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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87화 (87/184)

87. 다른 차원을 가 보고 싶다

87. 다른 차원을 가 보고 싶다

“염치없지만 도움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에일리가 말했다.

“무슨 일인데?”

“저희 고향과 차원 회랑을 연결해 주십시오.”

“응?”

“저희 차원은 아직 다른 차원과 교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원 회랑에 사용할 차원 에너지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교류를 못해서 차원 에너지를 모으지 못했다고?”

“차원 회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원 에너지 혹은 캐슬 님이 가지고 계신 포인트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교류와 무슨 상관이지?”

“차원 교류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포인트나 차원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차원 회랑을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차원 회랑이 열려도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가 없으면 그걸 이용할 수가 없다는 거군.”

“애초에 차원 회랑을 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다른 차원에서 회랑을 열어주고, 그 대가로 거래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도 합니다.”

도현의 말에 윌로우트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동안 저희 차원이 독립한 것을 알고 몇몇 차원에서 차원 회랑을 연결했습니다.”

에일리가 다시 말을 받았다.

“응?”

“하지만 저희 일족은 그 차원 회랑을 통해 어떤 교류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첫 교류는 이곳 신목이 있는 차원이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으음.”

“하지만 차원 교류를 하지 못하니 지금까지 차원 회랑을 연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를 얻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번갈아 이어진 에일리와 윌로우트의 설명에 도현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쉽게 가자고 했으면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에 교류를 신청한 곳들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그랬으면 어떻게든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에너지나 포인트를 모아서 차원 교류를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이마 신목이 있는 지구와 첫 교류를 하겠다며 지금까지 고집을 피워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으로 통하는 회랑을 열어달라고?”

“네, 사실 좌표만 알고 있다면 회랑을 여는 데에는 그리 많은 포인트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윌로우트의 말이 맞습니다. 적어도 캐슬 님께 부담이 될 정도는 절대 아닐 겁니다.”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그렇게 말하며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상 염치없이 도현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부탁이 아닌가.

아무리 도현의 시종이나 가신을 자처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일방적인 부탁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지. 나도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에 한 번은 가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둘의 긴장과는 상관없이 도현의 대답은 거리낌 없는 승낙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보니까 이거 차원 회랑이 열리면, 양쪽 차원의 존재들끼리 포인트 거래도 되는 모양이네.”

“그렇습니다. 차원 회랑의 에너지나 포인트는 매우 가치가 높은 화폐라 할 수 있습니다.”

윌로우트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염치 없는 부탁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차원 회랑을 연결한 후에 포인트를 나눠줄 테니까 알아서 활용을 해 봐. 보아하니 포인트가 있으면 또 그걸로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를 벌어들일 방법도 있는 모양인데.”

“아, 그런 배려까지. 고맙습니다.”

“염치없는 일이긴 하지만 일단은 포인트를 받겠습니다. 하지만 금방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로드.”

윌로우트가 오랜만에 도현을 로드라고 불렀다.

하이마 드리아드 종족이 도현을 로드라 부르는 경우는 도현에게 충심과 감사를 강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였다.

“자자, 그런 소린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하고. 중요한 건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으로 어떻게 회랑을 여는 건지 좀 알아야겠는데? 차원 회랑을 열고 싶다고 생각해도 알케이네스와는 다르게 회랑의 이미지가 안 잡히네?”

알케이네스는 지금도 마음을 먹기만 하면 회랑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은 아니었다.

“좌표를 모르시니 그런 겁니다.”

“맞아요.”

“그럼 좌표를 알아야겠네? 그런데 차원 좌표가 어떤 거지?”

도현은 그 스스로 포탈 이동이라는 차원간 이동 스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스킬에서 도착지의 좌표를 따로 구별할 수는 없었다.

“좌표는 하이마 신목께서 도와주실 거예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제주도에 한 번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곤란하시다면 신목께서 이곳으로 오실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본체가 아니면 쓸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알았어. 지금 출발하지.”

에일리와 윌로우트의 말에 도현은 곧바로 제주도행을 결정했다.

하이마가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지금 에일리와 윌로우트처럼 식물을 이용해서 분신을 만드는 것처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래서야 하이마 신목이 제 힘을 내기는 어려울 터.

자그마치 차원 회랑을 연결하는 일인데, 분신에게 기댈 수야 있나.

“그럼 제주도에서 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도현의 결정에 에일리와 윌로우트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창틀에 있는 화분의 고무나무와 행운목으로 되돌아갔다.

* * *

<중구난방,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차원 회랑>

지금 지구는 무분별한 차원 교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원 교류를 위해서는 다른 차원과 연결된 차원 회랑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차원 회랑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

차원 회랑을 열기 위해서는 차원 에너지 혹은 차원 회랑에 쓰이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알케네이스 차원 침략전에서 활동한 헌터들은 차원 회랑에 쓰이는 포인트를 승리 보상으로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누구든 그 포인트만 있다면 차원 회랑을 열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지구의 차원 좌표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차원 전장의 승전 후, 45일이 지난 때부터 지구의 차원 좌표가 여러 차원에 공개되었다.

그 원흉은 다름 아닌 알케이네스 차원.

그들이 가진 지구 차원의 좌표가 퍼져 나가면서 지구로 차원 회랑을 열려는 시도가 빈번해졌다.

그런데 그런 시도는 차원 에너지나 포인트를 지닌 헌터들이 아니면 알 수 없고, 차원 회랑을 여는 것을 허락할 자격도 그 헌터들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차원과 회랑이 연결되는 상황이다.

<가디언, 이번 차원 회랑 연결 사태는 수습 불가>

가디언은 차원 회랑의 연결은 헌터 개인이 전장 승리의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차원 회랑의 연결을 승인하면 그 대상 차원에선 언제든 지구로 차원 회랑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차원과 회랑이 연결되어 버린 상황이라 언제든 차원 침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차원 회랑으로 사라지는 헌터들>

차원 교류가 시작된 이후로 헌터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헌터들이 다른 차원으로 떠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기자가 어렵게 만난 한 헌터는.

“어차피 지구에 미련 둘 것도 없다. 그러니 짜릿한 모험을 찾아서 다른 차원으로 가려는 것이다.”

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 이외에도 헌터들이 지구를 떠나 다른 차원으로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낭만, 모험, 스릴, 전투, 관광과 여행, 도전, 수련, 배움 등등.

하지만 그로 인해 지구를 지킬 헌터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디언, 헌터 육성 학교 설립>

유성 그룹과 가디언의 집행자 캐슬은 헌터 육성 학교 설립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차원 전장의 시스템의 힘으로 각성한 기존의 헌터들과 다르게, 학습을 통해서 마력과 오러를 깨우치고, 마력과 오러를 사용하는 스킬을 익히는 것.

그것이 헌터 육성 학교의 교육 내용.

이를 통해서 시스템 각성의 1세대를 잇는 새로운 방식의 2세대 헌터를 키워낼 계획.

<헌터 캐슬, 육성 학교에 마력수 공급 약속>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여 샘물 이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마력수.

그 마력수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마력 사용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에 헌터 육성 학교의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마력수를 공급하기로······.

- 로드!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에포르의 질문에는 핵심이 없었다.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도현이 에포르가 들어 있는 반지를 노려봤다.

그러다가 잠시 후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적잖은 차원 회랑이 열려 있었어. 그 상황에서 다른 헌터들을 말리는 것은 불가능했지. 헌터들 대부분이 다른 차원과의 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열광했으니까.”

- 그건 그렇습니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고 하면 반발이 심했겠지요.

“그것도 그렇지만, 차라리 많은 차원과 교류 관계를 맺어 두는 것이 차원 침략에 대응하기 편할 거란 생각도 있었어. 어느 한 차원이 지구를 욕심내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 다른 차원에서 견재를 하거나, 혹은 지구를 돕기 위해 파병을 할 수도 있겠군요?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긴 어렵겠지만, 지구를 노리는 차원이 있다고 해도, 고려할 것이 많아지긴 하겠지.”

- 하지만 그런 도움이 없다고 해도 지구 자체의 전력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차원 교류가 시작되었다고 지구의 과학 문명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면 우리 지구의 과학 문명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 대체로 기계나 전자기 문명에 대한 제약을 가진 차원이 많은 편이긴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헌터들이 빠져 나가는 건 학교를 세우는 방법으로 구멍을 메우면 되는 거야.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 학교나 초인 학교는 늘어나겠지. 마법이나 오러, 신비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도 흔해 질 거고.”

- 금방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긴 해.”

- 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운이 좋다니요?

“일단 하이마 드리아드가 우리 지구의 동맹이잖아. 한동안은 절대 사이가 틀어질 일이 없는 굳건한 동맹.”

- 그렇지요.

“그러니 운이 좋은 거지. 하이마 드리아드가 보기보다 명성이 높더라고.”

- 동맹 덕분에 공격을 받을 일이 줄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래. 아, 그러고 보니 고브니 일족도 문제구나.”

- 요즘 세 명의 장로 중에서 특히 할켄 장로가 로드의 눈치를 많이 보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타이탄 개량에도 많은 진척이 있었고, 등급이 높은 마력석도 제법 확보해서 타이탄도 많이 만들었지. 더구나 타이탄이 이제는 기간트에 가까울 정도가 되었다는 평가까지 있으니 엉덩이가 들썩 거리는 거지.”

하지만 고브니 일족은 하이마 드리아드 종족과는 상황이 달랐다.

하이마 드리아드는 지구에 새로운 신목이 태어나는 순간, 그들의 힘으로 차원 독립에 성공했으며 그 차원에 들어와 있던 알케이네스 종족을 모두 축출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알케이네스 종족이나 그들과 관계된 이종족들은 모두 거름으로 만들었다던가?

그런데 그에 비해서 고브니 일족은 여전히 알케이네스의 식민 차원이다.

게다가 지구로 넘어온 고브니 일족은 고향의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로 지구에 정착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타이탄과 기간트를 만들기 위해서 고향 차원에 남은 혈족들을 포기했다.

그랬던 고브니 일족이 요즈음 도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도현이 고브니 차원으로 차원 회랑을 열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손에 강력하게 개량한 타이탄이 생겼으니, 고브니 차원으로 돌아가서 알케이네스를 몰아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모양이었다.

“뭘 좀 해 주긴 해야겠는데, 고브니 차원과 지구 사이에 직통 차원 회랑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단 말이지. 자칫 그 회랑을 알케이네스 놈들에게 빼앗기면 곧바로 지구로 군대를 밀어 넣을 수도 있거든.”

이 경우는 지금 지구와 알케이네스 차원 사이에 있는 차원 회랑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것은 차원 전장의 전쟁을 통해서 시스템이 제약을 걸어 둔 차원 회랑이다.

지구의 헌터들만 이용할 수 있고, 알케이네스 종족은 활용할 수 없는 차원 회랑인 것이다.

그런데 지구와 고브니 사이에 차원 회랑을 만들면 그 회랑에는 시스템의 제약 따위가 붙지 않는다.

자칫하면 알케이네스 놈들이 그 회랑을 이용해서 지구로 침략할 수도 있었다.

- 그럼······.

“우회로를 파야지. 다른 차원을 경유해서 고브니 일족의 차원으로 가면 될 거 같은데 말이지.”

벌써 몇 달 동안이나 일에 치여 살던 도현.

스스로 다른 차원을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는 일순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도 있을 거고, 스릴도 있겠지.”

- 로드?

“재홍이 놈이 모험이니 낭만이니 인터뷰 하고나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지? 솔직히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에포르 너는 모를 걸?”

- 황금의 성에 새로운 생산품이 등록되었습니다. 일종의 변신 물약입니다.

“어? 변신 물약?”

-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똑 같이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약이라고 합니다.

“그거······, 좋은데?”

도현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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