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3구역 클리어와 세계의 이변(2)
30. 3구역 클리어와 세계의 이변(2)
- 로드, 이건 대단한 겁니다. 이제 로드께서 필요할 때에 군왕성의 점유율을 다른 성의 점유율에 더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다른 성의 점유율이 15%만 되어도 30%인 것처럼 쓸 수 있다는 소리야?”
그렇다면 꽤나 괜찮은 보상이란 생각에 도현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 로드의 말씀대로 그렇습니다. 다만 그렇게 쓸 경우 약간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부작용?”
- 그 경우 해당 성은 군왕성의 강제 명령을 받게 되는 것과 같아서 점유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뭐? 점유율이 떨어져?”
- 그렇습니다 로드. 일정 시간 동안 점유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영원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 소린데, 그래도 점유율이 떨어지면 그게 회복되는 시간동안은 문제가 생기겠네?”
- 그래서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정말 엄청난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효과?”
- 지금 로드께선 산성의 점유율이 제일 높은데, 여기에 군왕성의 15%를 더하게 되면 산성병사 중에서 백인장이 아니라 천인장도 소환이 가능할 것입니다.
“천인장?! 그럼 익스퍼트 상급?”
- 점유율이 85%를 넘으니 익스퍼트 최상급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쳤군. 익스퍼트 최상급? 5구역까진 무쌍을 찍을 수도 있단 소리네?”
도현은 에포르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입을 떡 벌렸다.
정말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서 점유율의 일시적인 하락은 감수할만한 페널티가 될 수 있었다.
- 로드, 그리고 아공간에 들어와 있는 <대마법사 호켄의 분재>도 엄청난 보상입니다.
“그래?”
- 이 분재는 다섯 개의 열매를 맺는데,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마력을 품고 있습니다.
“혹시 그거 먹으면 연공법 숙련도가 확 오르고 그러는 거냐?”
도현이 기대에 차서 물었다.
- 로드······ 그건 아니지만 마력을 쓸 때에 보조로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드의 [지원요청:탑의 성]과 같은 경우에 효과적입니다.
“다섯 번은 다른 아이템 손해 없이 쓸 수 있다는 거네?”
도현은 꽤나 실망한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진 에포르의 말이 도현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 로드, 다섯 번이 아닙니다. 분재는 5일에 한 번씩 열매를 맺습니다.
“응?! 그래? 그럼 그 열매를 따서 모으······.”
- 다만 분재에서 열매를 따면 하루만 유지가 됩니다.
“에포르.”
- 넵, 마이 로드.
“너 어째, 아까부터 나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거 같다?”
- 절대 아닙니다 로드. 기분 탓일 겁니다.
“너, 다시 산성병사로 들어와! 꽃이나 꽂자.”
- 로드!
도현은 잠시 에포르와 실랑이를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폈다.
허름한 실내 공간이었다.
통나무로 벽을 만든 오두막 안에 도현과 에포르 병사가 있었다.
도현은 주변 인식을 마치자마자 거침없이 한 쪽으로 움직였다.
실내에 있는 유일한 문으로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곧바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르던 에포르 병사도 허둥지둥 도현의 뒤를 따랐다.
[크라운 길드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스터.]
그리고 동시에 길드 하우스의 환영을 받았다.
“여기가 하트룸인가?”
도현이 환영인사를 하는 목소리에게 물었다.
안쪽은 나무로 된 입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갈한 석실이었다.
방금 지나온 나무문도 안쪽에서 볼 때에는 돌로 된 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 명 정도는 넉넉하게 들어올 정도의 넓이였다.
[그렇습니다. 앞쪽에 보이는 푸른색 수정 코어가 길드 하우스의 심장입니다.]
“다르겐 심벌이라고 하기도 하지. 그래서 여기가 심벌룸이고.”
도현이 하트의 말을 받았다.
- 로드, 어째 어감이 이상합니다만.
“아무튼 그래. 4구역은 길드별로 나뉘어서 클리어를 하는 거야. 길드의 규모를 키워서 일정 이상 성장을 시켜야 5구역으로 갈 수 있지.”
굳이 길드 하우스의 하트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는 이미 도현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 그렇습니까?
“이제 1구역 포탈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겠지? 엄청나게 멀잖아.”
도현이 에포르에게 물었다.
- 그렇겠군요. 로드처럼 와이번을 타지 않는 이상은 1구역을 지나는데 꼬박 이틀, 2구역을 가로지르는데 닷새 정도, 3구역은 전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콤모디 왕국과 레스폰 왕국을 통과하려면 못해도 보름은 걸릴 겁니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1구역 포탈 룸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이곳이 중요하지.”
- 어째서 말입니까?
“이곳 4구역은 길드를 성장시켜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니까.”
- 자급자족이란 말씀입니까?
“의식주,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전쟁도 할 수 없어. 여기에 제대로 된 보급기지를 세워야 5구역과 6구역을 공략할 수 있지. 안 그럼 누더기를 입고 설쳐야 할 걸? 아이템도 내구력이 있는 것들은 언젠가 낡기 마련이니까.”
- 아, 그런 말씀이군요.
“거기다가 여긴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지.”
- 특별한 거라니요?
“길드 하우스를 업그레이드 시키면 시스템 상점이 나온다는 거. 단 한 단계만 업그레이드 해도 시스템 상점이 열리지. 이렇게.”
도현은 말과 함께 길드 하우스의 하트라는 푸른 수정에 손을 댔다.
그러자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같은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런 걸 보면 뉴어스 시스템이 우리 지구 인류에 대해서 제법 관찰을 한 거 같긴 하단 말이지.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체계니까.”
도현은 눈앞에 떠오른 화면을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가며 몇 가지 작업을 했다.
“어렵지 않지. 그냥 내가 3구역에서 벌어 온 전공 포인트를 여기다가 다 때려 넣는 거야. 그리고 균형성장이란 선택만 해 주면 끝!”
쿠르르르 쿠르르르르릉!
도현이 말과 함께 뭔가를 누르는 순간 심벌룸 전체에 작은 진동이 일어났다.
- 로드 무슨 일입니까?
“초가집이 대저택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까?”
- 네?
“말 그대로야. 허름한 길드 하우스가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작은 마을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 거야. 아쉽게도 우린 초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통나무 길드 하우스는 못 보게 된 거지.”
- 지금 로드의 전공 점수로 길드 하우스를 성장시켰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투자하라고 준 점수거든. 뭐, 전투 후에 보상을 수령하는 용도로도 쓰는 거지만.”
- 로드께서 그래서 레스폰 왕국의 보물창고까지 들어갈 자격을 얻으셨지요. 거기서 제가 본 로드의 모습은 야사로라도 전해지지 않도록 입을 다물겠습니다.
“좋아. 일단 길드 하우스 업글까지 마쳤으니까 이젠 좀 쉬자. 포근한 침대가 그립다. 계속 야전에서 전쟁만 하느라 힘들어.”
도현은 화끈하게 전공 포인트를 소모하고는 결과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했다.
3구역 공략에 쫓기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피로가 급격히 몰려왔기 때문이다.
도현은 곧바로 게이트를 열고 지구로 귀환했다.
하지만 도현은 현실에 생각지도 못한 불벼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시작은 도현이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부터였다.
* * *
“이게 무슨 일이야?”
도현은 1층 거실로 내려가자마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도현의 시선은 대형 TV화면에 가 있었다.
“세계 곳곳에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게 포탈 너머에서 나오는 괴물들이라고.”
“오빠, 도대체 뭘 하느라고 요즘 얼굴도 못 봐? 그리고 세상이 저렇게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뭐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이 화면과 도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과 오빠의 얼굴을 보려다가도 화면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도현은 넋이 나간 얼굴로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TV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시작된 것은 몇 시간 되지 않은 듯 했다.
세계 곳곳에 붉은 포탈이 생겼는데, 그 포탈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몬스터를 토해 낸 후엔 그 붉은 포탈이 사라졌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불행한 건,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들은 인간에게 무척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희생자가 많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몬스터들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했다.
“총알도 효과가 별로 없다지 뭐니. 뭐, 그 뭐라고 했지? 큰 총? 아, 저기 또 나오네. 저런 총으로 쏴야 그나마 잡히는 모양이더라.”
“엄마는 참, 저거 대물 저격총인가 그런 거라고 했잖아요. 엄청 강한 총이라던데.”
어머니와 여동생이 화면을 보다가 도현을 위해서 요약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봐야 지금 화면에 다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후진국들인 모양이네요?”
도현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응, 오빠. 우리나라엔 포탈 안 나왔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뭐 이런 나라들은 하나도 안 나왔는데 이상하게 작고 힘없는 나라에만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 거 같아.”
여동생이 도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건 너무 빠른데?’
도현은 화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 로드, 어떻게 뉴어스의 몬스터가 이곳에 나타난 겁니까?
도현의 심상에 있던 에포르가 놀란 듯이 물었다.
‘과거에도 몬스터가 등장하긴 했어. 하지만 그 때는 6구역인가 7구역인가를 공략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리고 몬스터가 나타난 나라도 저렇게 많진 않았지.’
- 그렇습니까?
‘그래도 지금 상황이 훨씬 낫긴 하네. 몬스터들이 대부분 1구역이나 2구역 몬스터잖아. 그래서 총으로도 잡고 그러는 거고.’
- 그럼 과거엔 안 그랬습니까?
‘일반 총으론 어림도 없었다고 들었지. 그래서 총알을 특수 금속으로 만들었지. 아!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도현은 에포르와 이야기를 하다가 떠오른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어머니, 아버지는 회사에 계시죠?”
도현이 어머니를 부르며 물었다.
“그럼 니 아버지가 어디 계시겠니? 당연히 회사에 계시지.”
“근데 오빤 완전히 회사 그만둔 거야?”
짝!
“그만두긴 뭘 그만 둬? 오빠가 아빠를 얼마나 돕고 있는데? 꼭 회사에 나가야 일을 하는 거냐?”
“아파 엄마!”
엉뚱한 질문을 했다가 등짝을 맞는 여동생의 눈을 피해서 몸을 일으킨 도현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아버지 최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네, 접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몬스터들을 상대할 특별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아뇨, 일반인들이 창이나 칼을 들고 싸울 수야 있나요. 그건 아니고 총알을 특별하게 만들어야죠. 방법이요? 그야 지금 우리하고 여원이 공동 연구하고 있는 그 합금이면 될 겁니다. 그 특이 성분이 들어간 합금으로 총알의 탄두를 만들면 몬스터에게 통할 겁니다. 네네 ······.”
도현과 최성수의 대화는 길어졌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몬스터 포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성명이 발표될 때에, 유성공업과 여원그룹의 연구 성과가 언급되었다.
두 회사가 합작으로 연구한 합금이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효과적이란 이야기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시제품을 만들고 몬스터가 나타난 가까운 동남아 국가에서 시험까지 마쳤다고 했다.
어쨌건 그렇게 국민들에 희망을 준 후, 정부 발표자는 이번 몬스터 사태가 일어난 나라들이 모두 뉴어스에서 1구역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들이라고 밝혔다.
2구역에 진입한 헌터들이 있는 나라엔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드 게이트의 발생 조건이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