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27화 (27/184)

27.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2)

27.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2)

<속보 : 돛대그룹 재벌 3세 신모씨 가택에서 습격 받아>

신모씨는 자신의 집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는 두부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어,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에 의하면 신모씨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나 바이탈은 안정적이라 생명에 위협은 없을 것으로······.

다음 날, 인터넷 뉴스에 짤막하게 신종남에 대한 이야기가 떴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돛대에서 어렵게 막은 기사는 그날 오후가 되어서는 둑이 터진 것처럼 넘쳐흘렀다.

그 이유는 가디언이란 단체의 등장 때문이었다.

가디언은 관공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대표 언론사에 일제히 투고를 했다.

투고의 내용은 경고.

포탈에 들어간 헌터들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서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 돛대그룹의 신종남 헌터에 대한 내용도 함께 언급했다.

그에 대한 테러를 숨기지도 않았고, 그가 어떤 시도를 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영상과 함께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 정부와 언론, 재계는 모든 사실을 묻고 가자는 쪽이었다.

사실상 가디언의 모든 시도를 막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의 경고를 받은 몇몇 그룹들이 그것을 공론화 시켰다.

이미 포탈 사업에서 자리를 잃은 기업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 여원 그룹의 선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침부터 겨우 한 나절.

언론 통제는 그것이 한계였다.

어느 순간부터 온통 돛대 그룹과 신종남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을 장악하더니 얼마 후에는 공중파까지 타기 시작했다.

뉴스는 연달아 속보와 특집을 이어가며 신종남과 돛대, 골드 포탈에 대해서 떠들었다.

이 중에서 의외로 관심을 끈 것은 골드 포탈의 존재였다.

모든 것을 걸고 그레이 포탈에 들어간 헌터들에 비해서 골드 포탈의 헌터들이 가진 특혜가 너무 컸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뉴어스의 꿀을 독차지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국민들은 골드 헌터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들의 활동을 모두 감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골드 헌터가 돛대처럼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커졌다.

그렇게 한창 사건이 관심을 끌고 시끄러울 무렵, 돛대의 신종남 풀영상이 공개되었다.

신종남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카메라 앞에서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털어 놓았다.

골드 헌터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헌터 가족들을 모아 사업체를 꾸렸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서 뉴어스의 헌터들을 통제하려 했다.

이것은 신종남이 골드 헌터가 되기 전부터 돛대에서 그룹 차원의 준비를 했던 것이다.

자신은 미리 준비되어 있던 판에 놓인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등등등.

* * *

딸깍!

“난리로군.”

신종남 사태로 불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조금 전까지 화면이 나오던 벽에서 눈을 돌렸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겁니까?”

대통령의 시선이 국정원장을 거쳐 비서실장을 지나 총리에게로향했다.

시선이 거쳐 간 이들이 모두 고개를 테이블로 숙였다.

그러자 다시 대통령의 시선이 그 아래쪽으로 앉은 그룹 회장들을 쳐다봤다.

한쪽에는 포탈 사업에 깊이 관여한 그룹의 회장들, 그 앞엔 소외되었던 그룹의 회장들이 앉아 있었다.

지금 그나마 고개를 덜 숙인 쪽은 포탈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그룹의 회장들이었다.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그들을 바라봤다.

“좀 심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은 정부와 협의를 해서 터트려도 터트려야지요. 지금 국민들의 혼란이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대통령이 묵직한 음성으로 그들을 탓했다.

그들이 여론을 부추긴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대통령님, 그 점에선 저희도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나서지 않았다고 비켜갈 수 있었던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여원그룹의 백강구 회장이 그들을 대표해서 입을 열었다.

대통령의 말을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은 아니지만 쉽게 수긍할 수도 없다는 태도가 분명했다.

“비켜갈 수 없는 일이라고요?”

대통령이 노회장을 보며 물었다.

“다른 문제는 넘어가더라도, 가디언의 경고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크으음.”

노회장의 물음에 대통령은 낮은 헛기침만 했다.

그리고 다시 매서운 시선으로 국정원장을 노려봤다.

“누굽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확신은 없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최도현이란 사람입니다.”

“최도현?”

“전에 골드 포탈이 나타날 때 보셨던 사람입니다.”

“음, 대경 회장의 손자를 구했던 그 청년?”

대통령이 대경의 회장인 마성익을 쳐다봤다.

“그래서 그 청년이 이번 일을 꾸몄다고요?”

“확증은 없습니다만 지금까지 용의자를 좁혀 본 결과 그가 제일 유력합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가디언에 골드 헌터가 포함되어 있어야 성립하는 몇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뉴어스의 상황을 알아야만 가능한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가디언에 골드 헌터가 있다는 거군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뉴어스와 이곳 지구를 오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드 헌터 60명에 대해선 확실한 동선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골드 헌터들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단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그렇게 해 놓고 용의자가 될 만한 사람을 꼽았을 때, 가장 의심되는 이가 그 최도현입니다.”

“골드 포탈에 최초로 접촉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군요?”

“게다가 그 후로 최도현은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대외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행동 양상이 바뀌었다?”

“네, 그래서 그가 가디언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대책은요?”

“일단 그를 구인할까 합니다.”

“국정원에서 국민을 잡아오겠다고요? 법을 어긴 확실한 증거도 없이?”

국정원장의 말을 중간에서 끊은 것은 의외로 국무총리였다.

그러자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허락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국정원이 월권을 할 수는 없지요. 아니, 경우가 어떻더라도 불법은 안 됩니다.”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못을 박듯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그런 대통령의 말을 완전히 믿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대통령이 아무리 정론을 이야기해도 밑에선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

국정원장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가디언에서 K호텔을 공격하겠다고 했다지요?”

대통령이 그런 국정원장을 무시하고 회의장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K호텔은 32층의 고층 건물이지만 70년대에 올린 건물이라 이번에 해체하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로 되어 있습니다.”

K호텔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오성그룹의 젊은 회장이 대통령의 말을 받았다.

“그거 신고만 하고 비워둔 상태지요?”

대통령이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폭파 공법을 이용한 해체를 계획 중인데 시내 중심가라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폭파 공법에 실수라도 있으면 옆 건물까지 피해가 가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일입니다.”

총리가 오성 이회장의 말에 허가가 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어쨌거나 그걸 가디언에서 공격하겠다고 한 거 아닙니까?”

“네, 대통령님. 정확하게는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는 것입니다.”

국정원장이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사흘 후에 공격한다고요?”

“네, 그래서 최대한 건물을 확인하고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격이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통령이 다시 국정원장을 보며 물었다.

“총력을 기울여 막을 것입니다. 국방부와도 연계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미새끼 한 마리도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그런데도 막지 못하면 말입니다. 그럼 그 K호텔 대신에 이곳 청와대를 공격한다고 해도 못 막는 거 아닙니까?”

“저, 그게······.”

“K호텔에 나와 내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고 막으세요. 못 막으면 대한민국 어디를 가디언이 공격해도 못 막는 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통령이 땀범벅이 된 국정원장에게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것이 문제였다.

가디언의 이 경고 때문에 언론 통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자칫 K호텔에서 큰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것을 은폐한 정부는 이후에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때문에 사흘 이내에 이와 같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만 했다.

대대적인 테러 경고를 은폐했다가 그 테러가 성공하는 경우, 은폐의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경고를 정부만 받은 것도 아니고 언론사와 대기업 거의 모두가 받았다.

신종남 사태가 터지는 것은 막을 길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여원의 노회장이 처음에 대통령에게 했던 말의 의미도 이것이었다.

“참,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 골드 헌터들의 활동은 모두 공개해야 할 겁니다. 만약 숨기는 것이 있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조만간 이에 대한 특별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국회에 입법을 요구하겠습니다.”

대통령은 회의장에 있는 모두에게 경고하듯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돛대그룹이 벌인 일은 너무 과했다.

이제 겨우 4기 헌터가 들어갔을 뿐이고, 골드 헌터도 60명 밖에 안 되는데, 그런 무리수를 두다니.

대통령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돛대그룹의 신회장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돛대그룹 신경만 회장의 고개가 거의 테이블에 닿을 듯이 내려앉았다.

* * *

K호텔.

32층의 건물로 70년대 건축물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 건물이었다.

게다가 당시 오성 회장이 딸에게 선물로 준다며 공을 들여 세운 건물이라 하자도 없이 잘 지어졌다.

다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리모델링을 하기 보다는 새로 짓는 것이 좋겠다는 평가가 나온 상태.

오성으로선 날벼락처럼 그 건물을 가디언이 공격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비어 있는 건물이고 무너뜨릴 건물이긴 하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선 절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오성의 입장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고가 있었고,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왔다.

정부에선 국정원과 국방부가 힘을 모아서 K호텔 방어에 나섰다.

이를 위해서 K호텔 반경 500미터가 비워졌다.

또한 곳곳에 국정원 요원은 물론이고 경찰특공대와 국방부 특수부대원들이 철통같은 경계에 들어갔다.

물론 K호텔 건물에 대해선 수시로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디언에서 예고한 날, 예고한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 7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그 시간이 가디언에 예고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서 K호텔이 보이는 빌딩 옥상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가까스로 소개 제한선을 넘긴 위치에 있는 빌딩 옥상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K호텔을 향해 조리개를 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도현은 느긋하게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K호텔 때문에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어닥친 모 레지던스 호텔이었다.

방은 여원 그룹 정보팀에서 여러 경로를 우회에서 얻어 놓은 곳이었다.

방의 주인은 중국 관광 여행객으로 지금은 호텔 옥상에서 K호텔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비어 있는 방에 도현이 들어와 멀리 K호텔을 보고 있었다.

- 때가 되었습니다. 로드.

에포르 병사가 방문을 지키며 도현에게 말했다.

좁은 2인용 객실.

창문 밖으로 K호텔의 전체 모습이 보였다.

도현은 그 K호텔을 노려보며 [지원요청:탑의 성]을 사용했다.

그런 도현의 손에는 2구역 마법사 던전에서 얻은 <대마법사의 마력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이것은 마법사들이 쓰기에 좋은 시스템 장비였다.

시스템에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는 꽤나 좋은 마법사 지팡이.

하지만 지금 그것은 가루로 부서져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저 멀리 K호텔 상공에 나타난 잿빛 탑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허공에 나타난 엄청난 크기의 탑.

피사의 사탑처럼 생긴 그 탑은 32층의 K호텔보다 더 커 보였다.

그것이 나타나자 마치 K호텔이 그만큼 높아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당연히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도현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니터 중에서 절반 이상은 지금 K호텔 상공에 나타난 탑을 보여주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우우우우우웅.

허공에 나타난 탑은 제일 아래 부분부터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을 따라 잘게 스파크가 일어나는 탑.

그리고 그 빛은 조금씩 위로 번져 탑의 삼분의 일 정도까지 올라갔다.

파지지지지지직!

그리고 마치 탑의 밑을 막고 있던 뭔가가 빠진 듯이 빛이 밑으로 내리꽂혔다.

탑의 빛이 K호텔 건물로 내려가 옥상에서 지면까지 씻어 내는 것처럼 보였다.

스화화화홧!

그리고 꿈처럼 탑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빛의 샤워를 받은 K호텔 건물 뿐.

우아아아아아!

와글와글와글!

하지만 다음 순간 호텔 안에 있는 도현에게도 들릴 정도로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파시시시시시시 파시시시식!

K호텔 건물이 최상층부터 가루가 되어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파스스스스 파스스스스 풀썩!

고작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32층 철골 콘트리트 건물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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