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26화 (26/184)

26.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1)

26. 아무튼 매를 버는 놈이 있다(1)

“길드는 아직 크라운 하나고, 크라운에 등록된 길드원도 나 하나뿐이니까 재홍이 이놈이 3구역에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도현은 그런 내용을 근거로 재홍이 2구역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재홍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길은 없었다.

결국 크라운에 수배하도록 하고 현실로 넘어왔다.

그런데 현실에 오자마자 베타 팀의 노정수가 급한 연락을 보내왔다.

보호 대상 중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있다는 것.

“어떻게 된 겁니까?”

급하게 노정수를 만난 도현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4기까지 헌터들이 들어간 것은 알고 계시지요?”

“이제 5기의 선발도 거의 끝난 것으로 압니다만.”

“네, 그 4기에서도 골드 헌터가 열다섯 나왔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4기부터는 정부가 아닌 그룹 차원의 인사가 열 명으로 늘었습니다.”

“골드 헌터 중에서 열 명이 기업에서 밀어 넣은 사람들이란 거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생긴 거 같습니다.”

“흐음.”

도현은 노정수의 말에서 곧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급하게 세력을 만들려고 기존의 헌터들을 규합한다는 거군요? 그런 중에 협박도 하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심각한 모양이군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입니까?”

“대부분 사깁니다.”

“사기요?”

“일단 격려금으로 받은 돈들이 있으니까 그걸 노리고 일을 꾸미는 겁니다.”

“그런 거에 당한다는 겁니까? 모두들 조심할 텐데요?”

도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물었다.

가족이 목숨을 걸고 건넨 돈이다.

영원한 이별의 대가로 받은 목숨 값.

그것을 함부로 굴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기를 친다?

“수법이 교묘합니다. 일단 이 사업의 주체가 모두 헌터들의 가족입니다.”

“네?”

“그러니까 포탈에 들어간 사람들의 가족이 모여서 이익실현을 위한 사업을 한다는 겁니다.”

“음,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유대감으로 경계심을 허물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판을 짠 다음에 섭외 대상을 끌어 들이는 방법입니다.”

“많이··· 걸려들겠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대상이 아닌 사람의 가족들도 덩달아 끌려들어가고 있습니다. 급격히 덩치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으음. 이건 사기라기보다는 세력화 같은데요?”

도현은 돌아가는 상황을 듣고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렇게 사람들을 모은 후에, 특정 대상을 물먹이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를 가지고 포탈 안에서 헌터들을 협박하는 수법입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어딥니까?”

“네?”

“어디서 그런 짓을 하고 있느냔 겁니다.”

“정확하게는 사람입니다. 돛대그룹의 신종남이라고 돛대그룹 회장의 3남이 낳은 둘째 아들입니다. 회장의 손자들 중에 하나지요.”

“그 놈이 골드 헌터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 신종남이 돛대그룹의 포탈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어째 그룹 후계 서열에서는 상당히 처지는 거 아닙니까? 3남의 둘째라면요?”

“나름 젊은 세대에선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물론 돛대 그룹의 후계 경쟁에는 끼지 못할 신분이긴 했습니다만.”

“이번 일로 그 서열도 껑충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네, 그래서 더 적극적이고 독한 일처리를 할 모양입니다.”

“흐음.”

도현은 노정수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종남은 도현의 기억에도 있는 인물이었다.

돛대그룹, 국외에서는 마스트 그룹으로 불리는 이 그룹은 국내 서열 5위의 그룹이었다.

그리고 도현이 죽기 전까지 격변의 시기를 잘 타고 넘은 서열을 유지했던 그룹이기도 했다.

‘신종남이 있었기에 돛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지. 하는 짓이 개차반이긴 했지만.’

신종남은 과거 도현이 죽을 때까지 세력을 유지하며 힘을 과시했다.

그가 만든 길드의 이름이 마스트였다.

마스트 길드는 뉴어스에서 아시아 길드 10강에 드는 강한 세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독이었지. 마스트 길드는 오직 돛대만을 위한 사조직일 뿐이었어. 대부분의 길드가 그랬지만 이놈들은 특히 대의니 뭐니 하는 건 개나 준다는 놈들이었으니까.’

도현이 죽기 전, 그 즈음에는 차원회랑을 통한 차원간 전쟁이 벌어지던 때였다.

지구 전체의 운명을 걸고 타차원의 존재와 싸워야 했던 때.

그럼에도 신종남, 마스트 길드는 몸사리기에 바빴다.

‘대부분의 골드 헌터들과 그들이 만든 길드가 그렇긴 했지만 이놈들은 좀 더 심한 편이었지.’

도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는 노정수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본보기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본보기라면 어떤?”

노정수가 짐작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보았다.

“초인전쟁에서 뭐가 중요한지 알려줘야겠지요. 이 건은 우리가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네?”

“일단 신종남을 처리하고, 그 외의 골드 헌터들에게도 경고를 해야겠습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노정수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보다 강한 초인 전력은 없습니다. 일단 경고 없이 신종남을 처리하고 이후 강력한 경고를 날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도와 드릴 것은 없겠습니까?”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가 중간에 걸러지는 일만 없도록 해 주시면 됩니다. 이를테면 우리의 경고를 여원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어 주는 것이면 족합니다.”

“아, 저희 역시 경고를 받았다는 거군요? 그리고 그걸 공론화 시키는 거고요?”

“다른 쪽, 정부나 기업에도 같은 경고가 들어갈 거니까 여원이 의심을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도와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부탁드리죠. 아! 한 가지. 그 신종남에 대한 정보도 부탁드립니다. 동선 정도만 있으면 되겠네요.”

도현은 그렇게 부탁하고 노정수와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베타 팀에서 보낸 정보를 특수 노트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 *

신종남은 요즘 구름을 걷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포탈을 들어갈 수 있는 재능자였다는 것이 더 없이 다행스러웠다.

자신이 재능자란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자신이 포탈에 들어가 영영 지구를 떠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 험악한 곳에 들어가느니 그냥 적당히 인생을 즐기며 살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돛대그룹 회장의 손자 아닌가.

자신 이외에도 줄줄이 손자 손녀들이 있고, 후계 구도엔 끼지도 못할 처지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을 돈줄은 날 때부터 잡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본가에 들어갔을 때, 신종남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골드 포탈.

골드 헌터.

돛대그룹의 포탈 사업에 대한 중요한 역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신종남은 깊이 눌러뒀던 욕망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골드 헌터가 되기로 자청했다.

몇몇 후보가 있었지만 신종남 만한 인물이 없었다.

일단 핏줄로 봐도 가장 진한 피에 개인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낙점을 받고 4기 골드 헌터가 되었다.

골드 헌터는 그 때까지도 겨우 60명이 전부였다.

자그마치 2만 명의 헌터들이 뉴어스에 있었는데 골드 헌터는 60명뿐이었다.

신종남은 그 때, 자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헌터가 되면서 초인적인 능력도 각성했다.

그 힘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같은 골드 헌터가 59명이나 더 있으니 그들을 조심해야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골드 헌터들 사이에는 꽤나 두터운 동질감과 유대감이 있었다.

적당히 선만 지키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도 있었고.

뉴어스에서 세력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헌터의 가족들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뉴어스에서 눈에 띄는 실력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5억에 몸을 팔아 뉴어스로 들어간 놈들은 그 5억을 주고 온 가족이나 친인들을 더 없이 아끼는 이들이었다.

그 말은 제대로 휘어잡기만 하면 완벽한 인질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좋아. 아주 괜찮아.”

신종남은 소파에 기대 앉아 술잔을 들고 흡족해 하고 있었다.

오늘은 현실에서 쉬고 내일은 또 뉴어스로 들어가야 한다.

그는 그룹의 뉴어스 지원실에서 준비한 자료를 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지구로 건너왔다.

이번에는 통상적인 자료 이외에 특별히 준비한 것도 받아 놓았다.

뉴어스에서 찍어 놓은 괜찮은 헌터가 있었다.

신종남은 탁자 위에 있는 서류 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것을 들었다.

거기엔 일가족 다섯 명의 이름과 신종남이 만든 사업체의 투자 내역이 적여 있었다.

도만술이라는 이름의 투자 내역에 어떤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가 적혀 있었다.

도만술은 뉴어스의 헌터 도비형의 아비였다.

이 투자는 돛대그룹의 의지에 따라서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도비형을 압박하기에 충분한 패가 될 것이다.

“말만 잘 들으면 주식이 열 배 이상으로 뛸 거고, 그렇지 않으면 휴지가 될 텐데. 크하하.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지.”

신종남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도비형은 뉴어스에서도 제법 세력을 가진 팀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었다.

이놈만 끌어 들이면 한꺼번에 괜찮은 팀 하나를 얻게 되는 셈이다.

그 외에도 작업에 들어간 쓸만한 자료들이 그의 탁자에 가득 쌓여 있었다.

“재미있냐?”

“엌!”

그 때, 갑자기 뒤에서 신종남의 머리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신종남은 꼼짝도 못하고 몸이 굳고 말았다.

머리에 올라온 손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진 것이다.

조금만 힘을 줘도 뇌가 곤죽이 될 것만 같았다.

“재미있냐고 묻잖아.”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

“그건 신종남 니가 알 필요 없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신종남은 힐끗 앞쪽을 바라봤다.

앞쪽 장식장의 유리에 소파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중세 기사처럼 온 몸을 갑옷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T자형 틈이 있는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투박한 건틀릿을 낀 손이었다.

“눈동자를 굴리는 것을 보니 여유가 있는 모양이지?”

신종남이 장식장 유리를 통해 자신을 보다는 것을 알아차린 도현이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

“그, 그게······.”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너는 어떻게 될 거 같아? 나같으면 내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을 거 같은데?”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신종남의 머리에 올린 손에 한층 힘을 주었다.

“크으읏.”

이전까진 마력으로 신종남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물리적인 힘으로 머리를 압박했다.

“아주 몹쓸 짓을 하고 있더군.”

도현이 신음소리를 내는 신종남에게 말했다.

“내, 내가 무슨?”

“뉴어스에 들어간 헌터들은 인류의 멸망 위기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들이다.”

신종남이 반발을 하려 했지만 이어진 도현의 목소리와 머리에 가해지는 고통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헌터를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고 있더구나.”

도현은 말과 함께 한층 더 손에 힘을 줬다.

“크으으윽!”

빠가가각!

도현은 손에 힘을 준 상태로 머리 위에서 손을 좌우로 비틀었다.

그러자 신종남의 머리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아울러 두피가 갈라지며 피가 나기 시작했다.

“돛대그룹 뉴어스 지원실이라던가? 거기서 헌터 가족들을 모아서 이익 사업을 지원한다지?”

“그, 그건······.”

“만약 네 더러운 입에서 공익이 어떻고, 헌터의 가족을 돕기 위한 지원이 어떻고 하는 소리가 나오면 이대로 네 머리를 터트려 버릴 거다.”

신종남이 뭐라 하려 했지만 이어진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지구에 남겨진 헌터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서 뉴어스의 헌터를 움직이려는 어떤 수작도 우리 가디언은 허락하지 않는다.”

“가, 가디언?”

“가디언은 인류를 위해 헌신한 헌터들을 보호하기 위한 초법적인 단체다. 초법적이란 말은 법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지금 너를 찾아온 것처럼.”

“가디언이라니······.”

“너와 돛대그룹이 우리 가디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제물이 된 것은 유감이다. 물론 너희가 자초한 일이니 너희 책임이긴 하지만.”

“······.”

신종남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까달은 것이다.

“자, 이제부터 너에 대한 처벌 수준을 결정하겠다. 최고는 사형!”

“헉! 그, 그런!”

“그 최고형을 감하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껏 너와 돛대가 꾸몄던 일을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회는 한 번. 육하원칙에 따라서 제대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럼 시작해라.”

도현은 여전히 신종남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상태로 명령을 내렸다.

그런 신종남 앞으로 에포르 병사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헉! 뭐······.”

“그건 육하원칙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실수하면 기회는 없다.”

신종남이 깜짝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켰지만 돌아온 것은 도현의 냉혹한 목소리뿐이었다.

신종남은 머리에서 흐르는 피만큼 많은 땀을 흘리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나타난 후······.”

‘머리는 좋은 놈이네. 그 사이에 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감을 잡은 것을 보면.’

도현이 그런 신종남의 뒤에서 보이지 않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덕분에 움찔 흔들린 손에 신종남은 진땀을 뽑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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