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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화 (10/184)

10. 미리미리 준비를(4)

10. 미리미리 준비를(4)

도현은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편안하게 반가부좌를 하고 앉은 도현.

그의 앞에는 <흐릿한 대지의 정수>와 <골렘의 심장 파편>이 놓여 있었다.

“휴유, 이걸 먹어야 한다는 말이지.”

도현은 그 두 개의 아이템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 로드, 굳이 섭취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산성의 기운을 끌어 올려 흡수하실 수도 있습니다.

도현의 말에 에포르가 조언을 했다.

하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해서는 산성의 점유율만 높아질 뿐이야. 내가 과거에 산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몇 번 흡수한 적이 있었어.”

- 그렇습니까?

“그 때마다 속이 무척 쓰렸지.

- 어째서 그랬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템을 흡수할 때, 산성에 흡수되는 것을 제외한 기운이 모두 날아갔거든.”

-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에포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아는 놈 중에 산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먹은 적이 있어.”

- 로드께서 흡수해야 할 것을 다른 사람이 먹었단 말씀입니까?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놈이 그 아이템을 먹은 이유가 뭔지 알아?”

- 잘 모르겠습니다.

“마력 연공법 때문이야. 이것들이 사실은 마력 연공법을 성장시킬 수 있는 영약이거든.”

- 그, 그게 그렇게 되는 겁니까?

“특수 항목에 있는 것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종류의 것들이 제법 있지. 그런데 아무래도 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그런 영약인 거 같아.”

- 그래서 로드께선 그것들을 섭취하시고 마력 연공법을 행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아울러서 산성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도 쓰는 거지.”

- 그렇게 된다면 정말 일석이조겠습니다 로드.

“자, 그러니까 이제 시험을 해 보자고. 이거부터!”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골렘의 심장 파편>을 먼저 들어 올렸다.

가격이 싼 만큼 품고 있는 기운의 양도 적을 것이다.

“이거 삼킬 수는 있나 모르겠네.”

돌로 된 야구공이 깨져서 삼분의 일 정도 남은 것 같은 <골렘의 심장 파편>.

재질이 돌이란 점을 생각하면 감히 입에 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이다.

하지만 도현은 과감하게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억지로 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입에 들어간 <골렘의 심장 파편>은 그대로 액체처럼 늘어지며 목구멍을 넘어갔다.

“어엇?”

도현은 깜짝 놀라다가 급하게 정신을 추슬렀다.

그리고 [하급 마력 연공법] 스킬에 집중했다.

도현이 직접 행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킬을 직접 운용했다.

몸 안에 얇은 실핏줄 같은 가상 튜브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튜브 안을 흐르는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도현은 그 튜브들이 모두 마력이 흐르는 통로임을 알았다.

과거엔 그저 막무가내로 마력을 사용했다.

몸에 이렇게 선명한 마력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활용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저 이런 것이 있다는 소리만 들었다.

연공법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금기였다.

허락 없이 연공법을 익힌 이들은 두고두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골드 헌터와 그들이 허락한 소수만이 연공법의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미친놈들, 그런 독점 때문에 지구가 위험해질 거란 생각은 못했겠지.’

도현은 잠시 그런 생각에 분노가 치솟았지만, 다시 연공법에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 골렘 심장의 파편에서 무서운 기세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크윽, 엄청나네.’

도현은 깜짝 놀라며 상황을 지켜봤다.

시스템은 하급 마력 연공법을 맹렬하게 운용해서 <골렘의 심장 파편>에서 나온 기운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 겨우 모습을 갖춘 마력 통로는 좁고 약했다.

그런 상태에서 <골렘의 심장 파편>을 감당하긴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도현은 번쩍 눈을 뜨고 <골렘의 심장 파편>과 함께 준비해 뒀던 <흐릿한 대지의 정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꿀꺽 삼켜버렸다.

- 로드 위험합니다. 그게 무슨······.

에포르가 깜짝 놀라며 도현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크으으읏!”

<흐릿한 대지의 정수>가 화끈한 느낌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갔다.

그리고 앞서 들어간 <골렘의 심장 파편>의 기운과 뒤섞였다.

도현은 고통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하급 마력 연공법]에서 느껴지던 좁은 튜브, 그 마력 통로가 팽창하며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이 위태로웠다.

- 로드! 로드 정신 차리십시오. 어서 몸 안의 기운을 밖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로드의 의지로 마력을 통제하십시오.

에포르가 간절한 목소리로 도현의 정신을 일깨우려 노력했다.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

도현이 그런 에포르에게 강한 사념으로 호통을 쳤다.

- 로드, 괜찮으신 겁니까?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일을 벌였을 거 같아?’

- 그럼 뭔가 대책이 있으시다는 말씀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곳 뉴어스에서 최초란 항상 특별한 취급을 받아. 지금 상황을 보면 내가 최초로 마나 연공법을 하는 거지. 거기다가 최초로 영약을 복용한 상태고.’

- 네, 그렇습니다. 로드.

‘이곳의 시스템은 그 처음을 실패로 만들지는 않을 거야. 이런 경우엔 최초 보상으로 위험을 진정시켜 줄 거라고.’

도현은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 도현도 완전히 확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도박에 가까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큰 손해는 없을 거란 계산도 있었다.

어쨌거나 첫 시도란 점에서 보상이 있을 테니 실패에 대한 페널티는 줄여줄 것이 분명했다.

성공하면 대박, 실패해도 손해는 적으리란 예상이 이런 도박을 하게 만든 것이다.

[하급 마력 연공법]은 끈질겼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마력 통로는 엄청난 유연성을 지닌 듯이 끝도 없이 팽창했다.

겨우 작은 실핏줄 같았던 통로가 점점 넓어지더니 심장의 대동맥처럼 굵어졌다.

그리고 <골렘의 심장 파편>과 <흐릿한 대지의 정수>가 합쳐진 거친 마력은 그 마력 통로를 거침없이 흘러가며 연공법에 길들여졌다.

그리고 그렇게 길들여진 마력은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마력심장이었다.

진짜 심장을 휘감은 마력 통로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심장.

실체 없는 에너지인 마력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경이로운 기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마력심장이 <골렘의 심장 파편>과 <흐릿한 대지의 정수>가 녹은 마력을 모두 머금었다.

“푸우우, 성공이다.”

도현은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마력이 안정되자 저도 모르게 긴 숨을 내쉬었다.

- 로드, 정말 경하드립니다. 엄청난 성과입니다.

에포르도 도현의 성공에 더없이 기뻐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도현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에포르 지금 <골렘의 심장 파편>과 <흐릿한 대지의 정수>를 산성의 점유율로 흡수할 거야. 혹시 이상이 있으면 이야길 해!’

아직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음을 잊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두 아이템의 마력을 흡수했고, 이제는 산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토(土) 속성의 기운을 흡수해야 했다.

- 아, 알겠습니다 로드. 이 에포르 성심을 다해서 지켜보겠습니다.

에포르가 직접 도움을 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도현도 그것을 알아들었다.

이번에도 모든 것은 도현 자신에게 달려있었다.

우우우우웅!

과거에도 몇 번이나 산성의 점유율을 높이는 아이템을 흡수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과정이다.

다만 이번에 흡수할 것들이 도현의 뱃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 달랐다.

도현은 조심스럽게 산성의 기운을 끌어냈다.

그런데 의외의 현상이 벌어졌다.

산성의 기운이 마력심장에서 용트림을 하며 터져 나온 것이다.

“이, 이게 무슨?”

도현은 깜짝 놀랐다.

터져 나온 산성의 기운이 엄청나게 강렬했다.

과거 99%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때와도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도현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연공법과 마력심장 때문이었다.

완성된 마력심장은 도현이 지닌 힘을 몇 배로 증폭시켰던 것이다.

도현은 신중하게 그 기운을 유도했다.

지금 움직이는 기운은 무속성의 마력이 아니었다.

산성이라는 특성을 지닌 마력.

그것이 뱃속에 들어 있는 <골렘의 심장 파편>과 <흐릿한 대지의 정수>를 감쌌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것을 흡수했다.

스스스스슥!

- 우와, 엄청납니다. 흡수가 이렇게 빠르다니 놀랍습니다.

에포르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두 아이템의 흡수가 끝나버렸다.

과거엔 하나의 아이템을 흡수하는데도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겨우 몇 분 만에 아이템 흡수가 끝나다니.

도현은 놀란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산성의 점유율을 확인했다.

머릿속에서 산성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중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이 느껴졌다.

- 로드! 52%, 52%까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예상보다 1.7%나 더 올랐습니다.

그리고 도현이 미처 수치로 환산하기 전에 에포르가 정확한 점유율을 알려왔다.

두 아이템을 흡수해서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점유율은 50.3%였다.

그런데 52%까지 올랐다.

1.7%가 작아보여도 실제론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마력심장, 이건 정말 엄청나군.”

도현은 다시 한 번 마력심장의 효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냈다.

헌터네임 : 캐슬

이명 : 일곱 성의 주인

등급 : 2등급

스킬 : [산성 장착][하급 마력 연공법][산성병사 소환]

H.Point : 0

권속 : 에포르

장비 :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

헌터 포인트가 0이 된 것은 뼈아팠다.

하지만 두 개의 스킬이 더해진 것에 도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급 마력 연공법]과 [산성병사 소환].

도현은 그 항목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하급 마력 연공법]은 말만 하급이지 실제 위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후에 중급 마력 연공법을 익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 정도였다.

중급은 하급 마력 연공법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하급 마력 연공법의 성취가 크면 클수록 중급 연공법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얻은 [산성병사 소환]은 숲의 성에 대한 해금을 뒤로 미룬 것을 전혀 아쉽지 않게 해 주었다.

말 그대로 도현이 부릴 수 있는 병사를 소환하는 스킬.

그것도 산성을 지키는 정예 병사를 소환해서 부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병사의 숫자는 도현이 활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에 달려 있었다.

엄청난 마력심장을 지닌 도현에겐 절로 웃음이 날 상황인 것이다.

* * *

“이야긴 들었느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응접실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최성수가 도현에게 물었다.

“1기 헌터들 말입니까?”

“그래.”

“5천 명이 사흘 후에 들어간다는 이야긴 들었습니다.”

과거처럼 3월 중순이 되면서 포탈로 들여보낼 1기 헌터들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이 어수선했다.

“대부분 전직 군인이나 경찰 같은 사람들을 뽑았다고 하더구나.”

“정부에서 군대 형태로 운용을 할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미리미리 계급까지 부여한 모양이고요.”

“그래. 한 개 중대를 100명으로 하고 대대를 500명, 연대를 2500명으로 한다더구나.”

“두 개의 연대로 만들었다는 거죠?”

“그냥 하나로 두기는 또 불안했겠지. 그래서 둘로 나눠서 서로 견제를 하도록 했을 거고.”

최성수는 조직도를 보고 정부의 의도를 그렇게 추측했다.

“어차피 한 번 넘어가면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도 못할 사람들인데 제대로 통제가 되겠습니까?”

도현은 일부러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실 과거의 기억에 의하면 헌터들은 별 문제 없이 뉴어스에 잘 적응했다.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차근차근 구역을 개척하며 시스템의 의도를 그런대로 잘 이행했던 것이다.

적어도 뉴어스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저쪽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쪽, 지구에서 일어난 욕심 때문이었다.

도현은 그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포탈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으니, 어쩌면 넘어가자마자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있단다.”

“그럴 일은 없겠죠. 지구 인류를 위해 싸우러 가는 건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음, 그랬으면 좋겠구나. 아무래도 포탈로 들어갈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가 않으니까.”

도현은 그렇게 말하는 최성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은 자신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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