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알케이네스 4구역 도시들을 점령하자
72. 알케이네스 4구역 도시들을 점령하자
150%를 넘긴 산정 점유율은 5천의 군대를 소환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5556기의 산성병사들이다.
십인장 5백, 백인장 5십, 천인장 다섯에 모두를 이끄는 대장군 하나.
쿠구구궁! 쿠구궁!
“후욱! 후욱! 이거 산성부대를 모두 소환하는 것도 힘드네.”
도현은 세 번에 걸쳐서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산성병사 모두를 소환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 로드의 마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보조 용품을 사용하면 한 번에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건 좀 아깝잖아. 읏차!”
도현은 에포르에게 그렇게 대꾸하며 힘차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숲의 성 갑옷을 착용한 도현은 고개를 들어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지금 도현이 있는 곳은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4구역 도시들 중에 한 곳.
도현은 중립 도시에서 천인장 다섯과 대장군, 거기에 레인저 다섯과 흑영 열을 데리고 수정 기둥을 넘었다.
수정 기둥을 통해서 올 수 있는 곳은 도시의 심장석이 지정해 놓은 장소인데, 보통 광장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심장석의 복제품이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중립 도시와 4구역의 부대 도시를 편하게 오갈 수 있다.
물론 요즈음 중립 도시를 도현에게 빼앗긴 후로, 도시의 도착 지점을 방어에 유리한 장소로 바꾸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긴 했다.
이곳 도시는 도착 지점을 광장으로 한 것은 이전과 같았지만, 광장의 테두리에 낮은 성벽을 올리고 그 위에 경계병을 세웠다.
그래봐야 도현이 데리고 온 레인저에게 저격을 당하고, 뒤이어 그림자를 타고 이동한 흑영들에게 암살을 당하고 말았지만, 그 중에 몇은 침입자 경고를 울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광장에 도착한 도현이 곧바로 3천의 산성병사를 소환하고, 이어서 다시 2천의 병사를 소환하자, 방어를 위해 달려온 도시 경비들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더구나 알케이네스 사령관들은 도시를 성장시킬 때, NPC경비병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방어 수준 자체가 뉴어스의 도시들 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군인들이다보니 시스템이 만든 NPC 인형들과 임무를 나누어 하고 싶지 않은 의식이 작용한 결과였다.
차자자장! 차자장! 터덩! 텅텅!
“크악!”
“아아악!”
“주, 죽여!”
“아, 악마들이다!”
도현의 산성병사들은 거침없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었다.
알케이네스의 병사들은 숫적 열세는 물론이고, 전투력에서도 산성병사에 미치지 못했다.
제일 말단의 산성병사도 이제는 거의 익스퍼트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점유율 150%라는 수치가 산성병사들의 능력을 그만큼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백인장이나 천인장을 소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병사들 개개의 능력치도 상승했다.
“어디 보자. 심장석은 아무래도 저 건물의 지하에 있겠지?”
도현은 산성병사들과 알케이네스 병사들의 시가전을 살피다가 고개를 돌려 도시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에 시선을 주었다.
- 알케이네스 부대의 습성을 생각하면 로드의 추측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큰 건물.
그곳에 도시의 수장인 군 사령관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케이네스 부대의 사령관은 귀족의 혈족이고, 그런 귀한 몸이 머물 곳은 당연히 가장 좋은 건물이어야 한다.
또, 사령관은 부대에서도 가장 강한 사람이기도 하니, 그 사령관이 머무는 곳에 도시의 심장석을 두어야 지키기도 편하다.
이는 알케이네스의 4구역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 예외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스슷! 푸욱!
“커억!”
피피핑! 퍼버벅!
“엌!”
“커억!”
“켁!”
흑영은 그림자를 타고 이동해서 암습을 하고, 레인저는 표적이 보이기만 하면 활시위를 놓는다.
그러니 심장석이 있는 건물로 가는 도현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은 하나도 없다.
- 로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호위 기사단을 부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건물 앞까지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에포르가 도현에게 호위 기사단의 소환을 권했다.
“그래, 오랜만에 군왕성의 호위 기사들도 한 번 볼까?”
그 동안 도현은 호위 기사단을 거의 소환하지 않았다.
이유는 호위 기사단이 워낙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은색과 금색의 상감 무늬가 있는 중장갑옷에 검과 방패 역시 금빛과 은빛으로 번쩍 거린다.
그러니 일상에서 그런 호위 기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무척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평상시의 전투 상황에서도 도현이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일이 거의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활용도가 낮아졌던 호위 기사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군왕성의 점유율이 50%를 넘으면서 호위 기사단 서른 명의 수준이 전부 마스터급이 되었다.
그 중에 기사단장은 마스터 중급으로 하이마 드리아드의 윌로우트와 같은 수준이다.
“오랜만이야.”
“네, 군주님.”
“이 건물을 수색해서 도시의 심장석을 찾을 거야. 그렇게 알고 호위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군주님.”
처적!
기사단장은 주먹쥔 손으로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직후 서른 명의 기사들이 도현을 중심에 두고 세 겹의 진형을 만들어 포진했다.
도현은 그렇게 호위진형을 만들면서도 레인저와 흑영을 배척하지 않고 함께 수용하는 것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의 전력을 밀어내지 않고 호위에 활용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건 것이다.
척!척! 처척! 처척! 처척! 처척!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호위 기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진동시킨다.
그리고 그 모습에 건물 안에서 저항의지를 불태우던 알케이네스 병사들이 당황하며 주춤거린다.
피피피핑! 스스슷! 퍼버버벅! 서걱! 서걱!
“크악!”
“화살! 화살을 조··· 커억!”
“그림자를 타고 움직이는 놈들이다. 암살자를 경계해라!”
카가강! 카강!
그래도 도시의 심장석을 지키는 병사들의 수준은 밖에 있는 병사들 보다는 나았던 모양.
간혹 레인저의 화살을 비껴 내거나 혹은 흑영의 암습을 막아내는 이들이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막거나 쳐냈다고 끝나는 공격이 아니다.
흑영들은 적의 그림자를 타고 신출귀몰하며 단검을 내질렀고, 레인저 역시 쉬지 않고 사각을 노려 화살을 날렸다.
처적! 처적! 처적! 차자자자작!
터덩! 카강! 서걱! 퍼벅! 서걱!
“으아악!”
“죽어라! 커억!”
거기에 육중한 금속 중갑을 입은 상태로도 민첩하게 움직여 적을 상대하는 호위 기사들이 가세하면 전투는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건물 안이라는 공간의 한계로 수비 하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의 수는 고작 수십 명 단위다.
그 중에서 레인저의 화살이나 흑영의 암습을 버티고 호위 기사를 맞이하는 수는 열에 두셋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호위 기사와 싸우게 되더라도 희망은 없다.
일반 호위 기사의 경지도 마스터 초급에 오른 상황.
알케이네스 부대의 수준은 사령관도 익스퍼트 중급이 고작인 시기였다.
“볼 것도 없네. 그냥 천인장 두엇 불러서 점령을 시켜도 되었을 걸 그랬어.”
- 수준은 낮아도 숫자가 많은 것을 염려해서 호위 기사까지 불렀는데, 제가 너무 걱정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형편없이 밀리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의 모습에 에포르 마저도 호위 기사의 소환이 과한 대처였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지. 봐, 거리낌 없이 적진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 좀 양학스러운 감이 있긴 하지만.”
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저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이곳 역시 하트룸은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 * *
도시의 심장석을 확보하고 소유권을 빼앗으면 그 순간 도시는 뉴어스의 4구역에 속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도현이 다시 알케이네스의 도시를 빼앗으려면 뉴어스의 중립 도시로 가서 차원 회랑을 지나 알케이네스의 중립 도시 수정 기둥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줄이거나 생략할 수는 없으니, 도현은 하루에도 두어 번씩, 차원 회랑을 통과해야 했다.
그렇게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4구역 도시들을 하나씩 크라운 길드의 길드 시티에 덧붙이기를 하던 어느 날.
도현은 알케이네스 부대 도시의 심장석 앞에서 그 도시의 사령관을 만났다.
지금껏 없었던 일이었다.
도시를 점령당할 상황이 되면 사령관들은 모두 심장석을 이용해서 다른 도시로 도망을 갔다.
이미 알케이네스의 모든 부대는 하나의 부대로 묶였고, 그 안에서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도시의 심장석을 이용하면 같은 연합에 속한 길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도시의 사령관들은 그 기능을 이용해서 도망을 치곤 했던 것이다.
“어쩐 일이지? 도망을 가지 않다니?”
도현은 벌써 스무 개 가까운 도시를 점령했는데, 한 번도 보이지 않아던 사령관을 만나자 낯선 느낌이었다.
“도망이라니! 우리는 한 번도 도망을 간 적이 없다.”
“풋, 그럼 지금까지 도시의 주인이 없었던 이유는 뭐지? 수 십 개의 도시를 점령하는 동안 내가 만난 사령관은 네가 처음인데?”
“감히 미개한 원주민 따위가 건방지게!”
“뭐? 뭐라는 거야? 건방지긴 뭐가? 아, 설마 내가 반말을 한다고 기분이 상했나?”
“아는 것이 없는 미개한 놈에게 많은 것을 바란 내가 잘못이겠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덤벼라!”
검을 겨누며 도발을 한 것은 의외로 알케이네스의 사령관이었다.
이미 도시 대부분이 점령당했고, 사령관은 도시의 심장석을 등 뒤에 두고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부하라고 해 봐야 고작해야 십여 명의 병사들 뿐.
그 병사들이 제법 단련된 정예로 보이긴 했지만, 그래봐야 익스퍼트 초급이나 중급.
마스터급 호위 기사 하나만 나서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초라한 전력이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는 왜 상급 도시로 떠나지 않았지? 아니 같은 급의 다른 도시들도 많이 남았으니 갈 곳은 많았을 텐데?”
도현은 그것이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알케이네스의 귀족들이 얼마나 꽉 막힌 놈들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동안은 전략적 후퇴를 인정했다. 사령관이 지닌 무력은 헛되게 버릴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 그래? 그런데 지금은? 설마 네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겠지?”
“전략적 후퇴에 대한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사 항전의 지시를 받았다. 그러니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와, 팽 당한 거네? 아니 그냥 손절을 당한 거지. 못 알아듣나? 뭐, 쉽게 말해주자면 버림을 받은 거란 소리지.”
“폐하의 신하로서 감히 알케이네스의 군인을 그리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 너희 같은 미개한 것들이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도현은 눈앞의 사령관이 줄을 잘못 잡아서 버림받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도리어 도현을 비웃었다.
황제를 신으로 떠받드는 알케이네스 제국의 신민으로서 도현이 말한 것과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적 후퇴를 금지하고 결사 항전을 명령했다면 그에 맞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폐하의 바람을 이루어드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는 도중에 나온 명령이 결사항전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명령을 받은 사령관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심장석 앞에서 적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하네. 도대체 너희들이 결사항전이니 뭐니 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너희가 그런 방식을 택했다면 분명 노리는 것이 있을 텐데?”
도현도 사령관의 말을 듣고는 어느 정도 그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케이네스 제국인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사령관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하자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사령관의 전력을 아껴서 모으다가 갑자기 결사항전을 지시해서 사령관을 죽게 만든다고?
그래서 무엇을 얻으려고?
도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공격!”
그런 중에 상대 사령관이 더는 대화가 필요없다는 듯이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며 도현을 향해 달려왔다.
처저적! 처적! 터덩!
하지만 그 사령관은 도현 가까이 도착하지도 못하고 호위 기사들에게 막혀버렸다.
‘결사 항전, 저걸로 뭘 할 수 있지? 노리는 것이 뭘까?’
용감한 적 사령관이 그 호기와는 달리 별 힘도 쓰지 못하고 호위 기사들의 검에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도현의 시선은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부대의 수뇌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