고브니 종족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이 분명하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네네. 하지만 추측일 뿐이지 않습니까.”

“아니, 그야······.”

확신에 가깝다곤 해도 증거가 없는 추측.

바비루타는 도현의 반문에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너무 급진적인 거 아닌가?’

하지만 도현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속은 복잡했다.

카르볼레와 라코니 등이 전체 혈족 회의에 다녀온 즉시, 마을의 이방인들을 구금하다니.

이건 바비루타의 예상처럼 알케이네스로부터의 독립을 당장 실현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 로드, 이미 이 마을에도 규격 외의 타이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마을들에도 같은 수준의 타이탄들이 있다고 봐야 하지요.

‘그건 그렇지.’

- 거기에 삼중첩 마력석 심장을 달아주기만 하면, 엄청난 전력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준비해 왔던 것을 업그레이드해서 알케이네스와 전면전을 하겠다고?’

- 그래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다급하게 일처리를 하는 거겠지.’

도현은 에포르의 상황 분석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이어 찾아온 라코니 장로가 확인시켜 주었다.

라코니 장로는 도현을 카르볼레의 대장간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카르볼레는 도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수호신을 내어 달라고요?”

도현이 물었다.

“총독부는 어떻게든 처리를 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황제 직할로 새로 생긴 차원 회랑이 문제야.”

“거기에 뛰어난 실력자가 있는 모양이지요?”

“마스터 최상급, 어쩌면 그 다음 경지도 발을 걸쳤을 거라고 하는 기사가 있다.”

“그런 기사가 있었습니까?”

“알케이네스의 황족이지. 황제의 숙부이면서 고작 평기사에 머물고 있는 이가 있지.”

“황족인데 평기사란 말입니까?”

“원래 알케이네스의 황족은 황제가 즉위하면 그 윗대는 모두 은퇴를 하게 되어 있지.”

“은퇴가 평범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일종의 금역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데 황제의 숙부가 금역에 들어가지 않았다고요?”

“황족으로서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평기사가 되는 조건이었지. 그는 금역에 갇히기 보다는 평기사가 되어 계속 수련을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고 하더군.”

“한 마디로 수련광이라고 정리하면 됩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 속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

“아무튼, 그런 놈이 황제의 명령을 받아서 황제 직할의 차원 회랑을 지키고 있단 말이군요?”

“그래.”

“그리고 그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 수호신이 필요하고요?”

“맞다.”

“그럼 수호신 라이더는 누가 되는 겁니까?”

수호신은 타이탄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원격 제어가 가능한 기간트로 개조되었다.

18미터 크기의 기체는 마스터 최상급이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기체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 라이더의 역량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

도현의 물음이 카르볼레는 살짝 표정이 흔들렸다.

“예비 라이더가 설마 마스터 중급은 되겠지요?”

도현의 물음에 카르볼레는 슬쩍 시선을 외면했다.

이에 도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스터 중급도 불안한데 그 이하라면 절대 수호신을 내어 줄 수 없습니다.”

“아니, 그걸 왜 네가 결정한단 말이냐. 그 수호신은 우리 고브니 일족이 만든······.”

“최상급 마력석 세 개, 그걸 제공한 것이 접니다. 그리고 그 대금은 따로 받지 않고 완성된 기간트로 받았지요. 다만 고브니 차원의 독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수호신을 대여해 줄 생각이었지만, 마스터 중급에게 맡겨서 최상급 혹은 그 이상의 실력자와 싸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수호신이 네 소유라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수준에 맞는 라이더를 찾아올 수 없다면 수호신을 빌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끄응.”

도현의 단호한 거절에 카르볼레가 신음을 내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럼 어떻게 할까? 이번 봉기에 우리 종족의 미래가 걸렸어.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누구의 손이든 빌려야 할 때란 말이지.”

잠시 후 카로볼레가 도현에게 부탁을 하듯 물었다.

“그야 거래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도현이 대답했다.

“거래라고?”

“그 황족 실력자를 제가 맡는 걸로 하지요. 물론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말입니다.”

“대가? 대가라고? 용병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포일로 종족이?”

포일로 종족은 애초에 전투력이 뛰어난 종족이 아니다.

특별한 개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도현의 실력은 고작해야 익스퍼트 중급 정도.

카르볼레도 그런 수준을 알아봤기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 황족을 제압하면 대가를 받을 것이고, 아니면 못 받겠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네가 실패하면 너는 단지 기간트를 잃을 뿐이지만, 우리 종족은 멸망을 걱정해야 해!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하자고!?”

도현의 말에 카르볼레가 크게 화를 냈다.

이에 도현이 슬쩍 숨겨 놓았던 오러를 끌어 올렸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웅!

“으음? 지, 지금?”

카르볼레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마스터 중급과 상급 사이입니다. 하지만 수호신을 이용하면 마스터 최상급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요.”

“그, 그게 정말이냐?”

“보고도 못 믿는 겁니까?”

“아, 아니······.”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마스터 상급과 중급이 포함된 1만 병력을 투입하지요. 최하 익스퍼트 수준의 정예병으로.”

“뭐? 뭐라고?”

“이만하면 딜이 되겠습니까?”

“저, 정말 그만한 군대를 끌고 올 수 있다고? 하지만 알케이네스 놈들의 눈을 어떻게 피한다는 거지?”

카르볼레는 도현이 1만의 정예 군대를 이야기하자 흥분하다가, 그게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떠올리고 되물었다.

다른 차원에서 고브니 차원으로 대형 차원 회랑이 열리면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고작 몇 명이 오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회랑이야 감지하기 어렵고, 감지를 해도 그냥저냥 못 본척 하지만, 1만의 군대가 이동할 규모라면.

“절대 들키지 않고 넘어올 수가 없어! 그리고 제국 놈들이 우리 차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알아차리면 곧바로 원군을 보낼 거라고!”

그렇게 되면 봉기고 뭐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고브니 차원의 독립은 알케이네스와 연결된 차원 회랑을 막고, 고브니 차원에 들어와 있는 제국의 세력을 일소하는 것만이 답이다.

만에 하나라도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알아차리고 병력을 파견하면 승산은 없다고 봐야 한다.

“걱정할 거 없습니다. 이미 군대는 이곳 고브니 차원에 들어와 있습니다.”

“뭐? 뭐라고? 군대가 와 있다고!?”

하지만 군대가 이미 이쪽 차원에 와 있다는 말은 그런 카르볼레의 걱정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말이었다.

그것이 사실이기만 하다면.

“보시겠습니까?”

도현은 피식 웃으며 산성 병사 한 개 분대를 소환했다.

열 기의 산성병사는 백인장 하나와 십인장 아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이게······.”

흙먼지가 일어나더니 흙으로 된 병사를 만들어내자 카르볼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느끼기에도 그 흙인형 병사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 녀석은 백인장, 뒤에 녀석은 십인장입니다. 그리고 1만의 부대를 소환하면 대장군 하나와 5천인장 둘, 천인장 열, 백인장 백 기가 소환됩니다.

당연히 십인장 천에 일반병 1만이 더해져서 1만 대군이 되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1,1113기의 군대입니다.”

“소, 소환이라고?”

도현의 설명에 카르볼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아는 어떤 소환사도 그렇게 많은 소환체를 소환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는 규격 외의 존재가 눈앞에 있다니.

“어떻습니까?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그런 카르볼레를 보며 도현이 물었다.

“요, 용병이란 말이지?”

“할켄이나 그 혈족과 좋은 관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료 봉사를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얼마를 원하나?”

카르볼레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임을 알았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값을 물었다.

“자치령! 적당한 자치령 하나를 주십시오.”

그에 도현이 통 크게 고브니 차원의 일부를 요구했다.

“뭐? 자치령?”

“제가 차원 상인이라 적당한 거점이 하나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니 고브니 차원에도 제 거점 하나를 세우고 싶습니다.”

“우리 차원에도? 그럼 다른 차원에도 있다는 소리냐?”

“지구와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 포일로 차원에요.”

“허! 작은 상인이 아니었군. 대상이었어. 대상.”

“어떻습니까? 거래 하시겠습니까?”

“혈족 회의에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번 봉기를 위해 조직된 대표 혈족 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좋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딜이 성사되면 제가 상대해야 할 황제 직할의 차원 회랑에 대한 정보도 함께 주시고요.”

“당연하지! 하루 정도 기다리면 답을 가지고 오지.”

카르볼레는 그렇게 기약을 남기고 다시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도현은 고브니 차원의 독립 봉기에 맞춰서 알케이네스 제국의 황족 기사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싸움이 코앞인데 이렇게 마음이 편한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가 직접 안 싸워서?’

- 네, 로드. 앞으로도 기간트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청드립니다.

‘뭐, 기간트를 쓰는 것이 내 개인 무력보다 훨씬 강하니까 그렇게 될 확률이 높지.’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기간트 원격 제어를 위한 캡슐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그 즉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18미터 거체의 기간트가 눈을 번뜩였다.

= 시간이 되었다! 가자!

쿠구궁 쿠구궁!

쿠궁! 쿠궁! 쿠궁! 쿠궁!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도현의 기간트가 앞장서고, 그 좌우에 산성병사들이 날개처럼 펼쳐져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순간 그 모두를 감싸고 있던 마법 역장이 벗겨지며 기간트와 산성병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차원 회랑을 눈앞에 둔 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고브니 차원의 독립 봉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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