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알케이네스 수정 기둥 점령
61. 알케이네스 수정 기둥 점령
퍼버벙!
레인저의 화살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알케이네스 부대의 지휘관들.
하지만 화살을 피하지 않고 막거나 때린 것은 큰 실수였다.
충격을 받은 화살은 촉에 붙어 있던 포자 주머니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온 포자들이 주변 공기를 가득 채웠다.
“크으윽. 마력이······.”
“이게 뭐야?”
“커억!”
도현이 사용한 포자의 능력은 마력 흡수.
그 포자를 뒤집어 쓰게 된 알케이네스 지휘관들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몸 안의 마력을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평범한 때라면 어떻게든 마력을 다스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익스퍼트 상급의 산성병사 부대의 천인장을 상대하던 상황.
제대로 오러를 끌어내지 못한 그들은 허수아비처럼 천인장의 칼에 베어졌다.
“커억!”
“으으윽!”
순식간에 익스퍼트 중급의 지휘관 셋을 쓰러뜨린 천인장.
하지만 천인장은 어떤 감정적인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곧바로 다음 상대를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천인장이 떠난 후에도 쓰러진 알케이네스 지휘관들의 몸에서는 포자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마력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마력은 에포르 병사의 머리에 꽂힌 <꿈꾸는 월광초>로 모여들어서 도현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확실히 이쪽이 효율이 높아. 산성병사들이 브로치로 다는 것 보다는 말이야.”
- 레인저가 숲의 성 소환체라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 네, 로드.
“자, 그럼 우리도 도시로 들어가 볼까? 이제 거의 밀어붙인 거 같은데 말이지.”
알케이네스 병사들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천인장을 막아주던 지휘관들이 죽은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익스퍼트 상급의 천인장이 마음껏 날뛸 수 있게 되었으니 하급 지휘관이나 일반 병사들에겐 재앙이 떨어진 셈이다.
산성병사들은 인간이 아니다.
따지자면 전투 기계나 다름이 없는 존재들.
그러니 지치지도 않고, 감정적인 동요도 없이 효율적인 살육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천 명의 병사를 이끄는 장수가 선두에서 날뛰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은 두 기의 천인장이 앞장서서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썰어대는 상황.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은 빠르게 무너지며 수정 기둥이 있는 광장으로 밀려갔다.
“뭐야? 저것들은 미개인 놈의 소환부대잖아.”
“저게 왜 여기까지 와 있어?”
“막아! 저것들을 막으라고!”
콰과과과광! 퍼버버벅!
“으아악!”
“커억!”
“마, 마력이 뒤틀린다!”
“보호막을 펼쳐! 마력이 흔들리고 있다!”
때마침 수정기둥에서 한 무리의 알케이네스 병사와 지휘관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이 상황에 대처하기도 전에 범위 마법과 함께 레인저들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도현이 탑의 성을 이용해서 수정 기둥을 포함한 일정 범위에 화염폭발 마법을 일으키고, 레인저가 시간차를 두고 지휘관을 골라 저격을 한 것이다.
“아아악!”
“크으윽!”
“오오, 헤이거스 신이시여!”
죽어가는 알케이네스 병사들과 지휘관들 중에 누군가가 헤이거스 신을 찾았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모두 멍한 표정으로 헤이거스 신을 찾기 시작했다.
“오오오, 신이시여!”
“헤이거스 신이시여, 축복을!”
“신의 곁에서 부활하리니······.”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헤이거스를 찾으며 달뜬 숨을 몰아쉬는 이들.
그들 중에 일부는 저항을 포기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했고, 일부는 광전사처럼 방어를 도외시하고 산성병사들을 향해 자살 공격을 시도했다.
도현은 그 광경을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중의 한 곳 지붕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헤이거스.”
- 로드, 그게 알케이네스 차원의 신입니까?
에포르 병사가 도현을 보며 물었다.
“아니, 내가 알기로 헤이거스는 알케이네스 제국의 황가야. 그 성이 헤이거스지.”
- 그런데 저들을 보면 헤이거스를 신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만.
“맞아. 살아 있는 신이지. 알케이네스 제국의 국민들에게 황제는 그런 존재야.”
- 알케이네스의 황제가 불로불사나 영생을 하는 것입니까?
“아니, 좀 오래 살기는 하지만 영생은 아닐 걸?”
- 그런데······.
“일종의 세뇌지. 어려서부터 그것이 당연하다고 배우면 저렇게 되는 거야. 게다가 황가의 혈통은 대대로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던가? 귀족들도 그렇고.”
- 그거야 어려서부터 받는 지원이 다른데서 오는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귀족과 황족의 차이라고 선을 그으면 그게 진리가 되는 거지. 오랜 세월, 저들은 황제가 신과 동격이라고 배웠고, 숭배의 대상, 신앙의 대상으로 배웠어. 종교도 따지고 보면 학습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까.”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려 광장으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 산성병사들 사이를 지나 수정 기둥으로 다가갔다.
- 로드! 위험합니다.
에포르 병사가 깜짝 놀라 도현의 곁으로 따라 붙었다.
언제 수정기둥에서 알케이네스의 실력자가 소환되어 나올지 모를 상황이라 긴장한 표정이었다.
“어엇!?”
서걱! 서걱! 푹! 푸푸푹!
“커억!”
“아악!”
“매, 매복······!”
그리고 그런 에포르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는지 광장 여기저기에서 알케이네스 병사와 지휘관들이 소환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소환과 동시에 산성병사들의 검과 창에 죽임을 당했다.
소환되는 이들을 망설이지 않고 공격하는 산성병사들의 움직임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소환은 수정 기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져. 수정 기둥에서 일정 거리는 복귀하는 이들을 위해서 비워두지.”
도현은 지금 상황에서는 도리어 수정 기둥에 가까운 일정 구역이 제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 소환 불가 범위에는 산성병사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 산성병사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면, 이제 이곳으로 소환된 알케이네스 인들이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어떻게든 범위 안으로 들어와야 수정 기둥을 이용해서 4구역의 도시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걸 미리 차단해 버린 상황이니까.
“커어억!”
“아악!”
“커억!”
도현이 수정 기둥에 도착할 때까지 광장 곳곳에서 알케이네스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수백 명의 병사와 수십 명의 지휘관이 죽은 후에야 소환이 멈췄다.
그들도 이곳으로 병력을 파견하면서 곧바로 상황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되돌아가지 못하니, 이곳의 상황을 짐작하고 파병을 멈춘 것이 분명했다.
쿠궁! 쿠궁! 쿠궁!
도현은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심장은 더없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수정 기둥이 드디어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것은 알케이네스가 지구를 공격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할 관문 하나를 더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뚫릴 일이 없는 견고한 관문이었다.
게다가 이제 자신이 수정 기둥에 접촉하면 뭔가 큰 보상이 있지 않겠는가.
도현은 그런 기대를 하며 차분하게 손을 뻗어 수정 기둥과 맞대었다.
【알케이네스 차원의 중립 도시를 점령했습니다.】
【연결된 도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할 도시를 선택해 주십시오.】
【최초의 수정 기둥 점령 업적입니다.】
【최초 업적으로 수정 기둥을 통해 이동할 경우 스킬 효과 100% 보정을 받습니다.】
【······. 보상에 대한 타당성 점검······.】
【헌터 캐슬의 수정 기둥 최초 점령 업적 보상을 승인합니다.】
“이거 잠시 머뭇거린 거 같은데?”
- 시스템이 로드에게 주는 보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대로 보상을 주기로 했다는 거고?”
- 로드의 능력이 차원 전장의 시스템의 판단에도 규격외로 보인 모입니다.
“뭐 어쨌거나 이거 여기서 그만 둘 일이 아닌 거 같지 않냐?”
- 로드, 설마?
“아니, 수정 기둥을 통해서 반대쪽 도시로 넘어가면 지금 능력을 배로 쓸 수 있다는 거잖아.”
-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저 건너에서 나를 막을 놈이 있기나 할까? 없을 거 같은데?”
- 하지만 로드께서 이곳을 떠나시면 이 도시를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로드께서 귀환하실 길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산성병사 4개 천인대면 쓸고도 남을 거 같은데?”
- 로드, 저 쪽에 알케이네스 부대의 병사가 수 만 단위 이상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건 그러네. 중립도시는 점수를 써야 올 수 있는 곳이라 파병에 제약이 있지만, 저 너머는 그게 아니지.”
- 자칫 로드 혼자서 수만의 적과 싸워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로드께서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지만······.
“그래, 에포르 네 말이 맞다. 혼자서 알케이네스 전체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겠지.”
도현 혼자서 지구의 헌터들 모두를 상대로 싸우진 못한다.
마력이나 오러가 무한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숫자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곳 중립 도시를 다른 헌터들에게 맡기기도 불안하다.
결국 알케이네스의 4구역을 공격하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한 도현.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다시 이곳으로 올 헌터들이 받을 차원 회랑의 금제가 마음에 걸렸다.
“지금 우리 헌터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 여기로 오면 차원 회랑의 금제 때문에 그나마 지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할 거고.”
- 이렇게 되면 결국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로드의 산성병사들이 모두 여기에 묶일 수는 없으니까요.
도현의 말에 에포르가 미리 의논했던 해결책의 사용을 권했다.
“으음. 산성을 여기에 묶어 둘 수는 없으니까 결국 돈을 좀 써야겠지.”
지금 상태로는 지구의 헌터들에게 이곳의 수비를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결국 도현의 산성병사 부대를 광장에 배치해 둘 수밖에 없는데, 그건 도현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군왕성의 점유율을 끌어 쓰지 못하면 천인대장 없이 999기의 산성병사만 소환할 수 있는데, 이곳 광장을 지키려면 그걸 몽땅 여기 둬야 한단 말이지.”
천인대장이 없으니 아홉 명의 백인대장은 있어야 광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터들의 약점을 보완해 줄 필요가 있었다.
- 황금의 성을 연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어렵게 점령한 이곳을 다시 내어 줘야 했을 겁니다.
에포르는 그나마 방법이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고, 도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투자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여기서 차원 회랑의 금제를 직접 받아봐야 5구역과 6구역의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
차원 회랑의 금제를 약하게 하기 위해서는 차원 회랑에 차원 에너지를 그만큼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차원 에너지는 5구역 이상의 거점에서 일정 시간마다 확보할 수 있는 것이고.
- 여길 지키면서 알케이네스 병사들과 싸워보면 현실을 알게 될 겁니다. 로드.
“그렇겠지. 그래야 하고.”
중립 도시를 점령하면서 상대적으로 차원 전쟁에서 우위에 서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케이네스는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도현은 궁지에 몰린 알케이네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일단, 황금의 성을 이용해서 공방용 아티펙트를 대량으로 헌터들에게 공급하자. 그걸로 여길 지키면 되는 거지 뭐.”
장비 아이템은 차원 회랑의 금제를 받는다.
하지만 소모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그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그러니 소모성의 강력한 공격 아이템이 있다면 이곳에서도 그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도현이 헌터들의 디버프를 보완할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황금의 성, 거기에 마이더스의 황금손이 더해진 시너지라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적잖은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끄응.”
- 로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에포르 로드의 내탕금을 축나는 일이 없도록, 아이템의 대가를 확실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도현의 앓는 소리에 에포르가 충심어린 각오를 외쳐 위로를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