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역습 계획
59. 역습 계획
“알케이네스!!”
와이번을 타고 전장에 도착한 도현은 산성병사를 공격하고 있는 알케이네스 부대를 발견했다.
“저것들이!”
도현은 곧바로 와이번을 움직여 전장 위를 선회했다.
그리고 와이번이 지나간 아래쪽에는 누런 먼지구름이 일어나더니 도현이 소환한 산성병사들이 알케이네스 부대를 포위하며 나타났다.
웨어 울프의 동굴을 공략한 후, 흡수했던 산성병사들을 소환해서 알케이네스 부대의 퇴로를 막은 것이다.
“사령관 각하를 죽인 놈이 나타났다.”
“놈이 탄 와이번을 공격해라! 공격!”
“활과 석궁을 쏴!”
“젠장 마법사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발 밑에서 알케이네스의 병사들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한 번 활공을 마친 도현은 와이번을 타고 삼백 미터가 넘는 상공에 올라가 있었다.
그곳까지는 화살이나 석궁 볼트가 제대로 닿지 못했다.
중력을 거스른 투사 무기의 한계였다.
“결국 6구역에서 알케이네스 놈들을 만났네. 쯧.”
치지지지지지징! 치지지징!
도현은 정지 비행을 하는 와이번 위에서 탑의 성을 소환했다.
“너희는 나를 공격할 수단이 마땅치 않겠지만, 나는 뭐, 여기서 돌만 떨어뜨려도 위력적인 공격이 되는 거지.”
우우우우웅!
도현은 탑의 성을 불러내어 간단한 소환 마법을 발동시켰다.
사람 머리통 크기의 돌을 소환하는 간단한 마법.
하지만 300미터 상공에서 떨어지는 머리통 크기의 돌은 밑에 있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에겐 재앙과 같았다.
“피, 피해라!”
“크아악!”
“아악!”
산성병사들의 포위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알케이네스 병사들의 군진이 빠르게 무너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을 피하려니 진형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콰과광!
“크아악!”
그 돌은 방패로 막아도 큰 부상을 각오해야할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실력이 뛰어난 병사들은 돌을 피하거나 비껴 흘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늘을 신경쓰다보면 산성병사의 창과 검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 로드, 이번에도 포로를 잡으실 겁니까?
“아니, 포로는 전에 잡았던 놈들로 충분해. 어차피 잡아봐야 얻을 것도 없는 놈들이야.”
- 그래도 뿔은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귀족의 뿔이면 모를까 귀족이 아닌 것들의 뿔은 가치가 없잖아.”
- 저 병사들 중에 귀족이 있을 수도······.
“알케이네스의 귀족은 최하급인 남작이라도 평민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아. 귀족이 남작이라도 독립 영지의 주인이라 다른 귀족의 부하 노릇은 하지 않는다더군. 귀족의 머리 위에는 황족 밖에는 없는 거지.”
- 그렇습니까?
“뭐, 과거에 골드 헌터들이 그렇게 떠들었던 걸 들었지. 그 때, 골드 헌터들이 알케이네스의 귀족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를 걸? 아니 그 중엔 골드 헌터로 이루어진 귀족 세력을 만들어서 지구를 지배해야 한다고 떠들던 놈들도 있었지.”
-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까?
“알케이네스와 싸우는 중에 알케이네스의 신분제를 부러워하고 그것을 지구에서 실현하려 하는 놈들이 있었다니,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었지.”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중에 지상에서의 싸움은 산성병사들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발 밑에서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허락하지 않는 산성병사들의 단호한 전후 처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이거 앞으로 심심하면 알케이네스 놈들하고 싸우게 생겼군.”
이번 전투는 이겼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거에도 6구역의 거점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차원 회랑에 차원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나, 길드 타운을 성장시키기 위한 길드 포인트의 확보를 위해서나, 거점 점령은 무척 중요했다.
그 때문에 도현은 이번 첫 교전이 앞으로 이어질 많은 교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 * *
“이상한 일이네. 왜 알케이네스 놈들이 보이질 않지?”
도현이 6구역에서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만난 후로,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에 크라운 길드의 여진만 팀과 비무장 전설, 도깨비 팀이 각각 100명의 정예를 구성해서 6구역으로 진출했다.
도현은 그들이 6구역으로 진출하는 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알케이네스 부대와 교전이 벌어질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알케이네스 부대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조성시켰다.
그런데 막상 두 달이 지나도록 알케이네스 부대는 6구역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어쩌면 로드께서 이곳에 계시니, 아예 이쪽의 6구역을 포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에포르는 알케이네스 부대가 전투를 포기한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도현은 귀족인 알케이네스의 부대 지휘관이 전투를 피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알케이네스의 귀족이 식민지 노예종을 상대로 도망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뭔가 준비를 하고 있겠지. 우리 크라운은 지구의 길드들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길드야. 그렇다면 우리의 상대 역시 알케이네스에서 가장 강력한 부대겠지.”
- 그렇습니까?
“차원 전장을 만든 시스템이 그런 쪽에서 제법 공정한 편이거든. 1등은 1등과 붙여야지.”
- 그럼 상대 알케이네스 부대가 원정군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부대라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그런 강력한 부대가 왜 두 달이 넘도록 6구역에서 보이지 않느냐고.”
- 설마 7구역으로 바로 넘어간 것이 아닐까요?
“그건 안 되지. 6구역에서 일정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7구역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기니까.”
- 5구역은 거점을 모두 점령하는 것이 6구역으로 가는 조건이었는데, 6구역에서 7구역으로 가는 조건은 좀 여유가 있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야 6구역 거점이 그만큼 점령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거지.”
- 아, 로드를 모시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로드처럼 강한 헌터라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것들이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이니까 더 불안하단 말이지.”
- 저는 로드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뭔가 큰일을 벌이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설마 내가 그런 짓을 하겠어?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 그럼······.
“그러니까 전에 계획했던 일을 실행해야겠다.”
- 그 계획이란 것이 설마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중립 도시를 빼앗는 것은 아니겠지요?
“역시 에포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본다니까?”
- 로드, 다시 생각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로드께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혼자서 알케이네스 원정군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에포르가 기겁을 하며 도현을 말리려 했다.
“어허! 말을 마저 들어야지.”
- 네?
“이번 작전은 다른 길드들의 협조를 받아서 진행할 거야.”
- 협조라니요?
“상위 실력자들을 좀 빌리는 거지.”
- 협조를 하지 않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미적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길드전을 선포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버려야지. 그런 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문제만 일으켜. 걸림돌은 커지기 전에 깨버려야 하는 거야.”
- 역시, 로드께선 간혹 패왕의 기질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패왕은 무슨.”
-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가 로드의 요청을 거절하겠습니까. 지구 인류를 위해서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을 공격하는 일인데.
“그렇지? 명분도 확실한데 말 안 듣는 놈들을 조져버릴 무력까지 갖췄으니 반발하는 놈은 없겠지.”
- 속으론 몰라도 겉으로는 수긍하고 따를 것입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래.”
- 그렇군요. 그럼 인류 연합군의 창설인 것입니까? 이런 걸 두고 ‘두근두근한다’라고 하는 거군요.
“좋아할 일은 아니다만.”
- ······. 죄송합니다. 로드.
* * *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의 중립 도시 점령 작전.
도현은 가디언의 이름으로 이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뉴어스에 존재하는 모든 길드들에 협조 요청을 날렸다.
도현은 길드 타운의 성장도에 따라서 길드마다 파병 인원과 지원 물자의 규모를 정했다.
하지만 인원과 물자만 준비된다고 곧바로 차원 회랑을 넘어서 알케이네스 전장으로 갈 수는 없었다.
차원 회랑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에너지를 축적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의 사태를 고려해서 후퇴할 때 필요한 에너지까지 축적을 해 둬야 했다.
자칫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에서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후퇴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차원 회랑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차원 회랑을 이용하지 못하고 남겨져야 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네요? 잘 지내셨죠?”
김재홍이 길드 타운에 있는 도현의 집무실로 들어오며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몇 번이나 보자고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 네가 문제지.”
4구역에 온 이후로 겉돌기 시작하더니 한동안 제 멋대로 돌아다니던 김재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길드원들과 조금씩 어울리며 마음을 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인싸가 되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요. 길드 사람들이 모두 괜찮더라고요.”
“나도 이야긴 들었다. 여기저기 깍두기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부르는 곳은 많은데 몸은 하나라서 눈코 뜰 새도 없습니다.”
“듣자니 도둑 계열로 완전히 정해진 모양이던데?”
여러 팀에서 재홍을 찾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함정을 찾고 해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들키지 않고 정찰을 하거나, 필요할 때에는 내부 혼란을 일으키는 작전도 수행한다.
그런 쪽으로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기에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하하하. 각성한 헌터 스킬이 모두 그 쪽으로 가더라고요. 감이 좋은 걸로 시작해서 존재감을 지울 수 있는 능력이 생기더니, 그림자 이동술까지 나왔죠.”
“그림자 이동술이면 대략 어떤 건지 알겠네.”
도현이 소환하는 흑영이 그림자를 이용하는데 특화된 소환체다.
사실 이번에 도현이 재홍을 불러들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알케이네스 이야기는 알지?”
“그 쪽 중립 도시를 점령하는 거 말이죠? 당연히 알고 있죠. 저도 한 자리 얻으려고 신청을 해 뒀는데요?”
“명단에서 확인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 말씀하세요.”
“어려운 일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이라니요?”
“감찰.”
“네?”
“차원 회랑을 건너가게 되면 이쪽과 그 쪽은 어쩔 수 없이 단절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어.”
“그건 그렇겠죠.”
“내가 양쪽을 오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음,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요. 그런데 그걸 내가 해요?”
“네 곁에 비슷한 놈들 몇 명 있다며?”
“어? 그것도 알고 있었어요?”
“문제아들을 네가 컨트롤 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다. 그 놈들과 함께 해 봐.”
“재미는 있겠는데, 애들이 말을 들을까 모르겠네요.”
“중간에 들켜서 문제가 생기면 내 이름을 대. 끝까지 비밀을 지키면서 죽으라거나 그런 거 아니야.”
“들키면 형, 아니 마스터 이름을 대라고요?”
“그래.”
“에이, 가오가 있지.”
“가오는 일본 말이고!”
“아, 죄송.”
“재홍이 너와 네가 이끄는 팀의 존재는 일부러라도 알릴 필요가 있어. 그래야 겁을 먹고 조심할 거 아냐?”
“아하! 무슨 소린지 알겠네요. 그럼 뭐······.”
“대신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는 해 줘야 겁을 먹겠지? 최선을 다하란 소리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몇 놈으로 겁을 주면 되겠네요. 솔직히 우리는 몬스터 보다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더 편하거든요.”
“사람을 어떻게 하라는 소리가 아닌 건 알지?”
“저도 은밀한 곳까지 침투해서 흔적을 슬쩍 남기는 식으로 겁을 준다는 겁니다.”
“그래, 그거다. 그럼 일단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 둬.”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
“둘이 있을 때는 그냥 형이라고 해. 딱딱하게 마스터는 무슨.”
“하하. 네네. 알았습니다.”
도현은 크라운만이 아닌 다수의 길드가 함께 하는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그렇게 대비하기로 했다.
뭔가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아는 것이 있어야 할 테니까.
‘상황은 좋다. 과거 인류도 중립 도시는 지켜냈지. 그런데 알케이네스 놈들의 중립 도시를 빼앗게 되면 상황은 과거와 다르게 완전히 역전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도현은 차원 전쟁에서 완전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