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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64화 (64/184)

64. 재홍이 훔쳐 온 세계수의 씨앗

64. 재홍이 훔쳐 온 세계수의 씨앗

도현은 7구역 공략을 잠시 미루고 알케이네스의 중립 도시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알케이네스의 4구역 도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알케이네스는 모두 열네 개의 상급 부대와 그 상급 부대에 소속된 하급 부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구의 길드로 치면 대형 길드 열네 개가, 수 백 개의 하위 길드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나중에 보니 재홍은 그 부대들 중에서도 상급 부대 한 곳의 도시로 넘어갔던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도현은 다시 한 번 재홍을 야단쳤지만, 별 효과는 없어 보였다.

재홍은 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즐겼다.

목숨을 건 도전에서 느끼는 쾌감에 푹 빠져버린 모습이었다.

“형이 혼란을 좀 만들어 주면, 내가 움직이기 편하지 않겠어요?”

도리어 재홍은 자신이 상급 부대의 도시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현의 협조를 부탁할 정도였다.

도현이 그 상급 부대에 속한 하급 부대를 공격하면 어쩔 수 없이 상급 부대의 도시에서 원군을 보내거나, 혹은 하급 부대를 포기하거나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혼란을 만들어주면 재홍이 그 도시로 넘어가기 편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도 놈들을 뒤집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니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조심해라.”

도현은 결국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당장 상황이 급한데, 재홍의 능력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알케이네스 4구역 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산성병사들을 다수 소환한 상태로 수정 기둥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것.

수정 기둥을 이용하려면 길드 점수가 필요한데, 그것은 알케이네스의 수정 기둥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1천 포인트.

그런데 수 천의 산성병사와 함께 건너가려면?

산성병사도 한 기에 1천 포인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낭비를 할 수는 없으니 도현이 선택한 방법은 흑영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둠의 성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지구의 가족이나 국정원과 베타팀에 쓰고도 흑영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그 흑영을 알케이네스의 도시로 잠입시켜 이목을 끈 후에, 도현이 넘어가는 방법을 쓴 것이다.

열 기 정도의 흑영을 보내면 충분히 혼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도현이 건너가 산성병사를 대대적으로 소환하고 곧바로 도시의 심장을 찾아 소유권을 획득하면 도시를 점령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점령한 도시는 알케이네스의 4구역이 아니라 크라운 시티의 영역에 연결된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알케이네스의 도시를 계속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4구역에 놓아두려면 도시의 심장을 그대로 두고 지켜야 한다.

그래야 그 도시가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에 속해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건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네.”

- 도시 뺏기가 아니겠습니까. 도시를 빼앗아 올수록 크라운 시티는 성장하는 것이고, 알케이네스는 생산 거점과 부대 주둔지를 잃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점령을 했다고 이렇게 도시와 그에 속한 영역이 전부 뉴어스 4구역으로 넘어와 버리면 말이 안 되잖아.”

- 차원 전장을 만들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언제는 말이 되는 짓만 했습니까? 제 멋대로인 놈이지요.

“그렇긴 하지.”

- 아무튼 도시를 계속 점령해서 완전히 빼앗아 오거나, 그게 아니라면 도시의 심장은 그대로 둔 상태로 3구역, 2구역, 1구역을 지나서 알케이네스 본토를 노려보거나. 크게는 그 두 가지의 선택이 있겠습니다.

“아니, 절대로 본토 공격은 안 할 거야.”

에포르가 차원 전장에서 도시를 점령한 후에 도현이 할 수 있는 선택 두 가지를 제시했지만 도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본토 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 알케이네스 차원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에포르는 그런 도현의 모습에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감당할 수 없으니까.”

- 네?

“여러 차례 차원 침략을 성공시킨 놈들이야. 아마 본 차원으로 넘어가는 순간, 나는 그대로 손가락 하나에 눌려 죽을 수도 있을 걸?”

- 그건······.

“차원 전장, 여기가 차원 전장이라서 알케이네스 놈들이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거야. 놈들은 차원 전장에 들어오면서 모든 힘을 잃고 지구의 적합자와 같은 상태에서 성장을 하고 있는 거지.”

- 원래 알케이네스 차원에서 지닌 힘은 훨씬 강력할 거란 말씀이군요?

“우리 지구처럼 마력이나 오러, 신비 따위가 없었던 차원이 아닐 테니까. 과거엔 몰라도 여러 차례 다른 차원을 점령했다면 그 동안 쌓인 지식이 어마어마하겠지.”

- 그래서 본 차원을 공격하는 것은 어렵다는 거군요?

“맞아.”

- 그럼 그냥 도시의 심장을 완전히 점령해서, 알케이네스 놈들의 도시를 모두 지워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굳이 3구역이나 2구역, 1구역을 노릴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요.

“그것도 그렇긴 한데, 1구역에 있는 게이트만 막으면 알케이네스 놈들의 증원을 완전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욕심이 나는 거지.”

- 1구역에 있는 게이트말씀입니까?

“그래, 우리 지구는 그 1구역이 국가별로 나누어져 있었지.”

- 네, 로드.

“그런데 알케이네스 놈들은 1구역이 열여섯 곳 밖에 없다더라고.”

- 열여섯이면······.

“처음부터 원정군을 열여섯 개만 편성했던 거지. 그렇게 들어와서 4구역에서 하위 부대를 만들어서 쪼갠 거고.”

- 결국 열여섯 곳의 1구역을 점령하게 되면 알케이네스 놈들은 더 이상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말씀이군요.

“어때? 이래도 수 백 개가 넘는 4구역 도시를 하나하나 줍고 있어야겠어?”

도현의 물음에 에포르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도현이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4구역 도시들을 뒤흔들고 있을 때, 지구에 색다른 몬스터가 등장했다.

허물어진 차원벽에서 나왔기에 모두가 몬스터라고 취급한 이들.

알케이네스 제국의 식민차원 중 한 곳의 주민들이었다.

* * *

“하악! 하악!”

“재홍아! 재홍아! 정신 차려!”

“히히히, 걱정하지 마. 형. 나 안 죽어.”

“지금 웃음이 나와?”

“키히히히. 형은 이런 기분 몰라, 아주 째질 것 같은 기분. 키히히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이거, 이거 때문에 그래.”

도현의 말에 수정 기둥 광장에 누운 상태로 재홍이 뭔가를 꺼내 보였다.

갈라지고 찢겨 피를 흘리던 부상은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악화는 되지 않는 상황.

그 때문에 도현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게 뭐냐?”

도현이 재홍의 손에서 반지 보석함 같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의 뚜껑을 열었다.

- 로드으! 로드! 세계수의 씨앗입니다. 부, 분명 세계수 씨앗이 맞습니다. 그거면 숲의 성 점유율을 100%까지 채울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반지 속의 머물고 있던 에포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세계수 씨앗?”

“어?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재홍은 도현의 입에서 세계수의 씨앗이라는 말이 나오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이거 어디서 났어?”

도현이 재홍을 보며 물었다.

“끙차, 어디서는, 당연히 알케이네스 놈들의 도시에서지.”

재홍이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대답했다.

“상급부대 도시였지?”

“그래.”

“상급 부대가 세운 도시라도 몇 번 갔다 왔잖아. 그 동안은 한 번도 들키지 않더니 이번엔 왜? 설마 이거 훔치려고 무리를 한 거냐?”

도현이 상자 속의 세계수 씨앗을 재홍에게 내밀었다.

“키히히히. 그게 그렇게 몸에 좋은 거라잖아. 그 사령관 놈이 현 시점에서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에서는 1등 먹는 놈이라는데, 그걸 포상으로 받았다고 자랑을 하더란 말이지.”

“세계수 씨앗을 포상으로?”

“응, 몸에 무지 좋은 거라고. 그 알잖아. 좋은데 말로 하기는 그런 그거.”

“이게 정력제란 말이야?”

“딱 거기에만 좋은 건 아니지. 무슨 기운을 깨끗하게 하고, 마력을 증가시키는 그런 효과도 있다더라고. 그걸 차원 전장으로 가지고 들어오느라 제법 큰 대가를 치렀다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좋은 거래서 슬쩍했지.”

“그러다 걸려서 이 꼴이 된 거고?”

“이 꼴은 무슨, 봐봐, 다 나았잖아.”

재홍이 이제는 제법 몸에 힘이 들어가는지 팔을 펼치고 허리를 좌우로 돌려 보였다.

그 모습에 도현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임마! 나한테 최상급 치료제가 없었으면 너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어!”

황금의 성에서 만들어낸 최상급 치료제.

그건 도현도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 여분의 생명으로 생각하며 가지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달려와 수정 기둥 광장에 쓰러져 있는 재홍을 보는 순간 그걸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잘 다져진 고깃덩이 같은 동생을 눈으로 보고 있는데, 치료제가 귀한 것이란 계산은 서지 않았던 것이다.

“키히히히. 그래서 그걸 형한테 주는 거잖아. 덕분에 살았으니까 그건 형이 가져.”

재홍이 눈짓으로 세계수 씨앗을 가리켰다.

“쯧.”

도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씨앗을 다시 재홍에게 떠밀진 않았다.

“괜찮아. 키히히. 아, 좋았다. 정말 쫄깃했다니까. 사령관 놈이 쫙 하고 창을 찌르는데 그게 수십 개로 갈라지면서 날아오는 거야. 키햐! 그걸 이리저리 피하면서 수정 기둥으로 달리는데, 또 거기에 알케이네스 병사들이 쫘악 깔린 거지. 그 사이로 몸을 던지면서 은신을 했는데, 얼마 못 가서 은신을 깨는 마법이 터지고. 그 뒤로 정말 칼날 사이를 비집고 심장석에 터치를 했다니까?”

재홍은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어 대며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현은 뭔가에 중독된 것 같은 그 표정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한 자극에서 쾌감을 느끼는 재홍의 변태성은 알고 있지만,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 로드으! 로드. 세계수 씨앗을 저에게 주십시오. 반드시 최적의 흡수를 통해서 빠른 시일 내에 온전한 숲의 성을 로드께 바치겠습니다.

그런 중에도 에포르는 애가 닳은 목소리로 세계수의 씨앗을 갈구하고 있었다.

‘숲의 성이 67.4%였지?’

- 네, 로드.

‘그런데 그걸 이거 하나로 모두 채울 수 있다고?’

- 물론입니다. 로드. 세계수의 씨앗은 그 자체로 엄청난 보물입니다.

‘이거 마력은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보통 성의 점유율을 높여주는 특수 아이템들은 마력 증가의 효과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현이 느끼기에 세계수 씨앗은 마력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 씨앗이 아니겠습니까. 마력은 미약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씨앗이기에 품고 있는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인 것입니다.

‘그래? 그건 좀 아깝네. 마력 증진에는 도움이 안 된다니.’

도현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세계수의 씨앗을 아공간에 넣으려 했다.

“근데 형.”

그 때, 재홍이 도현을 불렀다.

“응?”

“사령관 놈이랑 부관이랑 이야기하는 중에 들었는데, 그 씨앗이 무슨 식민 차원에서 가지고 오는 거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씨앗이 그 식민 차원으로 넘어가게 되면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던데?”

“알케이네스 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그 차원에 세계수가 하나 밖에 없는데, 그 씨앗이 싹을 틔우면 세계수가 둘이 되는 거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세계수가 둘이 되면 왜?”

“그야 인질로 잡혀 있는 세계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테니까 그렇지. 후계가 생기면 그렇게 될 거라던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이런 거지. 그 식민 차원의 종족은 세계수가 없으면 죽어. 그런데 그 세계수를 알케이네스 제국이 관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배를 받고 있는데, 이 씨앗을 얻게 되면 달라진다는 거구나?”

“그렇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거.”

“뭐? 뭐가 더 남았어?”

“전에 알케이네스의 식민지 차원을 동원해서 지구를 공격한다고 했잖아.”

“음? 설마?”

“맞아. 그 중에 하나가 그 세계수가 있는 차원이야. 키히히히히.”

“목숨 걸고 이걸 훔쳐온 이유가 있었구나? 응?”

도현은 이제야 재홍이 단순히 스릴을 위해서 위험을 자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로드으.

‘안 되는 거 알지?’

-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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