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마이 프레셔스! 군왕의 크라운!!
48. 마이 프레셔스! 군왕의 크라운!!
도현은 차원 회랑을 넘어 다시 뉴어스의 중립 도시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올 때까지 뉴어스의 중립 도시 평원에는 여러 길드의 헌터들이 진을 치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와, 왔다!”
“멀쩡하게 돌아오긴 했군.”
“그나마 다행이지. 지금 우리 전력 중에선 저 캐슬이 최강이잖아.”
“그런데 저 안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야 조만간 가디언 가이드에 실리지 않겠어?”
“쯧, 그걸 또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그야 어쩔 수 없지. 지구에서 발표하고, 그걸 골드 헌터들이 뉴어스로 가져다 나르는 것이 가장 빠르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하긴, 여기 있는 우리만 안다고 될 일은 아니겠네.”
도현은 헌터들이 떠드는 내용을 대충 알아들었다.
그래서 길게 설명하지 않고 짧게 인사를 전하고는 도시 광장의 수정 기둥으로 향했다.
“당분간 저 쪽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놈들은 없을 거다. 놈들이 받을 차원 회랑의 특전을 내가 없애고 왔으니까. 그러니 너무 긴장하며 경계할 필요는 없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가디언 가이드를 통해서 보도록.”
* * *
- 로드, 곧바로 상점으로 가실 겁니까?
“그래야지.”
도현은 중립 도시의 수정기둥을 통해서 다시 크라운 시티로 넘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반기는 길드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급하게 길드 하우스를 벗어나 도시의 상점가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귀하신 분이 오셨군요.”
도현은 다른 상점들을 모두 건너뛰고 시스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사파이어 빛의 머리카락을 양쪽 어깨 앞으로 늘어뜨린 아름다운 외모의 상점 주인이 도현을 맞이했다.
“상품을 받으러 왔다.”
도현은 여전히 NPC와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가디언 가이드에도 몇 번이나 강조되어 있는 내용이었다.
뉴어스의 NPC는 수없이 복제되어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인형에 불과하니, 무의미한 감정 낭비를 하지 말라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받으러 오셨다고요?”
상점 주인 여자는 도현의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래, 나에게 그럴 권리가 생겼으니까.”
“그런가요? 확인해야겠군요. 잠시만······. 아, 그렇군요. 차원 회랑의 특전 중복으로 인한 보상. 네 그러네요.”
시스템 상점의 여주인은 짧은 시간 눈동자의 초점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며 도현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럼 무슨 물건이든 요구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도현이 그런 여주인을 향해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
“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손님께서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계신 상품이어야 합니다. 아울러서 어떤 항목에 있는 물건인지도.”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긴지, 방어군지, 스킬인지를 먼저 밝히고, 거기에 맞는 정확한 이름을 대야 한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고객님.”
“쉽군.”
“쉽다고요?”
“내가 이 시스템 상점의 첫 고객이었던 건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고객님.”
“그럼 그 때, 첫 손님에 대한 예운가 뭔가로 시스템 상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것도?”
“분명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왜? 뭔가 막 불길한 느낌이 들고 그래? 아, 아니지. 내가 NPC하고 무슨, 됐고! 내가 원하는 상품은 군왕의 크라운이다.”
“군왕의 크라운.”
“당연히 특수 항목에 있는 것이다.”
“······. 알겠습니다.”
시스템 상점의 여주인은 도현의 요구에 잠깐의 머뭇거림을 보였지만 곧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수긍했다.
그리고 상품 진열대 밑에서두 손으로 들어 가슴에 겨우 안을 정도로 큰 상자 하나를 꺼내어 도현 쪽으로 올려 놓았다.
분명 그 상자는 조금 전까지는 진열대 밑에 없던 물건이었다.
도현이 요구하고, 상점 주인이 수락하면서 시스템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시야의 사각에 구현되었을 터.
하지만 그건 도현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 로드! 로드! 어서, 어서 열어보십시오.
당연히 흥분이 극한까지 치솟은 에포르에게도 상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날아왔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현이나 에포르에게 중요한 것은 ‘군왕의 크라운’이었다.
딸깍!
도현은 진열대 위에 올려진 상자의 뚜껑을 두 손으로 열었다.
- 오오오, 로드, 이 에포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크흐흐흐흐흑.
에포르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왕관을 보며 감격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 격한 어조로 울부짖었다.
그것은 손가락 두 개 넓이의 띠처럼 생긴 왕관이었다.
자세히 보면 여러 종류의 성과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마 부분이 조금 넓게 되어 있어서 단조로움을 없앤 디자인이었다.
- 로드, 로드! 이 미천한 의전담당관에게 맡은 바 책무를 다할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저에게 산성병사 하나를 허락하시면, 이 에포르, 왕관을 들어 로드께 대관하겠습니다. 제발, 이 에포르에게 영광의 봉사를 허락하소서!
에포르가 반지 안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날뛰었다.
도현은 울며 애원하는 에포르의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산성병사 하나를 소환했다.
- 오오오. 자비로우신 로드! 이 에포르 로드의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쿵!
에포르는 곧바로 산성병사의 몸으로 의식을 옮긴 후, 한쪽 무릎을 바닥에 찍으며 군례를 올렸다.
“어차피 마력 뽑아내고 왕관은 흡수할 건데 뭘 그렇게 호들갑은······.”
도현은 군왕의 크라운 역시 다른 점유율 상승 아이템들처럼 처리할 계획이었기에 굳이 머리에 왕관을 쓰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 로드!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왕의 크라운은 그리 가볍게 다루어선 안 될 물건입니다. 성과 관련된 다른 아이템들도 그러할진데, 군왕의 왕관을 어찌 그리 다룰 수 있겠습니까?
“뭔 소리야?”
- 저 왕관은 흡수해서 소멸시킬 것이 아니라, 로드께서 착용하셔야 할 보물입니다.
“응? 착용?”
도현은 이전과 다른 특수 아이템의 사용 방법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특수 아이템을 장비처럼 착용하라고?”
도현이 에포르 병사를 보며 물었다.
그런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현은 군왕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특수 아이템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을 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력을 흡수하고 점유율을 높일 생각이었다.
왕관을 먹을 수는 없지만, 에포르에게 맡기면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착용?
- 물론입니다. 로드. 이름도 왕관이지 않습니까. 특수 아이템이지만 장착 가능한 장비입니다.
“그래?”
- 게다가, 군왕 시리즈는 하나하나가 귀하기 짝이 없는 보물입니다.
“시리즈가 몇 개 더 있기는 했지. 하지만 정보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 특수 아이템의 정보가 부실한 거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흡수하지 않고 착용하는 걸로 흡수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나? 그리고 머리에 저걸 쓰면 투구는?”
- 물론 아이템에 달려 있는 효과로 충분히 흡수와 비슷한 이득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군왕의 크라운을 장착해도 다른 여섯 성을 장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써 볼까? 흡수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겠네.”
흡수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하지만 머리에 올려 쓰는 것이야 뭐.
-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로드! 제, 제가······.
도현이 상자에서 왕관을 꺼내려 하자, 에포르가 급하게 일어나 도현을 막아섰다.
그리고 도현이 한 걸음 물러나자 에포르 병사는 자세를 바로하고 경건한 태도로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뭐야? 네가 씌워주는 거 아니었어?”
도현이 뭐하는 거냔 표정으로 물었다.
- 조촐하지만 길드원들을 모 아서 대관식을······.
“스탑! 크라운 길드의 길드원들은 군왕성의 주민이나 신하가 아니야. 그러니 그들을 불러서 꼴깝을 떨 일은 없어!”
- 로드, 꼴깝이라니요, 그 무슨······.
“시끄럽고! 그냥 여기서 머리에 씌워. 아니면 내가 쓰고 나갈 거야.”
- 크흐흐흑! 알겠습니다 로드. 그럼 가장 간소한 약식으로 대관 의식을 하겠습니다. 크흐흐흑!
에포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이 흐느끼며 상자의 뚜껑을 열고 군왕의 크라운을 꺼냈다.
그 동작이 워낙 경건해서 도현 조차도 바짝 긴장이 될 정도였다.
“무릎을 꿇거나 하는 건 아니지? 내가 따로 믿는 신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지.”
- 군왕성의 성주가 대관에서 무릎을 꿇고 왕관을 받는 것은 군왕성의 역사와 전통, 명예를 향한 것입니다. 그러니 로드께서도 그 역사와 전통, 명예에 대해 예를 보인다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어 주십시오.
“끄응. 역사와 전통과 명예라··· 뭐 그렇게 하자.”
특정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니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도현이었다.
만약 시스템 따위를 연상시키는 창조신이니, 절대신이니 하는 소리가 나왔으면 당장 집어치우고 직접 왕관을 머리에 올렸을 것이다.
- 군왕성의 의전담당관으로서 이 에포르는 로드께서 군왕성의 정당한 계승자임을 인정하고 그 증표로 군왕의 크라운을 대관합니다. 로드께 영광 있으라!
에포르는 홀로 장엄하게 외치며 도현의 머리 위에 왕관을 올려놓았다.
“흐으음!”
순간, 도현은 자신의 마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몸이 세 배 정도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막 머리에 왕관을 쓴 순간이다.
여기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면 얼마나 꼴불견일까.
도현은 꿋꿋하게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에포르.”
- 예스, 마이 로드!
“쯧, 어울리지 않게 에스 마이 로드는 무슨. 됐고, 군왕성 점유율이 얼마나 올랐지?”
- 네, 로드. 군왕의 크라운 착용으로 로드께선 군왕성의 점유율 25%를 얻으셨습니다.
“그럼 전에 가지고 있던 것과 더하면 40%가 된 거네?”
- 그렇습니다 로드.
“그럼 뭔가 변화가 있었을 텐데? 30%만 넘어도 성의 능력이 열리잖아.”
- 군왕성 30%에서는 호위 기사단과 시녀와 시종을 불러 쓰실 수 있습니다.
“뭐? 기사단은 이해를 할 수 있겠는데 시녀와 시종은 또 뭐야?”
- 로드, 군왕은 일곱 성을 다스리는 주인입니다. 그러하니 마땅히 시녀와 시종의 봉사를 받으시는 것이······.
“궁전도 없는데 시녀와 시종은 무슨. 일단 기사단이나 한 번 불러보자. 가게는 나가서.”
아무리 넓어도 시스템 상점 안에서 기사단을 소환하기는 어려웠다.
도현은 곧바로 상점을 나와서 와이번을 소환한 후, 곧바로 5구역으로 향했다.
군왕성 점유을 25% 증가의 효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들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나저나, 에포르.”
- 네, 로드.
“군왕성 40% 점유율을 산성 점유율에 더하면 130%지?”
- 그, 그렇습니다 로드.
“그 정도면 차원 회랑 한 번 더 넘어갔다 와도 되는 거 아닐까? 어때? 130% 산성이면 산성병사가 얼마나 나올까?”
- 100%에서 천인대 하나, 105%에서 천인대 둘, 그 이후로 150%까지 5%마다 천인대가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럼 전력을 다하면 산성병사가 7777명이란 소리네? 천인장 일곱, 백인장 칠십, 십인장 칠백, 일반병 칠천.”
- 맞습니다 로드. 하지만 그것은 이론일 뿐입니다. 지금 로드의 마력으로는 최대한 뽑아도 천인대 넷 정도가 고작입니다.
“아, 마력!? 뭐 그래도 배로 늘긴 했다는 소리잖아. 하하하. 어서 가자. 가서 대관의 효과도 확인하고 아울러서 이참에 5구역에 남은 거점들 중에 몇 개만 처리하고 오자.”
- 로드의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