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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52화 (52/184)

52. 붉은 광장에 징벌의 탑이 떴다

52. 붉은 광장에 징벌의 탑이 떴다

하얀 셔츠에 검은 슈트, 짧은 머리카락, 단련된 육체.

도현이 본 1차장 조태봉의 첫인상은 그랬다.

“원하는 거라······.”

도현은 목소리를 낮게 입 안에서 굴렸다.

신종남과 마성현의 어설픈 살인 의뢰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도현은 국정원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미 자신이 가디언의 캐슬임은 알만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중에 신종남과 마성현이 대물 저격총을 이용한 암습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른 척 하다니.

“이번 일에 크게 불쾌해 했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도현씨가 몰랐다면 우리로선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 그걸······.”

“하지만 이미 들켜버렸고, 그 때문에 우리로선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말은 지금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요?”

“솔직하게 말하는 겁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란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입니다.”

“이해가 가능하긴 한 사안입니까? 아닌 거 같은데요?”

“그건 최도현씨 입장에선 그렇겠지요. 그래서 내가 여기에 오게 된 거고 말입니다.”

“1차장님이 우리 가족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회의에서 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게 실행되진 않았지요.”

“그건 최도현씨 이외에는 타겟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최도현씨의 가족이 저격 목표가 되었다면 우리는 그 전에 그들을 검거했을 것입니다.”

“믿기 어려운 말이군요.”

“믿어 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서 어긋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1차장님이 왔다는 건데.”

“맞습니다.”

“뭘 해 줄 수 있습니까?”

도현은 까칠한 표정으로 ‘선제시’를 시전했다.

국정원 1차장이 찾아왔지만 실제론 정부의 뜻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유성그룹에 사업적인 편의를 봐 줄겁니다. 여러 인허가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요?”

“원한다면 몇몇 특허에 대해서 면세 혜택을 줄 수도 있습니다. 뉴어스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책의 일환입니다.”

“그건 다른 기업들도 다 받는 거 아닙니까?”

“다 받는 거지만 유성과 여원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게 전붑니까?”

“으음.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음? 정보라니요?”

“여원의 베타 팀이 하는 일을 지원하겠다는 뜻입니다. 가디언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우리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거지요. 국내, 국외 상관없이 제공 가능한 정보라면 무엇이든 공유하겠습니다.”

“······.”

다른 것은 몰라도 국정원의 정보 공유란 말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원 그룹의 베타 팀에 인원이 충원되며 그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정원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가디언의 활동이 훨씬 편해지긴 할 것이다.

“가디언을 감시하겠다는 겁니까?”

하지만 거래엔 항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도현이 요구하는 정보의 종류를 통해 국정원은 도현이나 가디언의 활동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디언에서 필요한 정보의 윤곽을 정해주면 주기적으로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면 리스크는 많이 줄어들 겁니다.”

“으음.”

“그리고 그런 일은 여원의 베타 팀에 맡겨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작정하면 베타 팀에 휴민트 몇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베타팀을 통해서도 가디언이나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거군요?”

“그렇지요. 그러니 너무 빡빡하게 생각할 거 없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국정원과 베타팀이 협력 관계를 맺는 쪽으로 하면 되겠군요.”

“대신에······.”

“이번 국정원의 처신에 대해서는 잊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습니다. 선물입니다.”

“선물이라니요?”

“붉은 광장에 징벌의 탑이 뜰 겁니다.”

“네? 징벌의 탑이 어디에 뜬다고요?!”

우당탕!

담담한 도현의 말에 돌아온 조태봉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의자를 쓰러뜨렸다.

“들은 대로 입니다. 붉은 광장, 모스크바의 중심부. 크렘린과 성 바실리 성당, 굼 백화점, 국립역사박물관에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광장. 거기 맞습니다.”

“아, 아니 거기는 또 왜······?”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인지 조태봉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뉴어스에서 최초의 길드전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소속의 길드 다섯이 뭉쳐서 우크라이나 국가 소속의 길드를 공격했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마 지금쯤 소식이 전해졌을 겁니다.”

“그런데 왜 러시아에 징벌의 탑을?”

“불필요한 살육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길드전의 승패가 결정된 후에도 러시아 헌터들은 살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가디언에서 러시아에 경고를 한다는 것입니까?”

“뉴어스에서는 크라운 길드가 러시아 길드들을 점령할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그게 붉은 광장에 뜨는 징벌의 탑이라면 조금 약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사람들이나 건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뜻이 드러나는 타격 목표다.

그 때문에 조태봉은 그것이 그다지 강력한 메시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닙니다. 세계는 붉은 광장에 남을 흔적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서 러시아는 이번 일을 주도한 지도자들을 잃게 될 것입니다.”

“설마······.”

“그 누구든, 스스로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조태봉은 그 대상이 러시아의 대통령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말로 러시아 대통령을?”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뉴어스의 사태에 그가 깊이 관여했다면, 그는 붉은 광장과 함께 묻히게 될 것입니다.”

“허, 그것 참.”

조태봉은 차라리 도현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모스크바에도 국정원 직원은 있겠죠?”

“그, 그건······.”

“아니면 여원 직원을 보내도 됩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것은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줄 사람이니까요.”

“정보 수집에 도움이라면 어떤 겁니까?”

“그러니까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언이라고 할까요? 아,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이긴 합니다만.”

“신분이 노출될 일은 없다는 겁니까?”

“보셔서 아시지 않습니까? 저격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어찌 되었는지 말입니다. 그 때, 베타 팀의 누구 하나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야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번에는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모스크바 안에 있을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의논을 해 보겠습니다.”

“결과는 빠르게 통보를 해 주십시오. 국정원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루 이틀 내로 가디언의 공식 성명이 발표되고, 성명 발표 몇 시간 후에 붉은 광장에 징벌의 탑이 뜰 겁니다. 그리고 탑의 징벌이 시작됨과 동시에 책임자 징벌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약점이 잡힌 국정원이 도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협상이었다.

그 협상에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첫 부탁이 이런 거라니.

조태봉은 가슴 위에 묵직한 바위를 올려놓은 느낌이었다.

* * *

<붉은 광장에 뜬 징벌의 탑>

이번에는 얼마나 빛을 머금을까?

징벌의 탑은 자세히 보면 모두 아홉 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 몇 개의 층이 변색되느냐에 따라서 탑의 공격 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코리아의 서울에 최초로 나타났던 징벌의 탑은 삼층까지 빛을 머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번에는?

<가디언, 러시아 헌터들의 길드전에 대해 강력한 성토>

헌터는 차원 침략을 막기 위한 인류의 첨병이며 희망.

이에 대한 과도한 살육은 인류의 희망을 무참하게 짓밟는 행위.

우크라이나 헌터들에 대한 무차별 살상은 인류에 대한 명백한 이적행위.

뉴어스에서 국가 감정을 발산한 러시아 지도부는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될 것.

<가디언의 경고, 그 이면에 숨겨진 뜻은?>

붉은 광장에 뜬 징벌의 탑은 상징적인 실력행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디언의 실력행사는 전 세계를 향한 경고로 보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징벌의 탑을 막지 못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징벌의 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의 미디어 화면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과 그 위에 떠오른 거대한 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가디언의 싸움.

하지만 승부의 추는 명백하게 가디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러시아 길드들의 만행에 대한 가디언의 성명 발표가 나오고 서너 시간.

붉은 광장에 징벌의 탑이 뜰 거라는 예고를 들은 러시아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평소엔 모습을 보이지 않던 러시아의 골드 헌터들까지 나서서 붉은 광장 주변과 모스크바 전체를 수색했다.

특히 대한민국과 관계된 이들은 거의 감금과 같은 상태로 억류되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붉은 광장에는 징벌의 탑이 떠올랐고,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마력이 쌓이고 있었다.

그것도 이전 서울에 떠올랐던 것과는 달리 벌써 절반 이상이 이글거리는 붉은 기운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징벌의 탑은 화염 계열의 마력 공격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그 예상은 옳았다.

- 로드, 7층까지는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에포르가 붉은 광장에 떠오른 탑의 성을 보며 말했다.

지금 도현이 탑의 성에 대한 점유율은 고작 46.5%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기에 군왕성의 점유율 45%를 더하면 90%가 넘는 점유율 효과를 쓸 수 있다.

그 덕분에 도현은 탑의 성을 7층까지 개방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90%가 넘었는데도 고작 7층까지밖에 쓰지 못하는 것은 의외였지만, 에포르의 말로는 100%가 되어도 8층 마법을 겨우겨우 쓸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150%는 되어야 8층 마법을 편하게 쓸 수 있고, 180% 이상이 되어야 마지막 아홉 번째 층의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90%로 7층의 마법을 쓰는 것은 탑의 최고 성능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흑영들 준비 되었습니까?”

= 흑영1 준비 되었습니다.

= 흑영2 준비 되었습니다.

= 흑영3 준비 되었습니다.

= 흑영4 준비 되었습니다.

= 흑영5 준비 되었습니다.

도현의 호명에 곧바로 들려오는 회신들.

그것은 도현이 흑영을 맡긴 국정원 요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지금 러시아 정부의 압박에 대사관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러시아도 자국에 들어온 국정원 요원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고, 국정원도 그런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이번 일이 벌어지자 곧바로 요원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대사관에 머무르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사관에 머무는 국정원 요원들이 실제로는 모스크바 전체를 누비며 온갖 첩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몸은 대사관에 있지만 정신은 흑영과 함께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가디언의 성명이 발표되기 이틀 전부터 이루어졌던 상황으로, 그 사이에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길드전에 대한 전모를 밝혀냈다.

평소에는 감히 접근할 수 없었던 정보 루트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필요할 때에는 강제적인 정보 획득도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할 다섯 명의 주범이 정해졌고, 그들의 목에 사신의 낫이 걸려 있었다.

당장 명령만 내리면 흑영이 그들의 목숨을 취할 것이다.

“붉은 광장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그들 역시 처리하십시오.”

도현은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붉은 광장 위에 뜬 징벌의 탑을 바라보았다.

지금 도현이 있는 곳은 붉은 광장을 지키는 전차의 포신 위.

하지만 은신 기능이 있는 아이템을 사용한 도현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몇 명의 러시아의 골드 헌터가 지나갔지만 포신 끄트머리에 서 있는 도현을 찾지 못했다.

탐색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누가 전차의 포신 위에 사람이 서 있을 것을 예상하고 스킬을 사용할까.

‘시작한다!’

도현은 텅 비어 있는 붉은 광장을 눈으로 훑어보고는 허공에 떠 있는 탑의 성을 살폈다.

파지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직!

붉은 마력이 마치 뇌전처럼 스파크를 튀기며 탑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저 붉은 마력의 진짜 정체는 초열(焦熱)의 화염(火焰).

세상 모든 것을 녹이는 재앙이었다.

‘떨어져라!’

도현이 한 손을 뻗어 탑을 가리켰다가, 그 손을 붉은 광장의 지면으로 내렸다.

파스스스슷! 푸화화화화확!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고열과 함께 붉은 광장에 깊은 구멍이 생겨났고, 그 구멍에서 화염과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탑의 성을 지워버렸다.

이후, 구멍의 화염과 연기가 진정되었을 때, 전 세계는 붉은 광장에 지름 70미터, 깊이 100미터의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러시아의 군부와 마피아, 기업에서 다섯 명의 거물급 인사들이 죽은 것은 조용히 덮였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붉은 광장의 구멍에 집중하고 있을 때, 상류층들은 죽은 다섯 명의 소식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 후로, 세계의 지도자들은 헌터 문제를 다룰 때, 가디언의 집행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것은 도현이 바랐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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