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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28화 (28/184)

28.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3)

28.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3)

징벌의 탑.

도현이 K호텔 상공에 불러낸 탑은 징벌의 탑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그 징벌의 탑은 헌터를 이용하려는 모든 세력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가디언은 K호텔이 사라진 직후 인터넷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앞으로 어떤 경우라도 뉴어스의 헌터들을 이용하지 말 것.

특히 헌터가 지구에 남겨둔 어떤 것으로도 그들을 협박하지 말 것.

가디언은 그 누구의 머리 위에도 탑을 띄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심할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아울러서 마지막으로 이번 일의 시발점이 되었던 돛대그룹을 향해 그룹차원의 반성과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의 마지막에 돛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탑이 돛대그룹 회장의 자택 상공에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돛대그룹은 발 빠르게 반응했다.

돛대는 곧바로 회장 신경만이 나서서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골드 포탈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서 과거와 달리 돛대그룹은 뉴어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도현은 그렇게 세상이 혼란한 중에도 낮에는 꼬박꼬박 뉴어스에 들어가 크라운을 캐어했다.

특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디언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 힘이 자신의 배경에 있음을 알렸다.

“그러니까 가디언이 캐슬님과 함께 한다고요?”

“아울러서 여원그룹이 다른 몇 개의 그룹과 연합해서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앞으로 캐슬님이 걱정하시던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자옥이 도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절대로 뉴어스의 헌터들에게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힘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현이 자옥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말했다.

하지만 자옥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요. 그 말은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적인 일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씀 아닌가요?”

“으음. ······.”

도현은 그 질문에는 잠시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다무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뉴어스의 헌터들이 최초의 약속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최초의 약속? 뭘 말하는 겁니까?”

도비형이 도현이 준 서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는 신종남이 가지고 있던 바로 그것이었다.

“헌터들이 뉴어스로 들어온 목적을 잊지 말란 말입니다.”

“지구의 인류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 우리의 임무란 말이군요. 그걸 잊지 말라는 거고?”

상황파악 팀의 주지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황파악 팀은 20대 초반의 백수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었다.

그런데 그 구성원들이 대부분 게임 폐인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뉴어스의 상황에 제법 잘 적응하고 있었다.

다만 개인주의나 이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때가 간혹 있었다.

“인류를 위한다는 대의가 마음에 안 들면, 지구에 두고 온 사람들을 지킨다고 생각해라. 아직 실감이 안 나겠지만 헌터들이 패하면 지구 인류가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도현이 그런 주지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새겨 넣듯이 강하게 말했다.

“하하. 말 그대로 실감이 안 나네요. 인류가 멸망을 한다니.”

“그럼 네가 두고 온 가족이 몬스터에게 물어 뜯긴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실감이 좀 날 거다. 너도 여기서 헌터들이 몬스터에게 당한 것을 몇 번 봤으니 알겠지.”

대충 넘어가려는 주지성에게 도현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주지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가족 이야긴 하는 거 아니지 않나?”

그런 그의 입에서 낮게 가라앉은 반말이 나왔다.

“그러니까 머리에 새겨 두란 소리다. 너 뿐만이 아니라 모든 헌터들이 힘을 모아서 이곳 뉴어스에서의 전쟁에 승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지성 네가 상상하는 이상의 일이 지구에서 벌어질 수 있다.”

“캐슬님, 그만하면 우리도 알아들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헌터 전부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린 전체 헌터 중에서 한 줌 밖에 안 되요.”

자옥이 도현과 주지성의 대립을 말리며 끼어들었다.

도현이 의자 등받이로 몸을 젖혀 앉으며 긴장감을 풀었다.

“그래도 우리 크라운이 현 헌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크라운의 전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사람을 더 끌어 들이란 소린가?”

여진만이 도현에게 물었다.

“이젠 굳이 숨길 것도 없지. 가디언의 이름을 빌려도 된다. 크라운이 가디언의 보호를 받는다면 헌터들의 가입이 더 늘어나겠지. 어쩌면 다음 5기에선 대부분이 크라운으로 몰릴지도 모르지.”

“그래도 되나? 수가 너무 많아지면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텐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일으킨 놈들의 머리 위에 징벌의 탑이 뜰 거야. 한 번 진짜로 당해 보면 정신을 차리겠지.”

도비형의 물음에 도현은 살짝 기세를 뿜으며 대답했다.

유일하게 익스퍼터 등급에 오른 도현의 기세는 크라운 간부들 전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모든 헌터들을 크라운으로 묶고 싶다. 그게 가능하다면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지겠지.”

“가끔 보면 캐슬님은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네요?”

도현의 말에 성희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추측하는 것이다. 포탈이 처음 생길 때, 우리는 분명히 들었다. 포탈 안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모두들 그걸 벌써 잊은 것 같군.”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전해야 할 내용은 대부분 전했다.

그리고 현실에도 직접 참견할 일은 당분간 없을 듯 했다.

이젠 다시 3구역 클리어에 집중할 때였다.

“아, 잠깐 잊고 있었는데 이 말을 해 주지. 3구역에서 두 왕국 간의 전쟁이 벌어진다고 했지?”

도현이 밖으로 나가려다 등을 돌려 간부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 전쟁에서 누구와 싸우게 될까?”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간부진은 선뜻 대답을 못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사람과 싸운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지.”

“그, 그게······.”

“미리 각오를 해 두란 이야기다. 밑에 크라운 길드원들에게도 정신 교육을 시켜야 할 거다. 비록 그것들이 뉴어스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인형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그냥 봐선 완벽한 사람이거든. 칼질을 해 보면 알게 될 거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제로 경험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주지성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다시 존댓말로 도현에게 물었다.

“그런 거지. 너희가 게임에 익숙하다고 해도 화면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다르니까. 아무튼 각오들 하고, 길드원들 잘 챙겨서 3구역 도전 준비를 해 둬.”

도현은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와 와이번을 타고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남은 크라운 간부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분명 현실에서 가디언이 등장한 것은 좋은 소식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캐슬에게 완전한 믿음을 주기는 어려웠다.

“아, 미치겠네. 사람을 죽인다고? 진짜 같은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닌가?”

주지성이 도현과 와이번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머리를 부여잡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 * *

도현은 와이번을 타고 2구역과 3구역의 경계로 갔다.

그곳에 김재홍이 있었다.

김재홍은 아슬아슬하게 2구역 끝에 걸려 있는 새로운 던전을 발견해서 혼자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2구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과거엔 5기 헌터들이 들어올 무렵에나 겨우 1구역 관문이 발견되었었다.

그에 비해서 이번엔 3기 헌터가 들어올 때부터 1구역 관문 통과자들이 나왔다.

게다가 4기 헌터들이 들어온 직후 무렵엔 크라운에 속하지 않은 헌터들도 1구역 관문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봐야 크라운에 속한 헌터들이 몇 발은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2구역 관문 던전에 도전할 수 있는 헌터 팀은 크라운에 속한 팀 이외엔 없다고 봐야한다.

그렇게 2구역에 빈 곳이 많으니 김재홍이 맘껏 돌아다니는 것이다.

“왔어요?”

와이번이 내리는 것을 봤는지 김재홍이 도현을 마중 나와 인사를 했다.

“던전에 안 들어갔네?”

“오신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죠.”

“2구역 관문 던전엔 도전도 안 했다면서?”

“도전하면 뭐해요? 다시 2구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요.”

“그래서 안 했다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힘을 키운 다음에 도전하는 것이 좋겠죠. 어차피 갔다 올 거면 서둘 이유가 없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 할 때는 같이 해 둬라. 3구역으로 함께 넘어 가야지.”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깜냥은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그리고 밖에 소식 모르지?”

“저야 뭐, 별 관심도 없어요. 어차피 밖에는 아무도 없잖아요. 어떻게 되든 상관없죠.”

밝은 척 하던 재홍의 목소리가 이때는 어쩐지 젖은 느낌이 났다.

“그래도 크라운 사람들하곤 좀 친하게 지내. 이젠 너도 드러내고 다녀도 된다.”

“네?”

“크라운 사람들도 모두 니 사정은 알아. 그러니까 괜히 널 이상하게 보거나 하진 않을 거다.”

“그래도 그게 그렇겠어요? 사람을 열이나, 아니 아버지까지 열하나나 죽였는데요?”

재홍은 도현에게 눈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 등을 돌렸다.

“재홍아, 어차피 3구역에 가면 왕국간 전쟁을 해야 한다. 거기선 사람을 숱하게 죽여야 해. 거길 지나면 살인 안한 사람이 없는 거지.”

도현이 재홍의 등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진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건 별 의미가 없어. 상대를 사람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네가 죽인 그 놈들, 너한텐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도현은 자신의 말이 재홍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진심으로 도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 차원회랑에서 죽을 때까지 도현은 정말 죽이고 싶은 이들을 많이 봤다.

그것들이 아무리 사람의 껍질을 쓰고 있어도, 도현은 그들을 사람으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홍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도현은 재홍을 이해했다.

* * *

“상황이 더럽게 돌아가네?”

“그러게 말이야. 이거 우리가 무슨 역적이라도 된 분위기야.”

“아니,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상 다 팔리고 욕먹고 이게 뭐야?”

“젠장, 그 신종남 그 개새끼 때문에 아주 꼴이 우습게 됐네.”

“우리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거지. 솔직히 딴 마음 먹긴 뭘······.”

한 자리에 모인 서른 가까운 인원이 한결 같이 무거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몇은 분기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자, 조용 조용. 사실 말이야 바른 말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딴 생각들 했잖아. 거기다가 다들 한 번씩은 대기업의 회유도 받았을 거고.”

“그거야 뉴어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용돈 벌이나 하라는 이야기였지.”

“용돈 벌이가 한 번에 몇 억씩 하는 모양이지? 찌질하게 변명 따위는 하지 말자. 인정할 건 인정하고, 아닌 건 아니고 긴 건 기고.”

“아씨, 그래도 우리가 언제 무슨 그레이들을 협박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썅!”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불참한 놈들 중에는 그랬거나 그럴 계획이 있었던 놈들이 많아. 그것도 인정하자.”

“아휴, 야! 신소령! 너 정말 이럴래?”

대화를 주도하며 인정하자는 말을 계속 이어가는 신소령에게 박소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실 그들은 본래 부대가 다르고 계급이 다른 이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골드 포탈에 들어가게 되면서 모두 대위에서 소령까지 진급을 했다.

신소령이나 박소령은 그 중에서도 제일 호봉이 높아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이였다.

“박소령, 진정해라. 내 이야기 마저 듣고 화를 내라. 어차피 화를 낼 거면 자꾸 말 끊지 말고.”

“아, 그 새끼. 좋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끝까지 들어주마.”

신소령의 말에 박소령이 이를 갈며 자리에 앉았다.

신소령은 그런 박소령을 보며 속으로 ‘여우’란 생각을 했다.

이제 신소령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모두가 조용할 것이다.

박소령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가 억울한 면이 있긴 한데, 솔직히 가디언이 잘못한 건 없다고 본다.”

신소령이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에 대해서 울컥 하는 이들도 보였지만 박소령의 말 때문인지 소란을 일으키진 않았다.

“우린 군인이거나 그에 준하는 신분이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을 본분으로 한다. 육해공의 군인이나 경찰이나 국정원이나 소방관이나 간에.”

신소령은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을 그렇게 하나로 묶었다.

“그러므로 가디언의 행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았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단 그 가디언 역시 불법단체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신소령이 말을 끊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

“거 참, 답답하네. 그래서 그 자격을 어떻게 갖추는데?”

결국 박소령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적당히 맞장구를 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먼저 첫째, 우리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둘째, 그것을 바탕으로 뉴어스의 질서를 바로잡을 힘을 우리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없으면 우린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신소령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함께한 사람들의 면면을 다시 한 번씩 바라봤다.

그리고 박소령은 그런 신소령을 보며 작은 동작으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

“그래, 뉴어스에선 발언권을 가지려면 힘이 있어야지. 그리고 그 징벌의 탑인가 뭔가도 힘이 있어야 막을 수 있는 거고.”

박소령이 박수를 치며 그렇게 말하자 다른 이들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그래, 일단 힘부터 키우자. 그리고 떳떳하게 가디언 놈들을 족치는 거다!”

“에이, 씨발 좋다! 나도 한다.”

“좋다면서 욕은, 그래 우리도 한다.”

“그래 해 보자! 하는 거다!”

짝짝짝짝짝!

그렇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골드 헌터 서른세 명이 모인 거대 세력이 탄생했다.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 것이다.

일단은 지극히 긍정적인 방향의 흐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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