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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91화 (91/184)

91. 만약을 대비한 단검일 뿐입니다만

91. 만약을 대비한 단검일 뿐입니다만

“네네, 차원 상인 쟈이코라 합니다.”

도현은 은빛 뿔의 알케네이스 귀족을 보자 짧은 팔로 앞가슴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래, 네가 젊음의 비약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지? 그것이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의 신목에서 나는 씨앗과 같은 효과가 있고?”

“네네, 제가 그런 비약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효과는 신목의 씨앗보다 더 좋은 것입니다.”

“신목의 씨앗보다 효과가 좋다고? 그게 진짜냐?”

“네네, 물론입니다. 상인은 신뢰가 생명입지요. 네네, 그래서 절대 자신의 상품에 대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어디 그 젊음의 비약을 꺼내 보아라.”

은빛 뿔의 귀족은 도현에게 비약을 꺼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네네, 송구합니다만 저희 포일로 일족은 상품의 대금을 보기 전에 상품을 내어 놓지 않는 관습이 있습니다. 네네.”

“뭐라? 그 말은 설마 내가 네게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물건을 빼앗을 것 같단 말이냐?!”

“노옴, 천한 상인놈이 감히 가주님을 욕보여?!”

도현이 상품과 교환할 대가를 보기 전에는 물건을 꺼낼 수 없다고 하자, 귀족과 시종장이 분노를 터트렸다.

그들은 도현의 행동이 귀족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했고, 그것은 곧 귀족의 명예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네네, 이리 화를 내시니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 행동은 다른 어떤 뜻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저희 포일로 종족의 관습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절대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믿거나 믿지 않거나, 혹은 의심하거나 의심하지 않거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구나?”

“네네, 그러합니다. 그저 오래도록 전해진 종족의 관습을 지키려 하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런 관습이 생겨난 이유야 뻔한 것이다.

상대가 거래를 할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좋다. 네가 그리 말하니 일단은 인정해 주마. 시종장!”

“네, 가주님.”

“저 자가 젊음의 비약의 대가로 바라는 것을 내어 주라.”

“알겠습니다 가주님.”

시종장은 은빛 뿔, 귀족의 명령에 곧바로 허공에 손짓을 해서 큰 상자 하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스크롤로 된 증서 하나를 꺼내 도현에게 내밀었다.

“확인할 수 있느냐?”

시종장은 증서를 받아드는 도현을 보며 물었다.

“네네, 교육을 받았습니다. 알케이네스 제국의 공용 문자와 증서에 대해서 기초적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도현은 짧은 팔로 증서를 받아 펼친 후, 그것을 펼쳤다.

그리고 슬쩍 몸을 틀어 귀족과 시종장을 피한 후, 증서의 내용을 살폈다.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는 증서는 맞네. 그런데 그 보증인이 자작가문이라고 되어 있군. 휼트 자작가.’

- 하지만 저 귀족이 휼트의 가주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휼트는 다른 가문이겠지. 하지만 어쨌거나 이 증서는 다른 확인 없이 제국 내의 어디로든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허가장이 분명해.’

- 원하는 것을 얻기는 했군요.

‘그렇지.’

도현은 그렇게 대꾸하며 증서를 배주머니를 통해 에포르에게 맡겼다.

그리고 다시 시종장이 소환한 상자의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대충 확인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중급의 마력석.

상자의 크기를 감안하면 도현이 젊음의 비약의 최저 가격으로 정해 놓은 것보다 약간 많아 보였다.

“네네, 감사합니다. 확인은 끝났습니다.”

도현은 상자에 엎드려 배주머니 입구를 닿게 해서 상자를 에포르에게 넘겼다.

순식간에 사라진 상자 때문에 도현은 앞으로 고꾸라지는 몸을 간신히 바라잡았다.

“네네, 추태를 보일 뻔 했습니다.”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 세운 도현이 귀족을 향해 어렵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제 젊음의 비약을 내어 주면 되겠구나.”

은색 뿔의 귀족은 이미 모든 거래가 마무리 되었다는 듯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시종장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펼쳤다.

일이 끝났으니 나머지 과정은 시종장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네네, 대금을 받았으니 당연히 물건을 내어 드려야지요. 여기 있습니다. 젊음의 비약입니다.”

도현은 배주머니에서 젊음의 비약을 꺼내 시종장에게 내밀었다.

시종장은 도현이 내미는 비약을 받은 후, 세밀하게 그것을 살폈다.

그런데 그런 시종장의 한쪽 눈에는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외알 안경이 씌워져 있었다.

- 물품 감정 기능이 있는 안경인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군.’

“제대로 된 물건이군. 비약에 이상은 없구나. 으음?”

시종장은 감정을 마친 후, 도현을 보며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다급한 표정으로 은색 뿔의 귀족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감히!”

“무, 무슨 일이냐!”

언제 빼들었는지 찌르기용의 날카로운 검을 든 시종장이 의자에 앉아 있는 은색 뿔의 귀족을 공격했다.

이에 은색 뿔의 귀족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책으로 시종장의 찌르기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시종장의 검이 목표를 찌른 후였다.

까강! 스슷!

“그림자?”

“암습입니다 가주님!”

시종장의 공격이 성공한 후, 은색 뿔의 귀족은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시종장의 검이 찌른 것은 귀족이 앉아 있던 의자 옆으로 늘어진 그림자.

그런데 찌르기 공격을 받은 그림자에서 검은 인형이 솟구치며 시종장의 검을 쳐 내고 허공으로 녹아들듯 흐릿하게 사라졌다.

시종장이 공격한 것은 도현이 숨겨 놓은 흑영이었던 것이다.

“저기! 아니, 저기도! 저기도?!”

그런데 시종장은 자신의 공격을 막고 사라진 흑영을 찾다가 얼굴의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그가 서재 안에서 발견한 암살자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음?”

이에 은색 뿔의 귀족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책을 허공에 던졌다.

파라라라라라락!

그러자 책이 허공에서 낱장으로 분리되며 수 백 장의 종이가 서제 안의 공간을 채웠다.

“어떤 놈들이 감히!”

파파파팟! 파파팟!

그리고 다음 순간 은색 뿔 귀족의 손짓에 그 종이들 중에 십여 장이 빛의 폭발을 일으키며 숨어 있는 흑영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암기처럼 날아드는 종이들.

빛을 터트려 흑영들을 드러나게 하고, 동시에 종이를 암기처럼 사용해서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카가강! 카가가강! 카드득!

“허어! 그걸 막고 피해?”

하지만 흑영들은 만만치 않았다.

빛이 터지면서 모습이 드러났다고 해서 흑영들의 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강철처럼 견고하고 날카롭게 변한 종이들이지만 그런 직선적인 공격에 쉽게 당할 흑영들이 아니었다.

“으음? 그런데 이상하군. 어째서 방어만 하는 거지?”

흑영들이 종이 공격을 쳐 내고 다시 서재의 여기저기로 몸을 숨긴 순간, 은색 뿔의 귀족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흑영들을 찾아내고 공격을 했음에도 반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아직 가주님에 대한 공격 명령은 받지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염탐이 목적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거사가 들통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으냐!”

“숨어든 저 그림자들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리들의 계획을 밖으로 전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

“송구합니다. 가주님.”

시종장은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가주는 확신을 요구했다.

그건 시종장으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시종장의 고개가 바닥을 향해 깊이 숙여졌다.

“너! 상인!”

그 때, 은색 뿔의 귀족이 도현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네네, 소인 여기에 있습니다.”

다급한 상황속에서도 꼼짝 않고 서 있던 도현이 굵은 허리를 간신히 숙이며 대답했다.

“너는 태연하구나?”

그런 도현을 향해 귀족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네. 이런 상황에서 하찮은 재주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냉정하게 바라보며 수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흥! 거짓말!”

도현이 변명을 했지만 은색 뿔의 귀족은 콧방귀를 뀌었다.

“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감히 나를 속이려 들다니!”

파라라라라라라락! 쉬쉬쉬쉿!

은색 뿔의 귀족이 다시 손짓으로 허공에 떠 있는 종이들을 움직였고, 그 중에 몇 개가 검게 물들며 흑광을 뿜더니 도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네네네? 이게 무슨······.”

도현은 깜짝 놀란 듯이 허둥거렸지만 그 검은 종이들이 자신을 직접 공격하려는 것이 아님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어 속으로 바짝 긴장했다.

그런데.

“역시! 너였구나!”

검은 빛을 내는 종이들이 도현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자 은빛 뿔의 귀족이 밝은 표정으로 도현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순간 도현은 자신과 흑영을 이어주고 있는 계약 관계가 드러난 것을 직감했다.

소환체와 소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

그것을 은빛 뿔의 귀족이 밝혀 낸 것이다.

“네네네, 이거 참.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네네네.”

도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며 은색 뿔의 귀족을 바라보았다.

“네 이놈! 감히 암살자를 대동해? 죽어라!”

그 때, 시종장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도현을 향해 검을 찔러왔다.

포일로 종족의 모습을 한 도현은 당황한 듯 짧을 팔을 허둥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네네네네? 히이익!”

카가가강! 카강!

하지만 그것은 그저 연기였을 뿐, 어느새 도현의 곁에는 네 기의 흑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종작의 검을 막아냈다.

“이 노옴!”

공격이 막힌 시종장이 다시 공격을 하려는 순간.

“그만!”

은색 뿔의 귀족이 고함을 질렀고, 시종장은 움찔하며 공격을 멈추고 주인의 곁으로 물러났다.

“호위를 데리고 왔다는 거로구나.”

은색 뿔의 귀족이 도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네. 세상이 험하니 제 몸 하나 지킬 능력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몸 지킬 능력이라?”

“네네네. 보시는 것처럼 소환체가 아니겠습니까. 그저 저의 미천한 능력일 뿐, 특별히 소인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니지요.”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듯이 뻔뻔한 표정으로 항변하는 도현.

그러자 시종장이 발끈하며 나서려다가 주인의 손짓에 다시 덜컥 멈춰 섰다.

“잘못을 한 것이 아니다?”

“네네, 미천한 상인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 작은 단검 하나를 몸에 지니고 들어온 것이 아닙니까. 그 단검이 이리 생긴 것이 문제가 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네네.”

도현은 자신을 지키는 흑영 하나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생긴 것이 인간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흑영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소리다.

“흐음. 딴은 그렇기도 하군.”

“가, 가주님.”

너무 뜻밖의 말이었을까?

시종장이 깜짝 놀라며 제 주인을 돌아보았다.

“어디 가서 말도 못할 인형 따위, 그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네가 감히 거래를 하러 오면서 단검을 숨겨 온 것은 어찌 변명할 테냐?”

은색 뿔이 추궁하듯 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서재에 넓게 퍼져 있던 종이들이 귀족에게 조금 더 가깝게 모였다.

도현의 저항이나 반발을 예상하고 종이들을 가까이 둔 것이다.

“변명이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거래가 끝나면 목을 치겠다는 손님을 만나는 자리인데 이 정도 준비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도현의 어투에서 ‘네네’가 빠져 나갔다.

그리고 살짝 움츠렸던 어깨까지 활짝 폈다.

그런 변화에 귀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말을 꺼냈다는 것은 끝장을 보겠다는 소리로구나?”

은색 뿔 귀족의 눈에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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