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46화 (46/184)

46. 차원 회랑을 넘어서다(1)

46. 차원 회랑을 넘어서다(1)

도현은 산성병사들을 이끌고 붉은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이번에는 헌터들 중에 그 누구도 도현을 추월해 앞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현과 2천이 넘는 산성병사들이 앞장서고, 헌터들이 그 뒤를 따랐다.

자연스럽게 도현과 헌터들 사이에 적잖은 거리가 벌어졌다.

헌터들은 그것이 자신들과 캐슬 사이에 존재하는 격의 차이로 느껴졌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카질 데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지만, 동시에 캐슬에 대한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도현의 뒤를 따르는 대부분의 헌터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 로드, 그렇게 함부로 게이트에 접촉하시면······.

‘내 마지막이 이 게이트 안이었다.’

- ······. 그게 무슨······.

【차원 회랑 게이트입니다.】

【차원 회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도현이 붉은 색의 게이트에 접촉하는 순간, 그의 눈앞에 시스템의 알림이 떠올랐다.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이미지의 텍스트.

도현은 어금니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장한다.’

- 로드!

도현의 대답에 에포르 병사가 깜짝 놀라며 다가와 도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지구 인류 최초의 차원 회랑 입장입니다.】

【특전을 부여합니다.】

【헌터 캐슬의 차원 회랑 제약을 제거합니다.】

【헌터 캐슬은 제약 없이 차원 회랑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승리를 쟁취하십시오.】

‘이거다!’

- 로드, 이게 무슨 뜻입니까? 차원 회랑에 제약이 있습니까?

‘차원 회랑을 지나서 알케이네스 차원의 전장으로 가면 헌터가 가진 능력이 약해진다.’

- 네?

‘상대는 그들의 영역에서 본래의 힘을 그대로 쓸 수 있는데, 차원 회랑을 넘어간 쪽은 힘이 약해지는 제약을 받게 되는 거지.’

- 그럼 다른 차원에서 이쪽을 점령하는 것이 쉽지 않겠군요?

‘하지만 6구역, 7구역에서 힘을 키우면 차원 회랑의 제약도 조금씩 줄어들지. 점차 강해지는 놈들이 제약까지 약해지면 언젠가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 거지.’

- 그렇습니까?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 그런데 로드께선 힘의 제약 없이 차원 회랑을 지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래. 원래 제일 먼저 차원 회랑에 입장한 한 명의 헌터가 받게 되는 특전이지. 하지만 그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

- 그건 그렇겠습니다. 그게 로드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하하하. 솔직히 나도 이 특전을 나만큼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하하.’

도현은 차원 회랑 게이트에 손을 댄 상태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이 게이트를 통해서 적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군. 우리 뉴어스와 같은 공간이 있다는 소리지.”

도현의 말에 헌터들이 웅성거렸다.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일이지만 도현의 입으로 확인을 받으니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그런데 차원 회랑을 통과하면 힘의 제약을 받는 모양이야. 그러니 저 쪽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마도 지금 가진 힘의 30% 정도도 쓰기 어려울 테니까.”

“그 말은 적들도 여기에 도착하면 그런 제약을 받는 다는 소리겠지?”

“신대명 소령?”

“그래, 나다.”

“음, 신 소령의 말이 옳다. 적들도 차원 회랑을 통과하면 그만큼 힘의 제약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이곳으로 넘어올 일이 없겠지.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게이트에 접촉하면서 특전을 얻었다. 나는 차원 회랑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전.”

“뭐? 뭐라고?”

“그러니까 캐슬이 특전을 받았다는 말이네?”

“먼저 앞서가더니 그런 특혜를 얻었군.”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앞서 간 거겠지. 그 중국 놈들이 죽은 것도 어쩌면 그걸 방해할 거 같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그건 아니지. 그 놈들이 먼저 캐슬을 공격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뭐, 겸사겸사였을 수도 있잖아. 그 퍼포먼스 때문에 우리가 캐슬 앞으로 나설 생각을 못했으니까.”

“그럴 수도······.”

도현의 말에 헌터들이 시끄러워졌다.

“내가 특전을 받은 것은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면서 또 최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 헌터들을 향해 도현이 도발하듯 말했다.

특전을 자신이 받은 것이 당연하면서 최상이라니?

헌터들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도현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차원 회랑 너머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특전이다. 이쪽에서는 쓸 일이 없는 특전이란 뜻이다.”

“그야 그렇긴 하지만.”

“뭐, 우리가 약해진 것도 아니고, 캐슬이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긴 하지.”

“차원 회랑을 건너간 다음에는 강한 사람이 특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기는 하지.”

“거기다가 조금 전에 캐슬이 소환한 군대를 생각하면······.”

“뭐, 최상의 결과란 말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헌터들은 서로 몇 마디 주고 받는 동안에 차원 회랑 특전이 그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저 쪽 세상으로 넘어가서 싸울 때에만 필요한 능력인데, 인류 전체로 본다면 인류의 헌터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 그 특전을 가지는 것이 최상의 결과임을 이해한 것이다.

“나는 지금 특전 때문에 어쨌거나 한 번은 차원 회랑에 입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대로 차원 회랑으로 들어갈 것이다.”

웅성거리는 헌터들에게 도현이 충격적인 통보를 내던졌다.

“뭐라고? 지금 차원 회랑으로 들어간다고?”

신대명 소령이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어쨌거나 캐슬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인 크라운의 수장이었다.

그 말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캐슬은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미지의 적이 있는 곳으로 통하는 차원 회랑으로 들어간다니.

“특전의 조건이 그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다녀올 동안 이곳을 잘 지켜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도현의 말에 카질 데인이 함께 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차원 회랑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지. 차원 회랑의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제약을 받지 않는 내가 먼저 들어가서 정찰을 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일 것이다.”

“끄응.”

“빌어먹을!”

도현의 말에 헌터들은 얼굴을 붉히며 앓는 소리를 내거나 자책하며 화를 냈다.

그들의 듣기에 캐슬의 말은 캐슬이 위험을 감수하며 희생한다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럼 갔다 올 테니까 그 동안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어라. 앞서 이야기했던 헌터 협의체 구성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지.”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산성 병사들을 흙먼지로 만들어 흡수한 후, 그대로 붉은 색의 게이트, 차원 회랑 게이트로 걸어들어갔다.

스화화화홧!

“허!”

“니미럴!”

“미치겠네. 무슨 저 혼자 딴 세상에 사는 거 같아.”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여기 있는 헌터들을 모두 썰어버릴 수도 있었을 걸?”

“그럴 기미만 보여도 나는 도시로 도망갔을 거야.”

“쯧,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야? 캐슬 혼자서 건너편 세상으로 간 건데?”

“그렇기는 한데, 솔직히 반대쪽에 있는 놈들이 캐슬을 상대할 수 있을까? 난 도리어 그 쪽에 있을 놈들이 걱정되는데?”

“우리 수준으로 모여 있다면 날벼락을 맞겠지. 하지만······.”

“저쪽에도 캐슬 같은 놈이 없으란 법은 없지. 이레귤러가 꼭 우리쪽에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없었으면 좋겠군.”

“그건 그렇지.”

“이참에 확 쓸어버리고 차원 침략인가 뭔가 박살을 내 버렸으면 좋겠네.”

붉은 게이트 앞으로 다가온 이들은 한 번씩 게이트에 접촉해 보며 그렇게 떠들었다.

【차원 회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이 볼 수 있는 텍스트는 도현과 달리 입장 여부를 묻는 내용 밖에 없었다.

* * *

- 로드, 여기가 차원 회랑입니까?

“그래. 차원 회랑.”

도현은 차원 회랑으로 들어온 후,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감회가 남달랐다.

이곳은 그가 마지막을 맞이했던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빛이 일렁거리는 검은색 통로.

그 벽과 바닥, 천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의 결집이다.

도현도 알지 못하는 특별한 에너지가 뭉쳐서 이루어진 막이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동굴처럼 보이는 이곳이 차원 회랑이었다.

- 로드, 저 앞으로 가면 차원 회랑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입니까?

에포르가 빙의한 산성병사가 멀리 보이는 밝은 빛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 그런데 생각보다 회랑이 좁고 짧은 것 같습니다.

에포르는 조금 실망스런 어조였다.

이에 도현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풋, 원래 차원 회랑은 입장한 사람의 숫자에 따라서 규모가 달라져. 한 번에 수 천, 혹은 수 만 명이 들어오면 그만큼 넓어지지.”

- 그렇습니까?

“대신에 한쪽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

- 그럼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 쪽은 통로가 좁아지지.”

- 그럼······.

“통로를 지나가기 위해선 앞을 막아선 존재를 모두 치워야 하는 거지.”

과거 도현의 죽음이 그렇게 이루어졌다.

마지막까지 알케이네스 차원의 악마들을 막아서다가 죽었다.

“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차원 회랑이 뒤틀려서 무너진다는 한계도 있고.”

- 네? 그럼 위험한 거 아닙니까.

“입장 인원이 나밖에 없어도 몇 시간 정도는 괜찮아. 그러니 걱정할 거 없어. 물론 입장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랑의 유지 시간도 길어지지.”

- 아, 그렇군요.

에포르는 당장 회랑이 무너질 일은 없다는 말에 안심한 듯 긴장을 풀었다.

“그럼 가 볼까?”

그런 에포르 산성병사의 걸음을 재촉하는 도현.

그는 앞장서서 멀리 보이는 회랑의 끝으로 향했다.

산책하듯 걸어서 고작 10여 분.

도현은 알케이네스 차원의 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차원 회랑의 입구에 도착했다.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으로 진입하시겠습니까?】

도현이 게이트와 접촉하자 그와 같은 질문이 나타났다.

- 로드.

에포르 병사는 도현의 행동을 말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산성 병사들 소환하고 상황을 지켜보자. 이 너머에 나보다 강한 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한 몸을 뺄 여유는 있겠지.”

지금의 도현은 과거 산성의 주인으로 죽을 때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뉴어스가 열리고 십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키웠던 힘을 고작 3년이 안 된 시간에 이미 넘어선 상태.

그런 자신이 회랑의 제약도 받지 않은 상태로 밀린다면?

‘그런 괴물이 있다면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고 봐야지.’

도현은 위험하긴 하지만 반드시 적들의 전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으로 진입하시겠습니까?】

‘확인만 하자. 확인만.’

도현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차원 회랑의 출구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입장한다!”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으로 진입합니다.】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휘이이이이이잉!

‘바람.’

도현이 게이트를 넘어서는 순간 처음으로 느낀 것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게이트 통과의 빛이 사라진 후에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평원과 저 멀리 보이는 낯익은 성벽의 모습이었다.

“중립도시?”

- 로드, 산성병사를 먼저······.

도현이 주변을 살필 때, 에포르는 우선 병사들을 소환해서 도현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급히 권했다.

이에 도현이 급히 산성병사들을 소환했다.

푸화화화화홧

- 아, 로드. 군왕성 점유율이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디버프까지······.

그런데 소환된 산성병사의 수가 555기 밖에 되지 않았다.

산성 점유율이 90%에 오르면서 999명의 산성병사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평소보다 적은 수였다.

“산성 점유율이 75%로 낮아져서 그래. 군왕성의 점유율을 빌렸던 만큼 떨어졌네. 느낌으로는 하루 정도는 지나야 회복이 되겠네.”

- 하필 이럴 때에.

에포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도현을 보았다.

“괜찮아. 도시에 몇 놈 없는 거 같으니까.”

하지만 도현은 태연한 얼굴로 멀리 도시의 성문에 모습을 드러내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고작해야 수 백 명에 불과한 숫자.

도현이 소환한 산성병사보다 적었다.

“어디 제대로 한 번 뒤집어 보자!”

쿠궁! 쿠궁! 쿠궁!

도현의 말과 함께 555기의 산성병사들이 발을 맞춰 일제히 진군을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