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차원 전쟁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78. 차원 전쟁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대 타이탄 시대 개막>
유성 그룹은 타이탄의 자체 생산 성공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유성 그룹 대변인에 따르면 유성 그룹은 8미터 크기의 중형 타이탄의 독자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8미터 급의 타이탄은 헌터들의 무력 등급으로는 익스퍼트 상급에 해당하는 정도.
이는 차원벽 붕괴 현상의 위협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전력.
유성 그룹은 앞으로 타이탄의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미국 스틸 사(社) 6미터급 타이탄 생산>
유성 그룹의 뒤를 이어 미국 철강업계의 컨소시엄 스틸에서 타이탄 생산에 성공했다.
미국 정부는 이 타이탄을 이용해서 몬스터 지역을 빠르게 정리하는 한편, 타이탄 제작 재료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우후죽순처럼 번지는 타이탄 생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나는 상황.
규격에 맞지 않는 부적합 재료를 사용한 타이탄이 폭주를 하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예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타이탄에서 그와 같은 문제가 유독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그들의 피에는 원래 짝퉁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이제 8미터네요?”
“아무래도 고브니 쪽에서 타이탄의 인공지능 지식을 풀어 놓지 않고 있어서 말이다.”
“그거 우리 컴퓨터로는 안 되는 겁니까?”
“필요한 프로그램이야 짤 수 있지. 하지만 컴퓨터로 타이탄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요?”
“그게 가능했으면 인공지능을 쓰지 않고 원격 조종 타이탄을 만들었을 거다.”
“그건 모르켄 장로하고 공동 연구를 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습니까?”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협조를 하지 않더구나.”
“으음, 모르켄 장로가 우리 유성에서 제공하는 지식이나 기술의 가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군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고브니 쪽에서는 원격 조종이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타이탄의 인공지능이 모자라지 않으니 원격 조종으로 직접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거지.”
“하지만 그 원격 조종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텐데요? 그 기능이 기간트 제작의 기초가 될 수도 있는데······.”
“기간트? 그게 무슨 말이냐?”
최성수는 도현의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고브니 일족이 기간트 제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원격 조종이 기간트 제작에 도움이 된다면 그 연구에 고브니 일족의 협조를 받아내기 쉬울 것이다.
“기간트라는 것이 타이탄 안에 라이더가 탑승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그 라이더가 기간트를 어떻게 움직이겠습니까? 명령을 기간트에 전해야 하는데, 그게 원격 조종이 아니면 뭡니까?”
“응? 기간트 안에 들어가 있는 라이더가 원격 조종을?”
“듣기로는 라이더를 기간트와 동조시켜서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거라던데, 그걸 꼭 기간트 안에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실제 라이더는 어디 안전한 곳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뭐,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병기라는 것은 이제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
“그러니까 한 번 잘 이야기를 해 보세요. 굳이 기간트 안에 라이더를 넣을 필요가 있느냐고요. 기간트를 잃더라도 라이더를 살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요.”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최성수는 도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도현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너, 너는 몇 미터까지 만들고 있는 거냐?”
슬쩍 눈치를 보는 아들에게 최성수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타이탄이요?”
“그래.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자체 생산을 시작했으니 발전도 빠를 거 아니냐.”
“우리야 처음부터 12미터급으로 시작을 했잖아요. 그런데 뭘 그렇게 물어보고 그러세요?”
도현은 고브니 일족의 초기 생산분 타이탄 다섯 기를 뉴어스로 가지고 들어갔었다.
그리고 타이탄 한 기를 자신의 일곱 성 중에 하나인 황금의 성에 넣어서 카피를 시도했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황금의 성에서는 고브니 일족의 타이탄을 완벽하게 복제해 냈을 뿐만 아니라, 더 발전시키기까지 했다.
최성수도 뉴어스의 크라운 길드에 낯선 타이탄이 존재한다는 소문을 듣고, 도현이 새로운 타이탄을 만들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시작이 12미터급이었으면 지금은 그보다 큰 걸 만들고 있을 거 같으니 그러는 거지.”
“하하, 아니에요. 타이탄은 12미터가 거의 한계인 거 같아요.”
“그러냐?”
도현의 대답에 최성수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네, 아시잖아요. 마력 동력원의 성능에 맞춰서 타이탄을 만드는 거요.”
“그럼 아직 최상급 마력석은 얻지 못했다는 거로구나?”
“음 그건 아니고요······.”
“뭐냐? 설마 최상급 마력석을 얻은 거냐?”
최성수는 도현이 대답을 망설이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최상급 마력석을 떠올렸다.
“크라운 길드의 8구역 거점을 모두 점령해서 세 개를 얻었습니다.”
“세, 세 개나?”
“많은 건 아니죠. 8구역 거점을 점령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세 개면 정말 드랍률이 너무 낮은 거죠.”
“그러냐?”
“네? 아무튼 그렇게 어렵게 얻은 걸 타이탄의 마력 동력원으로 만들려고 하니까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안 만들었다고?”
“아뇨, 딱 한 대만 만들었어요. 15미터요.”
“역시! 내 그럴 줄 알았다. 네가 어떤 녀석인데 아직까지 12미터짜리만 만들고 있었을 턱이 없지.”
최성수는 활짝 밝아진 표정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참, 제가 타이탄을 만드는 방법은 지구에서 활용할 수 없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따로 도움을 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섭섭해 하지는 마세요.”
“그렇겠지. 이유가 있으니 그렇게 넘어간 거겠지.”
최성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유성이 크게 성장한 것은 모두 도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유성이 지구의 마력 관련 기술에서 선두에 선 것은 크라운 길드의 길드 시티에서 나온 기술과 지식 덕분이었다.
그런데 도현이 타이탄을 만들어 내고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이해해야 했다.
“특별한 스킬이 들어가는 거라 그걸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너를 믿는다.”
“네, 아버지.”
아버지 최성수의 말에 도현은 환하게 웃었다.
가족의 믿음은 이렇듯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차원 전장은 좀 어떠냐? 알케이네스 놈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최성수의 질문에 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최성수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차원 전장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도현이 살짝 한숨이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오래 버티지 못하다니? 그럼?”
“차원 전쟁이 끝나는 거죠.”
“전쟁이 끝나? 누구의 승리로? 설마 우리가 지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그야 당연하죠.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차원 전장에 들어온 알케이네스 놈들을 밀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우리 인류가 이기는 싸움이겠지. 그럼 문제는 차원 전장이 닫힌 후겠구나?”
“네, 차원 전장이 닫히면, 우리 지구와 알케이네스는 차원 회랑으로 연결된 상태가 될 겁니다.”
“으음, 그래, 그렇게 된다고 했지. 하지만 그 차원 회랑의 관리 권한을 우리 지구가 가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 우리가 승자니까 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알케이네스 차원으로 군대를 보낼 수도 있겠죠. 차원 에너지만 있다면 아무 패널티도 없이 알케이네스에서 싸울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졌다면 알케이네스 놈들이 그렇게 몰려왔겠지?”
“그런 거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차원 회랑의 통제권을 가진다고 해도, 알케이네스를 공격하기 어렵다는 거죠.”
“응? 어째서?”
“그야, 알케이네스 종족이 우리 지구 인류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죠. 저보다 강한 놈이 적어도 수 십 명은 있을 겁니다.”
“으음. 지구에서 가장 강한 너보다 강한 놈이 수십?”
“그게 최소한이죠. 어쩌면 수백이 넘을 수도 있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황족이나 고위 귀족들은 반드시 지금의 저보다 강할 거라는 거죠.”
물론 일곱 성의 힘을 모두 꺼낸다면 그렇게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현의 기본적인 무력만 따지면 분명 그러할 것이다.
도현은 아직 마스터 중급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고브니의 장로들이나 하이마 드리아드의 에일리와 윌로우트의 말을 들어보면 알케이네스 제국에는 상급이나 최상급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신으로 추앙받는 황제의 경우엔 최상급 마스터보다 더 높은 경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니 알케이네스 차원을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한다고 해도 승산이 거의 없었다.
“으음, 제대로 앙갚음을 할 수 없다니 답답하긴 하구나. 하지만 차원 교류를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차원 침략을 확실하게 막아낸 것만도 대단한 일이겠지. 안 그러냐?”
“그건 그렇죠.”
“그러니 너무 아쉬워 하지 마라. 언젠가 지구 인류가 알케이네스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날이 있겠지.”
“후손들 말입니까?”
“그렇지.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 있잖으냐.”
“하하. 네. 뭔 미래의 후손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도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차원 전쟁이 끝난다는 것이냐?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생긴 거냐?”
문득 최성수가 차원 전장의 상황이 궁금한 듯이 그렇게 물어왔다.
“제가 이번에 8구역을 정리하고 9구역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습니다.”
“8구역 거점을 모두 점령했다고 했지.”
“네. 그런데 문제는 차원 전장에서 우리나 알케이네스 병사들이 얻는 모든 것은 전쟁에 패한 차원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겁니다.”
“음? 차원 전장에서 얻는 거?”
“네, 차원 전장에서 지구로 넘어온 모든 자원들은 물론이고, 그레이와 골드 포탈의 생성과 유지, 이용에 소비된 에너지, 평범한 인간들을 각성시키고 갖가지 스킬을 익힐 수 있도록 헌터들에게 시스템을 심어준 것까지. 패배한 차원이 감당해야 한다는 거죠.”
“하하하. 알케이네스 놈들, 속이 좀 쓰리겠구나?”
최성수는 어차피 이길 것이란 생각에 큰소리로 웃었다.
“네, 아버지 말씀처럼 알케이네스 놈들이 감당하게 될 일이죠. 그래서 제가 9구역 거점 점령을 시작하게 되면, 알케이네스 놈들이 원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원정 포기?”
“더 이상 지구에 대한 침략 의지가 없다고 선언하고 퇴각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구나.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거냐?”
“겉으로 보면 그저 우리 지구 인류가 차원 침략을 막아내고 승리했다는 것만 남지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면 차원 전장에서 얻고 있는 모든 것들을 더 이상은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으음, 그건 좀 문제가 되겠구나. 여러 종류의 특이 자원도 자원이지만 중급과 상급 수준의 마력석 공급이 거의 막혀버릴 테니.”
“거기에 차원 전장이 닫히면 앞으로 더 이상 차원 전장의 시스템의 도움으로 태어나는 각성자도 나오지 않겠죠.”
“그건 곤란하구나. 그럼 헌터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려면 정말 수련을 통해서 힘을 길러야 한다는 거구나. 오러든 마력이든.”
“그런 거죠. 그래도 차원 전장이 닫히면 지금 차원 전장에 있는 헌터들이 모두 지구로 복귀하게 될 테니, 단기간에 전력이 급상승하는 효과는 있을 겁니다.”
“아아, 그레이 헌터들까지 모두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지?”
“네, 아버지.”
“좋구나. 사실 그레이 헌터들이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헌터들 모두가 지구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말에 최성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지구와 차원 전장을 오갈 수 있는 골드 헌터는 고작 국가별로 100명씩 밖에 없다.
그런데 뉴어스에는 대략 6백만에 가까운 그레이 헌터들이 있었다.
그레이 헌터 1천 명에 골드 헌터 셋의 비율을 생각하면 차원 전장에 들어와 있는 그레이 헌터의 수는 과하게 많은 편이다.
“뭐, 그레이 헌터가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좋은데, 반 가디언에 속한 헌터나, 범죄 성향이 강한 헌터들이 문제죠. 그들이 지구로 돌아와서 얌전하게 살 거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아, 그런 문제도 있구나? 그럼 역시 네가 나서서 헌터들을 관리해야 되겠구나?”
최성수는 차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아들이 최고의 위치에 있기를 바라는 사심을 약간 담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건 모르죠. 그럴 여유가 있을지.”
“응?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따로 할 일이라도 있다는 거냐?”
“네 뭐······.”
도현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을 피했다.
- 아무리 로드의 부친이라지만 어찌 호랑이에게 풀을 뜯으며 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어찌 로드께 헌터들 관리나 하면서······.
그런 도현의 머릿속에 툴툴거리는 에포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현 역시 그 말에 동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살짝 고개가 끄덕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