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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77화 (77/184)

77. 타이탄 뉴어스로 들어가다

77. 타이탄 뉴어스로 들어가다

쿠웅! 쿠궁! 쿠궁!

“와, 저게 타이탄이야?”

“미쳤네. 아파트 3층 높이는 되겠는데?”

“생긴 건 비슷비슷 한데, 크기는 조금씩 다르네.”

“그건 타이탄의 심장 때문이라잖아. 마력 동력원인가 하는 그거. 그 출력에 맞춰서 타이탄의 크기를 정한다고 들었어.”

“그래?”

“그리고 내가 유성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 무슨 이야기?”

“타이탄에 사용된 마력 동력원, 그게 꽤나 응용할 곳이 많다고 하더라고. 따지고 보면 그게 엔진이나 모터 노릇을 할 수 있는 거잖아.”

“와! 그런가?”

쿠궁! 쿠궁! 쿠궁!

인도에 사람들이 늘어선 상황에서 청와대 정문을 향해 다섯 기의 타이탄들이 걷고 있었다.

그 타이탄들은 거제도에서 완성 된 후, 특수한 트럭에 실려 광화문 광장까지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종 대로를 따라서 행진을 시작한 타이탄은 삼정로를 거쳐 청와대 정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청와대 정문 안쪽에 있는 그레이 포탈.

이번 행진의 목적은 타이탄을 뉴어스로 보내는 것.

과연 타이탄이 그레이 포탈을 통과할 수 있을지, 그것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쿠구궁! 쿠구궁! 쿠궁! 쿠궁!

평균 12미터 높이의 금속 거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묵직한 울림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소리는 구경나온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만들었지? 디자인이 이상하잖아. 보통 서양식 기사처럼 만들지 않나?”

“뭐 보기 좋지 않아? 딱 이순신 장군상하고 닮았잖아.”

“캐슬이 외형을 저렇게 만들자고 했다더라. 어차피 겉모습이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니까.”

“그래?”

“어, 그래서 다음에는 유명한 캐릭터를 본따서 만들 계획도 있다던데?”

“유명한 캐릭터? 어떤 거?”

“그거야 모르지. 뭐 주문하는 쪽에서 외형을 정해 주지 않을까? 미국이면 박쥐인간이나 슈퍼맨 같은 거로 할 수도 있겠고.”

“일본 놈들이면 사무라이 장수? 아니면 만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

“야! 일본 만화에 기갑이면 딱 떠오르는 거 있잖아. 그거겠지.”

“그런데 주문을 받아주긴 할까? 거제도에서 요구하는 재료를 가지고 와야 만들어 준다고 했다던데?”

“그거 때문에 요즘 몬스터 구역 토벌에 열을 올린다잖아. 차원벽이 허물어진 곳에는 다른 차원의 지형과 환경이 겹쳐진 경우가 많아서, 희귀 재료를 구할 확률이 높다고.”

“쯧, 대부분 뉴어스가 막혔으니 방법이 그 쪽 밖엔 없겠네.”

“이번에 골드 헌터들 대부분이 쓸려 나간 건 좀 아쉽긴 하지.”

타이탄의 행진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에서 골드 헌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도 뉴어스에서는 길드 통합을 위한 싸움이 진행중이었다.

반 가디언 연합에 속했던 많은 길드들이 크라운 길드의 도시 점령 선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중립 도시로 쫓겨갔다.

도현은 반 가디언 연합에 속한 모든 헌터들을 차원 회랑에 밀어 넣었다.

모두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중립 도시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곳에 도착한 헌터들은 중립 도시에서 버티며 시간을 죽이거나 아니면 4구역의 알케이네스 부대 도시 공략에 나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대부분의 헌터들은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중립 도시에 머무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부대 도시를 공략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어서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그렇게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으로 쫓겨간 이들 중에는 골드 헌터들도 끼어 있다는 것이다.

골드 헌터들은 모두 길드의 지휘부에 속해 있었는데, 그들이 그곳으로 쫓겨 가면서 지구로 뉴어스의 물자를 가지고 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한 마디로 지금 지구는 뉴어스산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이었다.

뉴어스 쪽의 자원 수급이 막혔다는 것은 바로 그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으로 골드 헌터들이 쫓겨 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쿠궁! 쿠궁! 쿠궁!

“와, 도착했다. 저거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레이 포탈의 크기가 작은데?”

“포탈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겠어? 포탈보다 큰 것들도 많이 들어갔잖아. 대형 컨테이너가 통째로 들어간 일도 있었고.”

“그건 그렇지만.”

“중요한 건, 저 타이탄들이 들어갈 수 있느냐, 그리고 들어가는데 얼마나 많은 마력이 필요하냐 이게 중요한 거지.”

“일단 밀어 넣을수만 있다면 마력 따위야 얼마가 들건 상관없지. 저 타이탄 하나가 오러 마스터급 전력이라는데.”

“그건 그렇지. 진짜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 저기 봐. 캐슬이다.”

“정말이네? 어? 그런데 녹색 갑옷이 아니라 흙갑옷인데?”

“그러게 한동안 녹색 갑옷을 입고 다니더니 오늘은 흙갑옷이네?”

시간이 흘러서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4구역에 구현해 두었던 산성을 회수할 수 있게 된 도현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산성을 장착한 상태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도현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다섯 대의 타이탄이 도현에게 귀속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 로드! 굳이 저런 인형을 쓰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로드의 장군과 기사들은 저 깡통들보다 훨씬 유능합니다.

그레이 포탈에 타이탄을 넣기 위해 준비하는 도현에게 에포르가 투정을 부렸다.

일곱 개의 성에 속하지 않은 무언가가 도현의 수족이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뉴어스로 들어가기만 하면 타이탄들은 길드 간부들에게 나눠줄 거라고 했잖아. 그만 투덜거리지?’

- 네에, 로드.

여전히 내키지 않아 하는 기색이지만 에포르는 도현을 거역할 수 없는 몸이었다.

‘자, 들어가 보자.’

도현은 그레이 포탈 앞에 도열한 다섯 기의 타이탄 중에 하나에게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타이탄이 허리를 숙여 그레이 포탈에 손을 대었다.

‘크으.’

- 로드,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아. 그리고 아주 좋아!’

- 좋으시다고요? 그럼?

‘타이탄을 뉴어스로 들여보낼 수 있겠어. 엄청난 마력이 들기는 하지만, 마력석까지 동원하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야.’

- 로드의 옥체에 문제는 없는 것입니까?

‘옥체는 무슨, 괜찮아. 마력석을 사용하면 마력 고갈의 부작용 없이 타이탄을 들여보낼 수 있겠어.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하면 되겠지.’

- 다행입니다. 로드.

‘자, 타이탄의 첫 그레이 포탈 입성을 시작해 볼까?’

지이이이이잉!

도현이 타이탄에게 포탈로 들어가라는 의지를 보내자, 포탈이 엄청난 마력을 요구했다.

당연히 그 마력은 도현이 감당해야 하는 것.

그런데.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어엇?!”

- 로드!

갑자기 타이탄의 마력 동력원이 급발진을 하며 마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마력이 포탈로 흘러들어가며 도현의 마력 부담을 일부 낮춰주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로드?

‘타이탄의 마력 동력원이 마력을 생성해서 포탈 입장에 필요한 마력의 일부를 감당한 거야. 적합자가 자신의 마력을 소비해서포탈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지.’

- 그렇습니까?

‘적합자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거든. 마력에 대한 반응성이 좋아서 몸에 마력을 어느 정도 축적한 사람들이 적합자가 되는 거야. 차원 전장의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적합자로 분류할 뿐이지.’

- 그럼 타이탄은 적합자처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마력을 이용해서 포탈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까?

‘100% 타이탄의 마력으로는 불가능하지. 타이탄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도구로 취급되니까 그 도구의 주인이 일정부분 소비 마력을 감당해야 하거든. 골드 헌터들이 골드 포탈을 드나들 때, 마력이 필요한 것과 같지.’

- 아, 골드 헌터도 아이템의 수준에 따라서 포탈을 통과할 때 필요한 마력의 양이 다르다고 했지요. 그걸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마력을 포함하고 있는 물품은 그 판정에 따라서 포탈을 지날 때에 필요한 마력의 양이 달라지지. 착용 장비는 도리어 필요한 마력이 줄어들고, 그 외의 것들은 마력이 큰 것일수록 포탈을 지날 때에 마력이 많이 필요하고.’

- 타이탄은 로드의 무기, 혹은 장비로 취급되어 필요 마력이 줄어들었다는 말씀이군요?

‘일단 지금 상황으론 그런 것 같아. 더구나 그레이 포탈을 통해서 뉴어스로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는 없는 포탈이니까. 필요 마력이 골드 포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면도 있지.’

- 그렇군요.

‘아무튼, 덕분에 타이탄을 포탈에 넣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겠다.’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두 번째 타이탄을 그레이 포탈에 입장시켰다.

우우우우우웅! 스스스슷!

타이탄은 우렁차게 마력 동력원을 돌리며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남은 세 기의 타이탄까지 뉴어스로 들여보낸 도현은 허공을 향해 훌쩍 몸을 띄우며 와이번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 와이번의 등에 올라서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보았다.

“오늘!”

도현의 목소리가 청와대 정문에 몰려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뉴어스로 들어간 타이탄은, 우리 인류가 알케이네스 종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

“캐슬! 캐슬! 캐슬!”

“타이탄! 타이탄!”

“가디언! 가디언! 가디언!”

도현의 말에 타이탄의 행진과 포탈 진입을 구경하기 위해서 몰렸던 인파가 환호성을 올렸다.

“사실상 알케이네스 종족의 차원 침략 위협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차원 전장에서의 싸움에서 우리 인류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캐슬! 캐슬! 캐······.”

“하지만!”

도현은 손을 들며 묵직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환호성을 잠재웠다.

“우리가 차원 전장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지구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

“······.”

사람들은 이어진 도현의 말에 현실을 마주하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차원 전장에서 우리가 승리하게 되면, 그 뒤로는 다른 여러 차원들이 우리 지구 차원의 좌표를 알게 될 것이고, 우리와 교류를 원할 것입니다.”

가디언의 가이드를 통해서 이미 알려진 내용.

하지만 도현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차원 교류, 말은 좋지만 우리 지구의 역사에서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면 딱 들어맞을 그런 이야깁니다. 힘 있는 차원이 그렇지 못한 차원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 수도 있는 그런 상황. 그것이 앞으로 우리 지구 인류가 맞이해야 할 미래라는 말입니다.”

“······.”

“······.”

도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지금 알케이네스 차원과 연결된 차원 전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우리 인류의 힘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고브니 종족의 타이탄은 그 전력 증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탄은 사실상 캐슬 당신이 독점하는 것이 아닙니까.”

도현의 말에 기자로 보이는 파란 눈동자의 사내가 손을 들고 외쳤다.

“우리 가디언은 절대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디언은 물론이고, 나 역시 지구 인류의 안정과 평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섯 기의 타이탄을 선점했습니다. 타이탄은 뉴어스의 중립 도시를 지키는 굳건한 방패로 둘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알케이네스의 차원 침략에 마침표를 찍는 싸움에 쓰일 것입니다.”

“그건 대답이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타이탄 생산에 대해서 말해 주십시오.”

“타이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거제도의 고브니 일족은 그 재료를 먼저 가지고 오는 국가, 단체, 개인에게 타이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아, 여기서 타이탄 제작 비용은 동급의 타이탄 제작 재료입니다.”

“그 말은 두 대를 만들 재료를 가지고 가면 한 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까?”

다른 쪽에서 누군가가 고함소리를 내며 질문을 던졌다.

도현은 그 역시 외국인인 것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다들 헌터가 아님에도 한국말을 능숙하게 쓰고 있었다.

“우리 나라 말로 대화를 하니 좋군요. 하하하. 아, 대답을 하자면 ‘그렇다’입니다. 고브니 종족은 타이탄과 기간트를 연구하기 위해서 많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타이탄을 원하면 두 배의 재료를 준비해서 의뢰를 하면 됩니다. 여기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선착순입니다. 먼저 온 사람의 의뢰를 먼저 받아준다는 기준을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도현의 말에 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리는 소란이 일었다.

무조건 선착순이란 말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캐슬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고브니 일족도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기대가 무너진 사람들의 불만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 한동안은 우리 인류의 차원침략 대응의 중심엔 타이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몬스터 구역을 토벌하고 자원을 모으십시오. 알케이네스의 차원 침략이 끝나고, 여러 차원과 교류가 시작될 날이 곧 다가옵니다.”

도현은 그렇게 경고를 하고는 와이번을 움직여 청와대 정문을 떠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직후, 곧바로 뉴어스의 크라운 길드 시티로 들어가 다시 1구역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

그레이 포탈을 통과한 타이탄들은 지금 1구역의 그레이 포탈 광장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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