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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96화 (96/184)

96. 이거면 고브니 차원의 독립도 가능하다

96. 이거면 고브니 차원의 독립도 가능하다

“포일로 종족이 어떻게 우리 종족의 비기를 알고 있지?”

도현이 단검의 날을 다시 손잡이에 결합하고 검집에 넣은 후, 배주머니에 보관하기까지.

늙은 대장장이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한 몸짓을 덜컥거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늙은 대장장이의 흥분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래서 드디어 도현이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대장장이는 조금 차분해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어느 혈족의 것인지도 알아보셨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포일로의 쟈이코, 차원 상인으로서의 상징 같은 ‘네네’는 빠진 말투였다.

“반역자들! 차원 침략에 동원되었다가 반역을 일으킨 혈족의 것이더군.”

늙은 대장장이는 도현이 보인 비법이 할켄 혈족의 것임을 알아보고 있었다.

“네, 할켄, 룸켄, 모르켄. 그들의 혈족이 가지고 있는 비법입니다.”

도현은 구체적으로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밝혔다.

“할켄, 룸켄, 모르켄. 그 놈들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들을 만났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살아 있었나?”

“지구 차원에 정착해서 그들과 협조하고 있지요.”

“이곳에 남은 혈족들은 모두 다른 혈족이 되었는데?”

“그건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할켄을 비롯한 세 장로들은 기간트를 만들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차원 침략에 동원되었다고 했습니다.”

“끄응. 기간트! 그래, 그걸 위해서 남은 혈족까지 버렸단 말이지?”

“버린 것이 아니라, 동의라고 했습니다. 혈족을 바꾸는 것은 죽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지요? 그래서 이곳에 남은 혈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더군요.”

“그래, 이해할 수 있다. 기간트를 만들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고브니 종족의 염원이나 다름없는 기간트였다.

알케이네스 제국의 식민지가 된 후로, 그 기간트에 대한 기초 지식까지 모두 사라졌다.

남은 것은 타이탄, 그것도 중급까지만 제작이 허락된 상태였다.

늙은 대장장이 역시 그것이 한이 된 사람이었다.

“창자가 끊어져 피를 토하며 내린 결정이지만······. 그들은······ 성공했습니다.”

도현은 늙은 대장장이가 흥분하지 않도록 최대한 차분한 음성으로 ‘성공’을 입에 담았다.

“서, 성공?! 그게 무슨 말이냐? 성공이라니! 서, 설마 기간트를 만들었다는 소리냐!”

하지만 그 차분함도 늙은 대장장이에겐 큰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대장장이는 당장 도현의 목이라도 잡을 듯이 흥분해 있었다.

“타이탄은 15미터급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기간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성공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15미터 타이탄? 그, 그럼?”

“오러 마스터 중급까지, 무리하면 상급까지도 어찌어찌 버텨볼 정도가 되지요.”

“오오오. 타이탄이 오러 마스터 상급과?”

“물론 오래 버티진 못합니다. 중급이라도 결과적으론 서로 비기는 수준이겠지요.”

“그게, 그게 어디냐! 오러 마스터 중급은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이탄이라면 그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오러 마스터 중급이 탄생하는만큼 오래 걸릴 일은 없겠지.”

“그야 그렇지요. 재료만 준비된다면 몇 달이면 만들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재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그 정도면 상급 마력석으로도 어렵겠지?”

“아닙니다. 다행히 상급 마력석을 가공해서 출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타이탄 심장을 만들 때에 중심 마력석을 세 개까지 중첩해서 넣는 방법을 만들어 냈지요.”

“마력석 중첩? 그 말은 중급 마력석도 중첩해서 상급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건가?”

늙은 대장장이는 도현의 입에서 나온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도 알아차렸다.

“어떻습니까? 할켄과 룸켄, 모르켄은 그들의 혈족을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 합니다. 단, 알케이네스 제국의 식민지가 아니라 독립된 차원의 주민으로 말입니다.”

“이이이이!”

도현의 말에 늙은 대장장이는 어금니를 깨물며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다.

혈족을 버리고 다른 차원에 뿌리를 내린 배신자들.

그들이 고브니 차원의 독립을 이야기하다니!

“더불어서 절반의 기간트가 있습니다.”

“절반!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기간트를 만들었다면 만든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기간트가 뭡니까?”

“그야 타이탄에 라이더가 탑승해서 라어더의 오러와 타이탄의 마력을 융합한 힘을 내는 기체지. 더더욱 라이더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기체라, 아무래도 타이탄 보다는 반응도 빠르고 임기응변도 가능한 기체!”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만든 타이탄에는 라이더의 오러와 타이탄 심장의 마력을 융합하는 기술이 빠졌습니다.”

“에잉, 그렇다면 기간트라 할 수 없지. 그래서야 출력이······.”

“대신에 삼중첩 마력석 심장이 있지요.”

도현이 중간에서 늙은 대장장이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늙은 대장장이는 그것에 화를 내지 못했다.

사실 오러와 마력을 융합시킨 힘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삼중첩 마력석보다 더 나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실전되어 전해지지 않는 오러와 마력의 융합, 그 힘을 쓰는 기간트가 삼중첩 심장보다 뛰어나다 주장할 근거가 없었다.

“자, 그래서 기간트의 출력 부분에선 대략 기준을 맞춘 것이라 볼 수 있겠지요.”

“그, 그렇다고 인정하지. 그래, 그 정도면 부족하더라도 기준을 맞춘 거겠지.”

늙은 대장장이는 고브니 종족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

“그럼 다음 문제인데, 지구에서 만든 기간트는 리어더가 직접 탑승하지 않습니다.”

“뭐라? 그럼 그게 어떻게 기간트라고 할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

“대신에!”

도현이 단호한 고함으로 반발하는 늙은 대장장이의 기세를 억눌렀다.

“라이더의 의지를 원거리에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기간트의 몸 안에서 라이더의 의지를 전하는 것이나, 몸 밖에서 전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기간트에 오러를 주입할 이유가 없으니, 라이더를 위험한 기간트의 몸속에 넣을 이유도 없지요.”

“음? 라이더가 기간트에 탑승하지는 않지만 직접 움직이긴 한다고? 그걸 원격으로?”

“맞습니다. 그건 도리어 라이더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큰 것이지요.”

“으음. 기간트에 오러를 밀어 줄 이유가 없으니, 원격 조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겠지. 그런데 원격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즉각 반응! 그것이 기간트를 완성했다고 선언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걸 할켄과 룸켄, 모르켄이 인정했다고? 기간트가 라이더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늙은 대장장이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딜레이가 없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오오오. 그렇다면 확실히! 그래 새로운 기간트의 탄생이라고 봐도 되겠군. 그럼 그 기간트의 심장은······.”

“최상급 마력석 세 개를 중첩시킨 기체가 하나 있습니다. 나머지는 상급 마력석 세 개를 중첩시킨 것들이 있고, 중급으론 만들지 않았습니다.”

“최상급 마력석 세 개, 그걸 중첩으로?! 차라리 그냥 최상급 마력석을 이용한 기간트 세 개를 만드는 것이······.”

“고브니 차원의 수호신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도현은 다시 늙은 대장장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허어.”

늙은 대장장이는 그 말에 짧은 탄성과 함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원하는 것이 뭔가? 분명 목적이 있어서 나를 찾아온 것일 텐데?”

늙은 대장장이가 도현을 보며 물었다.

“따로 누군가를 특정해서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할켄과 룸켄, 모르켄의 부탁을 받아서, 그들이 이룩한 것을 이곳 고브니의 모든 혈족들에게 알리려는 것 뿐입니다.”

“뭐?”

“마력석의 삼중첩 기술과 기간트 원격 제어 기술. 이 두 가지를 고브니 차원 전체 혈족에게 알리는 것, 그것이 제가 고브니 차원을 찾은 이유입니다.”

“허허허, 허허허허허! 혈족만의 기술을 모두에게? 그게 정말인가?”

“대가는 고브니 차원의 독립! 그리고 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과오도 묻지 않는 것입니다.”

“과오라니!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과오를 물어!”

늙은 대장장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힘겹게 몸을 추슬러 일어나더니 대장간의 화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개의 레버를 복잡하게 움직였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륵!

그러자 맹렬한 열기를 뿜어내던 화구가 한쪽으로 밀려나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따라와라. 이걸 열어 놓을 수 있는 시간이 무척 짧으니.”

늙은 대장장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구르듯이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도현도 다급함을 느끼고 급하게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 * *

“무슨 일입니까?”

의외로 계단을 따라 내려간 곳에서 제일 먼저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마을의 장로인 라코니였다.

그는 늙은 대장장이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라코니 뒤에는 네 명의 고브니 종족이 뭉쳐 있었다.

“아니, 카르볼레 님, 어찌 이방인을 이곳에 데리고 오신 것입니까?”

“카르볼레 어르신께서 기관을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내려오긴 했습니다만,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라코니 장로 뒤쪽에 있던 이들은 포일로 종족의 모습을 한 도현의 등장에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늙은 대장장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늙은 대장장이를 카르볼레라 부르며 존대하고 있었다.

“조용!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포일로의 이방인, 너는 나를 따라와라.”

카르볼레는 짧고 단호한 한 마디로 장로들을 잠재우고 도현을 어딘가로 이끌었다.

“어르신! 아니, 이방인에게 그곳을 보여준다는 말입니까?”

“다시 생각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곳은 바비루타도 데려가지 않은 곳입니다.”

“맞습니다. 보여도 바비루타에게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시끄럽다. 바비루타는 아직 완전한 믿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니 시간을 더 두고 봐야 한다.”

장로들의 만류에 카르볼레는 그렇게 호통을 치고 좁은 통로를 몇 번 돌아서 목적지까지 도현을 데리고 갔다.

“이것은?”

도현은 그곳에 있는 타이탄을 보고 깜짝 놀랐다.

12미터급의 타이탄이었다.

“아이고, 결국 보여주고 말았네.”

“어르신께서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야 그렇겠지만.”

결국 다른 장로들도 포기했는지 저들끼리 구시렁거리며 도현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봐서 알겠지만, 제국에서 금지한 타이탄이다. 이게 여기 있다는 것이 밖으로 알려지면, 우리 혈족은 멸족을 당하겠지.”

“바비루타와 마력석 거래도 했던 모양이군요. 나한테 상급 마력석을 요구한 것도 이런 것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말입니다.”

“그래, 이거 몇 개를 더 만든다고 알케이네스 제국을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수 백 년이 지나면 언젠가는 제국을 몰아낼 전력을 갖출 수 있겠지.”

“문제는 상급 마력석이겠군요? 중급 마력석이야 그런대로 허용이 된다고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만약 네가 말한 그걸 적용하면······.”

“머지않아 알케이네스 제국을 몰아낼 수 있겠군요. 거기에 원격 기간트 제어 기술까지 사용하면.”

“그 기술, 타이탄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 싶은데?”

“하하하. 약간의 개조만 거친다면 타이탄이나 기간트나 다를 것이 없지요. 가능합니다.”

“그래! 그거야. 그거면 우리 차원의 독립도 꿈은 아니지!”

늙은 대장장이 카르볼레는 환호성을 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라코니를 비롯한 다섯 장로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도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지. 라코니!”

“네, 어르신!”

카르볼레의 부름에 라코니 장로가 곧바로 허리를 접었다.

“전체 혈족 회의를 요청해라.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혈족이 빠짐없이 참가해야 하며, 이는 극비로 진행되어야 한다!”

“네?”

“그렇게 해! 그만큼 중요한 일이야. 그리고 그 일에 우리 혈족의 모든 것을 건다고 해! 우리가 가진 기술까지 모두!”

“네? 네!”

라코니는 기술까지 건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이네 수긍하고 고개를 숙였다.

“너, 너는 이제부터 이곳에서 우리들에게 네가 가지고 온 두 가지 기술을 전수해 다오. 최대한 빠르게. 가능하겠지?”

라코니가 급하게 모습을 감추자, 카르볼레가 도현을 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했던 장로들도 뭔가를 알아차린 듯이 도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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