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80화 (80/184)

80. 알케이네스 차원은 수많은 차원들 중에 하나일 뿐

80. 알케이네스 차원은 수많은 차원들 중에 하나일 뿐

격변의 세월.

지구가 차원 교류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시작된 알케이네스의 차원 침략.

그 차원 침략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절대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생성된 차원 전장.

그리고 그 전장에서의 싸움을 위해서 적합자를 선별하는 그레이 포탈과 지휘관을 위한 골드 포탈의 생성.

“어쩌면 내가 회귀를 한 것도 그 절대적인 시스템이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

- 로드의 회귀가 시스템의 간섭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지. 그 당시 우리 지구는 거의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거든. 겨우겨우 차원 회랑을 지키고는 있었지만, 미래는 없었다고 봐야지.”

- 그런 상황이 시스템의 계획에는 맞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 하지만 시스템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도 이상한데요?

“우리 지구와 알케이네스만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결국 차원 교류는 수많은 차원들이 뒤엉키는 일이야. 거기서 맞춰야 하는 균형 때문에 나를 회귀시켰을 수도 있지. 뭐, 이것도 추측일 뿐이지만.”

-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로드의 말씀이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어디서 저런 놈이 기어 나왔는지. 쯧.”

쿠구구궁! 쩌저저적! 콰과광!

도현과 곁에 있는 에포르 병사의 시선은 수백의 산성병사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이종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주둥이 짧은 악어 머리를 한 3미터 크기의 이족 보행 이종족.

엉덩이 뒤로 길게 자란 꼬리도 악어의 그것을 닮았다.

그런 이종족이 간부급 산성병사들에게 포위된 상태에서도 맹렬하게 날뛰는 중이었다.

“마스터 상급의 이종족이라니. 저런 것이 어떻게 차원벽을 넘어 왔을까 모르겠네.”

- 그러게요. 지구는 아직 정식으로 교류가 인정되지 않은 차원인데 말이죠. 이런 경우에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야생의 차원만 연결된다고 했는데 말이죠.

“그랬지. 그런데 저건 분명 그런 경우는 아니지. 정련된 무기나 방어구는 물론이고, 딱 봐도 저건 지성을 가진 종족이란 말이지.”

도현은 이종족과 싸우는 산성병사들 뒤쪽에 보이는 폐허에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나타난 저 이종족의 공격에 파괴된 흔적이었다.

급히 타이탄들까지 동원해서 막아 보려 했지만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상급 타이탄도 다섯 기나 각개격파를 당했다.

저 놈을 막기 위해서 급하게 하나씩 투입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렇게 타이탄을 희생시켜서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었다지만, 무너진 폐허 밑에는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숱하게 깔려 있을 것이다.

“크아아아! 이놈들! 비겁하게 나를 죽이려 들다니!”

산성병사들의 공격에 궁지에 몰린 이종족이 고함을 질렀다.

발달한 단어와 문장 체계는 놈이 무지한 몬스터나 괴수 차원의 존재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겁은 개뿔! 마력도 없는 일반인들을 학살한 놈이 할 말은 아니지.”

도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종족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확 죽여 버리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는데 자꾸 신경을 건드리네.”

- 로드, 절대로 생포하셔야합니다. 어떻게 지구 차원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어쩌면 저 놈이 지구에 나타난 것 역시 알케이네스 놈들이 꾸민 일인지도 모르지.”

- 아, 하이마 드리아드나 고브니 종족처럼 말씀이지요?

“지금 떠오르는 건 그것 뿐이네.”

- 듣고보니 저도 그 쪽이 의심스럽긴 합니다.

“크아아악! 두고 보자. 반드시 돌아와 복수를 하겠다.”

그 때였다.

산성병사 부대의 대장군이 악어 인간의 왼쪽 팔뚝을 잘라냈다.

그리고 그 순간 악어 인간이 몸을 허공으로 띄워 올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번쩍!

“어엇?!”

- 사라졌습니다 로드!

악어 인간이 섬광과 함께 허공에서 모습을 감췄다.

“빌어먹을!”

도현이 급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도현이 전화를 걸기도 전에 먼저 누군가의 연락이 있었다.

띠리리···.

“여보세요.”

수신음이 들리기도 전에 도현이 전화를 받았다.

“활용 가능한 모든 인공위성을 통해서 주변을 살피는 중입니다.”

용건부터 말하는 목소리는 도현도 잘 알고 있는 조태봉이었다.

예전엔 국정원 1차장이었지만 지금은 국정원의 특수활동팀의 팀장으로 도현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샅샅이 찾아야 합니다. 마스터 상급이 날뛰면 짧은 시간에 엄청난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도현은 조태봉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고작 이종족 하나에 불과하지만 놈은 경산이라는 작은 도시 하나를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그나마 상급 타이탄들이 놈을 붙잡아 두었기에 피해가 줄었다.

그럼에도 도현이 도착할 때까지 세 시간 정도에 도시 전체가 거의 반파되는 피해를 입었고, 사상자는 아직 집계도 하지 못했다.

그런 놈이 몸을 숨겼으니 불안감이 오죽할까.

“알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게도 연락해서 한동안 최상급의 감시망을 펼치라고 하겠습니다.”

도현은 놈을 찾기 위해 하이마 드리아드 종족까지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이마 드리아드 수 천 명을 동시에 움직이면 대한민국 땅 전체를 감시할 수 있다.

물론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는 감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이 없는 도시에서는 CCTV를 비롯한 과학적인 감시망을 활용하고, 그 외의 장소는 하이마 드리아드의 식물 감응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 놈이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겠지.”

도현은 혼잣말을 하며 악어 인간이 사라진 허공을 노려봤다.

그 때였다.

도현의 옆에 있는 들풀 하나가 부풀어 오르면서 에일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캐슬 님.”

“응? 에일리? 네가 어쩐 일이지?”

도현은 갑작스런 에일리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조금 전에 하이마 신목이 차원 이동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차원 이동?”

“몇 시간 전에 그 괴상한 이종족이 나타날 때와 같은 파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그 악어 새끼가 차원을 넘어서 도망을 간 거라고?”

“그렇습니다.”

“하, 기가 막히네. 원래 차원을 넘어오고 넘어가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인가?”

도현이 알기로 차원을 오가기 위해서는 차원 회랑이 필요했다.

그래서 차원 회랑으로 서로 연결된 차원들끼리 교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차원 회랑도 없고, 차원 벽의 붕괴도 없이 나타난 악어 인간이, 제 의지로 차원을 넘어 도주까지 했다니.

“일반적인 경우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차원을 넘나들 자격을 가진 이들은 좌표만 알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차원을 넘나들 자격을 지닌 이들?”

“일정한 심사를 거쳐서 용병이라거나 혹은 사냥꾼이라거나 탐사자, 수호자 등의 신분을 얻어서 차원을 넘나드는 이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용병? 사냥꾼? 탐사자?”

“아, 하이마께서 말씀하시기를 차원 용병, 차원 사냥꾼, 차원 탐사자, 차원 수호자 등의 신분이라고 하십니다.”

“차원만 붙으면 만능이군. 젠장!!”

도현은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혼란과 분노를 느끼며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원래는 봉인되어 있던 기억이라고 합니다.”

“봉인된 기억이 풀린 이유가 있겠군?”

“그렇습니다. 이곳에 그와 같은 존재는 나타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어긋남 때문에 기억의 봉인이 풀린 것입니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런데······.”

“뭐가 더 남은 건가?”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응?”

“이미 한 번의 사례가 생겼으니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의 그 이종족이 속한 단체나 집단의 구성원들이라면 같은 경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아. 미치겠네.”

도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이마 신목께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그 때, 에일리가 귀가 번뜩 뜨일 말을 했다.

“해결 방법?”

도현이 곧바로 에일리를 보며 물었다.

“어렵지 않은 방법입니다. 차원 용병이나, 차원 헌터, 수호자, 탐사자들은 모두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그 단체를 상대로 지구에 대한 침략 행위를 멈추도록 요구하면 됩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당장 나는 그 단체들이 뭔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요구를 하라고 하지만, 그게 공짜로 될 거 같지도 않은데?”

“용병단, 사냥꾼 길드, 학술원, 의회입니다. 용병은 용병단에 가입되어 있고, 헌터는 사냥꾼 길드에 속해 있습니다. 탐사원은 학술원에 수호자는 의회에 속해 있답니다.”

“그 중 하나에 속하면 지구가 안전해 진다는 거야?”

“차원 간의 전쟁을 막아주진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기습은 막아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뭐? 무슨 일인데?”

말을 하던 에일리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도현도 바짝 긴장했다.

“또 다른 차원 이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비슷한 파장입니다.”

“뭐? 어디? 어느 쪽인데?”

새로운 차원 이동이란 말에 도현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단 몇 시간 사이에 도시 하나를 반파시키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이 다시 나타났다면 최대한 빨리 달려가서 막아야 했다.

“지구의 아프리카 서부라고 하십니다.”

“서부 아프리카?”

도현은 그렇게 대꾸를 하고는 곧바로 조태봉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조태봉입니다.”

“아프리카 서부에 또 다른 이종족이 차원 이동을 했답니다. 나는 지금 곧바로 출발을 할 테니까 상황을 전파하고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도현은 전화를 끊으며 에일리를 바라보았다.

“그 지역에도 동족이 몇 명 있습니다. 도착하시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마워. 어떤 놈인지 찾아서 감시할 수 있으면 해 달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위험할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은인.”

“그래, 급해서 가야겠네. 나중에 한가할 때, 제주도에 한 번 갈게.”

“네, 캐슬 님.”

에일리는 찾아간다는 도현의 말에 활짝 웃어 보이더니 부풀었던 몸이 줄어들어 원래의 들풀 모습으로 돌아갔다.

도현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와이번을 소환했다.

- 로드! 저희는······.

푸화화홧! 푸스스스스스슷!

에포르 병사가 와이번에 오르는 도현을 애타게 부르자, 곧바로 모든 산성병사들이 흙먼지가 되어서 도현에게로 빨려들었다.

에포르의 정신 역시 산성병사의 몸을 잃고 도현의 왼손 반지로 빨려들었다.

* * *

“기다렸다.”

“응?”

도현이 아프리가 서부의 황야에 도착했을 때, 차원 이동자는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도현이 다가가자 첫마디가 기다렸다는 말이었다.

“나는 차원 의회 소속의 엑슬리드라고 한다.”

2미터 중반은 될 것 같은 거구의 기사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모습은 도현의 군왕성 호위기사와 비슷했다.

금색의 문양이 화려한 하얀 금속 갑옷을 입고, 가슴 높이의 커다란 방패를 땅에 박아 세운 엑슬리드.

그의 허리에는 돌기가 달린 둥근 금속 머리의 철퇴가 매달려 있었다.

“차원 의회 소속이면······. 수호자인가?”

도현이 엑슬리드를 향해 묻자, 엑슬리드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직 차원 교류도 하지 못하는 곳의 원주민이?”

“그 말, 뭔가 불쾌하게 들리는데?”

“아니, 그런 의도는 아니다. 그저 알지 못해야 마땅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몇 시간 전에 이곳에 당신과 비슷한 방법으로 다녀간 놈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일을 좀 알아봤지.”

“그런 것을 알아볼 연줄이 있다니 대단하군.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니 이해시키기 편하겠군.”

“뭔가 설명할 것이 있다는 건가?”

“그래, 얼마 전에 이곳 차원으로 불법적인 이동이 있었다. 나는 그 즉시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의뢰도 없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의뢰?”

“차원 의회에 정식으로 불법 이동 금지를 요청했다면 명분이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어서······. 아무튼 그래서 이곳에 오는 것도 조금 늦고 말았지. 그런데 그 불법 이동자는 어떻게 되었지?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그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나오던데.”

“해결?”

“불법 이동자의 흔적이 이곳 차원에서 사라졌다는 거지. 죽었거나 혹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거나.”

“팔 하나를 남기고 도망갔다.”

“와우! 이번 차원은 꽤나 만만치 않은 곳인 모양이군. 대단한데?”

“고작 마스터 상급 수준이었을 뿐이다. 그런 놈이 지구를 어찌할 수는 없지.”

“으음.”

도현의 말에 엑슬리드는 뭔가 생각과는 다르다는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래서 차원 의회의 수호자 엑슬리드, 당신은 무슨 용건으로 우리 지구를 찾았지?”

도현이 살짝 기세를 끌어 올리며 엑슬리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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