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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6화 (6/184)

6. 1구역 관문 통과(2)

6. 1구역 관문 통과(2)

도현은 급히 다시 방패를 앞으로 끌어왔다.

쿠아아앙! 주르르륵!

“크윽! 제법!”

설인의 전투망치를 막은 방패가 굉음을 내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도현의 발이 바닥을 타고 미끄러졌다.

“으라차차!”

하지만 그렇게 미끄러지는 것은 도현의 의도였다.

한 자리에 붙박힌 상태로 설인의 망치를 정면으로 막는 충격은 견디기 어렵다.

적어도 지금의 도현으로선 위험한 일이다.

도현의 갑옷과 방패는 충분히 튼튼하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도현의 몸은 아직 여리고 약했다.

아무리 [산성]의 기운으로 몸을 강화해도 1구역을 통과하지 못한 도현은 초기 각성에서 얻은 육체 능력을 더 늘리지 못했다.

헌터로 각성할 때 생긴 최소한의 것이 전부였다.

육체적인 성장도 각성으로 얻은 효과 이외엔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3구역 몬스터 중에서도 강한 축에 드는 투사급 설인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버티긴 어렵다.

그래서 망치와 방패가 부딪히는 순간 1차적으로 비껴막기로 힘을 흘렸다.

그렇게 하고도 밀려드는 힘은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것으로 상쇄했다.

당연히 도현에겐 거의 충격이 없었고, 덕분에 다음 움직임도 계획한 대로 할 수 있었다.

도현은 미끄러지던 속도를 추진력 삼아서 설인의 옆으로 돌아 뒤를 잡았다.

쿠오오오오!

설인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너희는 무리 사냥을 하지. 그래서 서로를 보호하는데 익숙해. 왜냐하면 이렇게 몸을 돌리는 게 느리니까! 차아앗!”

도현은 설인의 뒤로 돌아간 후, 그렇게 말하며 힘껏 방패를 휘둘렀다.

하지만 도현은 방패 면으로 설인을 치지 않았다.

도현의 방패는 횡으로 움직이며 모서리로 설인의 아킬레스를 쳤다.

퍼퍼퍽!

짧고 강렬한 공격이 수차례 설인의 뒤꿈치를 쳤다.

쿠과광!

그리고 도현을 노린 설인이 몸을 돌려 망치를 휘둘렀을 때, 도현은 다시 몸을 옮겨 설인의 뒤를 잡고 있었다.

“몸을 돌리는 것이 느리다는 사실만 알면, 너를 잡는 건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야. 새꺄!”

도현은 그렇게 다시 뒤를 잡고는 이번에는 설인의 반대쪽 아킬레스를 방패로 찍었다.

퍽퍽퍽!

쿠어어어어!

그리고 그 뒤로 도현의 공격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설인이 냉기 공격을 할 때는 방패를 내밀어 막았고, 그 후엔 최대한 설인의 뒤를 잡고 아킬레스를 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열, 스물, 서른.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집요할 정도로 반복되는 공격이 이어졌다.

쿠어어어!

쿠구궁!

결국 설인은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양쪽 발목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체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도현은 쓰러진 설인의 모습에 쾌재를 불렀다.

이후의 싸움도 이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앉은뱅이 신세의 설인, 이번엔 방패를 이용해서 뒷목을 노렸다.

중간에 급하게 전투망치를 휘두르던 설인이 전투 망치를 손에서 놓친 것은 더할 수 없는 행운이었다.

덕분에 설인 공략은 한층 쉬워졌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국 설인은 도현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터덜썩!

뒷목까지 너덜너덜해진 설인이 바닥에 쓰러졌다.

“휴우, 힘드네.”

설인의 회복력은 뛰어난 편이다.

털과 가죽 덕분에 상처를 내기도 힘들지만 어지간한 자상은 빠르게 아문다.

그래서 날붙이의 자상보다는 묵직하게 둔기로 짓이기는 상처가 더 효과적이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단칼에 잘라내는 것이 좋지만 그건 지금 수준의 헌터들에겐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도현도 굳이 날붙이를 쓰지 않았다.

일부러 방패 모서리로 상처를 내면서 방패 끄트머리를 바스러지게 했다.

흙과 돌이 압축된 방패.

그 흙가루와 돌가루가 설인의 상처에 뒤섞이게 한 것이다.

설인의 상처 재생을 막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이기긴 이겼네.”

도현은 대수롭지 않은 척 말하며 쓰러진 설인을 다시 확인했다.

완전히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다행히 설인의 몸은 조금씩 승화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설인의 몸에서 흐릿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조금씩 설인의 몸이 녹아 없어졌다.

시스템이 만든 특별한 공간에서 죽은 것들은 그렇게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전리품을 남긴다.

몬스터든 인간이든.

도현은 설인이 사라진 자리에서 주먹 크기의 수정과 가죽 코트를 주워들었다.

전리품 수거까지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도현은 피식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붉은 빛의 코어를 향해서.

도현이 코어에 다가가 손을 올리자 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도전자 캐슬, 관문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도전자 캐슬, 1구역 관문 지킴이를 처치했습니다.]

[관문 지킴이 처치에 대한 보상이 있습니다.]

[보상은 2구역 진입과 동시에 지급됩니다.]

[2구역으로 가시겠습니까?]

“진입한다.”

시스템의 물음에 도현은 망설임 없이 2구역으로의 진입을 선택했다.

[관문 통과를 같은 진영의 도전자들에게 알리시겠습니까?]

“알리지 않겠다.”

[관문에 대한 정보 공개가 일정 기간 보류됩니다.]

“얼마나 보류된다는 거지?”

[관문에 대한 정보는 다음 통과자가 탄생할 때까지 보류됩니다. 통과자 캐슬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시겠습니까?]

“포함하지 않는다.”

[정보 공개 시, 최초 통과자에 대한 정보는 헌터명, 캐슬만 공개됩니다.]

“결국 이름은 공개가 된다는 거군.”

도현은 시스템의 알림에 불만스러운 듯이 투덜거렸지만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을 짐작했던 일이다.

[2구역으로 진입합니다.]

도현이 뭐라 떠들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시스템은 그렇게 알리고 도현을 이동시켰다.

도현은 코어 홀에서 씻은 듯이 자취를 감췄다.

* * *

[2구역에 진입합니다.]

[최초의 진입자를 확인합니다. 관문 지킴이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시스템의 일부를 해지합니다.]

[상태창을 열 수 있습니다.]

[상세한 설명은 상태창의 각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의 해금으로 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최초 진입으로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관문 지킴이 처치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상태창에서 확인하십시오.]

새로운 공간에 도현의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 시스템 알림이 요란스럽게 떠올랐다.

하지만 도현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도 경험했던 것들이었다.

다만 최초 진입과 관문 지킴이 처치에 대한 보너스은 경험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좋군.”

도현은 주위를 살펴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정신을 집중해서 상태창을 불러냈다.

헌터네임 : 캐슬

이명 : 일곱 성의 주인

등급 : 2등급

스킬 : [산성 장착]

아주 간단한 상태창이 도현의 눈앞에 보였다.

도현은 캐슬이라고 표시된 자신의 헌터네임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꽤나 마음에 든 것이다.

이 헌터네임은 이후에 헌터의 신분을 확인하는 시스템의 마도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이후로 최도현이란 이름이 헌터 시스템에서 공식적으로 드러날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헌터네임이 정해진 것은 당연히 1차 관문에 도전할 때, 도현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1차 관문에 입장할 때에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헌터네임이 결정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런 사실을 몰랐던 초기 헌터들은 대부분 실명을 헌터네임으로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 다음 헌터네임 밑에 있는 이명은 곧 그 헌터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과거에 도현은 [산성의 주인]이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곱 성의 주인]으로 바뀌어 있다.

도현의 꿈, 그 마지막에 [산성의 주인]에서 승급해서 얻은 것이 [일곱 성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은 꿈이 아니라 기억이라 봐야 했다.

“결국 회귀를 했다는 건가? 예지몽 같은 것이 아니라?”

[일곱 성의 주인]을 계승한 것으로 봐서는 회귀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도현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예지몽이든 회귀든, 앞으로의 전개는 어차피 달라질 테니까.”

도현은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다시 상태창에 집중했다.

기억에 의하면 같은 이명을 지닌 헌터들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도현이 과거에 지녔던 [산성의 주인]이나 이번에 가지게 된 [일곱 성의 주인]과 같은 이명이 특별한 경우도 있다.

일컬어 고유 이명이라 부르는 것으로, 단 한 사람만 가지는 종류다.

이 외에 복수의 사람들이 가지긴 하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는 희귀 이명이라고 따로 분류를 하게 된다.

나머지 흔한 이명들은 특별히 분류를 하지 않는다.

어쨌건 이명을 확인하면 대충 그 헌터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어설픈 검사], [초보 궁수], [풋내기 마법사] 등이 상태창을 처음 개방한 헌터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이명이다.

상태창의 이명 밑에 붙은 등급은 사실상 몇 번째 구역까지 진출을 했는지를 말한다.

포탈을 넘은 헌터들은 1등급이고 도현처럼 첫 관문을 지나면 2등급이 된다.

이후로 관문 하나를 넘을 때마다 등급이 하나씩 오른다.

당연히 나중에 들어오는 헌터들이 등급을 상대적으로 쉽게 올린다.

앞선 헌터들이 관문을 통과하면서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문 지킴이가 없으면 마지막 시험은 치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늦은 기수의 헌터들이 등급 올리기가 쉬울 수밖에.

마지막으로 헌터들의 실질적인 기술을 나타내는 대망의 스킬.

헌터들에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에 따라서 스킬의 종류가 사뭇 달라지는데 그 위력도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 도현이 가지고 있는 [산성 장착]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스킬이다.

게다가 성장 폭도 굉장히 크다.

첫 시작을 30%의 위력으로 시작해서 100%까지 성장할 수 있는 스킬.

그것도 30%의 기본 효과만으로도 탱커로선 최상급에 속할 정도의 스킬이다.

과거에 골드 헌터들이 도현의 가치를 높게 책정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이 [산성장착] 스킬의 힘이었다.

도현이 탱커들 중에서도 항상 손에 꼽힐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던 스킬.

이 스킬은 헌터가 성장할수록 조금씩 늘어난다.

물론 이명이 주는 스킬 이외에도 스킬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았다.

스킬을 부여하는 아이템들이 간혹 등장하곤 하니까.

그런 기회를 얻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제 보너스를 볼까?”

도현이 단 네 줄의 상태창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상태창이 밑으로 늘어나며 보이지 않던 항목이 나타났다.

H.Point : 30276

권속 : 에포르

장비 : 설인여왕의 가죽 주머니

그리고 짧지만 중요한 정보다 첨가되었다.

그런데.

“권속?”

도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과거의 기억에 자신의 상태창에 권속이란 것은 없었다.

그런데 에포르란 권속이 있다고?

도현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을 발견하자 더욱 세밀하게 자신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권속이 있다면 분명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 역시 시스템이 준 것.

헌터가 지닌 하나의 특성이라면 분명히 헌터 스스로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자신의 내면을 샅샅이 훑어가던 때, 어느 순간 도현은 왼손 중지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순간 목소리 하나가 도현의 머리를 울렸다.

- 오오, 드디어 저를 찾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이 로드.

왼손 중지의 이질감, 그것이 도현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누구지? 너는? 네가 에포른가?’

도현이 그것에게 의지를 전했다.

어차피 음성으로 통하는 대화가 아니었다.

-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를 먼저 드려야 하는 것인데.

- 저는 로드께 봉사하는 존재, 왕궁의 관리인이자 의전 담당관인 에포르라고 합니다.

‘네가 에포르라고?’

- 그렇습니다. 로드께 봉사하는 충실한 신하입지요.

‘로드?’

- 로드께서 [일곱 성의 주인]이시니 당연히 그 영광스런 자격을 가지셨지요.

‘그 [일곱 성의 주인]이 정확하게 뭐지?’

도현은 자신이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그 새로운 이명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에포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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