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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68화 (68/184)

68. 드워프가 아니라 고브니 일족이었다

68. 드워프가 아니라 고브니 일족이었다

북해도는 자연이 잘 보존된, 혹은 잘 가꾸어진 곳이다.

그런 중에 차원을 넘어 온 난쟁이들이 숨어 있는 곳은 지표면도 아닌 지하.

그러니 인공위성을 동원한 탐색에도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놈들도 먹고 살기는 해야 하니까 사냥을 나왔습니다. 그래서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냥?”

“이쪽은 일본이란 나라가 몬스터 방치 지역으로 설정한 곳입니다.”

“몬스터를 방치해?”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렇습니다. 의도적으로 몬스터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지역입니다.”

몬스터 생태계는 지구에 다른 차원의 동식물이 번성하여 자리를 잡는 상태를 말한다.

“나도 그건 모르고 있었는데, 북해도에 몬스터 구역을 만들고 있었단 말이지?”

사실 그런 지역은 의외로 많이 있다.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지역을 선정하여 차원벽이 허물어져 몬스터가 쏟아져도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렇게 지구로 나온 몬스터들은 주위에 인간이 없으면 그대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간혹 새로운 풀이나 나무가 자라는 경우도 있고, 운이 좋으면 그런 몬스터 지역에 새로운 차원 벽이 열려 또 다른 몬스터들이 나오는 일도 생긴다.

몬스터 구역을 설정한 사람들이 제일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상황이다.

한 구역에 여러 차원의 몬스터와 식생이 퍼져 균형을 이루는 것.

그렇게 되면 지구에는 없는 전혀 새로운 동식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북해도 일부를 그런 지역으로 설정해서 관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이곳에 이종족이 들어와 있다는 건 모르는 건가?”

도현이 윌로우트를 보며 물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구역이라면 감시 체계도 만만치 않게 갖춰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 이종족이 들어온 것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은 좀 이상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난쟁이를 발견한 후, 그들을 살피던 중에 일본의 몬스터 관리청의 직원들과 군인들을 봤습니다.”

“역시 알고도 숨겼다는 거지?”

“직접 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기계를 이용해서 난쟁이들을 살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난쟁이들은 그걸 모르고?”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아?”

“난쟁이들이 그들을 감시하는 기계들을 여럿 수거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것이 어떤 용도인지 알아냈을 것입니다.”

“너흰 봐도 몰랐잖아. 마력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난쟁이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기계에 대해서는 그들을 속일 수 없습니다. 마력을 쓰지 않고 물리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이든, 지구처럼 전기라고 하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든. 기계라면 난쟁이들은 분명 본질을 파악해 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반응을 안 보이고 있단 말이야?”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기지를 건설하고 도구를 만든다고?

“지금 치고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타이탄이 있을까?”

“차원벽을 넘을 때 타이탄은 너무 큰 저항을 받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온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공격하시는 겁니까?”

도현이 타이탄의 유무를 확인하자 윌로우트는 공격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상황이 좀 그러네. 일본 놈들이 저들을 지켜보고 있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보고를 하지 않았어.”

분명 가디언의 이름으로 이종족의 침략을 경고했다.

그리고 이미 하이마 드리아드라는 이종족이 차원 벽을 넘었고.

물론 하이마 드리아드는 캐슬이 포섭하여 투항시켰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 또 다른 이종족의 침입을 경계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일본이 난쟁이 종족을 발견하고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왤까?”

저 멀리 감쪽같이 숨겨져 있는 난쟁이들의 기지 입구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로드!”

그 때, 윌로우트가 도현을 불렀다.

“음? 무슨 일이냐?”

“난쟁이 쪽에서 저희에게 접촉해 왔습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난쟁이가 윌로우트에게 접촉을 해 오다니?

“난쟁이 기지를 감시하고 있는 일족의 전언입니다.”

“······.”

“기지에 있는 식물의 씨앗과 뿌리, 열매를 통해서 저들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화분 하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화분?”

“난쟁이들의 장로가 작은 소나무를 하나 심어서 방에 뒀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소나무를 향해 말을 걸었답니다.”

“그러니까 난쟁이 장로가 너희가 식물을 이용해서 저들을 감시하고 있던 걸 알았다는 거네?”

“그런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윌로우트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였다.

“그런 짓, 내가 안 좋아 한다고 했잖아. 일어나.”

“네, 로드.”

“그래서 난쟁이 장로가 뭐라는데?”

말을 걸었다면 용건이 있었을 것이다.

싸우자는 선전포고든, 몰래 살피고 있었던 것에 대한 경고나 불쾌감의 표현이든.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의문?”

“정말로 새로운 하마드 신목을 얻었는지, 그렇다면 알케이네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음, 제주도에 나타난 세계수에 대한 소식을 어떻게든 들은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으음.”

“저, 로드.”

“왜?”

“어떻게 할까요? 대답을 해 주기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있는 그대로 알려 줘. 어차피 너희 차원은 알케이네스 차원과 차원 회랑을 단절하고 식민 총독부를 쓸어버렸다며? 그건 알케이네스에서도 알고 있을 텐데, 숨길 게 뭐가 있겠어?”

“네! 알겠습니다.”

도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윌로우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족에게 의지를 전달했다.

하이마라는 신목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

그들은 필요에 따라서 멀리 떨어진 일족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물론 하이마 신목이 완전한 상태로 그들의 손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케이네스는 신목을 빼앗은 후, 신목이 가진 대부분의 권능을 봉인했다.

그래서 백 년에 한 번, 일족 전체의 의식을 하나로 묶는 군체의식도 오랜 세월 형성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어쨌건 지금 웰로우트가 일족에게 의사전달을 하는 것은 바로 그 하이마 신목의 권능을 이용한 것이었다.

“일족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나무의 가지를 움직여 단답식으로 대답을 해 주는 형식이라 소통이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 장로가 직접 만날 수 없는지 묻고 있다고 합니다.”

윌로우트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도현을 보며 말했다.

“만나자고 해.”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네가 옆에 있는데 뭐가?”

윌로우트의 걱정에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산성장착 스킬을 펼쳐, 온 몸을 갑옷으로 감쌌다.

산성을 장착한 산성갑옷은 마스터 중급인 윌로우트의 검으로도 뚫지 못하는 극강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도현은 익스퍼트 최상급에 불과하지만 방어력만 따지자면 마스터 상급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산성갑옷이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게 좀 묘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와아! 로드, 로드의 갑옷을 볼 때마다 너무도 황홀합니다.”

그런데 산성 갑옷을 장착한 도현을 보는 윌로우트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했다.

이것이 바로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게 산성갑옷이 가지는 부작용이었다.

“윌로우트, 징그럽다고 했지!”

도현이 그런 윌로우트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윌로우트가 정신을 차린 듯, 몽롱했던 눈에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로드의 갑옷에선 황홀한 향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저희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겐 이보다 더 좋은 향은 없을 것입니다.”

“너희는 숲의 성도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로드의 숲의 성은 저희와 비슷한 동류의 느낌이라 산성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아.”

“산성은 정말 짙은 흙 향기를 품고 있습니다. 저희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은 누구라도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을 것입니다.”

“스탑! 징그러우니까 그런 소리는 그만하자. 응?”

“하아, 네, 로드.”

산성갑옷은 대지의 기운이 극도로 응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현의 관념 속에 있는 산성은 내달리던 거대한 산맥을 멈춰 세운 끝자락에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런 산성이 도현의 작은 몸을 가리는 갑옷이 되었으니 얼마나 응축된 것일까.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은 바로 그 응축된 흙의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가자. 저기 난쟁이들의 기지 입구 앞에서 보자고 해.”

도현은 자꾸만 자신을 힐끗거리는 윌로우트에게 툭 쏘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렸다.

“로, 로드!”

이에 윌로우트가 깜짝 놀라 몸을 날려 도현을 따라잡았다.

윌로우트가 아직 익스퍼트 최상급 정도의 수준인 도현을 따라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 * *

도현이 돌무더기가 흩어진 산기슭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돌무더기 중에 하나가 옆으로 굴러가며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이 난쟁이라 부르는 이종족 셋이 서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 드워프가 아니라 놈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드워프나 놈이나 모두 신화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지만 드워프에 비해서 더 체구가 작고 가냘픈 이미지가 놈이다.

동굴 입구를 열고 나타난 이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허리에나 겨우 올 정도로 체격이 작은데, 허리가 굵고 단단한 체격에 수염투성이가 아니었다.

인간을 절반 크기로 줄여놓은 딱 그런 모습의 이종족이었다.

“저들이 난쟁이 종족이라고?”

도현이 윌로우트를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로드.”

“난쟁이라니! 우리는 고브니 일족이다. 난쟁이라 부르지 마라!”

도현의 물음에 윌로우트가 그렇다고 대답하는데, 세 난쟁이 종족 중에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도현이 스스로를 고브니 일족이라 말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도현이 고브니 일족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왼손에 끼고 있는 반지에서 에포르가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 주기 때문이었다.

의전 담당관이라는 에포르는 하이마 드리아드의 언어를 그렇게 했던 것처럼, 고브니 종족의 언어도 실시간으로 해석해서 머릿속에 전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고브니?”

“그렇다.”

“네가 대표인가?”

도현의 말 역시 상대 종족이 알아듣게 전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현의 말을 고브니 일족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대표다.”

도현의 물음에 앞으로 나섰던 고브니 종족이 뒤에 있는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로서 도현은 눈앞에 있는 고브니들이 협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 어쨌거나 우리를 만나자고 했지? 이유가 뭐지?”

“아니다. 우리는 너, 이 차원의 주민이 아니라, 저기 하이마의 일족을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 너, 이곳 차원의 주민은 예상치 못한 변수다.”

도현의 말에 뒤쪽에 있던 두 고브니 종족이 앞에 나와 있는 고브니 일족의 좌우에 서며 말했다.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만 만나려 했는데, 도현이 등장해서 곤란한 표정이었다.

“보아하니 내가 불청객인 것 같은데? 하지만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니 나를 빼고는 저들과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까 잡소리 하지 말고 용건을 이야기하는 뜻이다.

“너, 이 차원의 종족, 네가 저들 하이마 일족에게 신목을 주었구나.”

이에 셋 중에 중앙에 있던 고브니가 상황을 짐작했는지 도현을 손가락질 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의를 갖춰라! 감히 로드께 손가락질을 하다니!”

그 때, 윌로우트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고브니 일족을 향해 오러의 기운을 뿜어냈다.

무려 중급 마스터의 기운이 고브니 일족 하나에게 집중된 것이다.

“으윽!”

“멈춰라!”

“싸우자는 것이냐?”

그러자 곧바로 좌우의 고브니들이 눈을 사납게 뜨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두 고브니의 몸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윌로우트, 물러나. 그리고 너희도 진정해라. 여기서 더 나간다면 정말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에 도현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중재를 시작했다.

쉬리리리리리릭 쉬리리리릭!

흙먼지를 뿜어내어 수백 기의 산성병사를 만들어 낸 것은 덤이었다.

‘원래 중재란 건 힘으로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지.’

- 로드,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봐봐, 효과 좋잖아?’

도현이 투구 속에서 피식 웃었다.

고브니 일족 셋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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