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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84화 (84/184)

84. 차원 전장을 마무리 짓다(3)

84. 차원 전장을 마무리 짓다(3)

쿠궁! 쿠궁!

골드 포탈 광장을 빼곡하게 채우며 모습을 드러낸 산성병사.

그 산성병사들은 알케이네스 귀족 지휘관과 평민 병사들을 포위하며 위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을 구르며 알케이네스 종족을 위협하는 산성병사들.

알케이네스 부대의 지휘관과 병사들은 산성병사의 위협에 광장 중앙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중에 평민 병사들과 귀족 지휘관들은 서로 경계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을 유지했다.

“뭐야? 들어가! 들어가라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뭐야? 왜 미개종족의 흙인형들이 이곳에 있어?”

“미개종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안쪽에 미개종 우두머리의 소환 군대가 나타났어!”

“빌어먹을, 역적들의 처단을 미개종족에게 맡길 수는 없다!”

“밀어! 뚫고 들어가!”

“으아악! 멈춰! 멈추라고, 밀지 마! 들어갈 수가 없다고! 으아악!”

“커억!”

“제, 제기랄 밀지 말란 말이야!”

그레이 포탈이 있는 홀에서 골드 포탈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알케이네스 평민 병사들로 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원래 골드 포탈 광장이 수용할 수 있는 숫자도 고작 몇 천 명 정도였는데, 산성병사들까지 나타나면서 병사들이 들어갈 자리가 부족해졌다.

게다가 산성병사들이 입구를 틀어막고, 접근하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미개종이 이곳까지 들어와 있었다니!”

“미개종족이 어떻게 차원 이동을 방해할 수가 있지?”

“아직 차원 교류도 하지 못하는 차원에서······.”

산성병사들에게 밀려서 골드 포탈에서 멀어진 귀족 지휘관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뭉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노려보는 일반 병사들.

“죽여라!”

“뭘 기다리는 거야!? 죽여!”

“으아아아아!”

갑작스러운 산성병사들의 등장에 당황한 병사들은 어느 쪽을 공격해야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그들은 곧 귀족 지휘관들을 향해 달려드는 쪽을 선택했다.

어차피 산성병사들은 소환체일 뿐이고, 그것들을 파괴해 봐야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케이네스의 평민 병사들은 산성병사와 무의미한 싸움을 하느니, 역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귀족 지휘관을 공격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일로 여겼다.

겉으로는 지고한 존재인 황제를 배신한 적들을 하나라도 더 처단하는 것이고, 속으로는 더러운 지배 계층에 대한 복수라는 쾌감.

귀족 지휘관을 죽이는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작은 만족이나 기쁨이라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푸욱! 퍼버버벅! 푸우욱!

“크으으.”

“이런 버러지 같은 것들에게 죽는다고?!”

“비켜! 저리 꺼져라!”

“하하하하. 이럴 수는 없다! 어찌 고귀한 이 몸이 저런 천한 것들에게 목숨을 빼앗길 수 있단 말이냐. 그러느니 차라리 스스로 죽겠다!”

퍽!

“커억!”

“옳다. 저런 것들에게 죽는 치욕을 당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끓는 것이······.”

퍼벅! 퍼버버벅!

“엌!”

“컥!”

털썩! 털썩!

평민 병사들의 협동 공격에 하나 둘씩 귀족 지휘관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자, 귀족 지휘관들 중에 자결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자, 귀족 지휘관의 그림자 속에서 흑영들이 뛰쳐나와 그들을 제압해서 쓰러뜨렸다.

그리고 산성병사들이 귀족 지휘관과 평민 병사들 사이로 끼어들어 두 무리를 갈라 놓았다.

“뭐야?”

“이것들이 지금 뭘 하자는 거야?!”

“죽여!”

“비켜!”

평민 병사들이 흥분하며 산성병사를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돌아가는 것은 서늘한 칼날 뿐이었다.

몇몇 산성 병사가 파괴되기는 했지만, 흙먼지로 흩어졌다가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복구 되었다.

그런 모습이 몇 번 반복되자 평민 병사들도 결국 무기를 내리고 말았다.

덤벼봐야 자신들만 죽을 뿐, 산성병사 부대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차원 전장의 승패가 선언되는 순간, 차원 전장 공간은 소멸될 것이고, 패자인 너희들은 함께 소멸될 것이다.”

그런 중에 한쪽에서 산성병사들의 호위를 받는 도현이 등장했다.

“그러니 죽기 전까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죽음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해라. 나는 저기 저 파렴치한 귀족들에게 볼 일이 있으니.”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흑영들이 제압해서 모아 놓은 귀족 지휘관들에게 다가갔다.

“크으으. 네 놈!”

대부분의 귀족 지휘관들이 기절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령관은 여전히 꼿꼿하게 선 상태로 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흑영에게 제압되지 않았던 것이다.

“총사령관인가?”

도현이 그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 내가 알케이네스 차원 원정군의 총사령······.”

“됐다. 어차피 죽을 놈의 자기소개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뭐, 뭐라?”

“나는 너희 알케이네스 종족을 동등한 지성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너희는 우리 인간을 식용으로 쓰는 식인종족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너희는 우리에게 육식 짐승보다 못한 것들이다.”

“지성종을 먹는 것에 대한 혐오냐? 크하하하, 한심한 것들!”

도현의 말에 총사령관은 얼굴가득 비웃음을 담으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무엇이든 살아 있는 것을 입에 넣어야 사는 하등한 종족이기는 너희나 우리가 뭐가 다르다는 것이냐. 지성이 있는 것은 생명이 귀하고, 지성이 없는 것은 생명의 가치가 낮다는 것이야? 아니면 풀과 나무가 동물에 비해서 그 생명이 하찮다고 할 것이냐? 어차피 생명을 죽여 먹이로 취하는 것에 무슨 구별을 둔단 말이냐. 크하하하. 미개하기 짝이 없는 가치관이로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인간의 역사에는 동족 포식도 드물지 않게 기록되어 있으니. 하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이고 지금은 인류가 그러한 것을 혐오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가치 판단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변하는 것이니까.”

“푸하하하. 그것 또한 옳다. 너희가······.”

“거 쫑알쫑알 시끄럽네. 어차피 죽을 놈이 뭔 혀가 그렇게 길어?”

다시 총사령관이 뭐라 말을 하려는데 도현이 중간에서 끊어냈다.

“너희는 부하들을 내버리고 너희만 살겠다고 이곳으로 몰려온 파렴치한 놈들일 뿐이다. 여기에 다른 평가는 필요 없다.”

“이 놈! 우리는! 미래를 위해······.”

“지랄!”

스슷! 쒜엑! 카강 캉!

“흥! 이런 기습 따위에 당할 것 같으냐?”

흑영의 공격을 막아내고 도현을 노려보는 사령관.

하지만 도현은 그를 비웃었다.

“시끄럽게 쫑알거려서 그걸 막았을 뿐이다. 원래는 너희를 모질게 고문해서 죽일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뭐라?”

“너희의 죽음은 저들이 결정할 것이다.”

도현은 산성병사들이 가로막고 있는 평민 병사들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도현의 의지를 받은 산성병사들이 기절한 귀족 지휘관들을 하나씩 들어 평민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내던졌다.

“어?”

“뭐지?”

죽음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에 혼란스러워하던 평민 병사들은 산성병사가 내던지는 귀족 지휘관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눈빛을 반짝이며 귀족 지휘관들에게 몰려들었다.

“그것들이 너희가 죽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구나.”

도현은 그렇게 말하곤, 이젠 홀로 남은 총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어떠냐? 저들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쯧,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긴 어렵겠군.”

총사령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도현을 노려보았다.

“나까지 저렇게 던져줄 생각이라면 포기해라. 저런 꼴을 당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을 테니까.”

“꽤나 고위 귀족인 모양이구나?”

“크하하하. 네가 감히 이 몸에 흐르는 고귀한 피의 가치를 알기나 하겠느냐.”

총사령관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도현을 비웃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곳은 평민 병사들 사이에 던져진 귀족 지휘관들 중에 하나였다.

“으적! 으적!”

“크흐흐흐. 귀족의 피는 과연 남다른가? 맛이 기가 막히네.”

“키히히히. 그러게 말이야. 죽기 전에 최고의 성찬을 먹게 되었군.”

“언제고 한 번은 귀족의 피를 마시고 살을 씹고, 뼈를 갈고 싶었지.”

“역적 놈들이니 부담도 없고 좋군.”

“이렇게 귀족의 피와 살을 먹으면 신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겠지.”

“역적이라곤 하지만 아직 신의 은총이 거두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우리가 먹어서 그 은총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맞아. 게다가 맛도 좋다고.”

“그래, 그것도 중요하지. 으적 으적!”

귀족 지휘관을 죽여 그 피와 살을 탐하는 이들.

누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곳에서 일이 벌어지자 그것은 곧 모든 귀족 지휘관의 운명이 되었다.

게다가 이미 죽어 버려져 있던 귀족 지휘관을 몸뚱이까지 찾아내어 해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저, 저 미친 것들이 무슨 짓을 하는······.”

총사령관은 그 모습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동족 포식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니까.”

하지만 도현은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 상황은 도현이 유도한 면도 없지 않았다.

도현의 입에서 나왔던 동족 포식의 역사에 대한 말.

그것이 알케이네스의 평민 병사들의 무의식에 남아서, 귀족 지휘관을 먹어치우는 것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수많은 평민 병사들 중에 누구 하나라도 그것을 시도하는 순간, 모두가 동조하리란 도현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었다.

“어찌, 미천한 것들이 고귀한 우리를······. 우욱! 우욱!”

총사령관은 귀족 지휘관들이 해체되어 평민 병사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헛구역질을 했다.

“지랄한다. 지들이 인간이나 하이마 드리아드를 잡아먹은 것은 생각도 않고 왠 헛구역질?”

그 모습에 도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총사령관을 조롱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총사령관은 지금껏 자신과 같은 존재가 누군가의 먹거리가 된다는 상상은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실제로 눈앞에서 봤으니 그 혐오와 공포, 낯설음이 오죽할까.

아마도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인지부조화의 충격이 헛구역질을 불러냈을 것이다.

“자, 이제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내 손에, 혹은 저 평민 병사들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명예스러울 것이니.”

도현은 총사령관을 더욱 궁지에 몰았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자살을 종용당하는 상황.

총사령관은 자신이 죽은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간악한 놈!”

총사령관은 도현을 보며 그렇게 고함을 지르더니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아무튼 이 새끼들은 내로남불이 쩐다니까.”

- 로드! 체통을 생각하셔야지요. 그리 저속한 단어는 자제를 하심이······.

“너도 쫑알거릴래?”

- 아닙니다. 로드!

“자, 그럼 어디 빛의 성이 지닌 힘을 한 번 볼까?”

가장 늦게 30% 점유율에 올랐지만, 그 후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100%에 이른 빛의 성.

그 동안은 쓸 기회가 없었는데 원정군 총사령관이라면 나쁘지 않은 시험 상대였다.

지이이이이잉!

도현이 검을 뽑아들며 총사령관을 겨누었다.

그런 도현의 검에는 성스럽게 느껴지는 새하얀 오러가 휘감겨 있었다.

“난 빛의 성이 치료 쪽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빛의 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군왕성의 로드를 보호하기 위한 거였어. 산성은 내 방어복이 아니었던 거지. 나를 지키는 것은 바로 이거. 빛의 성이었다니까.”

“무, 무슨 소리냐?”

“응, 몰라도 되는 거야. 너는 그냥 당해주는 역할이거든.”

“놈! 나를 놀리는······.”

“그냥 죽어! 시끄럽게 굴지 말고.”

도현은 산성병사를 소환하며 입었던 숲의 성, 녹색 갑옷 대신에 빛의 갑옷을 두르고 총사령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도현의 등 뒤로 새하얀 에테르 망토가 날개처럼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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