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71화 (71/184)

71. 알케이네스 원정군의 통합, 이건 또 다른 기회지

71. 알케이네스 원정군의 통합, 이건 또 다른 기회지

알케이네스 제국의 황궁 한 켠.

사방이 막힌 밀실 같은 응접실에 두 명의 공작이 마주 앉아 있었다.

“꼴이 우습게 되었군.”

콩토올 공작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세이즐 공작 역시 그에 맞장구를 치며 비슷한 표정을 짓어 보였다.

“폐하께선 어찌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군.”

“아직 따로 부르시지 않는 것을 보니, 기회를 주시겠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렇다면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는 건가?”

콩토올 공작은 차원 전장의 원정군을 완전히 통폐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래야겠지.”

그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세이즐 공작도 짐작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 이외에는 달리 수를 낼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동의를 하려나 모르겠군.”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식들을 차원 전장에 보낸 귀족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상황을 이리 만든 것이 그들의 자식들이니 동의 하지 않고 버틸 수가 있겠나? 문제는 우리들이지.”

사실 차원 전장에 들어간 이들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그것은 두 공작에게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공작이 식민 차원을 이용해서 벌였던 일이 모두 실패한 것은 큰 문제였다.

“끄응, 하이마 드리아드와 고브니가 그리 돌변을 할 줄은 몰랐지.”

“그나마 고브니는 나은 편이지. 여러 혈족 중에 하나만 반기를 든 것이니.”

“하이마는 애초에 갈래 자체가 하나 밖에 없었으니······.”

“그러니 더욱 관리를 잘 했어야······.”

“로도프, 지금 세이즐이 우리 콩토올과 싸워 보자는 것인가?”

슬쩍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의 독립을 걸고 넘어지는 세이즐 공작에게 콩토올 공작이 버럭 화를 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번 차원 전쟁이야 아직 기회가 있다고 미룰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식민지는 말이 많겠지. 특히 신목의 씨앗은 꽤나 인기가 있는 특산물이었으니.”

“끄응.”

샤멜 부카 콩토올은 로도프 헤카 세이즐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관리하던 하이마 차원이 독립을 해 버렸다.

지금껏 알케이네스 제국의 역사에서 몇 번 없었던 엄청난 사건이다.

게다가 하이마 차원은 제국에서 독립에 성공한 차원들 중에서 가장 깔끔하게 분리된 경우라 더 문제였다.

제국이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식민지의 독립을 바라보기만 한 사건이었으니.

하이마 종족이 한 순간 총독부를 점령하고 제국과 연결된 차원 회랑을 닫아버릴 줄은 몰랐다.

회랑이 닫혔으니 이제 다시 하이마 차원을 점령하려면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브니 차원은 잘 정리가 된 것인가?”

콩토올 공작이 세이즐 공작을 보며 물었다.

비록 자신이 크게 실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세이즐 공작가가 관리하는 고브니 차원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그 때문에 고브니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혈족 하나를 완전히 멸해 버렸다 하지 않았나.

“반란을 일으킨 혈족은 모두 없애버렸는데 문제가 될 게 무엇인가? 자기 일을 보기에도 바쁠 텐데,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비꼬는 말이 별다른 필터도 없이 날아든다.

콩토올 공작은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의구심을 슬쩍 내비추기로 했다.

“짐작하고 있겠지만, 일이 묘해.”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만프레 공작가가 봉문을 하고 칩거에 들어갔어.”

“그게 뭐 어쨌다고?”

“이제 이번 일만 어찌어찌 마무리 하고 나면, 우리 콩토올 역시 한동안 영지 밖으로 나서기 어렵겠지?”

“그야 식민지 하나를 날려 먹었으니······.”

“그럼 홀로 남은 세이즐 공작가는 어찌 될까?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인데, 지금은 입술도 날아가고, 잇몸조차 부실해진 꼴이 아닌가. 삼대 공작가 중에서 두 곳이 위축된 상황이네.”

“으음. 그건 그렇군.”

콩토올 공작의 말에 세이즐 공작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불경스런 생각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만, 폐하께서 우리 세 공작가를 견재하려 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네.”

“으음?”

“폐하의 한 마디면 될 일을 우리 귀족 회의에 맡겨두지 않으셨나. 믿고 기다리겠다 하셨지.”

“결국 일의 진행이든 결과든 우리가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되었다는 거군.”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하하하. 어쩌긴, 이참에 폐하의 바람을 들어 드려야지. 공작가의 성세를 불쾌히 여기신다면 마땅히 그 동안 찐 살을 베어내어 폐하께 드리는 것이 옳지 않겠나?”

“그, 그야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그로서 공작가가 너무 위축되면 또 폐하의 제국을 다스리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그럴 수도 있지만, 항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폐하의 성심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아니겠나. 그러니 바라시는 대로 해 드려야지.”

“······.”

세이즐 공작은 아무 말 없이 콩토올 공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콩토올 공작이 하는 말은 원론이며, 정론이다.

신하로서 마땅히 그리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제국의 백성들이 모두 황제를 신으로 받들고 있다지만, 귀족들은 다르다.

겉으로야 황제를 신격화 하고, 경배와 숭배의 대상으로 삼지만, 내심으로는 일종의 거래 관계로 생각한다.

계약에 의하여 제국의 통치권을 나눠 가진 상태.

이것이 귀족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속내였다.

그리고 그것은 세이즐 공작 역시 마찬가지.

황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목을 향해 떨어지는 칼까지 웃으며 받아줄 정도는 아니었다.

제국의 백성들이야 그런 칼도 감사하며 받겠지만.

“그렇게 볼 거 없네. 그저 앞으로 내가 이끄는 콩토올 공작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알려준 것 뿐이니까.”

세이즐 공작의 시선에 콩토올 공작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탁 위에 놓여 있는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좋은 차군. 그런데 이제는 귀해지겠어. 세계수의 씨앗을 구하기가 어려워졌으니.”

콩토올 공작은 자신의 가문에서 관리하던 하이마 차원의 일임에도 남의 일처럼 말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이마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건가?”

세이즐 공작이 물었다.

“······.”

콩토올 공작은 대답 없이 차만 홀짝거렸다.

더 이상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끄응.”

세이즐 공작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프레 공작가가 빠져 나가고, 이제는 콩토올 공작가가 이탈했다.

정치 일선에서 귀족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세이즐이 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뭔가, 뭔가 좋지 않아. 이건 흐름이 이상하다.’

로도프 헤카 세이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가미에 절반 쯤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쨌건 차원 전장을 하나로 묶는 건, 합의했다고 봐도 되겠지?”

“그것까지는 나도 거드는 것으로 하지.”

“알았네. 그럼 일단 회의를 열어서 통보를 하도록 하지. 가세.”

“그러지.”

콩토올은 찻잔을 내려놓고 세이즐 공작을 따라 응접실을 나섰다.

* * *

뉴어스의 4구역 크라운 길드 시티, 도현은 집무실에서 성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고?”

“네, 알케이네스 놈들이 작정하고 몰려왔다고 하네요. 덕분에 마스터 캐슬 님이 지원한 소모 아이템들의 재고가 많이 줄었고······.”

성희, 배삼순이 도현에게 상황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도현의 지시를 전달하고, 상황을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초창기처럼 도현과 크라운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지는 못해도, 아직 도현의 말을 전하는 사람으로 나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다.

“희생자도 제법 나왔다고 들었는데?”

“네, 그게 문제죠.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니까요.”

“정확한 숫자는?”

“사망 74명, 사지 절단 이상의 중상자가 160명 가량 된다고 하네요.”

“음.”

도현은 살짝 낮은 신음을 흘렸을 뿐, 사상자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과거에 비하면 이런 피해는 피해라 할 수도 없었다.

알케이네스 놈들의 중립도시도 아니고, 뉴어스의 중립 도시를 지키면서도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던가.

뉴어스로 넘어와 차원 회랑의 제약을 받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상대로도 한 번 싸움을 벌일 때마다 천 단위의 사상자가 생겼다.

그런데 지금은 알케이네스의 중립 도시를 점령하고, 차원 회랑의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피해는 과거의 1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소모품 재고는 충분한가?”

“네, 아직은 바로바로 채워 넣을 정도로 여유가 있습니다. 크라운 시티의 생산성은 압도적일 정도니까요.”

“좋아. 그럼······.”

우당탕!

“마스터! 길마!”

도현이 성희에게 이후의 일을 지시하려는 순간, 집무실의 문을 박차고 김재홍이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너,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에 있었잖아.”

도현이 재홍의 등장에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알케이네스 놈들, 하나로 뭉쳤어.”

“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부대 전체를 하나로 통합했다고.”

“사령관 열네 명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하나로 묶였다는 소리네?”

도현은 겨우 재홍의 말을 이해했다.

“그렇다니까. 내가 놈들이 한 바탕 하고 난 후에 다시 그 쪽 도시로 가 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수정 기둥에 통합 도시 하나가 다른 도시들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걸로 나오잖아.”

“음. 그래서 이번 공격이 그렇게 수가 많았나?”

도현은 이번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의 싸움이 격렬했던 이유를 그렇게 짐작해 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강력했던 공세가 알케이네스의 부대 전체가 하나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라니.

하지만, 그건 도현의 오해였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우리랑 싸우고 나서, 부대 통합이 일어난 거야.”

그런데 재홍이 도현의 오판을 바로잡아주었다.

“뭐? 싸움이 끝나고 부대 통합이 되었다고?”

“응, 그래. 그래서 내가 급하게 달려온 거잖아.”

“이런!”

재홍의 말에 도현은 급하게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마스터! 어딜 가세요?!”

“어디 가시겠냐? 당연히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지.”

“아니 왜 갑자기?”

“머리가 안 돌아가냐? 앞서 있었던 공격은 통합을 하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그게 실패하고 부대를 하나로 묶게 됐다면 다음 순서는 뭐겠어?”

“이전보다 더 강한 공격?”

“그래도 아주 머리가 없진 않네.”

“그래서 마스터가 저렇게 급하게 달려가신 거구나.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배삼순은 재홍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인사도 없이 서둘러 어딘가로 달려갔다.

“보급품 잘 챙겨보내! 상황 전파도 잘 하고!”

그런 배삼순의 뒤통수에 재홍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소리를 지른 재홍 역시 길드 하트의 단말기로 달려가 중립 도시로 향했다.

그리고 뉴어스 중립 도시의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차원 회랑을 향해 내달렸다.

“와, 이 형은 벌써 사라지고 없네.”

하지만 평원에도 도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차원회랑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재홍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 마스터! 어쩌시려고요?

도현이 알케이네스의 중립 도시에 도착해서 수정 기둥으로 향하자, 에포르가 걱정스런 음성으로 물었다.

“부대를 하나로 뭉쳤으니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겠지.”

- 엄청난 인원이 쳐들어 온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 네? 어째서요?

“부대 통합 전에 한바탕 했잖아.”

- 하나로 뭉치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해 보려고 그랬겠죠.

“그래. 그걸 막느라 우리 쪽도 사상자가 많이 생겼다는 거고.”

- 그게 어쨌다는······. 아, 그렇군요. 중립 도시로 오려면 우리는 길드 점수, 알케이네스 놈들은 부대 점수가 필요한데.

“그래, 그게 남은 게 별로 없을 거야. 그렇다면 지금부터 놈들이 할 일은 단순하지.”

- 5구역과 6구역을 공략해서 점수를 쌓아야겠군요?

“맞아. 그리고 그렇게 되면 4구역의 도시를 지킬 인원이 줄어들게 되겠지.”

- 로드! 안 됩니다. 지금 4구역의 도시를 점령하려고 그러시는 거지요? 절대 안됩니다 로드!

“안 되긴, 이참에 최대한 빼앗아서 알케이네스 놈들의 기세를 확 죽여 놓아야지. 도시를 빼앗는 만큼 놈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건데.”

도현은 에포르의 만류를 가볍게 뿌리치고 수정 기둥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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