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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32화 (32/184)

32. 4구역에선 얻을 것이 많다(1)

32. 4구역에선 얻을 것이 많다(1)

“4구역은 간단히 말하면 길드의 영지라고 볼 수 있어.”

- 영지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 영지가 기사의 장원이 되느냐, 남작령이 되느냐, 공후의 영지가 되느냐는 하기에 달렸지.”

- 그럼 영지를 키우는 것이 곧 길드 거점을 키우는 것이라고 봐도 되는 것입니까?

“반쯤은 그게 맞지. 길드 하우스가 받쳐주지 않으면 영지 개발이 어려워지니까.”

- 그런데 그걸 로드 혼자서 할 수 있는 겁니까? 영지 개발이란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물론 어렵지. 그래서 지금 당장은 길드 하우스 주변을 정리하는 것부터 해야 해. 간단히 이야기하면 영주성 주변의 위험을 제거하는 거지.”

- 휴우, 고생길이 열렸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어쩔 수 없지. 크라운 길드원들은 이제 겨우 3구역 클리어를 시작했으니까. 그 길드원들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내가 여길 지켜야 해. 뭐, 그러면서 최대한 영역확장도 하고.”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크라운 길드원들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들은 2구역 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있었다.

물론 간혹 무리한 욕심을 부려서 희생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향상심은 도전 정신이 필요하고, 그 도전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도현은 될 수 있으면 무리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행동에 제약을 두진 않았다.

어차피 뉴어스는 무력이 곧 권력이 되는 세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헌터들은 그 간단한 진리를 깨달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강해지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이다.

그나마 크라운 길드에 속한 이들은 도현 덕분에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 크라운 길드를 묶어 두는 가장 큰 힘이었다.

이전까지는 지구에 있는 가족들을 보호하고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은 얼마 전부터 많이 깎인 상황이었다.

정부가 중심이 되어 뉴어스와 지구 사이에 우편배달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골드 헌터를 이용해서 뉴어스의 헌터와 지구의 가족들 사이에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이 서비스는 한 달에 한 번 이용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건 헌터들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정책이었지만 대신에 가디언과 크라운에겐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선 가디언의 존재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었다.

헌터에 대한 강압이 없다면 가디언은 할 일이 없다.

그러니 돛대그룹의 신종남 사건 이후로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서 가디언이 나설 일이 없었다.

물론 도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종양이 분명히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이 없는 상황이라 가디언의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황이었다.

나서고 싶어도 나설 일이 없었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의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달랐다.

그 상황을 가디언이 만들었지만 이제는 가디언이 나설 일이 없는 상황.

묘한 딜레마 속에서 가디언은 침묵하는 중이었다.

커엉! 케겡! 크르르릉!

휘릭! 서걱! 피잉! 푸확!

산성병사들이 길드 하우스 주변의 산과 숲, 초원에서 위력 정찰을 하고 있었다.

산성병사들은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면 몬스터든 맹수든 가리지 않고 처리했다.

피잉! 피잉! 피잉!

도현은 산성병사들을 사방으로 풀어 놓고 혼자 사냥을 하고 있었다.

길드 하우스 근처에선 도현을 위협할 정도의 몬스터나 맹수는 없었다.

지금 도현의 몸을 감싸고 있는 갑옷은 숲의 성을 불러 장착한 것이었다.

당연히 주무기는 활.

도현은 목표물이 보이는 족족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현의 화살은 대부분 표적을 빗나가지 않았다.

- 로드, 다녀왔습니다.

그런 도현의 곁으로 에포르 병사가 수풀을 헤치고 나타났다.

“몬스터와 맹수 부산물들은?”

- 로드의 명대로 대장간과 가죽공방, 식당에 두루두루 던져주고 왔습니다.

“그럼 다시 돌아야지. 여긴 왜 와?”

지금 에포르 병사의 역할은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산성 병사들을 찾아다니며 전리품을 수거해서 마을에 전달하는 것이다.

- 로드께서 사냥한 것들부터 챙겨서 다른 부대들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그래, 그럼 수고해.”

- 그런데 로드?

“왜?”

- 이렇게 계속 사냥을 해야 하는 겁니까? 몬스터나 동물의 수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습니다만.

“당장은 그렇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뜸해 질 거야. 그렇게 되면 그곳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산에서는 광산, 숲에서는 나무나 약초, 버섯 같은 것이 나오고. 그리고 초원엔 농지를 만들 수 있지.”

- 그렇습니까?

“제일 기본적인 것들이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사람이 살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그리고 점점 영지가 커지면 길드 하우스에 더 많은 것들을 세울 수 있지. 지금은 없는 마법상점이나 신전을 세울 수도 있고.”

- 뭔가 규모가 굉장히 커지는 거 같습니다.

“이곳 4구역을 거점으로 5구역에서 7구역까지 공략을 해야 해. 여기가 부실하면 그게 어렵지.”

- 그렇군요. 그런데 로드, 지구로는 안 가시는 겁니까? 벌써 열흘 동안 여기서 머물러 계셨습니다.

“그렇긴 하지. 빈손으로 가긴 그래서 뭔가 좀 챙겨 가려고 했는데 아직 신통찮네.”

- 과거에 뉴어스에서 지구로 가지고 갔던 물건들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로드께서 직접 가지는 못했다고 해도 그게 어떤 건지는 잘 아실 텐데요?

에포르는 뻔한 것을 두고 무슨 고민을 하느냔 투로 물었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 것이 항상 문제란 말이지. 우리 유성공업이 여원그룹하고 함께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우리 쪽이 좀 더 입이 컸으면 좋겠거든.”

- 입이 크다니요?

“같은 파이를 놓고 한 입씩 먹어도 입이 커야 많이 먹지.”

- 그게 무슨 말씀인지······.

“그냥 여원보다 우리가 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물론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될 문제긴 하지만 아무래도 체급 차이가 좀 많이 나니까.”

도현은 뉴어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뉴어스가 잘못되면 지구 전체가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생각도 없었다.

과거 마성현 덕분에 대경 그룹이 크게 성장했던 것처럼, 유성공업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서도 4구역을 어느 누구보다 빨리 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아! 하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지. 조금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겠네. 지구 상황도 확인을 좀 해야 하고.”

도현은 기껏 당겼던 활시위를 느슨하게 놓으며 중얼거렸다.

집으로 가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굳이 이곳에 집중한다고 열흘 가까이 머문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쓸데없는 고집이었던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에만 머물면 현실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현실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 확인할 수가 없다.

저번 몬스터 포탈 사태도 그렇지 않았던가.

“에포르 서둘러서 대충 정리하고 여관으로 와라. 나는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좀 하고 있을 테니까.”

- 넵, 알겠습니다 로드.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도현의 명에 에포르 병사가 다른 산성병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도현은 곧바로 와이번을 소환해 길드 거점의 중앙 광장으로 날아갔다.

도현이 여관에 도착해서 씻고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에포르 병사는 다른 산성병사들을 이끌고 거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현은 산성병사들을 역소환하고 길드 하우스의 하트룸에서 지구로 귀환했다.

스화홧!

도현은 자신의 방으로 이동을 마치자 곧바로 시간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1층 거실로 내려갔다.

마침 토요일 오후라 부모님과 여동생이 모두 집에 있었다.

“저 왔습니다.”

도현이 2층에서 내려가며 인사를 하자 최성수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도현을 반겼다.

“이런, 얼굴 잊어버릴 뻔 했다. 녀석아.”

“도대체가 저 녀석은 무슨 비밀이 있는지 드나드는 것도 보질 못했는데 귀신처럼 없어졌다가 나타났다가 그러는지 몰라.”

아버지의 말에 곁에 있던 어머니도 한 마디를 보탰다.

“죄송합니다. 일에 몰두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도현이 슬쩍 고개를 숙여 그렇게 인사를 하는데 여동생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오빠 왔어? 도대체 요즘 무슨 일을 하느라 집에도 안 들어오고 그래?”

여동생 도혜도 한 소리를 한다.

회귀한 후로는 바쁘게 지내다보니 동생과 보내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현실남매처럼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관계도 아닌데, 좀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도현이었다.

“자, 선물.”

그래서일까.

도현은 가족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던 것들 중에 하나를 조금 빨리 풀기로 했다.

“어? 그거 뭐야?”

도혜가 벌떡 일어나 도현의 손에 있는 팔찌를 채갔다.

“빠르네. 손이 눈보다 빨라!”

“아쫌!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써? 그런데 이거 뭐야? 무슨 골동품이야?”

“그러게? 요즘 디자인은 아닌데? 그래도 예쁘긴 하다. 뭔가 있어 보여. 싸구려론 안 보이네. 아들.”

어머니의 눈빛이 사납다.

눈빛에 담긴 뜻은 명확하다.

여동생만 주고 엄마는?

도현은 곧바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반뼘 정도 되는 상자 하나를 꺼냈다.

“어머니! 여기 있습니다. 어찌 소자가 어머니를 잊겠습니까!”

“어머머. 호호호호. 그래, 그래야 내 아들이지. 어디 보자.”

“뭐야? 나는 왜 덩그러니 이렇게 주고, 엄마는 상자까지 있어?!”

“따질 거면 그거 이리 내 놓고!”

“어딜! 한 번 내 손에 들어왔으면 끝이지!”

“어머나, 아들! 이거 뭐냐? 이거 사파이어야?”

“엄마, 사파이어치곤 색이 너무 옅지 않아?”

“그러네, 뭐지?”

“다이압니다.”

“어? 다이아? 유색이라고? 그것도 이런 하늘색? 다이아 중에 이렇게 짙은 하늘색 다이아가 있어? 그것도 이렇게 큰데?”

사파이어라고 오해할 정도의 사이즈, 거기에 맑은 하늘빛을 머금은 색채까지.

사실 이런 보석은 지구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블루 다이아랑은 전혀 다르네? 오빠, 저거 뭐야? 어디서 났어?”

도혜는 제 팔찌보다 엄마가 받은 목걸이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네 팔찌에 자잘하게 박혀 있는 보석들도 모두 진짜야. 그것들도 지구에선 구할 수 없는 것들이고.”

도현이 동생의 팔찌를 가리키며 팔찌와 목걸이의 출처를 암시했다.

“지구에선 구할 수 없다고? 그럼?”

지켜보던 아버지 최성수가 관심이 생겼는지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도현아, 이게 그럼 게이트 너머의 뉴어스에서 왔다는 거니?”

어머니도 도현의 말 뜻을 알아차린 듯 그렇게 물었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 뉴어스에서 나온 겁니다. 그리고 보통 목걸이하고 팔찌가 아닙니다.”

“보통이 아니라니?”

“오빠, 이거 뭐 번개가 나가고, 불덩이 쏘고 그러는 거야? 게임 아티팩트처럼?”

이번에는 도혜가 빨랐다.

아버지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도현을 쳐다본다.

도현이 도혜를 보며 피식 웃었다.

“번개나 불덩이를 쏘는 건 아닌데, 그런 게 날아오면 막아주긴 하지.”

“응?”

도혜가 잠시 인지부조화를 겪는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도현을 쳐다보았다.

“보호 장비라고.”

도현이 다시 한 번 목걸이와 팔찌의 정체를 확인해 준다.

“그러니까 무슨 만화나 게임에서 나오는 보호막 같은 그런 거?”

역시 젊어서 그런지 이해가 빠르다.

그런데.

“이거 걸고 있으면 자동으로 방어가 되는 거니? 아니면 뭔가 주문 같은 걸 외워야 하나?”

어머니도 만만찮다.

나이는 드셨어도 그런 쪽으로 아주 무지하진 않으신 거다.

“착용자가 위기를 인식하면 곧바로 발동합니다. 그리고 위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발동이 멈추고요.”

도현이 조금 더 자세히 두 장신구의 성능을 설명했다.

“아, 그렇구나.”

“뭐야? 자동 방어 아니야? 인식 못하는 거면 어떻게 해?”

어머니는 그렇구나 하는데, 동생은 부족한 면을 꼬집는다.

“음, 마지막까지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발동을 안 하기는 하는데, 착용자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는 자동 발동도 해. 그런 상황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준비해 온 물건이다.

어중간한 것은 골라오지도 않았다.

“아들아, 그런데 내 건 없는 거냐?”

그 때, 잠시 소외당하고 있던 아버지의 한 마디가 묵직하게 도현의 옆구리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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