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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66화 (66/184)

66.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심자

66.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심자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이라고?”

“네, 캐슬님.”

에일리는 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도현이 아무리 의자에 앉으라고 권해도 마다하는 그녀였다.

지금 그녀의 뒤쪽에는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 3천이 두 손을 모으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그 무리의 앞에 나온 에일리와 그의 부관이라는 윌로우트 둘 뿐이었고, 도현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 둘이었다.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우리 지구를 점령하라는 명을 받고 왔고?”

“그렇습니다.”

“너희 정도면 지구를 충분히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윌로우트는 중급 마스터의 전사이며, 함께 온 일족에는 하급 마스터도 수 백이나 됩니다. 거기에 마스터급의 마법사도 그 정도 숫자이니······.”

“우리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구나?”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에일리였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지구의 인류가 자신들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혹여 저와 남은 일족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에일리 님의 능력이라면 이 지구라는 차원은 멸망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 때, 한 걸음 뒤에 있던 윌로우트가 조심스럽게 말을 더하며 고개를 숙였다.

차마 도현의 고향 차원을 멸망시키려 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들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게 너무도 존귀한 분이었으니.

“에일리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모양이군?”

윌로우트의 말을 들은 도현이 에일리에게 시선을 던졌다.

“제 목숨을 바친다면 이곳 차원의 식물 절반 이상이 꽃이 피지 않고 씨앗을 맺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일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음? 식물의 절반을?”

도현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차원이 어찌 되겠습니까?”

“끄응.”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절반이 씨앗을 맺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며 앓는 소리를 내는 도현.

“물론 에일리 님이 나서기 전에 우리들이 충분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도현을 보며 에일리가 목숨을 거는 일이 생기기 전에 지구를 멸망시킬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윌로우트.

도현은 복잡한 눈빛으로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을 바라보았다.

“그래, 인정하지. 너희 개개의 능력이 우리 지구 인류보다 강한 것도, 에일리 너의 능력이 지구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것도.”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지만, 너희는 우리를 너무 얕보는구나. 저기 산봉우리를 한 번 봐라.”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멀리 아가일 호수 쪽에 있는 봉우리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부탁했던 대로 거하게 한 방 날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캐슬.”

도현의 말에 스마트폰 너머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 하늘 위에서 한 줄기 하얀 선이 그어지더니 그대로 도현이 가리킨 산봉우리에 내리꽂혔다.

콰과광! 콰르르르르르르릉!

“아아!”

“아니, 저게?!”

산봉우리를 정확하게 맞춘 미사일에 봉우리 절반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에 에일리와 윌로우트 모두 깜짝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저런 것이 너희가 모여 있는 이곳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도현이 그런 두 하이마 드리아드를 보며 물었다.

“기습이고 대비를 못했다면 많은 동족이 죽었을 것입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일족들이 여럿 죽기는 했겠습니다. 하지만 두 번 당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면 저런 것이 한 번에 수백, 수천 개가 비처럼 내리면?”

“아아.”

“그것은······.”

이어진 도현의 물음에는 에일리나 윌로우트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도 어찌 어찌 버틸 수 있다고 치고, 다음에는 조금 전에 저기 떨어진 것보다 수만 배의 위력을 지닌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이 날아온다면?”

“수만 배라니 어찌 그런 것이······.”

“정말 그런 것이 있다는 말입니까?”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것이 저 봉우리에 떨어졌다면 지금 이곳에 무사히 살아 숨쉬고 있는 이는 열에 하나도 되지 못할 걸? 아니 어쩌면 나를 포함한다고 해도 하나도 없을 수도 있고.”

도현도 핵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보일지는 추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에게 어떤 피해를 줄 것인지도 짐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가벼운 피해로 끝나지 않을 것은 자신할 수 있었다.

마력이나 오러, 신비 따위가 있다고 해도, 절대적인 파괴력 앞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차원 전장처럼 시스템의 법칙이 작용하여 현대화기를 제약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지구 문명의 힘이 그대로 발현되는 상태라면.

다른 차원의 어떤 종족이라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 지구의 인류 문명이다.

다만 그런 과격한 무기가 인류도 함께 죽이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

“너희가 우리 인류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서 저런 것을 보여 준 것이다.”

도현은 무너진 봉우리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을 하더니 다시 시선을 에일리에게 맞추며 세계수 씨앗이 들어 있는 상자를 꺼냈다.

“아아, 하이마.”

“하이마의 씨앗. 일족의 희망.”

에일리와 윌로우트가 도현의 손에 들린 상자를 홀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뒤쪽에 우두커니 서 있던 3천의 하이마 드리아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어떻게든 도현의 세계수의 씨앗을 보고 싶었던지, 다리를 길게 늘려 키를 키우거나 좌우로 몸을 굽혀 시야를 확보하려 애썼다.

그 모습은 마치 구불구불하게 웃자란 콩나물들 같았다.

“이게 있으면 너희 일족이 알케이네스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다고?”

도현이 에일리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제게 하이마의 씨앗을 허락하신다면, 저희가 하이마의 싹을 틔우겠습니다.”

“여기서?”

“그렇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하이마의 새싹이 자라는 순간 알케이네스 제국의 인질이 된 하이마 신목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이마 신목의 모든 힘과 권능이 새로운 이곳의 하이마로 전이될 것이고.”

“우리 하이마 드리아드는 알케이네스 제국을 고향 차원에서 몰아낼 것입니다.”

윌로우트와 에일리가 번갈아 말을 주고받았다.

“몰아낼 수는 있고?”

“물론입니다. 지금 저희 차원에 있는 알케이네스의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몰아낼 수 있습니다. 아니 알케이네스 차원과의 통로를 틀어막고, 단 한 놈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서, 거름으로 쓸 수 있습니다.”

도현은 알케이네스 종족을 거름으로 쓰겠다는 윌로우트의 말에 흠칫하고 말았다.

그 말에 담긴 적의와 살의가 느껴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이것을 주면 너희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은 우리 지구의 편에서 알케이네스 놈들과 싸워줄 수 있나?”

도현은 차원 하나를 동맹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알케이네스를 적으로 둔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제안이기도 했고.

“지금 이곳에 와 있는 삼천의 일족은 모두 목숨을 걸고 은인의 명령을 들을 것입니다.”

에일리는 자신이 이끄는 3천의 하이마 드리아드를 도현의 휘하에 둘 수 있다고 확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더 이상의 증원은 어렵다는 뜻도 담겨 있는 듯 했다.

“고향 차원과 이곳 지구 차원이 다시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더 많은 일족을 데리고 올 수가 없습니다.”

윌로우트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차원 연결이 쉽지 않다고?”

도현이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억지로 차원벽을 허물어 3천의 일족만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조차도 억지를 쓴 것이어서 당분간 지구차원과 저희 고향 차원은 연결이 어렵습니다.”

“억지를 부린 만큼, 두 차원 사이의 벽이 두꺼워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차원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약해지는 차원벽들은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하위 차원들입니다.”

“저희 차원은 원래 이런 상황에서 차원벽이 연결될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알케에네스 놈들이 억지로 연결하고 벽을 허문 것입니다.”

“그렇군.”

도현은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의문이 드는 문제도 있었다.

“그럼 이 씨앗을 심는다고 해도 의미가 없지 않나?”

도현이 뚜껑을 열어 세계수의 씨앗을 내보이며 물었다.

뚜껑이 열리자 에일리와 윌로우트를 비롯한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 모두가 눈빛이 몽롱해졌다.

“아닙니다. 싹만 틔운다면 차원이 달라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모든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은 하이마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차원이 달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었다면 저희가 이곳 차원에서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새로운 하이마의 탄생과 동시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 고향 차원의 알케이네스 놈들은 죽어 거름이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도현이 씨앗을 내어주지 않을까,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열성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곳에 세계수를 심어도 될까? 이곳 지구에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도현의 갑작스런 질문.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그 질문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이 알케이네스 놈들의 노예가 된 이유가 뭐지?”

“그야 신목인 하이마가 알케이네스 놈들의 손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묻는 거잖아. 이곳에 세계수를 심으면 너희 본 차원의 하이마는 스스로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은 세계수는 단 하나, 지구에 있는 것 뿐이다. 그렇지?”

“네.”

“맞습니다.”

“그럼 지구에 있는 세계수 하이마를 우리 인간들이 빼앗으면 너희는 다시 우리의 노예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

“그, 그건······.”

“목숨 걸고 하이마를 지킬······.”

“고작 여기 있는 3천으로 그것이 가능하겠어?”

알케이네스의 노예에서 벗어나 인간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말.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했다.

“물론 나는 너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신목이 이곳 지구에 있다면 언제든 너희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겠지. 안 그러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이마가 다시 일족의 손에 들어온 이상,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에일리와 윌로우트가 깊이 고개를 숙여 이마를 땅에 붙이며 말했다.

“진실된 마음으로 일족을 걱정해주시는 은인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은인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하이마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빼앗기지 않도록 방책을 세울 것입니다.”

“그리고 고향 차원의 신목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모든 것을 새로운 신목에게 전한다면, 적잖은 씨앗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고작해야 몇 시간이면 될 것입니다.”

“신목을 보호할 수단도 있고, 혹시 문제가 생겨도 많은 씨앗을 얻어서 그것을 분산시키면 절대 일족이 신목 때문에 위험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걱정을 거두셔도 됩니다.”

“절대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은인.”

에일리와 윌로우트는 어떻게든 도현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그래야 도현이 씨앗을 내어줄 것 같았기에.

“좋다. 그럼 이것을 너희에게 내어주지.”

“가, 감사합니다.”

“오오오오. 드디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네?”

“네? 어, 어찌······.”

“세계수의 씨앗은 심을 곳이 따로 있다.”

‘이왕이면 우리 나라에 심는 게 좋겠지. 뭐? 팔은 안으로 굽는 다니까?’

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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