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크라운 조직과 도현의 2관문 도전(2)
19. 크라운 조직과 도현의 2관문 도전(2)
“그래서 형 혼자서 2구역 관문 던전으로 들어간다고? 치사하게?”
재홍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도현 앞에서 불퉁거리고 있었다.
뉴어스에 4기 헌터들이 들어오기 직전까지 크라운 멤버의 1구역 관문 통과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사실, 던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있다면 여덟 명이 관문 던전을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여덟 명의 팀원에는 반드시 함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자를 끼워 넣었다.
앞서 나오는 동굴 고블린들이야 수가 많아도 여덟 명이 힘을 모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다만 함정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사상자가 생기기 쉽다.
기초적인 함정들이라고 해도 경험이 없으면 쉽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쪽에 특화된 헌터들이 있었고, 그들의 힘을 빌리면 함정 구간을 지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크라운의 정식 멤버들은 3기까지 모두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4기 헌터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디어 1구역의 관문 던전이 크라운 이외의 다른 헌터들에게도 알려졌다.
숨기려면 더 오래 숨길 수도 있었겠지만 도현은 그 정도에서 다른 헌터들의 숨통을 터 주기로 했던 것이다.
이미 그 사이에 크라운 멤버들 중에서 정예를 골라 2구역의 던전을 돌게 했었다.
각각의 이명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서 맞춤형 던전을 지정해 주고, 팀원들에게 맞는 던전 여덟 곳을 모두 한 번씩 경험하게 했던 것이다.
사실 이번에 관문 던전을 노출시킨 것은 어느 정도 꿀을 다 빨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헌터들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처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도현은 3구역으로 가기 위해서 2구역 관문 던전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재홍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도현 앞에서 시위를 하는 중이고.
“뭐, 함께 갈 수는 있는데, 그래봐야 넌 뒤에서 구경만 해야 할 텐데?”
도현이 그런 재홍을 보며 투구 위로 머리를 긁는 시늉을 했다.
“아, 그걸 누가 몰라? 그래도 응? 그 최촌가 뭔가 하는 그거 있잖아. 나도 그걸로 포인트 좀 벌고 싶다고!”
“음.”
“내가 2구역에서 형이 못 찾은 던전을 딱 두 개 찾아 먹었거든?”
“그러다가 죽을 뻔 했지.”
“아, 그건 안 중요하지. 어쨌거나 성공했잖아. 그래서 내가 헌터 포인트를 얼마나 얻었는지 알아? 이건 뭐 사냥 따위를 할 게 아니더란 말이지.”
“첫 클리어 보상이 좀 좋기는 하지.”
“그러니까 형, 나도 좀 데리고 가라. 응?”
재홍이 어떻게든 도현을 따라가고 싶다고 매달렸다.
하지만 도현은 소매를 잡는 재홍의 손을 슬그머니 밀어냈다.
“나도 그렇게 해 주고 싶긴 한데, 안 될 거 같다.”
“왜? 꼭 그렇게 혼자 먹어야겠어? 응?”
재홍이 정말 삐진 목소리로 도현에게 물었다.
“내 감이 그래. 최초를 너하고 나누면 꼭 필요한 보상을 못 받을 거 같거든.”
“보상이 바뀐다고?”
“둘이서 함께 뚫는 거 하고, 혼자 뚫는 거 하고 같겠냐?”
“그냥 최초니까 같은 보상을 주지 않을까?”
재홍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높아. 솔직히 헌터 포인트만 문제가 된다면 함께 가서 나눠 먹을 수도 있다. 3구역에서 던전 몇 곳을 혼자 돌면 헌터 포인트 손해는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포인트가 문제가 아니란 거지? 다른 보상, 아이템이나 뭐 그런 게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잖아. 나하고 같이 가면?”
재홍도 도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러니까 니가 이해해라.”
“하여간 욕심꾸러기 같으니라고.”
“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너 혼자선 죽어도 2구역 관문은 못 뚫는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 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쳇. 어차피 이번에도 관문지기는 형이 처리할 거 아냐? 나머지는 나 혼자서 뚫어야지 형한테 면이 서지.”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2구역부터는 관문이 쉽지 않아.”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형이 가 봤나?”
“음, 딱 보면 모르냐? 2구역은 헌터들을 특성에 따라서 성장시키는 곳이야. 던전들 보면 알지?”
“그래서?”
“그럼 관문은 어떨 거 같으냐?”
“그렇게 성장한 헌터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곳이라고?”
“거 봐. 딱 답이 나오잖아.”
“그럼 형은?”
“나? 나야 워낙 특별하잖아. 거기다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일반 헌터들의 특성을 제법 여럿 가지고 있잖아. 탱커 되지? 활 쏴서 원거리 딜러 되지? 회복도 약간 되고, 병사들 소환해서 그냥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도 되고.”
“쳇, 그만 해. 형 잘 난 거 알았으니까.”
재홍은 몸을 획 돌려서 도현을 외면했다.
마음이 상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만 다르게는 관문 던전에 혼자 도전하려는 도현이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럼 갔다 온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번에 새로운 성도 하나 더 열었으니까.”
“뭐?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새로운 성이라니? 형?! 아 씨, 벌써 들어가 버린 거야?”
재홍은 도현의 말에 깜짝 놀라서 몸을 돌렸지만 도현은 이미 던전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 * *
[2차 관문의 도전자를 확인합니다. 도전자 캐슬을 확인했습니다. 동행인 없음. 1인 도전을 확인합니다.]
[2차 관문에 1인 도전 하시겠습니까?]
도현이 관문 던전의 입구에 손을 올리자 알림음이 들려왔다.
도현은 1인 도전을 확인하는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도전한다.’
스홧!
도현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그의 모습은 던전 입구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그리고 던전 안, 관문의 시작점에 나타났다.
- 로드 정말 괜찮은 겁니까?
에포르가 걱정스런 음성으로 물었다.
“뭐가?”
도현은 태평스럽게 대꾸하며 [산성병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도현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에서 흙가루가 뿜어져 나와 전방에 산성병사를 만들어냈다.
- 두 번째 관문을 정말 로드 혼자서 해결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도현이 소환한 산성병사 중에 검을 든 병사 하나가 대열에서 벗어나 다가왔다.
에포르가 그 병사에 빙의한 것이다.
“2구역이 헌터들을 특성에 맞춰서 훈련시키는 곳이라고 내가 이야기했던가?”
도현이 그런 에포르 병사를 보며 물었다.
- 그야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만.
“그렇게 훈련받은 여덟 명의 헌터가 뚫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2구역 관문이야.”
도현은 그렇게 말을 이어가면서 [정원수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그 위치는 이번에도 에포르 병사의 머리.
흙으로 속을 채우고, 돌과 흙으로 만든 투구를 쓴 흙인형이라 정원수와 상성이 잘 맞았다.
곧바로 에포르 병사의 투구에 <꿈꾸는 월광초> 하나가 솟아났다.
- 으아아, 로드! 또 이러시는 겁니까아!
에포르가 질색을 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도현이 소환한 <꿈꾸는 월광초>를 잡아 뜯진 않는 에포르였다.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 그리고 그게 은근히 너한테 어울려.”
- 로드, 그럴 리가 없습니다. 머리에 꽃을 꽂은 것이 어울리다니요!
“자자, 이리 와서 바짝 붙어 있어라. 이제 시험을 시작해야 할 테니까.”
도현은 질색하는 에포르를 끌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냥 이렇게 가도 되는 겁니까? 로드?
에포르가 도현의 말대로 곁에 바짝 붙어서며 물었다.
“2관문은 1관문보다 훨씬 단순해.”
도현이 말했다.
- 단순하다고요?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거거든. 그래서 기준만 넘으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지.”
- 그 말씀은 관문을 끝까지 가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하단 말씀이군요?
“뭐 그렇긴 하지. 물론 나는 끝장을 보지 않고 나갈 생각은 없다만.”
- 그래도 중간에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딥니까. 다행이군요.
에포르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는 듯 했다.
“자, 이제 이 문으로 들어가면 시험이 시작된다.”
높이가 3미터에 가까운 나무 문 앞에 도착한 도현이 말했다.
도현은 소환해 놓았던 산성병사를 움직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서른 기의 산성병사를 앞세우고 좌우로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쪽은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경기장 같은 곳이었다.
원형의 넓은 공간이 문 안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 중앙에 색이 다른 공간이 있었다.
바닥에 깔린 붉은 색의 황토 대신에 중앙에는 검은 색의 흙이 깔려 있었다.
도현은 산성병사들과 함께 그 검은 흙 위로 올라갔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적과 싸워 승리하십시오.]
산성병사와 도현이 흙 위에 올라선 순간 알림음이 들렸다.
그리고 원형의 콜로세움 벽에 장식처럼 달려있던 문들이 열렸다.
빙 둘러가며 문처럼 생긴 조각 장식이 72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열 개가 열리며 몬스터들이 나온 것이다.
“좋아. 아주 심플하네. 열 마리의 몬스터?”
도현은 원형으로 빙 둘러가며 등장한 열 마리의 몬스터를 보며 속으로 빙긋 웃었다.
대형 늑대가 다섯 마리, 아울베어가 두 마리, 고블린 세 마리.
“이 정도면 1구역을 금방 통과한 파티라도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겠네. 에포르 안 그래?”
-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게 끝은 아니겠지요.
에포르 병사가 도현의 곁에서 주위를 살피며 대답했다.
“어쨌거나 시험은 시작 되었고! 나는 이 시험의 끝장을 볼 생각이고!”
피이잉! 피이잉!
말을 하는 중에 도현은 말에 강세를 줄 때마다 화살 하나씩을 날리고 있었다.
왼손의 손목 보호대에서 만들어진 활은 주인의 뜻에 따라 화살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커엉! 커겅!
다섯 마리의 늑대 중에서 두 마리가 머리에 화살을 맞고 풀쩍 뛰어 오르며 쓰러졌다.
그것을 신호로 남은 세 마리의 늑대와 아울베어, 고블린들이 일제히 도현을 향해 달려왔다.
콰광! 푸욱! 서걱! 푸우욱!
하지만 도현을 지키는 서른 기의 산성병사들은 그것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방패병이 막고 검병과 창병이 찌르는 간단한 연계로 남은 여덟 마리의 몬스터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첫 시험이 끝났습니다. 다음 시험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지자마자 곧바로 알림음이 들렸다.
- 로드 이거 쉬는 시간도 없는 겁니까?
에포르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쉬고 싶으면 몬스터 한 마리 남겨두고 시간을 끌어야 해. 안 그러면 곧바로 시험이 시작되지.”
- 그렇습니까?
“그게 아니면 몇 판 돌아가서 시험을 통과할 자격을 얻으면 좀 달라져.”
- 네? 어떻게 말입니까?
“그거야 그 때 보면 알지. 지금은 저 놈들을 상대해야 할 때야.”
에포르가 물었지만 도현은 새로 열린 열한 개의 문에서 등장한 몬스터들을 가리켰다.
종류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아울베어 한 마리가 늘어 있었다.
물론 그 정도 증가는 도현에게 고민거리도 되지 못했다.
피이잉! 피이잉! 피이잉!
다시 도현의 화살이 날아가고, 늑대가 쓰러지고, 몬스터가 달려드는 앞서의 과정이 그대로 반복되었다.
당연히 달려든 몬스터는 산성병사들에게 쓰러지는 것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전투였다.
[두 번째 시험이 끝났습니다. 다음 시험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시스템 알림이 들렸다.
* * *
[열 번째 시험이 끝났습니다. 관문을 통과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도전자 캐슬은 다음 단계 도전과 관문 통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분 내로 선택하십시오.]
“드디어 통과 자격을 얻었네.”
- 열 번입니다. 관문의 시험이 녹록치 않습니다.
에포르 병사는 연속으로 이어진 열 번의 싸움이 쉽지 않은 시험이라고 판단했다.
“뭐, 꼼수 조금 부리면 쉬엄쉬엄 할 수 있어. 아까 말했잖아. 마지막 몬스터 하나를 살려두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 하긴 로드께선 쉬지도 않고 계속 싸우셨으니 더 어렵게 느껴진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자, 이제 선택 사항이 나왔어. 그러면서 20분의 휴식 시간도 생겼지.”
- 그렇군요.
“앞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휴식 시간도 늘어나. 물론 선택을 빨리하면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지만.”
- 설마 로드?
“뭐 아직은 팔팔하니까 곧바로 다음 도전을 해 보자고. 이번에는 스물한 마리가 나오려나?”
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의 도전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부터는 과거의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다음 단계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렇게 의사표현을 한 직후 콜로세움 벽에 새겨진 문이 열렸다.
- 로드! 서른 개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문은 예상 했던 스무 개가 아니라 달리 서른 개가 한꺼번에 열렸고, 서른 마리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그래봐야 잡몹일 뿐이야. 정신차려 에포르!”
물론 도현은 그런 상황에도 태연하게 활시위를 당길 뿐이었다.
아직은 이쪽의 전력이 몬스터들을 상회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