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매를 버는 하룻강아지들(2)
36. 매를 버는 하룻강아지들(2)
“誰だ?(누구냐?)”
퍽!
“커억!”
우당탕탕!
도현이 그림자 게이트를 통해 이동하는 순간,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날아간 도현의 주먹질!
사내는 뒤쪽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이건 좀 곤란하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아직 흑영과의 의식 연결에 한계가 있어.’
도현은 처박힌 사내의 그림자 속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흑영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흑영은 소환자인 도현과 의식을 연결하여 주변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거리의 제약이 있는지 자신의 방에서 도쿄까지는 흑영의 존재감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 사무실의 상황도 알았을 것이고, 쓰러진 사내의 존재도 파악했을 것이다.
“クウウウッ!誰だ? 誰ゆえにこんなに······. まさか海軍省か!? (크으으윽! 누구냐? 누구기에 이렇게······. 설마 해군성이냐?!)”
도현의 주먹질에 처박혔던 사내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여전히 몸을 가누지는 못하고 어렵게 벽에 기대앉은 모습이었다.
“뭐라는 거야? 아직 동영상 확인을 못 한 거냐?”
그런 사내를 보며 도현이 중얼거렸다.
“チョ·センジン?お前、お前······.(조센징? 너, 너······.)”
“뭐래 이 새끼가! 일본어 모르는 사람도 그 말은 알아들어 새꺄!”
퍽! 퍽퍽!
“쿠억! 커어억!”
귀에 거슬리는 한 마디를 알아들은 도현의 거침없는 보복이 사내에게 쏟아졌다.
사내는 도현의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비명만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산성장착으로 완전 무장한 도현의 발길질은 말 그대로 돌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거 헌터가 아니네? 그런데 이런 놈이 우리 도혜를 납치하라고 시켰단 말이야?”
도현이 사내의 책상 위를 이리저리 살폈다.
하지만 도현이 알아볼 수 있는 서류는 없었다.
애초에 일본어를 안다고 해도, 전문적인 내용의 서류를 어떻게 한 눈에 알아보나?
“쯧!”
도현은 혀를 차고는 서류와 데스크탑을 그림자 게이트로 밀어 넣고, 끙끙거리는 사내 역시 밧줄로 묶어서 그림자 게이트 안으로 던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머리를 짧게 자른 사내가 등장했다.
“えっ?え?!(어엇? 뭐?!)”
퍽!
“컥!”
“뭐긴 뭐냐? 니들 조지러 온 사람이지.”
푸시시시시싯! 푸시시싯!
도현은 사내를 기절시키고 곧바로 산성병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소환할 수 있는 최대 숫자가 555명.
일반 산성병사가 500에 십인장이 쉰, 백인장이 다섯이다.
그 중에 십인장과 백인장은 익스퍼트 초급과 중급의 경지.
우르르르르르르!
콰과광! 콰직! 우당탕탕!
소환되자마자 곧바로 사무실 밖으로 내달리는 산성병사들.
그들은 도현의 의지에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은 벽만 남기고 모두 박살을 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헌터로 각성해서 마력이 느껴지는 경우는 포획하고, 나머지는 모두 팔다리를 부러뜨렸다.
‘일반인들은 굳이 잡아봐야 의미가 없지. 필요한 건 헌터들뿐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헌터는 모두가 골드 헌터들이다.
그러니 잡아들이는 족족 이쪽 육군성과 야쿠자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서 일본 전체의 뉴어스 전략에도 큰 구멍이 생길 것이다.
탕탕탕! 타다다다당! 타다다당!
“총까지 쏘는군.”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풀어놓은 산성병사들을 막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산성병사는 흙가루로 이루어진 존재들.
그 근원인 도현이 무사하다면 파괴된다 하더라도 다시 마력만 부여하면 다시 소환할 수 있다.
물론 산성병사들이 파괴될 때마다 산성의 점유율이 하락하기에 소환 가능한 숫자가 줄어들기는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떨어진 점유율은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회복이 된다는 것.
콰광! 콰과광!
“어헛?!”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훅하고 밀려드는 뜨거운 공기.
도현은 뭔가 큰 일이 벌어진 것을 느꼈다.
- 로드, 놈들이 엄청난 폭발물을 사용했습니다.
에포르가 산성병사들의 전투 상황을 알려왔다.
‘골드 헌터 포획은?’
중요한 것은 이 기지에 있는 골드 헌터를 포획하는 것이다.
그들을 잡지 못하면 오늘 이곳에 온 의미가 퇴색된다.
- 지금까지 여덟 명을 잡았습니다.
‘그것뿐이야?’
- 나머지는 모두 기지 밖으로 몸을 피한 모양입니다.
‘끙, 이러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고작 여덟.
이미 잡아놓은 한 놈까지 합쳐도 아홉이다.
일본도 이미 백 명의 골드 헌터를 채웠다.
그 중에 아홉은 많이 아쉬운 숫자다.
육군성 주도의 세력에 포함된 골드 헌터의 수가 마흔 정도는 된다고 했는데, 이 기지엔 얼마 없었던 모양이다.
‘일단 챙겨서 돌아가자.’
시간이 지나면 더 강력한 폭약이나 폭탄을 쓸 것이다.
그래봐야 산성병사의 피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겠지만, 기지 밖으로 나가서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면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좋았다.
- 네, 알겠습니다. 로드!
도현의 지시에 에포르 병사가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옆구리에 기절한 골드 헌터 하나씩을 낀 산성병사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도현의 의지에 따라서 그림자 게이트로 골드 헌터를 던져 넣었다.
‘그럼 이제 그만 돌아가자.’
푸쉬쉬쉬쉬쉬쉬쉬쉬!
도현이 산성병사들의 회수를 결정하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산성병사들이 흙가루가 되어서 도현에게로 흡수되었다.
그것은 마치 기지 내부에 짙은 황사 현상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에에에에에에에엥!
엥엥엥엥엥! 에에에에엥!
흙먼지와 함께 도현이 모습을 감추고 난 후, 기지에는 뒤늦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만 요란했다.
* * *
[테러!]
도쿄 외곽의 자위대 연구 시설에 골드 헌터의 테러가 있었다!
[테러의 주체는 가디언?]
가디언은 공식적으로 도쿄 사건을 자신들의 행위라 인정.
하지만 테러가 아닌 보복.
아울러 그 직전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서 일본 육군성의 비열한 수작을 고발했다.
[헌터와 그 가족에 대한 위해는 용납할 수 없다.]
가디언, 일본 육군성에 강력한 경고.
도쿄 연구소 작전에서 포획한 골드 헌터들 돌려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배상을 준비해야 할 것.
[필요하면 일본 골드 게이트 위에 징벌의 탑을 띄울 수도 있다.]
가디언, 묵묵부답인 일본 정부와 육군성을 향해 거듭 강경한 어조로 협박.
[납치 계획의 작전 책임자, 동영상 등장.]
납치를 실행했던 일본 골드 헌터에 이어서, 그것을 지시한 것은 육장보(陸将補) 다나카 아키라 영상 속에서 참회의 읍소, 참인가 거짓인가.
[일본 육군성 모든 것은 오해]
은밀한 접촉 시도는 인정, 하지만 납치는 타다 하야오의 일탈 행위. 다나카 아키라 육장보도 지시하지 않았을 것.
[가디언, 송환은 없을 것.]
진실한 사죄와 배상이 없다면 골드 헌터의 송환은 없을 것. 납치 주모자 타다 하야오와 다나카 아키라는 송환 대상에서 제외.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된 도혜는 뉴스 화면을 보다가 오빠 도현을 보다가를 반복했다.
“나 때문에 저런 일을 벌였다고?”
도혜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저 정도로 안 끝났다.”
적어도 도현이 누구를 죽인 일은 없었다.
도쿄 기지에서 죽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과격 대응에서 벌어진 참사일 뿐.
하지만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도현이 그 정도로 참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들, 어디에 있는 거냐?”
최성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밀하게 만든 지하 시설에 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산성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땅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전투 용도로는 쓸모가 없지만, 지하에 구조물을 만드는 데에는 그만한 것도 없다.
뉴어스에서도 거점의 기초를 만들 때에 쓸모가 많은 능력이지만, 지구에선 남모르게 지하 은신처나 기지를 만들기에 맞춤한 능력이다.
도현은 그 능력을 이용해서 한적한 곳에 지하 공간을 만들어 뒀고, 일본의 골드 헌터 아홉 명과 육장보 하나를 그곳에 가둬 두었다.
외부로 통하는 통로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흑영의 그림자 게이트를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한 곳이다.
지금 일본의 골드 헌터와 육장보는 빛 한 점 없는 그곳에 갇혀 있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조금 더 안전에 신경을 쓰겠습니다. 이번에 아시게 된 흑영을 둘씩 붙여 드릴 생각입니다.”
“아니, 우리 안전을 묻는 게 아니라, 가디언에 대해서 묻는 거다. 이번 일로 가디언을 보는 외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괜찮습니다. 이제 곧 가디언이 뉴어스 공략에 길잡이 노릇을 시작할 테니, 인식은 곧 좋아질 겁니다.”
“길잡이?”
“일종의 뉴어스 공략 가이드를 발표할 생각입니다.”
“음?”
“우리의 목적은 대한민국의 득세가 아닙니다. 그건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죠. 뉴어스에 있는 헌터들은 인류 멸망의 위협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헌터들의 전력 강화가 필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승적인 입장에서 헌터 전력 강화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겠다?”
“시행착오를 없애고, 최선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아울러서 우리 유성을 통해서 보다 수준 높은 뉴어스의 마법과 이능을 지구에 보급할 겁니다.”
“으음.”
최성수는 아들의 말에 생각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머니가 도현을 불렀다.
“도현아.”
“네, 어머니.”
“도혜, 괜찮겠지?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서 가족을 지킬 겁니다.”
“그래, 믿고 싶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도혜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마! 왜 그래? 나 괜찮다니까!”
그런 어머니의 눈빛에 도혜가 발끈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도현이 고개를 숙였다.
“네 잘못이 아닌데 왜? 도리어 우리가 네 앞길을 막거나, 네가 죄를 짓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어머니나 동생이 잘못되면 도현이 폭주할 것이다.
어머니는 도리어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도현이 그런 어머니를 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리고.
[속보!]
일본 육군성 육상막료장 스기에 세이이치 예편.
해군성 대변인, 잘못된 육군성의 기조를 바로잡았다고 발표.
[예비역 육상막료장 스기에 세이이치, 할복]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일본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힌 것을 사죄하며 할복. 병원으로 후송.
[일본정부, 가디언에 협상 요청]
잘못을 사과하고 배상할 것.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청.
마침 뉴스 화면에는 급변하는 일본 정세를 알려주는 내용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단은 가디언의 압승이었다.
“응? 그러면 아들.”
“네, 아버지.”
“뭘 받아 낼 거냐? 저 놈들한테서.”
최성수가 화면에 나오는 일본 총리의 얼굴을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3구역에서 얻는 전공점수를 좀 받아 볼까하고 있습니다.”
“응?”
“그런 게 있어요. 여기랑 상관없는 거예요. 조만간 뉴어스 가이드가 나오면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그, 그래?”
“금방 나올 거예요.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화면 속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어나지 않는 일본 총리의 정수리를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