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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7화 (7/184)

7. 미리미리 준비를(1)

7. 미리미리 준비를(1)

- 그야 로드께서 받으신 이름 그대로 일곱 개의 성을 다스리는 지고한 신분을 이르는 말이지요.

‘일곱 개의 성? 그럼 혹시 산성도 거기에 포함이 되는 건가?’

- 당연합니다. 일곱 개의 성은 중앙에 있는 로드의 군왕성과 그 군왕성을 지키는 여섯 개의 성을 말합니다. 그 여섯 중에 산성이 있습지요.

‘그렇군.’

- 물론 지금 당장 로드께서 부릴 수 있는 성은 고작 산성 하나 밖에 없긴 합니다.

‘산성의 일부를 내가 쓰고 있긴 하지. 다른 성들은 형체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 그렇습니다. 로드의 지배력이 산성의 일부에만 미치고 있음이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럼 다른 성들을 부리기 위해선 당연히 내가 성장을 해야겠지?’

- 옳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군왕성의 왕좌에 앉으시는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포르는 도현의 반응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런데 혹시 너는 내 과거를 알고 있나? 에포르?’

도현은 에포르가 자신의 과거 회귀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분명 차원을 잇는 회랑에서 [일곱 성의 주인]으로 각성을 했다.

그리고 회랑의 소멸과 함께 과거로 돌아왔으니 에포르가 각성 당시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저 에포르는 조금 전, 로드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로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에포르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그렇군.’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도현은 그런 상황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지금 상황이 나쁘진 않아. 어차피 이곳 뉴어스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해. 뉴어스란 이름도 아직은 나밖에 모르는 이름인 것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 것도 나뿐이지.’

도현은 그렇게 마음 정리를 하고 다시 상태창에 집중했다.

남은 두 개의 항목을 확인해야 할 때였다.

우선 관심을 끈 것은 30276이란 수치를 보이고 있는 H.Point였다.

“기가 막히네. 헌터 포인트가 3만이 넘어? 3만 점은 당연히 최초로 관문을 통과한 보상일거고? 1구역에서 얻은 실제 활동 점수는 고작 276점이란 소리지?”

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헌터 포인트는 당장 쓸 곳이 없는 항목이었다.

시스템 상점이 활성화 되어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헌터 포인트다.

그 전까지는 그저 헌터 활동에 따라서 조금씩 모이는 것만 의미가 있다.

그러다가 서로 교환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헌터들의 거래에 화폐처럼 쓰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 그랬으니 이번에도.

하지만 시스템 상점이 해금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헌터 포인트가 곧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헌터 포인트 때문에 골드 헌터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기도 한다.

시스템 상점이 해금된 후, 골드 헌터의 일부가 그레이 헌터들을 대대적으로 끌어 모아서 세력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종의 세금을 받는 것처럼 헌터 포인트를 걷어갔다.

당연히 그 골드 헌터들은 그렇게 모은 포인트로 시스템 상점에서 쇼핑을 했고, 그만큼 강해졌다.

골드 헌터와 일반 헌터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 바로 이 헌터 포인트 착취부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3만 포인트는 과거에도 쉽게 얻기 어려웠던 점순데, 이걸 1차 관문을 넘자마자 받았다고?”

도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 로드, 그게 그렇게 많은 점수입니까?

조용히 있던 에포르가 도현에게 물었다.

“30276점 중에서 276점이 내가 1구역과 관문에서 받은 점수야. 그 점수엔 그 동안 사냥한 것은 물론이고 던전에서 함정 구간을 지난 것도 계산이 된 거지.”

- 그렇습니까?

“더 중요한 건, 마지막에 잡은 관문 지킴이. 그 설인이 200점 정도를 줬을 거란 말이지. 그 놈은 3구역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급이니까.”

- 설인이 200점을 줬다면 3구역 정도 가면 그래도 점수를 얻기가 쉬워지는 거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번에 200점을 준 건 나하고 그 놈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그런 점수가 안 나오지. 어떤 경우엔 점수를 아예 소수점으로 받을 수도 있고.”

- 결국 1구역에서 평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점수가 고작 100점 정도란 겁니까? 그것도 많이 받았을 경우에 말입니다.

“활동 기간이 길면 점수를 조금 더 얻긴 하겠지만 그래봐야 200점 얻기도 어렵지.”

도현의 기억에 분명히 그랬다.

헌터 포인트는 정말 얻기 어렵다.

적어도 과거의 도현에겐 피눈물 나도록 얻기 어려웠던 것이 헌터 포인트였다.

물론 그렇게 얻은 대부분의 점수를 또 골드 헌터에게 빼앗겼었다.

- 그럼 그 점수는 어디에 쓰는 겁니까?

“나중에 시스템 상점이 열리면 쓸 수 있지.”

- 시스템 상점이 있습니까?

“2구역엔 없어. 그래서 아직까진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야. 물론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조금 미뤄둘 문제였다.

상태창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

“그런데 이건 뭐지? 주머니라니? 혹시 그건가? 아공간?”

도현은 혹시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헌터들을 위한 이계의 시스템에는 분명히 인벤토리와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인벤토리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었다.

게다가 그렇게 해금된 인벤토리도 시스템 상점에서 헌터 포인트를 들이부어야 쓸 만한 크기가 된다.

기본 인벤토리는 그야말로 동전 주머니보다 약간 더 큰 정도다.

그런데 설인을 잡고 얻은 주머니가 뜬금없이 장비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시스템에서 장비로 취급하는 주머니.

그것은 분명 인벤토리와 비슷한 활용도를 가진 공간 확장 도구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여는 거지?”

도현도 과거에 시스템 장비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시스템 장비는 그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되는 거였지. 그런데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는 이미지 자체가 없단 말이지. 본 적이 있어야 떠올리든 말든 하지.”

과거에 얻었던 검(劍)은 일단 시스템에 등록하기 전에 먼저 실물을 봤다.

그래서 시스템에 등록한 후에도 쉽게 불러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본적도 없는 주머니라니.

그것도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

도현이 곤란한 상황에 이마를 찌푸릴 때였다.

- 로드, 로드께 속한 물품이라면 당연히 제게 하문하시면 될 일입니다. 그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를 드릴까요?

도현의 고민을 알아차린 듯 에포르가 뜻밖의 말을 했다.

“응? 에포르 네가 그걸 꺼낼 수 있다고?”

도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 제가 누굽니까? 왕궁의 관리인이며 의전 담당관 아니겠습니까? 로드께 속한 주머니라면 제가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그, 그래? 그럼 그 주머니 좀 보여줘.”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이 로드.

도현의 말에 에포르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하얀 가죽 주머니가 눈앞에 나타났다.

도현은 깜짝 놀라서 그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양손에 나눠 들고 있던 수정과 가죽 코트를 떨어뜨릴 뻔 했다.

“이게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야?”

도현은 발밑에 설인의 수정(水晶)과 가죽 코트를 내려놓고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를 꼼꼼히 살폈다.

하얀색의 가죽은 짧은 털이 촘촘했다.

크기는 두 손바닥을 펼친 정도였는데 복주머니처럼 입구에 끈이 달려 있었다.

도현은 그 끈을 풀고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 로드, 그렇게 해서는 그 주머니의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런 도현에게 에포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처럼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는 그저 일반적인 가죽 주머니에 불과했다.

조금 큰 복주머니 사이즈, 딱 그 정도 공간만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도현이 에포르에게 물었다.

- 당연히 제 자리에 넣어야지요. 로드, 그것은 법칙과 관계된 것이 아닙니까.

에포르가 말하는 법칙이란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니 이 주머니는 시스템에 연결해서 써야 한다는 소리다.

“아, 시스템에 등록한 상태로 써야 한다는 거구나?”

도현도 금방 에포르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 그렇습니다. 로드.

“그럼 에포르가 이걸 다시 등록할 수 있겠네?”

도현도 시스템 장비의 등록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과거에 해 본 경험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굳이 에포르에게 그것을 물은 것은 에포르를 위해서였다.

-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마이 로드.

잔뜩 신이 나서 대답하는 에포르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에포르는 도현에게 봉사하는 것에서 기쁨과 성취감을 얻는 존재였다.

왕궁의 관리와 도현의 의전을 담당하는 일.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에포르임을 도현이 파악해 낸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현의 손에서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가 사라졌다.

- 마이 로드.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를 로드께서 쓰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시스템에 등록했다는 이야기다.

“물건을 넣고 빼는 일은 네게 맡기란 소리구나?”

- 당연한 일입니다. 로드의 소유물을 관리하는 것 또한 제 임무에 속하는 것입니다.

도현의 물음에 에포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이것들을 좀 보관해.”

도현은 곧바로 설인의 수정과 가죽 코트를 손에 들며 말했다.

- 넵, 알겠습니다. 로드.

그 순간 에포르의 대답과 함께 두 가지 물건이 도현의 손에서 사라졌다.

- 로드, 설인이 남긴 수정과 가죽 옷을 보관했습니다. 언제든 필요하실 때 말씀하시면 꺼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물건의 행방에 대한 에포르의 보고가 이어졌다.

도현이 활짝 웃었다.

“좋은데?!”

에포르에게 물건의 관리를 맡기는 것은 나쁘지 않다.

언제든 원하는 것을 말하기만 하면 에포르가 찾아 줄 것이다.

그것은 편리함도 있지만 긴박한 순간에 시간을 아끼고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도현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를 이유가 충분했다.

* * *

“요즈음 뭘 하고 다니는 게냐?”

최성수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아들에게 물었다.

연말에 청와대에서 돌아온 후부터 아들이 변했다.

그 전에도 대경의 마성현과 어울리면서 회사 일에 소홀했던 아들이지만 근래엔 더 심했다.

달리 어디를 나다니는 것도 아닌데 방에 틀어박혀 꼼짝을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더니 요즘은 또 회사엔 출근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돌아 다녔다.

“준비해야 할 것이 좀 있습니다.”

아들이 대답을 하지만 영 속에 차지 않는 대답이다.

“도대체 그 준비란 게 뭐란 말이냐? 마성현인가 하는 놈과는 더 이상 얽히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마성현은 이제 볼 일 없습니다.”

“그럼?”

“포탈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있습니다.”

“뭐? 포탈?”

“조만간 5천 명의 재능자를 들여보낸다고 합니다.”

“그거야 정부에서 발표를 했으니 그렇게 되겠지.”

“그 사람들, 다시는 지구에 돌아오지 못한답니다.”

“그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뭐?”

“비밀 서약 때문에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포탈은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겁니다.”

“으음.”

“그 변화에 우리 유성공업같은 기업도 포함이 될 겁니다.”

“포탈이 우리 유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네, 그것도 직접적으로요.”

“그게 무슨?”

최성수는 아들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걸까?

“새로운 세상이 포탈 너머에 있습니다. 그럼 그곳에 이곳 지구에는 없는 새로운 광물이 없겠습니까? 우리 유성이 취급하는 게 뭡니까? 금속 아닙니까? 갖가지 금속들.”

“그렇긴 하다만.”

“새로운 광물 하나만 발견되어도 그걸로 만들 합금의 종류가 한 둘이 아닙니다.”

“같은 종류를 섞어도 비율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금속이긴 하지.”

“그러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가 요즘 그걸 알아보고 다녔다는 이야기냐?”

“저희 유성의 힘으론 그런 일에 끼어들긴 좀 어렵지만, 그래도 제가 ‘그때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냉대를 하진 못할 겁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는 중입니다.”

연말에 청와대 연회에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연줄이 된다는 소리다.

“흠. 그렇구나. 성과가 없더라도 네가 헛짓거릴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란 것만으로도 안심이다. 됐다. 알아서 해라.”

최성수는 통 크게 아들을 인정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미래를 보고 뭔가를 해 보겠다고 애쓰는 아들이 아닌가.

그것도 모르고 타박을 했으니 도리어 얼굴이 뜨거울 일이다.

그러니 이참에 아들을 믿어 주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꼭 성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도현이 그런 최성수에게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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