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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38화 (38/184)

38. 5구역 거점 공략(2)

38. 5구역 거점 공략(2)

5구역은 땅따먹기다.

5구역은 길드마다 할당되는 맵이 있고, 그곳에 있는 거점을 모두 점령하면 6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거점이라는 것이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곳에는 무리를 짓는 몬스터 부족이 자리를 잡고 있고, 어떤 곳에는 엄청난 함정과 미로의 유적이 있다.

또 이번에 도현이 공략한 곳처럼 전염성과 중독성이 강한 세균과 독을 뿜어내는 형태도 있다.

이런 형태를 둥지형이라 하는데, 이게 위험한 이유는 이 둥지형 거점이 숙주를 만든다는 것이다.

전염성 강한 세균에 노출되면 그 생명체가 둥지의 병사로 바뀌는 것.

이런 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곳에 부족형 거점이 있었어.”

- 갈색 숲 오크 부족 말씀이지요?

“그래, 그 놈들이 이곳 둥지에 먹혔으면 정말 난리가 나는 거지. 그래서 이런 둥지를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하는 거야.”

- 그렇군요.

“그렇게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야. 거점이 거점을 잡아먹으면 그만큼 강해지는 거니까.”

- 그렇습니까?

“자칫하면 6구역보다 위험한 5구역 거점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확장성 강한 거점을 찾아서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 그래서 로드께서 둥지를 발견하면 곧바로 보고하라고 하신 거였군요?

“이게 제일 확산성이 빠르니까. 하지만 이런 종류만 위험한 건 아니야. 유적형 거점에 고블린이 자리를 잡아도 끔찍하지. 고블린 놈들이 유적의 함정을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하거든.”

- 그럴 수도 있군요. 그럼 결국 거점들이 서로 합쳐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렇지. 자, 그런 의미에서 옆에 있는 숲 오크들을 정리하자. 그것들은 번식이 미친 듯이 빠른 놈들이니까.”

- 그 전에, 둥지에서 얻은 아이템을 먼저 흡수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으음.”

도현은 에포르의 권유에 살짝 망설였다.

조금 전에 파괴한 둥지형 거점에서 숲의 성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50%는 넘길 수 이 있을 거 같다고 그랬지?”

지금 도현의 숲의 성 점유율은 47.4%.

그런데 조금 전에 얻은 [바오밥 버섯 나무의 포자낭]이라는 특이한 아이템을 본 에포르가, 그것이 숲의 성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여줄 것이라 예상했다.

- 그렇습니다 로드. 게다가 특별한 기능도 개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서 아이템 흡수를 우선 권해 드리는 것입니다.

“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에포르가 이렇게 권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도현은 곧바로 산성의 능력을 이용해서 땅을 움직였다.

의지의 힘을 이용해서 대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요긴하다.

쿠르르르르르르륵! 쿠구구국!

사람 하나가 걸어갈 정도의 토굴은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다.

도현은 십여 미터를 걸어간 후에 통로를 막았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한 등을 천정에 꽂아 넣은 후, 산성 장착을 해지하고 다져진 바닥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에포르, 그거 줘봐.”

그리고 에포르에게 [바오밥 버섯 나무의 포자낭]을 건네받았다.

주먹 크기의 동그란 덩어리.

표면의 질감이 꺼슬꺼슬하게 갈라진 그것은 줄기가 없는 버섯을 떠올리게 했다.

“일단 마력부터 흡수하자.”

포자낭을 손에 쥐고 이제는 중급으로 올라선 마력 연공법을 운용하는 도현.

마력 연공법이 중급이 되면서 이제는 아이템을 먹어서 흡수할 필요는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웅!

“크으읍!”

마력 흡수를 시작하자 곧바로 포자낭에서 엄청난 마력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도현이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 포자들이 소멸에 저항하기 위해서 주변의 마력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에포르가 그 이유를 곧바로 파악해서 알려왔다.

‘크으, 좋은데?’

이유를 알게 된 도현을 밀려드는 마력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을 지었다.

중급 연공법으로 단련된 마력 회로가 충격을 받을 정도로 많은 마력이 흘러드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란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그것이 도현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도현은 고통과 기쁨이 어우러진 표정으로 묵묵히 마력 연공법을 이어나갔다.

- 로드! 걱정하지 마십시오. 끌어들일 수 있는 주변 마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내시면 곧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에포르는 그런 도현을 열심히 응원하며 희망을 주려 애썼다.

그리고 얼마 후, 도현은 자신이 완숙한 중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선 것을 느끼며 마력 연공법의 운용을 멈췄다.

지이이이이이잉! 스화홧!

“좋군!”

손을 앞으로 뻗어 맨손에 오러를 둘렀다가 허공에 퍼트려 본 도현이 짧은 감탄을 터트렸다.

이전보다 한결 쉬워진 오러의 발현과 전도와 확산이 그를 기쁘게 했다.

- 로드! 축하드립니다. 마력이 한층 강해지셨습니다. 그리고 마력이 늘어난 만큼, 오러 역시 강해지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에포르가 도현의 성취에 축하의 말을 건넸다.

도현은 다시 한 번 늘어난 마력을 가늠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은 대부분 마력을 이용해서 스킬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도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스킬들도 마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러는 그 마력을 특별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파괴력을 높인 형태로 물리력을 크게 강화하고 부족한 항마력을 보조한다.

오러를 두른 공격은 마력 방어를 좀 더 쉽게 뚫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오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익스퍼트의 경지에 허락된 힘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지.”

도현은 아직도 손에 남아 있는 [바오밥 버섯 나무의 포자낭]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마력은 빠져 나갔지만, 그 아이템 본연의 기운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

‘이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나?’

마력은 마력 연공법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의 점유율을 높이려면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 로드! 로드께 봉사하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이 에포르! 로드의 수고를 덜어드릴 능력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설마 그게 이걸 네가 대신 흡수해 줄 수 있다는 거라거나 그런 거냐?’

- 그렇습니다 로드. 로드의 마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에포르가 로드께 봉사할 힘도 조금 늘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걸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 저에게 맡겨 주시면 세 시간 안에 흡수를 마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흡수 효율 역시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것보다 너에게 맡기는 게 더 좋을 거란 말이지?’

- 그렇습니다 로드. 그, 그리고 이건 절대 로드의 부족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이 에포르는 오롯이 로드께 속한 존재이니, 저의 능력이 곧 로드의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당연한데, 그걸 굳이 지적하는 것이 문제 아닐까?’

- 그······. 송구합니다 로드!

* * *

“이거 시너지가 아주 좋은데?”

- 원래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좋잖아. 안 그래?”

-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로드의 군대가 체면이······.

머리에 꽃을 꽂은 에포르.

그리고 가슴에 손톱 크기의 포자낭을 훈장처럼 달고 있는 산성병사들.

에포르 병사의 머리에 꽂은 꽃은 언제나처럼 <꿈꾸는 월광초>였다.

주위에 있는 아군의 마력 회복을 돕는 바로 그 꽃이다.

그리고 다른 산성병사들의 가슴에 있는 포자낭은 이번에 도현이 새로 얻은 숲의 성 스킬의 변형이었다.

원래 도현이 얻은 스킬은 [포자 살포]라는 스킬이었다.

그것 역시 숲의 성에서 나온 스킬답게 일정 범위 안에 포자를 뿌려서, 필요한 기운을 모으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도현이 이번에도 그 포자를 산성병사들의 가슴에 뭉쳐서 달아 준 것이다.

“원래 [포자 살포]가 정원에 포자를 뿌려서 정원수가 필요한 기운을 모아주는 스킬인 건 나도 알아. 딱 방어형 스킬이지. 일정 지역을 방어하기에 더없이 좋은.”

- 그런 스킬을 로드께서는 이상하게 쓰시고 계시는 거지요.

“그래도 효과는 제대로 적용이 되잖아. 봐봐, 덕분에 월광초로 얻는 마력이 세 배로 늘었잖아. 이러면 거의 마력 부족은 느낄 일이 없겠네.”

- 산성병사들이 과격한 전투를 벌이다보면 포자낭이 상하는 일이 생길 겁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응, 아니야. 포자낭이 터져도 그 범위 안에서 마력을 흡수할 테니까, 너무 멀리 떨어지지만 않으면 괜찮아. 게다가 포자 살포 스킬은 쿨타임이 세 시간 밖에 안 된다고.”

포자낭이 마력을 흡수해서 에포르의 머리 위, 월광초로 보내는 방식.

도현은 자신이 궁리해 낸 방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는 것에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 확실히 효과가 좋은 스킬이긴 합니다. 마력도 마력이지만, 부상 회복을 위한 생명력 흡수란 선택지도 있으니 길드원들과 함께 움직일 때에는 요긴할 겁니다.

“그건 그렇지. 정원수 중에 붉은 지혈초를 네 머리에 피우고, 포자로 생명력을 끌어 모으면······.”

- 네. 확실히 좋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제 머리에 또 다른 꽃을 꽂겠다는 도현의 말에도 에포르는 이제 그저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무리 저항을 해 봐야, 로드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음을 깨우친 것이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포자낭의 위력을 느껴볼까? 전군 공격!”

도현이 저 멀리 보이는 갈색 숲 오크의 마을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탑의 성 스킬인 [지원요청]을 사용했다.

탑의 성에 마력을 공급하고 필요한 마법을 빌려오는 스킬.

도현이 이번에 요청한 스킬은 범위 공격.

치이이이이잉! 치이이이잉!

탑의 성에 마력을 주입하자 저 멀리 오크들의 마을 상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선들이 이리저리 엉키고, 그 사이사이에 룬문자들이 빛을 내며 틀어 박혔다.

그 모두가 도현이 탑의 성에 공급한 마력을 이용한 것.

취이이이이익! 쿠롸롸롸롸!

추에에에엑! 꾸이이이익!

오크들은 난리가 났다.

흙으로 만들어진 병사들이 떼로 몰려오는 중에, 하늘에는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그림이 생겨나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꾸이이이이익!

하지만 부족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뭐가 달라도 다른 듯.

다른 오크에 비해서 머리 두 개는 더 큰 오크가 글레이브를 허공에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오크들이 일제히 원진을 만들며 산성병사를 맞을 준비를 했다.

거점의 상징을 지켜야 하니 마을을 버리고 도망을 갈 수도 없는 상황.

숫자가 비슷한 상황이라 오크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익스퍼트 중급의 백인장과 하급의 십인장을 생각하면 오크들은 큰 오판을 한 셈이다.

게다가.

쩌저저저저저적! 치이이이잉!

하늘에 완성된 마법진에서 정수리가 서늘해지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경험해 본 적이 없겠지. 만년설이 칼바람에 깎여 나가는 고산, 그곳의 블리자드다!”

푸화화화화화화홧!

도현의 외침과 함께 마법진에서 터져 나온 것은 살을 저며낼 듯 차가운 칼바람이었다.

오크들은 마법진에서 몰아친 블리자드 한 번에 온 몸이 굳어 버렸다.

오크들은 한 순간 얼음물 속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즉시 심장이 멈춘 놈도 몇 마리 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갈색의 피부가 새하얗게 얼었다가 검붉은 변색을 일으켰다.

산성병사들이 들이닥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산성병사들 역시 표면에 성에가 끼어 있었지만, 애초에 생명체가 아닌 까닭에 냉기에 의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좋군! 저런 마법을 썼는데도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아.”

- 로드. 포자낭과 월광초의 힘만이 아닙니다. 로드의 마력이 크게 늘어나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아, 그래. 익스퍼트 중급이 될 정도로 마력이 늘었지? 그게 컸겠군. 뭐, 그래도 이 엄청난 마력 회복, 이것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냐?”

-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산성병사들이 싸우는 중에 포자낭이 터지면 포자를 뒤집어 쓴 오크들이 마력 사용에 방해를 받는 생각지 못한 부과 효과도 있습니다.

“좋아! 좋아. 하하하하.”

도현은 둥지 거점에서 얻은 수확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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