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3구역 클리어와 세계의 이변(3)
31. 3구역 클리어와 세계의 이변(3)
당연한 일이지만, 뉴어스의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거기에 뉴어스로 더 많은 헌터들을 들여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냔 목소리도 나왔다.
원래는 세계적 합의로 인구 백만에 1천명의 그레이 재능자를 투입하기로 결의했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5천 명씩 5기, 2만5천명을 들여보냈고, 10억 인구의 인도는 지금까지만 50만의 헌터가 그레이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도 거의 인도와 비슷한 숫자가 뉴어스로 들어가 있었고.
그런데 이번에 몬스터 사태를 겪은 나라들은 대부분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었다.
인구가 적으니 뉴어스에 들어간 헌터의 수도 적고, 그러니 당연히 공략도 늦을 수밖에.
하지만 뉴어스는 그런 차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저 결과에 따라 징벌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나라는 당연히 포탈에 들어갈 수 있는 재능자도 적을 수밖에 없다.
헌터를 들여보내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대로 두면, 그런 나라에서 포탈이 생기고, 그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계속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몬스터들이 그 나라만 쑥대밭으로 만들고 끝나진 않을 것이다.
몬스터들에게 국경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
때문에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의 포탈에 다른 나라에서 헌터들 들여보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도현은 과거에도 일이 그렇게 진행된 것을 알고 있었다.
인구가 고작 수백만에 불과한 나라에서 뉴어스를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지원을 보내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류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뉴어스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스스로 개척할 능력이 없으면 다른 나라의 힘이라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나라는 안전을 보장받고, 인적 자원을 지원한 나라는 뉴어스의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쉽게 합의 될 일은 아니지만 또 어떻게든 답은 나오게 되어 있었다.
사실상 뉴어스의 가치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문제였다.
- 로드, 생각해 보니까 이건 로드 때문인 거 같습니다.
에포르가 은근히 눈치를 보는 느낌으로 도현에게 말했다.
‘과거보다 몬스터 등장이 빠른 거?’
- 그렇습니다. 로드께서 4구역까지 진출을 하셨는데, 아직 2구역에도 도달하지 않은 이들이 있으니까.
‘뒤쳐진 놈들에게 경고삼아 포탈이 나왔을 거라는 거지?’
- 그렇습니다. 로드, 과거에는 안 그랬습니까?
‘그건 정확하게 모르지. 그 때는 내가 외부 소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으니까.’
- 그렇습니까?
‘그래도 네 예상이 맞을 거 같다. 아무래도 내가 좀 빠르긴 했지. 게다가 시기도 딱 내가 4구역에 도달한 때였으니까 몬스터 포탈이 나타난 건 나 때문이라고 봐야겠지.’
- 그렇습니다 로드. 저도 시기가 딱 맞은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조금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음, 일단 상황을 봐서 움직이기로 하지. 어차피 뉴어스의 가치를 알게 되면 너도나도 헌터들을 밀어 넣을 거야. 지금은 사람이 모자란 곳이 있지만 그런 곳들 금방 넘쳐나게 될 거야.’
도현은 사람들의 욕심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
욕심 때문에라도 여유 있는 포탈을 그냥 두진 않을 것이다.
- 알겠습니다. 로드의 뜻대로!
‘의도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아. 나중에 6구역 정도 되는 곳의 몬스터부터 지구에 쏟아졌으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겠지.’
어지간한 전차포로도 잡지 못하는 몬스터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는 아예 물리 공격을 대부분 무시하는 특성을 지닌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이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지구에 쏟아지면?
그 전에 초급 몬스터들로 예방 주사를 맞은 거라면?
이제 지구의 인류도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를 할 것이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도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길드 하우스의 코어가 있는 하트룸.
길드의 마스터 혹은 그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금역.
도현이 다시 그 하트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파란색 수정이 빛나며 도현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환영합니다.]
길드 하우스의 심장이 도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도현은 그런 하우스 심장에겐 당장 볼 일이 없었다.
어차피 도현이 가지고 있던 전공 점수는 모두 사용한 후였다.
도현은 하트룸을 빠져나가 걸음을 옮겼다.
- 로드, 하트룸이 언제부터 지하에 있었습니까?
에포르가 도현의 머릿속에서 물었다.
도현은 슬쩍 손짓을 해서 산성병사 하나를 소환했다.
그러자 에포르가 곧바로 그 산성병사에게로 옮겨갔다.
도현의 왼손 중지에서 희미하게 반지 문양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 로드 하트룸이 지하에······.
“그래, 나도 봐서 알아. 지금 지상으로 올라가고 있잖아. 길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하트룸은 제일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되는 거다.”
- 그래서 처음에 통나무집 길드 하우스에선······.
“통나무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면으로 보이는 문을 열면 거기 하트룸이 있었지. 뭐 하트룸의 규모 자체는 항상 그대로긴 하지.”
- 그렇군요. 어? 로드, 저기 저거 하트 아닙니까? 밑에서 본 것과 똑 같이 생겼습니다만?
도현과 이야기를 하며 걷던 에포르가 복도를 지나 홀에 도착하자 깜작 놀라며 물었다.
거기에 지하에서 본 것과 같은 푸른색의 수정, 길드 하우스의 하트가 있었던 것이다.
“시끄럽긴, 저건 이미테이션. 그냥 일반 길드원들이 전공점수나 H.Point를 기부할 수 있도록 세워 놓은 거야.”
- 그렇습니까?
“부셔져도 상관없지. 포인트 조금만 쓰면 다시 만들 수 있는 놈이니까. 하지만 지하에 있는 그건 깨지면 길드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어.”
- 그 말씀은 이곳이 공격받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에포르가 도현의 말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에포르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 여기가 크라운 길드의 거점이다.”
이야기를 하며 도현과 에포르 병사는 홀을 가로질러 현관문까지 왔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나무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끼이이이이익!
도현이 그 문을 힘주어 밀었다.
그러자 밝은 햇빛이 쏟아졌다.
하지만 도현이나 에포르 병사나 빛 때문에 눈부심을 느끼진 않았다.
- 오! 제법 그럴듯한 도시가 아닙니까?
대신에 에포르는 기대보다 규모가 큰 마을의 모습에 놀란 듯 했다.
“도시는 무슨. 그렇게 부르기엔 많이 모자라지. 뭐 그래도 일단 필요한 것들은 모두 채워 놨지.”
도현은 에포르의 탄성에 저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도현도 이 정도로 발전한 크기의 길드 거점은 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 도현이 처음 4구역에 왔을 때에는 길드 하우스의 크기가 고작 목조 저택 정도였다.
그 목조 저택에 시스템 상점과 곡식 저장고 같은 것이 딸려 있는 허름한 모습.
그것이 도현이 처음으로 봤던 길드 하우스였다.
그런데 지금 크라운 길드의 거점은 원형의 넓은 광장을 시스템 상점과 잡화점, 대장간, 가죽상점, 식당과 빵집 등이 둘러가며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모두가 석조 건물을 기반으로 꾸민 것들이었다.
과거엔 도현이 다음 거점으로 옮겨갈 때까지도 이 정도로 길드 거점이 성장하진 못했었다.
도현이 에포르 병사를 이끌고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광장을 가로질러 그가 제일 먼저 걸음을 옮긴 곳은 당연히 시스템 상점이었다.
딸랑! 딸랑!
문을 밀자 위에 달린 종이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안쪽에 드러난 모습은 과거 1구역에서 봤던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첫 손님이시네요?”
전에 봤던 상점 여자가 이번에도 도현을 맞이했다.
“상품 목록을 보고 싶다.”
“우와, 첫 마디가 상품 목록이라고요? 정말 재미없는 분이시네.”
여자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의무를 잊진 않았다.
도현 앞에 과거에 봤던 상품 목록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하지만 1구역에서 처음 봤을 때처럼 모든 목록에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도현이 가지고 있는 H.Point로 구매 가능한 상품들만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 때 상점에서 보여줬던 항목들 중에서 아예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특수]항목이 보이지 않는군.”
도현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 로드, 뭘 찾으시는 겁니까?
에포르 병사가 도현에게 물었다.
“그야 당연히 [특수]항목의 상품들이지. 성의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구할 생각이었는데······ 항목 자체가 없네.”
“어머나, [특수] 상품을 찾으시는 건가요? 하지만 그건 아직 상점에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특수]항목이 왜 해금되지 않은 거지?”
도현이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특수] 상품은 말 그대로 아주 특별한 상품이랍니다. 재고도 거의 하나씩 밖에 없는 것들이지요.”
“그게 해금되지 않은 이유와 무슨 상관이지?”
과거엔 분명히 그 상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골드 헌터들이 있었다.
그래서 도현도 당연히 구입이 가능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크라운 길드의 성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다른 상품과 달리 [특수] 상품들은 길드원들의 활약에 따라서 입고가 되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답니다.”
- 로드, 저 말은 상품 판매가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깁니까?
“정해진 때가 없기도 하지만 길드원들의 활약이 미흡하면 그조차도 열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에포르 병사의 질문에 상점 주인이 대답을 대신했다.
도현은 어쩔 수 없이 상점 목록에서 [생필품]만 대량으로 구입하고는 시스템 상점을 나왔다.
- 로드 그 헌터 포인트라는 거, 이번엔 하나도 받지 못한 거 아닙니까?
상점을 나서는 도현에게 에포르 병사가 따라 붙으며 물었다.
“그렇긴 하지만 2구에서 3구역으로 넘어 올 때 받은 점수가 그대로 남았잖아. 53만 정도 있으니까 당분간 부족하진 않을 거야.”
- 그렇군요. 그럼 이젠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여관.”
- 네? 여관이요? 거긴 또 왜?
“레스폰 왕국 보물 창고에서 챙긴 것들 중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흡수해야지. 마력 연공법에 도움이 될 것들도 섭취하고.”
- 아!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 새로운 성을 열 수 있는 겁니까?
에포르는 도현이 점유율을 높인다는 말에 신이 나서 물었다.
“산성, 숲의 성, 탑의 성 이외의 나머지 성들은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기가 어려워. 그건 에포르 너도 알잖아.”
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나 재료는 무척 귀했다.
특히 군왕성의 점유율은 이번 보상을 받기 전까진 0%였다.
그 외에 황금의 성, 어둠의 성, 빛의 성에 대한 점유율도 거의 올리지 못했다.
- 로드, 그래도 레스폰 왕국의 보물 창고에서 대물 하나 건지지 않으셨습까.
“그래, 나도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 어떻게 거기에 <타락천사의 날개죽지>가 있었는지.”
도현도 에포르의 말을 들으며 새삼 흥분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둘러 여관으로 향했다.
따르랑 따르랑 따르랑!
여관의 문 역시 작은 종을 달아서 손님의 출입을 알기 쉽게 해 두고 있었다.
“오서 오세요. 저희 여관에선 단기 장기 숙박을 모두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객실도 최고급부터 다인 합숙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크라운 길드의 마스터다. 준비된 객실로 들어가겠다.”
여관 프론트에서 귀엽게 생긴 여자가 도현에게 인사를 했지만 도현의 반응은 무심했다.
객실로 가겠다는 말과 함께 곧바로 2층 계단으로 올라간 것이다.
- 로드, 이건 어떻게 된 겁니가?
계단 끝을 막고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바로 객실이 나타났다.
화려하고 넓은 객실.
에포르 병사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도현을 보고 있었다.
“여관에서 열쇠를 받아 2층으로 올라오면 곧바로 그 열쇠의 객실로 통한다. 그것 역시 길드 하우스의 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이다.”
- 그런데 길드 마스터는 열쇠가 필요 없습니까?
“길드 마스터가 곧 이곳 거점의 주인이다. 여관에서도 비용 부담 없이 전용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 특혜로군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여관에서 묵는데 드는 H.Point는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어쨌건 시작하자.”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화려한 객실의 중앙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에포르를 통해서 아공간에 보관해 뒀던 물건들을 전해 받았다.
어떤 것은 점유율 1%도 못 올릴 것이고 어떤 것은 제법 높은 점유율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당연히 <타락 천사의 날개 죽지>였다.
왼쪽 날개 하나만 있는 상태에서도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어두운 광택을 뿌리고 있었다.
도현은 <타락 천사의 날개 죽지>를 한쪽에 치워두고 자잘한 것들을 먼저 흡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