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음, 아직 중국이 남았다
53. 음, 아직 중국이 남았다
중국은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다.
하지만 뉴어스의 시스템은 그런 중국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해 주지는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중국이나 열대 지방의 작은 섬나라나 골드 게이트는 하나 밖에 없고, 그 골드 게이트를 통해서 만들 수 있는 골드 헌터의 수도 100명으로 공평하다는 소리다.
물론 인구가 많고 국력이 강한 나라들은 다른 작은 나라들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
자국의 게이트 적합자들을 다른 나라의 그레이 게이트에 집어넣고, 그 나라의 골드 게이트에서 골드 헌터를 만드는 방법을 썼던 것이다.
- 편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그야 그렇지. 뉴어스의 개척에서 뒤처지면 작은 나라라고 봐주는 게 없으니까.”
- 뉴어스 시스템에서 벌칙을 내린다는 말씀이지요? 이전에 지구에 몬스터들이 떼로 나타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건 도현이 너무 빨리 구역을 개척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도현만 너무 빠르게 나다가 보니, 다른 나라의 개척 정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에 뉴어스의 시스템이 뒤쳐진 나라에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었었다.
“큼큼. 그래, 그래서 작은 나라의 그레이 헌터나 골드 헌터 티오를 큰 나라가 차지하는 것을 막지 않았던 거지.”
도현은 과거의 몬스터 웨이브가 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을 알기에 마음이 불편한 듯, 헛기침을 했다.
- 그야 그렇게 해서라도 차원 침공을 막을 지구 인류의 전력을 키울 필요가 있으니까요. 로드께서 지구의 국가간 알력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기도 하시고요.
“뭐, 나도 아주 무관심한 건 아니야. 나도 우리나라가 잘 되면 좋겠지.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 유성그룹이 잘 되는 게 곧 대한민국이 잘 되는 거란 말씀이죠?
크라운 시티는 뉴어스의 길드 영지 중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다.
도현은 그 크라운 시티에서 얻을 수 있는 마력이나 오러, 신비 따위의 정보를 유성그룹에 제공했고, 그 덕분에 유성그룹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시간만 좀 지나면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이 될 거란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지고 있을 정도다.
과거 마성현이 대경 그룹을 키웠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유성그룹이었다.
“하하. 남 좋은 일을 시킬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요즘은 점점 다른 그룹들과의 협력 관계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고.”
- 네.
유성이 혼자 감당할 수 없으니까 그런 거지만, 덕분에 다른 여러 그룹들이 혜택을 입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아,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 중국계 길드들과의 길드전에 대해서 마저 마무리를 하자.”
그래도 자기 아버지의 회사에 몰아주기를 한 것이 쑥스러웠던지 도현이 이야기의 주제를 바로잡았다.
- 아, 중국 길드들의 길드전 이야기였고, 결론은 그 쪽의 골드 헌터를 배제한다는 말씀이지요?
에포르가 이전에 하던 이야기의 줄기를 잡아냈다.
천화성의 길드, 그리고 그 길드와 연합한 다른 네 길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중립도시의 등장과 동시에 크라운 길드에 길드전을 선포했는데, 그 직후 천화성과 다수의 골드 헌터들이 중립도시에서 죽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천화성이 중립 도시에서 도현을 만났을 때에는 이미 길드전을 선포하고 넘어온 상태였던 것이다.
아마도 중립 도시에서 도현을 공격한 것은 길드전을 쉽게 끝내려는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천화성 일행이 중립도시의 평야에서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그들 다섯 길드는 곧바로 모든 책임을 죽은 천화성 일행에게로 돌렸다.
길드전 선포는 천화성과 그의 파벌이 벌인 일이고, 그 책임자들은 중립 도시에서 모두 죽었으니 남은 자신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화해하고 사이 좋게 지내보자며 길드전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길드전이 선포되었고, 크라운 길드와 그들 다섯 길드가 연결된 상태.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사정을 봐 줄 정도로 물러빠진 도현이 아니었다.
“그 쪽 길드의 골드 헌터들을 모두 탈퇴를 시켜야지. 죽기 싫으면 떠나겠지.”
도현은 중국과 연결된 골드 헌터들이 길드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을 쫓아내면 남는 것은 그레이 헌터들뿐이니 다루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 그래도 평소 로드께 들은 이야기로는 그쪽 사람들은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면서요?
“백인백색, 아무리 중국인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없겠어?”
그러면서도 ‘좋은 중국인은······.’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억지로 억누르는 도현이었다.
- 그 말씀은 문제가 될 사람도 있을 거란 말씀인데요?
하지만 에포르는 이미 주인이 중국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아까 말했잖아. 아직 숫자만 많은 저렙들이라고. 그래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거지.”
- 하지만 4구역부터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그래도 아직은 우리 상대가 아니야. 길드전에서 이긴 후에 지휘부만 제대로 꾸려 놓으면 통제가 가능할 거야. 그리고 끝까지 고쳐쓰지 못할 놈들은 따로 길드를 만들어서 넣어 버려야지.”
- 일종의 열등반이나 그런 거군요?
“그 쪽에 들어가면 성장이고 뭐고 없는 거지. 그냥 죽도록 허드렛일이니 하며 살게 되는 거지. 일종의 징벌 길드라고 할까?”
- 네에. 괜찮겠네요.
“그래서 이번 싸움은 나 혼자 하지 않을 거야. 크라운 길드 전체를 동원할 거고, 이긴 후에는 그들에게 하위 길드의 관리도 맡길 거야.”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실제로 길드전에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크라운 길드에 속한 각각의 팀들이 길드전을 선포한 다섯 곳의 길드를 하나씩 맡에서 공격했다.
상대 길드에서도 몇몇 실력자들이 나와서 애를 쓰기는 했지만 결국 전투는 크라운 길드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길드전의 핵심 요소가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무슨 징집병이 일반 길드원보다 더 강하냐고.”
“크라운 시티가 대도시 성장치를 한계까지 찍었다잖아. 그래서 도시 경비대도 거의 익스퍼트급이고.”
“미친 거지. 그런 병사들을 앞세우니 공성전이고 뭐고 상대가 안 됐다고 하더라고.”
“아니야. 그 도시 징집병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크라운 길드의 길드원들도 전투 요원은 최소 익스퍼트라고 하더라.”
“완전 사기지. 사기야. 다른 길드에서는 익스퍼트가 비율적으로 30%를 넘지 못하는데, 크라운은 생산직 말고는 대부분이 익스퍼트라며? 한 70% 되는 거지.”
“생산직 중에서도 익스퍼트가 여럿 있다더라.”
“하아, 이러면 크라운이 한 번 나서면 막아설 길드가 있기나 해?”
“없지. 없어!”
크라운 길드의 첫 길드전을 두고 뉴어스의 헌터들은 물론이고 지구에서도 말이 많았다.
크라운 길드의 독보적인 성장세를 두고 가디언의 가이드에 밝히지 않은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니냔 의심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가디언은 한 발 앞서서 구역을 개척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어 놓았다.
* * *
길드전이 끝나고 다섯 개의 하위 길드를 복속시킨 후.
- 그레이 헌터를 하위 길드의 마스터로 세우면 골드 헌터가 되는 거죠? 그 때, 길드 점수가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에포르가 길드 관리에 대해서 도현과 의논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쨌거나 골드 헌터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과거엔 그레이 헌터를 하위 길드의 마스터로 만들어서 골드 헌터의 수를 늘리는 일은 거의 없었지. 하위 길드도 골드 헌터를 마스터로 앉혔으니까. 아주 간혹 골드 헌터가 되는 그레이 헌터가 있기는 했는데, 그건 그레이 헌터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포상이었지. 그건······, 그레이 헌터의 꿈같은 거였지.”
도현도 마성현의 노예 노릇을 하면서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했었다.
어떻게든 하위 길드의 마스터만 될 수 있다면 지구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물론 그런 생각은 정말 가끔씩, 이루어질 수 없지만 꿈은 꾸어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그런 느낌으로 했던 것일 뿐이었다.
- 이번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에포르가 도현을 보며 물었다.
사실 하위 길드는 이미 언제든 만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크라운 길드는 몇 개의 팀이 뭉쳐 있는 곳이고, 그 팀들은 언제든 하위 길드로 분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현은 아직까지 하위 길드를 만들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중국계 길드 다섯을 흡수하면서 조직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위 길드가 생기면 마스터를 임명해야 하고, 길드 마스터는 골드 헌터가 될 자격이 생긴다.
“일단 길드 마스터가 되면 길드에 쌓이는 점수를 가지고 마스터 스스로 골드 헌터가 되는 방법도 있지. 하지만 길드 점수를 모두 중앙으로 집중시키도록 해 버리면 하위 길드의 마스터들이 길드 점수를 마음대로 쓸 수 없게 할 수 있다.”
- 그래도 골드 헌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들 아닌 척 해도 욕심을 내게 될 텐데요?
“지구에 미련이 없는 사람을 길드 마스터로 세우는 방법도 있긴 하지. 실권 없이 그냥 이름만 올리게 하는 식으로. 하지만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
지금까지 크라운 길드의 하위 길드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새로운 골드 헌터의 생성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될 문제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분란의 순간을 뒤로 미루고 싶었던 것이다.
- 언젠가는 닥칠 일이니 방침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편법이 없지는 않아.”
- 편법이라니요?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골드 헌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줄 수는 있지.”
- 어떤 방법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길드 마스터의 승계라는 것이 있어. 길드 마스터가 자신의 자리를 길드원에게 넘겨주는 거지.”
- 아, 그럼 길드 마스터의 직위와 함께 골드 헌터의 자격도 넘어가는 것입니까?
“그래. 이게 좋은 점은 길드 점수를 다시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승계과정 없이 길드 마스터가 죽거나 길드 탈퇴를 하게 되면 마스터를 새로 세워도 골드 헌터를 만들기 위해서 길드 점수를 써야 하니까.”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실권없는 길드 마스터를 세우고, 그 길드 마스터의 자리를 일종의 포상처럼 쓴다는 거군요?
“그래봐야 한정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겠지만, 그래도 독점은 아니니까.”
- 당장은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것입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래. 아니, 어쩌면 차원 전쟁에서 이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레이 헌터들 모두가 지구로 되돌아 갈 수 있을지도.”
-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니 굳이 사람들에게 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음, 아니.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올지도 몰라. 전세가 기울면 그레이 헌터들의 사기를 끌어 올기기 위해서 차원 전쟁에서 승리하면 지구로 갈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사실은 아니지만 또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잖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뭐 그런 거니까.”
- 그렇게 헌터들을 기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드께서 그런 결정을 한다면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뜻일 테니까 말입니다.
“끙, 일단 길드 마스터 임명과 골드 헌터에 대해서는 대략 이렇게 정리를 하자. 어차피 길드 마스터로 세운다고 곧바로 골드 헌터로 만들어 줄 것도 아니니까.”
길드 점수는 정말 계획적으로 써야 하는 점수였다.
그러니 막대한 점수가 들어가는 골드 헌터 자격 부여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일로 발끈하고 있는 중국 이야기를 하자.”
- 네, 로드.
“지금 중국이 확보하고 있는 골드 헌터의 수는 대략 5백 명 정도야.”
- 네, 하지만 그레이 헌터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지요.
“원래는 그레이 게이트에 적합자 천 명을 밀어 넣어야 골드 헌터 세 명을 만들 수 있는데 중국은 대략 5백 명이지.”
- 주변국을 이용한 덕분이죠. 로드께서도 그렇게라도 헌터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고요.
“그렇긴 한데, 원래 골드 헌터가 5백 명을 만드는데 필요한 그레이 헌터의 수는 대략 17만 명이 조금 안 되지. 하지만 중국은 50만 이상의 그레이 헌터를 만들었어.”
- 게이트 적합자는 보이는 족족 밀어 넣고 있다면서요?
실제로 중국에서는 적합자 판정을 받게 되면 대부분 그레이 게이트로 던져졌다.
“그레이 게이트는 입장에 제한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과하게 많은 수가 입장하게 되면 전체적인 평균 성장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 원래 나라마다 골드 헌터가 100명으로 제한된 건, 골드 게이트와 연동된 그레이 게이트에도 최대 4만명 정도가 적정 숫자라는 소리지.”
- 1에서 3구역까지는 나라 별로 분리되어 있고, 그 각각의 구역엔 헌터를 성장시키기 위한 자원이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으니까, 숫자가 많은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겠군요.
“그런데 중국에선 자국의 그레이 게이트에는 약 20만 명, 주변국에서 차지한 그레이 게이트에는 10만 정도의 적합자를 밀어 넣었지. 인해전술을 다시 쓰고 있다고나 할까?”
- 곤란하군요. 그래선 헌터들이 제대로 성장을 할 수 없을 텐데요. 미련한 짓입니다.
에포르는 빙의한 병사의 몸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음, 하는 짓을 보면 이게 일종의 저렙 양산인 셈인데. 결국 세력을 키우기엔 좋은 방법이거든.”
- 네? 성장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그게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입니까?
도현의 말에 에포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