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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85화 (85/184)

85. 골드 포탈을 흡수하시겠습니까?

85. 골드 포탈을 흡수하시겠습니까?

휘익! 스슷! 치이이이익!

날카롭게 빈틈을 파고 든 검이 알케이네스 총사령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순간 하얗게 빛나는 도현의 검은 총사령관의 견갑을 순식간에 갈라내며 검이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으윽, 뭐가 이런! 죽어!”

총사령관은 가지런하게 뒤통수로 흘러내렸던 뿔을 수평이 될 정도로 세우고 이를 악물며 도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도현은 총사령관이 검을 휘둘러도 굳이 막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옆구리를 그대로 내어주었다.

카강!

“빌어먹을!”

오러를 유형화 하여 검의 절삭력과 파괴력을 높이는 마스터의 경지.

그 경지에 오른 총사령관의 검이 도현의 새하얀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오자, 총사령관은 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정도 검으로는 내 갑옷에 흠집도 내기 어렵지. 이건 빛의 성이거든.”

투구 안에서 환하게 웃는 도현.

도현은 총사령관을 상대로 빛의 성 갑옷을 시험했고,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제 그만 끝내자. 오러 블레이드를 완벽하게 막아준다는 것을 알았으니 충분하겠지. 아쉽다면 내 검으로 마스터의 검을 잘라 내거나 파괴할 수 없다는 거지만.”

솔직히 도현도 빛의 성 갑옷이 지닌 극강의 방어력에 그 정도의 공격력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검은 내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었다.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총사령관으로선 기가막힐 소리였다.

새하얀 검에 견디는 것은 고작 오러 블레이드 뿐.

최상급 마수의 가죽과 비늘로 가공한 자신의 갑옷을 걸레처럼 만들어 놓고, 공격력 부족을 따지다니.

“억울하면 너도 템빨 좀 세워 놓지 그랬어?”

“무, 무슨? 템······. 자, 잠까······.”

휘익! 서걱!

총사령관은 무슨 소리냐고 묻는 중에 달려든 도현의 공격에 당황하다가 곧 체념의 눈빛을 하며 목을 내어 주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곳에는 알케이네스의 평민 병사들이 흙으로 된 병사들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아무리 애를 써 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어어?”

총사령관이 저항 없이 목을 내어 줄 것은 도현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현은 총사령관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뒹구는 것을 얼떨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싸움이 끝난 것을 깨닫고, 총사령관의 머리로 다가가 뿔을 뽑아냈다.

다른 뿔들은 몰라도 총사령관의 뿔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알케이네스 차원 황족의 뿔을 획득했습니다.】

【알케이네스 차원인에 대한 지배력이 상승합니다.】

【알케이네스 차원인이 당신의 명령에 따를 확률이 증가합니다.】

【당신은 알케이네스 차원인과 적대 관계입니다. 순종적인 복종은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 로드, 다시 한 번 뿔을 이 에포르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번에도 반드시 완벽하게 흡수해서 로드께 도움이 되겠습니다.

도현이 뿔을 뽑아들자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에포르 병사가 달려왔다.

“이거, 군왕성 점유율 높일 수 있을까? 전에 공작의 아들 뿔은 군왕성 점유율을 높여 줬었는데?”

-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드.

“확신은 아니네? 보통은 얼마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어?”

- 송구스럽습니다 로드.

“뭐, 네가 흡수한다고 알케이네스 놈들에 대한 지배력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노력해 봐라.”

도현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에포르 병사에게 총사령관의 뿔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다른 산성병사 둘을 불러 총사령관의 시체를 들게 하고 알케이네스 평민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골드 포탈을 점령하면 이곳 차원 전장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말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지. 그리고 여기 총사령관은 너희 알케이네스 황제의 혈족이라더구나.”

“폐, 폐하의? 그, 그럼 황족?”

“화, 황족이 목이 잘리다니!”

“황족의 뿔이······.”

“아니야. 폐하의 핏줄이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어. 거짓말이야!”

“맞아. 거짓말이다. 황족분께서 이런 곳에 계실 리가 없지.”

“아무렴! 아무렴! 저 놈이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다.”

“맞다. 거짓말쟁이! 나쁜 놈!”

평민 병사들은 도현의 말을 믿지 않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도현은 산성병사가 들고 있던 총사령관의 사체를 그들 앞에 내려 놓게 했다.

“마음대로 해라. 내가 무얼 어떻게 하라고 했더냐? 쯧.”

도현은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려 골드 포탈로 향했다.

뒤에 남은 알케이네스 평민 병사들은 산성 병사들 때문에 도현에게 달려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정쩡하게 서서 웅성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이들 중에 하나가 단검을 들고 성큼성큼 머리가 없는 총사령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 놈은 황족이 아니야. 역적의 무리 중에 있었으니 귀족의 혈족이겠지. 그렇다면 앞에서 했던 대로 하면 그만이야.”

서걱! 우적! 우적!

“어어?”

“기, 기다려!”

“먹었으면 비켜!”

“나, 나도 먹을 거다!”

“새끼들아! 비키라니까!”

“우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한 명이 모두를 움직였다.

그렇게 총사령관은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도현은 알케이네스의 골드 포탈 앞에 서 있었다.

* * *

【알케이네스 차원으로 통하는 마지막 골드 포탈입니다.】

【상위 능력 포탈 이동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골드 포탈을 흡수하시겠습니까?】

“이건 또 뭔?”

도현이 알케이네스 차원으로 통하는 골드 포탈에 접촉했을 때 나타난 알림에 흡수라는 선택지가 나왔다.

- 로드, 흡수하십시오. 그러면 알케이네스로 통하는 포탈을 열 수 있게 됩니다아!

그리고 다급하게 들려오는 에포르의 조언.

‘알케이네스로 통하는 포탈을 열 수 있다고?’

- 그렇습니다 로드.

‘그러니까 차원 회랑이 아니라 포탈로 알케이네스로 넘어갈 방법이 생긴다는 거구나?’

- 게다가, 로드께선 언제든지 포탈을 열고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내가 다른 골드 포탈을 찾으면 또 흡수가 가능한 걸까?’

- 하위 능력이라고 했으니 그럴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좋은데? 하하하.’

도현은 내심 크게 기뻐하며 의식을 집중해서 를 선택했다.

그 순간 황금색 포탈이 일렁거리더니 그대로 도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알케이네스 차원의 골드 포탈을 흡수했습니다.】

【이동 가능 차원에 알케이네스가 등록되었습니다.】

도현은 자신의 《포탈 이동》능력에 지구와 알케이네스, 두 곳의 선택지가 생긴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알케이네스로 통하는 포탈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알케이네스 차원의 차원 전장 통로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알케이네스 차원의 지구 침략이 끝났습니다.】

【차원 전장의 승자는 지구 인류입니다.】

【지구 인류의 헌터들에겐 차원 전장에서 습득한 점수를 통합하여 승리 보상을 책정합니다.】

【보상은 차원 전장의 소멸과 동시에 지급됩니다.】

【이번 차원 전장의 승리 보상은 차원 회랑을 이용할 수 있는 차원 포인트입니다.】

【알케이네스의 패배자들은 차원 전장의 소멸과 운명을 함께합니다.】

【차원 전장의 소멸에 대비하십시오.】

【승자는 입장했던 포탈로 자동 이동됩니다.】

【차원 전장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도현은 생뚱맞은 마지막 알림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갑자기 차원 전장 전체에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쩌저저저저저적! 쩌저저적!

그리고 세상이 파편처럼 조각조각 갈라지며 새까만 암흑 속으로 빨려들었다.

“아, 차원 회랑이 무너질 때하고 비슷하네. 저걸 보니까 예전에 죽을 때가 떠오르네. 트라우마 생기겠다.”

도현은 과거 차원 회랑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저 어둠에 빨려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우! 소름돋네.”

도현이 그 당시를 떠올리며 갑옷 위로 팔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무너지는 차원 전장은 알케이네스 종족만 삼켰을 뿐이다.

지구의 헌터들은 암흑에 빨려들기 전에 빛으로 변해서 유성처럼 암흑을 뚫고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현의 주변이 허물어지기 시작 할 때, 도현 역시 눈부신 느낌과 함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으음.”

그리고 도현의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 도현은 자신의 방에 도착해 있었다.

- 로드! 감축드리옵니다. 드디어 차원 전장의 전쟁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는 도현에게 반지 안에서 에포르가 인사를 했다.

“음, 이겼지. 그런데 뭐, 맥이 풀리는 느낌이네. 아, 그럼 다른 헌터들도 모두 지구로 돌아온 거겠지?”

- 들어왔던 포탈로 나가게 된다 했으니······.

“청와대 난리 났겠네.”

도현은 급히 스마트폰을 찾아 상황을 검색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

띠리리리리리릭! 띠리리리리릭!

스마트폰의 화면에 조태봉의 이름이 떴다.

“여보세요.”

“마스터 캐슬. 지금 상황이······.”

“차원 전장의 승패가 결정되었고, 승자인 지구 쪽의 헌터들은 모두 자신들이 들어갔던 포탈로 되돌아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청와대 정원,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노트북을 켜주시면 상황 화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포탈들마다 같은 상황일 텐데······.”

“그래도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순간 이동처럼 갑자가 헌터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서로 겹치거나 원래 있던 사물에 간섭을 받은 경우도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다만 타이탄들까지 함께 이동이 되어서 경비 업무를 보는 쪽에서 바짝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음.”

“죄송하지만 이곳으로 오셔서 상황 정리를 좀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차원 전장이 마무리 되면 귀환하는 헌터들이 있을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응 매뉴얼도 짜 놓은 것으로 아는데, 제가 굳이 필요합니까?”

“그래도 캐슬 마스터께서 와 주시기만 해도 통제가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지금 좀처럼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끙, 알았습니다.”

도현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서둘러 마당으로 나갔다.

중간에 1층 거실에서 어머니와 마주쳐 짧게 인사를 하고 마당에서 와이번을 소환했다.

그리고 곧바로 청와대를 향해 날아간 도현.

“와, 난리도 아니네.”

공중에서 내려 본 청와대 정문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곳곳에 거대한 타이탄들이 서 있고, 헌터들은 청와대 직원과 경찰, 군인 등의 포위 속에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그나마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은 크라운의 간부들, 하위 길드의 마스터들이 자신들의 길드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용! 모두 지구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당장은 국가의 통제에 따라서 귀환 확인 절차를 마무리해라. 국가에서 준비한 절차에 따르다보면 이삼일 내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현의 와이번에 나타나자 헌터들의 시선이 몰렸고, 도현은 와이번의 등 위에서 마력을 담아 고함을 질렀다.

“두려워하지도, 혼란스러워 하지도 마라. 우리는 알케이네스 차원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구해 낸 영웅들이다. 마땅히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절대 무시 받거나, 홀대 받지 않을 것이다!”

도현의 그 말은 헌터들을 진정시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다르게는 정부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원래 그레이 헌터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5억이라는 보상급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전쟁터로 내몰았던 이들.

그런 사람들이란 선입견 때문에 혹시라도 공무원들이 함부로 대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봉합하기 어려운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도 있었다.

헌터들은 인류의 영웅으로 인식되어야하고, 그렇게 대접 받아야 한다.

그래서 와이번 등에 있는 도현과, 지상에 있는 헌터들은 ‘우리’인 것이다.

캐슬이 그들과 같은 ‘우리’임을 선언함으로서 헌터를 지키는 가디언의 깃발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 까불면 뒤지는 거여! 그런 거지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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