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55화 (55/184)

55. 어라? 니가 왜 여기서 나와?

55. 어라?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 가서 흔들어 줘야지.”

- 하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가자마자 기습을 당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차원 회랑에서 산성군단을 소환한 후에 나갈 거야. 그동안 차원 에너지도 제법 모였으니까 그 정도는 될 거야.”

차원 회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바로 5구역과 6구역, 7구역 등의 거점을 점령하면 그에 따라서 일정 시간마다 조금씩 쌓인다.

더 많은 거점은 자원 수급을 원활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차원 회랑을 이용하는 비용도 풍족하게 만든다는 소리다.

“어?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겠다?”

- 알케이네스 놈들이 마중을 나왔군요.

“그러게, 이쪽에서 차원 회랑으로 들어오면 저 쪽에서도 알게 되긴 하지.”

- 하지만 차원 회랑에 들어오면 힘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까.

“자기가 들어온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제약이 커지는 거라서, 저렇게 입구 쪽에 있으면 별 손해도 없지.”

- 그렇군요.

“자, 어쨌거나 마중을 나왔으면 나도 인사를 해야겠지?”

도현은 이번 생에서의 첫 차원 회랑 전투를 위해 산성군단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군왕성의 점유율 10%를 끌어와서 산성의 점유율을 100%로 만든 도현.

그가 불러낸 산성 병사는 1111천 명이었다.

90%에서 999명의 산성 병사를 소환했던 것을 생각하면 수가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천인장의 등장이었다.

익스퍼트 상급의 천인장은 충분히 점유율 10%의 가치가 있었다.

“자, 에포르는 꽃 좀 꽂자. 그리고 산성병사들은 포자낭 브로치도 좀 달고.”

도현은 천천히 전투 준비를 해 나갔다.

어차피 저 멀리 있는 알케이네스 놈들은 입구를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서둘 것도 없었다.

“자, 그럼 가라!”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도현이 군단의 전진을 명령했다.

* * *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냐.”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 만프레 공작가의 둘째 공자는 뒷짐을 지고 회랑 저 쪽에서 다가오는 군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통탄할 일입니다.”

그의 부관인 토카 하무로가 한 발 뒤에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제국 전체에 소문이 났다지? 이번 원정에서 미개한 것들에게 뒤처지고 있다고.”

“사령관 각하······. 송구스럽습니다.”

상관이 치욕을 당하게 한 것은 부하로선 견디기 어려운 수치였다.

토카 하무로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어금니를 꼭 깨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자리에 사령관이 나서게 된 것이 자신의 무능 때문이라 느껴져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차원 회랑의 최초 입장 특권을 빼앗긴 탓에 미개인 놈들을 징치 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지.”

고개 숙인 하무로 앞에서 자카모스가 천인대의 위용을 자랑하는 산성병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때마침 저렇게 다시 차원 회랑으로 들어와 일전을 겨룰 생각을 했다니, 미개한 것 치고는 기개가 있는 놈이긴 하다.”

그리고 부대의 뒤쪽에 서 있는 도현을 바라보며 그렇게 평가했다.

그런 중에도 도현의 산성병사들은 차근차근 거리를 좁히고 있었지만 자카모스의 병사들은 누구하나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만큼 자카모스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 공작가의 핏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군대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귀족이란 종교의 신앙 대상과 다르지 않았다.

귀족은 곧 황제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이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제국의 황제가 곧 알케이네스 인들의 신(神)이나 다름없으니.

쿵쿵쿵쿵쿵! 쿵쿵쿵쿵쿵!

결국 산성 병사 천인대가 차원 회랑의 출구를 지키는 자카모스 부대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곧 서로 창칼을 마주할 순간이었다.

차장!

자카모스가 검을 뽑아들고 몸을 날려 산성병사의 지휘관인 천인장을 향해 들이닥쳤다.

오러 사용자는 신체 능력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니 수 십 미터의 거리를 단번에 좁혀서 검을 휘두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와!”

“사령관 각하!”

“우아아아!”

그 모습에 자카모스의 병사들이 저마다 열광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카가강! 퍼벅!

“쿠에에엑!”

“헉!”

“사, 사령관 각하!”

“각하를 구해라!”

“막아! 적을 막아라!”

자카모스는 용감하게 천인장에게 달려들었다가 단번에 격퇴되고 말았다.

천인장은 공격에 맞서 검을 받아 흘리고 이어서 발을 차 올려 자카모스의 아랫배를 가격했다.

그 공격에 자카모스는 참담한 비명과 함께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가 몇 미터를 뒤로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도, 도련님!”

토카 하무로가 급히 자카모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하지만 그런 토카 하무로의 앞을 산성병사들의 백인장 둘이 막아섰다.

카강! 푸욱! 퍼버벅! 터더덩!

“커억!”

“아악!”

“윽!”

“아, 안 돼!”

“사, 사령관 각하를 구해라!”

“놈들을 밀어내라! 각하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관인 토카 하무로가 백인장 둘에게 막혀 있는 동안, 부대의 다른 병사들도 산성병사에게 막혀 버렸다.

“크으으윽! 나, 나보다 강하다고?!”

그런 중에 바닥에 나뒹굴었던 자카모스가 검을 지팡이처럼 바닥에 찍고 기대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설마 천인장이 익스퍼트 상급일 줄은 몰랐다.

자카모스는 아직 상급에 이르진 못했다.

그의 실력은 상급과 중급의 경계 정도.

하지만 그것만 해도 차원 원정군 중에서는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앞장서서 검을 날렸던 것인데, 단번에 위기를 맞이하다니.

“이, 이런······.”

자카모스는 힐끗 뒤를 살피며 낭패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짧은 순간에 퇴로가 막혔다.

산성병사들이 자카모스 부대를 막아서고 있었다.

샤아악! 휘익!

“크으!”

하지만 자카모스는 한 눈을 팔 여유가 없었다.

기합소리도 없이 천인장의 검이 자카모스의 목을 노렸기 때문이다.

자카모스는 다급하게 몸을 비틀어 천인장의 검을 피했지만, 그 때문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휘익! 카각! 서걱! 카가가강!

“하악! 하악! 크윽!”

카가강! 퍼벅! 퍽!

“아악! 욱! 커억!”

잠시 뒤쪽의 상황을 살피느라 한 눈을 판 대가는 참혹했다.

자카모스는 연이어 날아오는 산성병 천인장의 공격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났다.

“도련니임! 으아아아아!”

카가가강! 콰광! 콰광!

그런 모습에 토카 하무로가 비명같은 고함을 지르며 오러를 푹주시켜 어떻게든 포위를 뚫어보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자카모스는 그런 하무로의 노력이 쓸모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은 점점 적 부대의 병사들 사이에 고립되는 중이었다.

자신의 부대는 적 부대에 밀려서 차원 회랑의 출구 쪽으로 멀어지는 중이었다.

휘리릭! 카가가강! 카강!

“허억! 허억!”

자카모스는 점차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상대의 오러는 자신보다 월등한 수준.

그에 맞춰서 검을 강화시키다보니 자신의 오러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체력.

자카모스는 평소 오러만 단련할 것이 아니라, 순수한 육체 단련에도 힘을 썼어야 했다며 크게 후회했다.

앞으로는 육체 단련에도 힘을 써야 하리라.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

“크악!”

“아아악!”

“크아아아악!”

“모두 기운을 폭주시켜라. 어떻게든 각하는 구해야 한다.”

“케에엑!”

“커억!”

자카모스는 뒤에서 들리는 부하들의 비명과 고함이 이전보다 훨씬 멀어진 것을 느꼈다.

그만큼 그의 군대가 밀리고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도 정예병만 추려서 들어온 것인데, 이렇게 쉽게 밀리다니.

자카모스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적들을 노려봤다.

처척! 카라락! 푸우욱!

“끄어어어어어.”

그런데 그 순간 산성병 천인장의 검이 자카모스의 옆구리를 깊게 파고들었다.

자카모스는 그 고통에 눈을 뒤집으며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처적! 처적! 척척척! 척척척!

천인장이 자카모스의 옆구리에 검을 박아 넣는 순간, 한 무리의 산성병사가 주변을 완벽하게 포위했다.

지름 5미터 가량의 원형 공간만 남기고, 주변을 다섯 겹으로 둘러싼 산성 병사들.

그 병사들을 뛰어 넘어, 녹색의 갑옷을 입은 도현이 나타났다.

“이게, 이게 이렇게 되네?”

그런 도현의 얼굴에는 도저히 지금 상황을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눈앞에 있는 알케이네스 인.

그는 분명 도현도 알고 있는 이였다.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

도현이 그를 불렀다.

자신의 이름이 듣기 거북한 발음과 함께 적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자카모스는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멈췄다.

“알케이네스 제국의 3대 공작가의 직계가 이렇게 잡혀? 이게 말이 되나?”

하지만 도현의 눈동자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 몽롱하기까지 했다.

황제는 알케이네스에서는 살아 있는 신과 같다.

그것은 황제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그저 제국의 황제는 모든 알케이네스 인들의 신이었다.

그리고 그 황제와 가장 가까운 신분인 공작.

그들 역시 알케이네스에서는 준신 혹은 하급신과 비슷한 숭배를 받는다.

그런데 그런 공작의 아들이 지금 도현의 눈앞에서 검에 찔려 있었다.

그것도 도현이 부리는 소환체가 검을 찔렀다.

- 로드, 포로를······.

“아니, 이놈은 애초에 포로로 잡을 수 없는 놈이다. 게다가 이놈이 살아 있으면 다른 포로를 잡을 수 없다.”

에포르가 도현에게 적의 수장을 포로로 잡자는 건의를 했지만 도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현을 노려보고 있는 적장.

그 눈빛에 담겨 있는 의미는 치욕과 수치심이었다.

미개인에게 포로가 될 바에는 아마도.

스걱! 투둑!

- 로, 로드. 적장이 스스로 목을 잘랐습니다.

저렇게 자결을 택하는 것이 귀족의 자존심이다.

“으아악, 각하!”

“각하께서!”

“도련니임!”

전투 중에도 자카모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토카 하무로는 오러를 폭주시켜 폐인이 된 몸으로 바닥을 기어 이쪽으로 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서석, 푸욱!

“커억!”

“컥!”

서걱! 서걱! 서걱!

“윽”

“악!”

“흐윽!”

그런 중에 자카모스의 부대 곳곳에서 자살과 살육이 속출했다.

스스로 죽거나, 동료의 검을 저항하지 않고 맞는 이들.

그것은 죽은 자카모스를 따르려는 그들의 의지였다.

스스슥! 스스슥! 스스슥!

“크으으윽.”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어온 토카 하무로.

그가 자카모스의 머리까지 기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도현의 묵인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백인장들에 의해 목이 잘렸을 것이다.

뿌드드드득! 뿌드드드득!

“커어어억!”

토카 하무로는 자카모스의 잘린 머리를 자카모스의 가슴 위에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뿔을 힘겹게 뜯어냈다.

이마에서 귀 위를 거쳐서 뒤통수까지 이어진 뿔.

그것은 알케이네스 차원인들의 모든 것이었다.

뿔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알케이네스 종족임을 포기한다는 것과도 같은 행위였다.

토카 하무로는 뿔을 도현의 발 밑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말했다.

“도련님의 주검을 수습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다오.”

도현은 그런 토카 하무로의 뒷머리를 잠시 내려 보았다.

그리고.

서걱!

도현의 의지를 받은 에포르 병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토카 하무로를 그대로 참수했다.

비명도 없이 목이 잘려 머리가 나뒹구는 토카 하무로.

그의 눈은 지금의 상황을 믿기 어렵다는 듯이 부릅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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