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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54화 (54/184)

54. 중국을 휩쓴 흑영의 공포

54. 중국을 휩쓴 흑영의 공포

“숫자가 많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지.”

도현은 중국이 게이트 적합자들을 그레이 게이트에 밀어 넣는 상황을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알케이네스 차원과의 전쟁에서 귀중한 전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과거처럼 차원 전쟁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 수가 많기는 하지만 이번 길드전에서 보셨던 것처럼 모두 오합지졸입니다. 그런 자들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에포르는 이번에 벌어졌던 크라운 길드와 다른 다섯 길드의 길드전 상황을 떠올리며 도현에게 물었다.

워낙 개개인의 전력 차이가 크다보니 중국계 길드들은 제대로 싸움도 하지 않고 항복을 해 버렸다.

“에포르.”

- 네, 로드.

“우리가 이번에 흡수한 길드의 길드원 수가 제법 되지? 또 모두가 네가 말하는 대로 오합지졸이고?”

- 그렇습니다 로드.

“하지만 그들도 제대로 키우면 쓸만해지겠지?”

- 그야······. 아, 그렇군요.

“이제 머리가 돌아가?”

- 오합지졸이라도 5구역과 6구역에서 제대로 키우기만 하면 급격하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에포르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보면 다수의 중국 그레이 헌터가 큰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제 새로 게이트를 넘는 헌터들은 3구역까지는 쉽게 통과하고 있었다.

구역 관문이 있기는 하지만, 가디언의 가이드와 먼저 들어온 선배 헌터들의 도움 덕분에 구역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나날이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후기의 헌터들일수록 편하게 2구역 3구역을 지나 4구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물론 그 대신에 실력은 보잘 것 없는 상태로 4구역에 도착하게 되지만.

“4구역부터는 국가가 아니라 길드별로 세분되어 성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지.”

- 그렇죠. 4구역부터는 길드별로 나눠서 성장하게 되니까요.

“그거지. 게다가 길드 하나를 잘 성장시키면 그 길드에서 하위 길드도 만들 수 있으니까, 빠르게 세력을 키울 수단이 생기는 거지. 그래서 이때부터 숫자가 많은 쪽이 크게 유리해지는 거지.”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상황이 못마땅한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 차원 침략에 대비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군요.

“그건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무슨 약초가 아니라 독초가 빠르게 자라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 중국의 헌터들이 차원 침략에 맞설 역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말씀이지요?

“그래. 어떻게든 제 좋은 대로만 하려고 드는 습성이 있지. 무리를 지어서 이득을 취하려 하지만, 그 무리는 커봐야 중국을 넘지 못하는 자들이야. 딱, 거기가 한계지. 지구 인류 전체? 이런 건 생각도 못하는 머저리들.”

- 그럼 어떻게 해요?

“코뚜레를 끼워서 소처럼 부려야지. 지휘부를 정리하고 그 밑에 있는 이들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야.”

- 알겠습니다. 그럼 크라운 길드가 나서서 중국계 길드들을 모두 정리하는 건가요?

“벌써부터 어깃장을 놓으며 매를 벌고 있으니, 달라는 매를 줘야지.”

- 매우 치는 건가요?

“······.”

- 죄송합니다 로드.

* * *

크라운 길드가 흡수한 중국계 길드 중에 하나는 천화성의 길드였다.

그리고 그 길드의 그레이 헌터들은 대부분 길드를 탈퇴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천화성의 길드가 중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길드를 탈퇴한 그레이 헌터들은 그 동안 길드에 쌓아 두었던 공헌도를 모두 잃게 되었지만 그것이 당의 명령이라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해도, 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인에게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으니 빠르게 크라운 길드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다른 네 개의 길드들은 사정이 달랐다.

네팔이나 부탄,미얀마, 라오스의 게이트를 이용해서 뉴어스로 들어온 중국계 그레이 헌터들은 갈 곳이 없었다.

그들은 길드를 탈퇴해도 네팔, 부탄, 리얀마, 라오스라는 국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길드를 벗어나서 무소속이 되면 다시 3구역으로 돌아가서 길드 가입을 해야 했다.

문제는 새로 길드 가입을 하면 그 즉시 4구역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

3구역에서 다시 공헌 점수를 쌓을 수 없기에 가입한 길드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러니 누가 그런 헌터를 길드에 받아줄까.

실력이라도 뛰어나면 받아주겠지만 그도 아니면 품어주기 어렵다.

이유는 길드의 재원 때문.

4구역부터는 길드 자체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반이 되는 것이 3구역에서 확보하는 전공 점수다.

그것으로 길드 타운의 기초를 세우고, 그것을 점차 발전시켜서 길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길드원의 수가 많으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수 백, 혹은 수 천의 길드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길드는 흔치 않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길드를 세울 수도 없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퇴출이야. 응? 퇴출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무소속으로 길드 타운 밖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거야.”

길드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이들은 이런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러면 거의 대부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길드는 사실상 길드 마스터의 독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뉴어스의 시스템이 길드 마스터의 자격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길드 마스터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네팔, 부탄, 리얀마, 라오스에 대한 게이트 지원을 중단했다.

그들의 괴뢰 길드가 사라졌으니 이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네팔 등의 4개국에선 자신들의 나라에서 골드 헌터의 자격을 얻은 이들을 볼모로 잡았다.

중국계 골드 헌터의 게이트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도현이 매를 번다고 했던 말의 근거가 바로 이것이었다.

헌터의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

그것은 가디언의 개입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게이트에 투입한 그레이 헌터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큰 범죄행위입니다. 마땅히 징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에포르의 생각도 도현과 다르지 않았다.

“아직 차원 침략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거지. 이러다가 어디서 한 번 크게 당해봐야 정신이 번쩍 들라나?”

그럴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도 충격요법만큼 효과적인 학습방법도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도현이었다.

“당장 알케이네스 차원의 침략으로 경각심을 줄 수는 없지만, 가디언의 이름으로 엄중한 경고를 할 수는 있겠지.”

- 모스크바 사태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참, 중국이란 나라는 이상하네요.

“덩치가 크니까 어지간해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른 인류가 모두 멸망해도 중국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많았지.”

과거 그들은 인류의 멸망에 자기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모두 죽어 버려도 자기들끼리 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다보니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울타리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차원 침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몰라서 그런 거지. 다른 종족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도현도 알케이네스 인들의 사고 방식과 가치관을 몰랐다면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나마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는 지구와 전혀 다른 알케이네스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현세대의 지구 인류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후대로 가면서 가축같은 노예로 완전히 적응하게 된다면 또 모르지만.

“어차피 이번 차원 전쟁은 우리가 이길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고.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도 있겠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도현은 지구의 국가간 권력이나 서열 따위에는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저 뉴어스에서 벌어지는 차원 전쟁을 제대로 지원해 주기만을 바란 것인데.

- 로드, 읍참마속이라 했습니다. 마음을 굳게 다독이십시오.

“응? 또 그런 사자성어는 어디서 배워 왔어? 그리고 하필 중국을 치는 마당에 중국에서 생긴 사자성어를 써야겠냐?”

- 중국을 마속이라 생각하십시오. 정말 아끼지만 어쩔 수 없이 목을 베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워서 그러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 그, 그래.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니지. 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릿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도현은 사적인 감정은 배제한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길드전 마무리 하고, 러시아 쪽의 길드들도 몇 개 손봐야 하는데 자꾸 거치적거리네.”

-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던 러시아 길드들은 대부분 다른 길드에 흡수 되는 형태로 해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나도 알아. 그리고 헌터 전력이 아까워서 모르는 척 두고 보는 거야.”

- 로드의 뜻이 그런 줄 몰랐습니다.

“일단 길드전을 주도했던 골드 헌터 몇은 정리를 해야겠지만 나머지는 길드를 옮기면 그냥 둬야지. 일단은 헌터잖아. 차원 전쟁의 선봉에 서야 할 헌터.”

- 알겠습니다. 그럼 러시아는 뒤로 미뤄두고, 중국이란 나라부터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 *

<혼란스런 중국 지휘부>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중국 지휘부 다수가 암살당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당의 고위 간부는 지금 당 서열이 높은 이들 다수가 살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서 중국의 골드 헌터 중에도 희생자가 여러 명 나왔다며, 이 일의 배후로 가디언을 지목했다.

<중국 당 간부들 공포의 나날을 보내다>

공산당 내에서 게이트와 헌터에 관계된 다수의 간부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암살의 배후를 가디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가디언의 공식적인 성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게이트 관련 부서의 당원들이 대거 북경을 떠나 지방으로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에 따라서 암살 사건도 점차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이십일간의 피의 밤>

검은 그림자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

<중국 공산당, 뉴어스의 헌터들은 인류의 수호자들>

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발표.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무조건 항복.

<천안문 광장에 생긴 싱크홀(sink hole), 붉은 광장의 그것과 판박이>

중국의 항복 선언이 나온 다음 날, 천안문 광장에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생긴 것과 같은 모양의 싱크홀(sink hole)이 발견되었다.

이로서 이번 사태가 가디언의 행위였음을 거의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디언은 여전히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많은 피를 보았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일로 흑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들은 골드 헌터들을 동원해서 암살 목표를 지키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수의 골드 헌터를 잃었다.

이에 목숨의 위협을 느낀 중국 지도부는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사실 20일이 되기 전에 항복을 결정했지만, 그 뜻을 도현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쉽게 받아 준 항복이 이후에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이트와 헌터 관리를 맡았던 책임자들을 대부분 정리한 후에 중국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물론 살아남은 고위 간부들도 중국의 잘못된 헌터 정책에 아주 책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까지 모두 죽여서 중국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뉴어스의 헌터들에게 좋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 적합자를 보냈고, 그들은 중국이 책임지고 지원을 해야 했다.

그런데 행정 공백이 생기면 그런 지원에 차질이 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도현이 중국의 지도부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은 이유였다.

* * *

- 중국 문제를 해결하시더니 이제는 또 알케이네스입니까?

도현이 중립 도시를 나서서 차원 회랑으로 향하는 지금, 에포르는 어떻게든 도현을 말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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