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뉴어스, 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지다(1)
44. 뉴어스, 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지다(1)
헌터네임 : 캐슬
이명 : 일곱 성의 주인
군왕성 : 15%
산성 : 90%
숲의 성 : 58.7%
탑의 성 : 46.5%
어둠의 성 : 48.6%
빛의 성 : 13%
황금의 성 : 18%
등급 : 5등급
스킬 : [산성 장착][중급 마력 연공법][산성병 소환][숲의 성 장착][정원수 소환][지원요청:탑의 성][흑영 소환][그림자 게이트][와이번 소환][확장된 아공간] ······
특권 : 개인 포탈
H.Point : 1,279,630
권속 : 에포르
장비 : 대마법사 호켄의 분재
장비 : 떡갈나무 스태프
장비 : ······
······
······
사건이 있었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사건의 시작이었던 쪽에서도, 사건의 마무리였던 쪽에서도 입을 닫았다.
하지만 도현은 이번 일이 거대한 변화의 시발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앞으로 있을 한 번의 큰 싸움.
그것을 예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중인 것이다.
- 로드, 정말로 지구 인류인 헌터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겠습니까?
에포르는 도현의 걱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 했다.
뉴어스의 헌터들은 차원 침략자들을 막기 위한 인류의 수호병이다.
그런데 그런 수호병들끼리 내전이라니.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외환이 있음을 알면서 어찌 내전을 벌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놈들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 거지. 그런데 인류애(人類愛)나 대의(大義), 홍익(弘益)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이기적인 놈들이 많아. 코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고 사는 놈들.’
- ······.
‘큰 집단이나 단체의 수장이라고 해서, 그들 모두가 특별히 뛰어난 지성이나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지 마라. 한 가지 재주를 가지고 만 가지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으니까.’
- 하지만 아직 뉴어스에서 국가간의 교류 통로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로드께서 다른 나라의 헌터들을 걱정하시는 것을 보면 서로 오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긴 하겠습니다만.
‘솔직히 막을 수 있으면 막고 싶다. 그런데 길드 하트를 활성화시킨 나라가 일정 숫자를 넘어서게 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거라서 막을 방법이 없지.’
도현이 가디언의 이름으로 뉴어스 공략 가이드를 퍼트리지 않았다면 늦출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반대쪽에서 움직이는 알케이네스 차원에 뒤처지게 될 뿐이다.
그러니 결국.
‘빨리 부딪혀서 박살을 내고 내가 멱살을 잡아야지.’
도현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가디언, 뉴어스의 격변을 예고]
길드 하트를 활성화시킨 나라의 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국가간 교류가 가능해진다고 가디언에서 발표.
조만간 뉴어스에서 국가간의 교류가 가능해 질 듯.
[국가 교류? 길드 점령전의 시발점]
가디언은 국가 교류가 시작되면 특정 길드를 대상으로 점령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배한 길드의 하트는 승리 길드의 하트에 종속되어 모든 컨트롤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
[길드 공성전, 길드간 연합도 가능]
이것은 가디언의 자신감인가?
국가간 교류와 길드전에 대한 가이드 내용에는 여러 길드가 연합하여 다른 길드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가디언의 대표 길드인 크라운이 길드 연합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이런 내용을 밝힌 것은 오만인가? 자신감인가?
어차피 국가 교류가 시작 될 것이라 도현은 일찌감치 그 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발표가 이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뉴어스의 크라운 시티의 NPC들 사이에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로드! NPC들이 다른 나라 길드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실은 곧바로 배성희에 의해서 도현에게 보고되었다.
길드 하우스의 집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도현이 그 소식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지하에 있는 하트룸으로 이동했다.
“중립 도시로 이동하겠다.”
도현은 길드 하트가 있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목적을 밝혔다.
길드 하트를 통해서 이동할 수 있는 도시이면서 차원 침략자들을 맞이하는 최전선.
[중립 도시로 이동합니다. 길드 점수 1000점을 소모합니다.]
스화홧!
도현의 요구에 곧바로 반응하는 하트.
빛과 함께 사라진 도현은 다음 순간 거대한 광장에 도착했다.
한쪽 방향으로 넓은 길이 뻗어 있고, 수 백 미터를 뻗어간 길 끝에 거대한 성문이 있었다.
그런데 성문은 여닫는 문이 없이 활짝 열려서 개방된 상태였다.
- 여기가 중립 도시입니까?
‘그래. 성 안에서는 적대적인 공격 행위가 불가능한 중립지대다.’
- 그럼 헌터들이 싸울 일도 없겠군요?
‘적어도 이 도시의 성벽 안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성벽을 벗어나면 그런 제약이 모두 사라지지.’
- 그럼 거기서 길드 점령전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길드 점령전은 점령전에 참가한 영지가 서로 연결되는 형태야. 갑자기 없던 길이 생기고, 그 길 끝에 상대 길드의 도시가 있는 거지.’
- 그렇군요. 그럼 여기는······.
‘차원 침략을 막기 위해서 헌터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곳. 그럼에도 그 대의가 수시로 무시되었던 곳.’
과거에는 이곳에서도 서로 세력을 나눈 집단들이 수시로 피를 흘렸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인종 등등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곳이 이곳이었다.
물론 점차 알케이네스 차원과의 침략이 현실이 되면서 그런 다툼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도현이 죽을 때까지도 여전히 온전한 하나는 되지 못했었다.
스홧!
“어엇? 누구냐?!”
도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광장 중앙에 있는 수정 기둥에서 빛이 터지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 수는 모두 열다섯 명으로 백인, 흑인, 라틴계 등으로 다양한 인종 구성을 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 중에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머슬러스, 카질 데인.”
“오오, 나를 알아본 건가? 아니, 그보다 지금 대화가 어떻게 통하는 거지?”
“뉴어스에선 모든 인류가 언어 소통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와우, 그렇단 말이지? 놀라운 걸? 그나저나 크라운의 캐슬? 아니면 가디언의 집행자? 어떻게 불어주면 되지?”
“그냥 캐슬이면 족하다. 그리고 소속을 말하자면 당연히 크라운 길드의 마스터지.”
“그렇군.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이스트썬의 머슬러스 카질 데인이다.”
카질은 도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산성 갑옷의 건틀릿을 낀 상태로 카질의 손을 잡았다.
뿌드드드득!
맞잡은 두 사람의 손에서 힘과 힘이 충돌하는 마찰음이 삐져 나왔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중립 도시에서는 일체의 적대적인 행위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어? 이거 뭐야?”
갑자기 들린 알림에 카질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도현 역시 카질의 행동에 맞춰서 손을 놓았다.
“들어서 알겠지만 이곳에선 어떤 공격적인 행위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안전에 위협을 받을 일은 없는 거지. 억지로 누구를 끌고 가거나 하는 것도 불가능한 곳이니까.”
“와우, 그런 시스템이 있다고? 좋은데?”
도현의 말에 카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양 팔을 벌려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의 길드원들을 돌아봤다.
‘카질 데인. 물리력의 정점을 찍는 무투파 헌터. 육체적인 능력만 따지자면 모든 헌터들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강해질 사람이지.’
도현은 이스트썬의 길드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는 카질 데인을 바라보며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나쁘지 않은 헌터였다.
적어도 알케이네스 놈들과 싸울 때에는 진심이었던 사내니까.
다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한 것이 문제여서 다른 나라 헌터들과 트러블이 잦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알케이네스 놈들과 싸웠던 사람이니까. 일단 킵.’
버릴 사람은 아니다.
도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수정 기둥이 다시 빛을 내며 열 명 가량의 헌터를 광장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연속으로 다섯 번의 이동이 이어졌다.
‘드디어 왔군. 천화성.’
각기 따로 넘어온 다섯 그룹.
하지만 실상은 하나의 세력.
도현은 다섯 무리 중에서 가장 장비가 좋아 보이는 한 팀을 바라봤다.
남자 여섯, 여자 넷으로 구성된 그 팀은 네 명의 여자 헌터가 한 사람을 보호하는 모습이었다.
‘동북삼성(東北三省)을 아우르는 군벌의 후계자. 하지만 곧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주인이 되겠지.’
여자들의 호위를 받는 그 헌터가 바로 천화성이었다.
겉으로 봐서는 그저 잘 생긴 한량처럼 보이는 천화성.
하지만 그가 얻은 각성 스킬은 무시하기 어려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독, 그것도 마력을 이용한 독으로 사람들을 중독시켜서 부려먹는 것으로 유명했지.’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을 아우르는 동북삼성.
그곳의 군벌들은 과거부터 끈끈한 관계였다.
그런데 그 군부의 세력이 하나로 묶였다.
그리고 천화성은 그 세력의 수장인 인민해방군 상장 천지병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결국 저 천화성과 그를 따르는 골드 헌터들이 천지병을 몰아내고 군부를 장악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크게 성장한 골드 헌터의 각성 능력이 있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 후, 천화성의 동북삼성은 중국에 속해 있으면서 어느 정도 자치권을 지닌 세력이 되었다.
그곳의 주인으로 왕노릇을 했던 인물이 바로 저 천화성이다.
“캐슬?!”
도현이 천화성을 쳐다보는 동안, 천화성은 함께 넘어온 일행들을 곁눈질로 살폈다.
그러다가 쉰 명의 인원이 모두 넘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도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치 이제야 도현을 발견했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천화성.
그리고 그를 따라 오는 아홉 명의 헌터들과, 그 좌우로 모여드는 네 무리의 헌터들.
“와, 정말로 캐슬이네?”
“크라운 길드의 마스터!”
“가디언의 대변인.”
“아니지. 대변인이 아니라 집행자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래?”
저마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헌터들.
그들의 숫자에 밀려서 이스트썬의 길드원들이 도현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천화성이 도현 앞에 거의 도착한 순간!
“공격!”
“죽여!”
“죽어라!”
갑자기 도현을 향해서 달려드는 헌터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안내음.
[중립 도시에서는 일체의 적대적인 행위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카강! 까가강!
“어엇?”
“뭐야?”
“어이쿠!”
“이런 젠장!”
가만히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도현과, 달려들었던 속도만큼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가는 헌터들.
한 순간, 스무 명 가까운 헌터들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뒤에서 스킬을 쓰려던 이들도 스킬 발현이 되지 않아 낭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화성? 길림성의 개새끼?!”
“뭐? 뭐라?”
“저번에 인천에 왔던 놈들도 니가 보낸 거였지?”
“무슨 소리냐! 그런 적······.”
“뭐 상관없어. 지금 상황만 봐도 알잖아? 어차피 너하고 나,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해.”
“그······.”
“각오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아주 재미있을 테니까.”
도현은 천화성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찌르듯이 내밀었다가 손을 거두었다.
천화성은 마치 도현이 자신을 공격하기라도 할까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공격 행위가 금지된 곳임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병신.”
도현은 그런 천화성을 비웃어 주고는 뒷짐을 지고 수정 기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천화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반드시 죽여주마.”
천화성은 입술을 씹으며 도현에게 한 마디를 던지고는 훌쩍 몸을 돌려 광장의 반대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쉰 명의 무리가 한쪽에 자리를 잡은 후, 간간이 수정기둥이 빛을 내며 사람들을 광장으로 옮겨 놓았다.
- 로드, 저 불손한 놈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시간이 흘러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에포르는 몇 번이고 도현에게 천화성의 처분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도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분쟁 금지 지역인 것을 알았으니 자유롭게 행동을 하겠지. 하지만 성벽 밖에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사실을 저 놈들이 알 수 있을까?’
- 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성벽을 막고 산성병사들을 풀어서 쓸어버릴 거야. 본보기로는 더없이 좋잖아. 저기 카질이 아까 있었던 일도 저렇게 열심히 알려주고 있고 말이지.’
도현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들을 모아서 설명회를 여는 이스트썬의 카질 데인을 보았다.
저 증인들이 있으니 여기서 도현이 천화성 무리를 공격해도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도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날을 세우고 천화성 일행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