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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8화 (18/184)

18. 크라운 조직과 도현의 2관문 도전(1)

18. 크라운 조직과 도현의 2관문 도전(1)

“그러니까 최대한 크라운 소속만 관문을 통과하게 하라는 거죠?”

성희는 관문 던전이 있는 황무지 언덕에서 도현을 다시 만났다.

“맞아. 그리고 관문을 통과한 후에도 계속 신서울에 머물러야지. 때가 될 때까지는 들키지 말아야 하니까.”

“그 때가 언젠데요?”

“관문을 들키기 전까지.”

“그럼 우리 크라운이 그걸 감추고 있으면 꽤 오랫동안 독점할 수 있겠네요?”

성희가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골드 헌터들의 정보 공유를 무시할 수가 없지.”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골드 헌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지. 다른 나라에서 관문 던전을 먼저 발견하면 언젠가 그 소식이 이쪽 골드 헌터들에게도 들어올 거란 소리야.”

“음, 그런 정보를 서로 공유할까요? 중요한 건데요?”

“중요하긴 하지만 단물을 빨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자기들이 앞설 만큼 앞섰다고 생각하면 슬그머니 대가를 받고 정보를 풀 거란 말이죠?”

“그렇겠지. 그래서 감추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지.”

“아무튼 알았어요. 일단 우리 크라운 쪽에서 그 관문 던전 지역을 선점하고 아무것도 발견 못한 척 하면 되는 거네요. 나중에 들켜도 몰랐다고 오리발 내밀면 되는 거고요.”

“그래. 그렇게 하고. 크라운에 소속된 사람들 명단 작성해 왔지?”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성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성희도 그 정도는 미리 준비되었다는 듯이 허리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

도현은 그 종이를 펼쳐 크라운의 조직도를 살폈다.

그러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성희를 보았다.

“도대체 이 이름은 뭐야? 혈장미?”

“그건 제가 정한 게 아니에요. 거기 있잖아요. 혈장미 수장이 자옥 언니예요. 그 언니가 이름을 그렇게 정했다고요. 무슨 가시에 피를 머금은 백장미라나 어쩐다나 하면서요.”

“어쨌건 그 쪽의 인원이 제일 많은데 또 크라운과 직접 연관된 사람은 둘 뿐이네?”

“언니가 사람을 많이 아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직접 얽히진 않게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곤란한데? 그럼 관문에 대한 것도 공유할 수가 없어. 크라운에 확실하게 가입한 사람이 아니면 정보 공유는 없단 말이지.”

“그건 자옥이 언니가 알아서 판단하겠죠.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오래지 않아서 모두 가입할 거예요.”

“좋아. 그건 그렇고 여진만 팀은?”

“진만이 아저씨는 딱 서른까지만 숫자를 채울 거래요. 그 이상은 안 갈 거고요. 그 숫자로 한 팀으로 움직이겠다는 거죠.”

“나누라고 해. 일반 던전들은 입장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여덟이야. 그러니까 여덟으로 네 팀이나 세 팀으로 꾸리라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알았어요. 그렇게 전할게요.”

“그리고 도깨비, 비무장 전설, 상황파악 쪽에도 이야길 해 둬. 이번에 들어온 2기 중에서 접촉할 사람은 빨리 접촉하고, 그 외에도 재능이 보이면 알아서 영입들 하라고.”

“대신에 크라운은 정말 믿을 사람만 소개하고요? 그 정도는 다 알아요.”

“알아도 분명 어디선가 문제가 생길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도 장난으로 하는 일 아니에요. 우린 밖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요. 그게 뭐든.”

도현의 말에 성희가 무서운 표정으로 강조하듯 말했다.

도현도 그런 성희의 각오를 새삼 느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건 나도 믿을 수 있지. 그리고 이건 선물이다.”

도현이 성희에게 뭔가를 감싼 두툼한 천을 내밀었다.

“이게 뭐죠?”

“소식.”

“소식···이요?!”

성희의 목소리가 격하게 높아졌다.

“일단 확실하게 크라운에 속한 이들의 것만 있어. 자주는 아니겠지만 중요한 일이 있으면 꼭 소식을 전해 주도록 하지.”

“고, 고마워요.”

성희는 천으로 싸여 있어 내용도 알 수 없는 그것을 가슴에 꼭 안았다.

“김재홍은 이번에 관문을 통과했다. 1관문에 대한 정보는 여기 있으니까 이걸로 미리 준비해서 들어가도록.”

“알았어요. 고마워요.”

성희는 관문에 대한 정보를 받으며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그 고마움은 여전히 한 손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그 ‘소식’ 때문이었다.

도현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소식’도 크라운을 손에 넣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곳 뉴어스에서 지구의 가족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큰 보상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골드 헌터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이상은 크라운에 속한 이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일 테니까.

* * *

김재홍은 1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그에게 함정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특유의 위기 감지 능력은 함정과 그 함정을 해체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줬다.

그런 함정들 보다는 초반에 떼로 몰려나오는 동굴 고블린이 더 문제였다.

팀을 이루지 않고 홀로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부담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그림자의 마무리 단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다수의 동굴 고블린을 만나도 은신 상태에서 기습으로 한 마리를 처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다음 공격은 일반 공격보다 훨씬 강력해서 옆에 있는 놈까지 처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한 번에 두 마리를 죽이고 재빨리 후퇴해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다시 기습.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 방법으로 재홍은 무사히 동굴 고블린 구간을 지날 수 있었다.

어차피 마지막 단계의 설인 투사는 이미 도현이 잡아버려서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재홍은 대한민국에선 두 번째로 1구역 관문을 통과했고 그림자 사냥꾼이란 고유 이명을 얻었다.

재홍의 그림자 사냥꾼은 암살에 특화된 클래스였다.

은밀함을 기반으로 단검을 이용하여 기습을 하거나 독이나 암기, 덫 따위를 사용해서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 그림자 사냥꾼이었다.

“형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제 단검이 형한테 안 들어갈지는 몰라도 독은 다를 걸요?”

재홍은 도현을 따르기로 한 뒤로 이전의 어두움을 탈탈 털어냈다.

사실 의도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것이 보이긴 했지만, 세상 어둠을 모두 짊어진 것 같은 모습 보다는 나았다.

그래서 도현도 될 수 있으면 재홍을 대할 때에는 밝은 모습이 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며 가까워지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지랄을 해라. 할 수 있으면 해. 그런데 실패하면 뒤는 없는 거다?”

“진짜요? 정말 해요?”

재홍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확인하듯 되물었다.

“해 봐. 그런데 내가 재생력이 좀 많이 뛰어나. 그러니까 어지간한 독으론 시도도 하지 마.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내가 해독도 잘 할 거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건 또 무슨 사기 캐릭텁니까? 안 되는 게 뭐예요 그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재홍, 그걸 또 놀리는 도현.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이 갑옷 보면 알지? 방어력 짱짱하고, 요즘 활도 제법 쏜다? 거기다가 너도 봤지? 내 부하들, 그런 놈들도 좀 있고.”

“그게 끝이 아니죠? 형? 뭐 더 있죠?”

“음, 그렇겠지? 너나 나나 아직 쪼렙이잖아. 너도 지금은 안 되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나한테 비벼볼 수 있다는 거 아냐?”

“그래서 제가 크는 동안 형도 비슷하게 큰다고요?”

“아니지. 니가 크는 동안 나는 몇 배는 더 크겠지. 격이 달라요 너랑 나는.”

“아 씨, 이래서 세상 불공평하게 만드는 것들은 정리를 해야 하는 건데.”

“뭐 임마?”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말을 해 놓고도 과하다 싶었던지 재홍이 슬쩍 도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럼 넌? 너도 따지고 보면 뉴어스에 들어온 헌터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빠르게 크고 있거든?”

“그래봐야 형에 비하면 쩌리죠 뭐.”

“그건···.”

“그건요?”

“인정!”

“아 씨, 정말!”

재홍이 또 속았다는 듯이 울컥했다.

“시끄럽고, 요즘 사냥은 잘 되냐?”

그런 재홍의 모습에 도현이 말머리를 돌렸다.

“혼자 하는데 잘 되겠어요? 아슬아슬해요.”

“엄살은. 필드 몬스터는 할 만 하지 않냐? 거기다가 내가 너한테 맞춤인 던전도 소개해 줬잖아.”

“그 던전이야 심심하면 돌고 있죠. 하지만 같은 곳을 자꾸 도니까 헌터 포인트도 잘 안 준다고요.”

“그건 좀 그렇지.”

“나도 포인트 모아서 시스템 상점 가고 싶다고요.”

“미안하지만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

“어? 왜요?”

“1구역 시스템 상점은 1구역 관문 통과자가 일정 숫자 이상 넘으면 사라지거든.”

“엑, 뭐가 그런 게 있어요?”

“그거 원래 그런 거야. 잘 나가는 놈들을 위한 VIP 상점인 거지.”

“그럼 나도 아직 기회는 있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만 생각보다 시스템 상점 물건들이 비싼데? 너한테 준 단검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하아, 그게 전부 형이 독식해서 그런 거죠? 맞죠?”

“음?”

“나한테 소개해 준 그 던전도 형이 먼저 털어 먹은 거였잖아요. 설마 혼자서 2구역 던전들 몽땅? 정말 그런 거예요?”

“며, 몇 개는 남았을 걸? 너도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걸?”

도현도 이 부분에선 좀 할 말이 없는지 슬쩍 재홍의 시선을 외면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요. 내가 몇 개 찾기는 했는데 들어가 보면 이미 털린 곳들뿐이란 말이죠.”

재홍이 도현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봤다.

“아냐, 분명히 있어! 내가 안 들어간 던전이 분명히 있다고.”

도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재홍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도현도 2구역에 있는 던전을 모두 기억하진 못했다.

그래서 기억나는 곳들만 클리어하고 굳이 다른 곳들을 찾진 않았다.

그건 재홍이나 뒤에 올 크라운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걸 찾는 사람은 제 복인 거고.

“그나마 희망은 있네요. 알았어요. 내가 꼭 형이 못 찾은 던전을 찾아내고 말 테니까 두고 봐요.”

남은 것이 분명히 있을 거란 도현의 말에 재홍이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찾아보면 분명 있을 거다.”

- 로드, 확실히 있긴 한 거죠? 만약 없으면 저 재홍이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있어! 있다고!’

* * *

3개월 간격으로 5천명의 재능자들이 그레이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3기 재능자가 그레이 포탈로 들어오고 얼마 후, 크라운의 멤버 중에서 여진만 1팀이 관문 던전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여덟 명씩 짝을 이룬 크라운 멤버들이 속속 관문 던전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관문을 통과한 후, 곧바로 다시 1구역으로 복귀했다.

그 때문에 그들이 관문을 통과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었다.

성희와 자옥, 여진만 외에 도깨비 팀의 도비형, 비무장 전설 팀의 황재승, 상황파악 팀의 주지성 등도 속속 팀원들과 함께 관문을 통과했다.

성희는 자옥에게 신세를 졌고, 다른 팀들은 제각각 여덟 명씩 팀을 꾸렸다.

그렇게 관문을 통과한 인원이 여진만 팀은 1팀부터 4팀까지 서른두 명이고, 도깨비 팀은 도비형이 이끄는 1팀 외에도 다섯 개의 팀이 더 있었다.

거기에 비무장 전설이나 상황파악 팀도 각각 다섯 팀과 여섯 팀이 관문을 통과했다.

당연히 각각의 팀은 여덟 명을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구역 관문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인원 여덟이라 거기에 맞춘 것이다.

거기다가 이후에 있을 던전들도 대부분 소형 던전은 최대 입장 인원이 여덟 명이었다.

그보다 많은 숫자가 들어가는 던전은 마흔 명, 그 위로는 백 명, 그 위로는 무제한이었다.

그걸 도현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팀의 구성을 여덟 명으로 한 것이다.

어쨌건 그렇게 크라운 멤버들이 관문 던전을 통과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수가 많은 것은 혈장미였다.

자옥은 그녀를 따르는 혈장미들을 모두 황무지 언덕 쪽으로 이주시켰다.

이유는 남성 헌터들이 혈장미 소속의 여자 헌터를 함부로 한다는 것이었다.

3기 헌터들까지 합쳐서 혈장미에 속한 여자들은 천 명이 넘었는데, 그렇게 여자들이 뭉치자 남자 헌터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혈장미에 소속되면 남자를 사귀는 것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문제가 되자 자옥이 대뜸 혈장미를 몽땅 이끌고 숲 중앙에 있는 황무지 언덕으로 옮겨 간 것이다.

물론 그 천 명의 혈장미 중에서 정식 크라운 멤버는 백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자옥은 언제든 남은 인원들 대부분을 정식 멤버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그 사이에 크라운에 불미스런 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크라운에 대한 비밀을 외부로 빼돌리려 했던 혈장미 몇 사람이 실종 처리 된 일이 있었다.

문제가 생긴 쪽은 혈장미였고,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도 혈장미였다.

여진만 팀이나 도깨비, 비무장 전설, 상황파악 쪽은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아직은 문제가 없었다.

어쨌건 혈장미의 일처리는 일종의 선례가 되었다.

누구든 배신하면 그렇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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