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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5화 (5/184)

5. 1구역 관문 통과(1)

5. 1구역 관문 통과(1)

“이거 시간 조절을 잘 해야겠네. 여기선 지구의 복잡한 물건들 대부분이 작동불능이라 시계도 안 움직인단 말이지.”

도현은 뉴어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 식사에 늦었다.

문을 닫아 걸어놓고 대답도 없는 도현 때문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침부터 힘을 뺐다.

여동생은 도현이 다 늦게 사춘기가 온 거 아니냐며 놀리기도 했다.

도현은 지은 죄가 있어서 묵묵히 그 타박을 받아 넘겨야 했다.

그리고 간신히 식사를 마친 후에는 다시 방으로 올라와 문을 닫아걸었다.

포탈까지 나타난 세상에서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설계를 진지하게 해 본다는 핑계로 일체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리고 다시 뉴어스로 넘어온 도현이었다.

[포탈이동] 능력은 도현의 예상대로 위치가 저장되었다.

항상 이동한 지점으로 다시 복귀 할 수 있었다.

그것까지 확인한 도현은 며칠 동안 뉴어스 적응에 힘쓰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 * *

뉴어스의 1구역은 서쪽 끝에 있는 포탈 홀에서 출발해서 동쪽으로, 부채꼴 형태로 넓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지역의 대부분은 숲이다.

그 숲은 대단히 넓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동쪽으로 가다보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절대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투명한 막이라도 있는 듯이 앞으로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그 장벽은 아무리 두드리고 더듬어도 통과할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답은 1구역 숲의 안쪽 어디에 있다.

1구역 숲의 안쪽은 야트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는데, 지형이 거칠다.

언덕은 여기저기 갈라진 계곡들이 있고, 거친 탁류가 흐르기도 한다.

그런 계곡들 중에 하나, 그 끝에 답이 있었다.

도현은 며칠간의 적응을 마치고 오늘 바로 그 계곡 끝에 와 있었다.

지형이 거칠어서 나무나 풀도 많지 않고, 야수형의 몬스터도 잘 나오지 않는 곳.

때문에 과거 초창기의 헌터들은 이쪽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곳의 계곡들 중의 한 곳에, 다음 구역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음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도현이 기억하기로 과거엔 5기 헌터들이 들어오고도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에야 1단계 관문이 뚫렸다.

“읏차!”

도현은 계곡 끝에서 무너져 흘러내린 돌무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 돌무지 안쪽에 1단계 관문이 있었다.

던전이라는 형태로.

도현이 흘러내린 돌들을 어느 정도 치우자 그 안에서 좁은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동굴 입구에서 몇 미터 안쪽에 던전의 입구가 있었다.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면 누구나 찾을 수 있지. 뭐 그렇게 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그 쪽으로 재능도 있어야 할 거고.’

뉴어스에서 특별한 것들은 대부분 특유의 마력을 품고 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그 마력을 탐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또 그만큼 헌터의 탐지 능력도 성장하니까 균형이 맞춰지는 면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곳 돌무지 안에 숨겨진 던전의 입구는 꽤나 파악하기 쉬운 마력을 흘리고 있다.

물론 도현의 입장에서 파악하기 쉽다는 소리지만.

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도현은 곧바로 던전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가 들어온 동굴 입구를 무너뜨렸다.

돌과 흙이 뒤섞인 동굴은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던전 입구는 다시 깔끔하게 은폐된 것이다.

이곳은 도현이 밝히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야 발견될 것이다.

[1차 관문의 도전자를 확인합니다. 도전자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도현이 던전 입구로 다가가자 곧바로 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캐슬.”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이름을 댔다.

하지만 최도현이란 이름을 쓰지는 않았다.

시스템에 남는 이름은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질 수 있다.

그러니 실명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이름이 캐슬이었다.

실명이 아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이었으니까.

[캐슬의 도전이 시작됩니다.]

도현의 대답에 맞춰 시스템의 안내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후, 도현의 눈앞에 거칠게 다듬은 동굴 통로가 나타났다.

던전 안으로 이동 된 것이다.

드문드문 빛이 나는 광석들이 불규칙적으로 박혀 있어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였다.

‘냄새는 여전하네.’

도현은 코를 마비시키는 것 같은 악취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족 보행의 몬스터 중에 하나인 고블린.

그 중에서도 산에 주로 사는 산악 고블린이 이 관문의 주인이었다.

그것들이 사는 동굴에서 신선한 공기를 기대할 순 없다.

워낙 서식 환경이 지저분한 놈들이기 때문이다.

키릭 키릭 키리릭!

그 때, 꺾어진 동굴 통로 너머에서 고블린의 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빠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도현이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스킬인 [산성 장착]을 사용한 것이다.

관념 속에 있는 점유율 30%의 산성이 방패와 갑옷의 모습으로 그의 몸 위에 소환되었다.

과거의 도현은 이 스킬 하나로 S등급의 헌터로 인정받았다.

산성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더 견고한 갑옷과 방패를 소환할 수 있으니 100%의 점유율에 가까워질수록 끊임없이 성장했던 것이다.

도현은 100% 가까운 점유율을 완성한 후, 어떤 몬스터의 공격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게 되었었다.

마지막 차원연결 회랑에서도 도현은 모든 적들을 물리치고 끝까지 살아남지 않았나.

그 정도로 [산성 장착]은 최고의 방어 스킬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혼자 날뛸 수 있다는 거지. 여기 있는 고블린들은 내 갑옷과 방패를 뚫지 못하니까.’

도현은 스킬 발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 끼이이익!

갑옷 때문에 무거워진 도현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동굴 모퉁이에서 곧바로 고블린 몇 마리가 뛰어 나왔다.

슉슉슉! 티디딩!

그리고 뭔가가 도현에게 날아왔다.

고블린 특유의 바람총이었다.

독침을 쏘아내는 것은 고블린들의 주된 공격 방법이다.

하지만 온 몸을 빈틈없이 갑옷으로 감싼 도현에겐 어림도 없는 공격이다.

허무하게 튕겨진 독침들.

그것들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도현이 고블린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으라차차찻!”

콰광! 콰광! 콰직!

퍼걱! 퍼걱! 퍽퍽퍽!

도현은 왼 손의 방패를 거칠게 휘두르며 틈을 만들고 오른손 주먹을 내질렀다.

도현의 오른손도 돌과 흙이 응축된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 주먹은 말 그대로 돌주먹.

고블린들의 연약한 머리통은 그 주먹을 이길 수가 없다.

키이이이익! 키이익!

순식간에 쓰러지는 고블린들의 두려움에 찬 비명이 이어졌다.

* * *

이 던전에서는 적게는 너덧 마리에서 많게는 십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고블린들은 도현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도현의 관념 속 산성은 높은 바위산을 깎아서 만든 모습이다.

수 천 명의 병사가 머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데, 그 중에서 30%의 점유율을 도현이 가지고 있다.

도현이 사용하는 [산성 장착]은 바로 그 산성을 압축해서 갑옷과 방패의 모습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그 거대한 산성을 압축한 방패와 갑옷이다.

그것을 하급의 고블린들이 흠집이나 낼 수 있을까.

갓 각성한 초보 헌터였다면 숙련도가 떨어져 제대로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다른 헌터들이 도현의 스킬을 얻었더라도 갑옷이나 방패의 방어력은 도현만큼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현은 이미 숙련도 MAX를 찍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그러니 던전 공략이 쉬워도 너무 쉬웠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서 그것이 가능한 것은 도현뿐이다.

‘뭔가 날로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지.’

도현은 앞쪽을 쳐다봤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통로가 거기 있었다.

거친 동굴 통로였던 던전이 앞쪽으로 잘 다듬은 석조 통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긴 2단계로 가는 관문이야.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곳이지.’

도현은 살짝 긴장하며 심호흡을 했다.

‘지금까진 가장 기본적인 전투력을 확인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외의 능력을 확인하는 단계.’

도현은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닥이 꺼지는 함정.

화살이 쏟아지는 함정.

산성용액과 마비독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곳.

날카로운 창이 들락거리는 구간.

이런 함정들이 통로에 즐비했다.

하지만 이것들의 공통점은 어딘가 그것을 해체할 장치가 있다는 것.

간혹 그런 것들이 함정 구간 안에 있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엔 거기까지 가는 안전한 루트가 있었다.

도현은 그 모든 함정들을 익숙하게 해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함정구간의 끝에 도착해서 그 앞을 막고 있는 문을 힘껏 밀었다.

쿠르르르르르릉!

그러자 넓은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둥 없이 벽과 천정으로 이루어진 넓은 공간, 그 너머에 붉게 빛나는 코어 하나가 있었다.

“코어.”

도현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코어는 일종의 중심핵이었다.

지금 도현의 눈앞에 있는 붉은 색의 코어는 1구역의 관문인 이 던전을 유지하는 근원이었다.

하지만 도현은 문 안으로 성급히 들어가지 않았다.

이곳은 관문의 마지막 시험이 있는 곳이다.

보스급의 몬스터가 등장해서 코어를 지킨다.

이곳을 지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보스를 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어에 다가가는 것이다.

코어를 중심으로 반지름 2미터 내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2구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굳이 관문지기인 보스를 잡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도현도 그 방법으로 이곳 홀을 지나갔었다.

보스를 잡지 않았다는 이야기.

하지만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때는 보스가 없었지.’

도현은 코어 홀에 모습을 드러내는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관문에서 한 번 잡힌 보스 몬스터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곳 코어 홀은 일종의 보너스 스테이지와 같다.

빠르게 달려서 코어에 먼저 다가가면 관문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물론 그 때도 보스 몬스터를 잘 피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사냥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쉬운 일이다.

물론 지금 도현이 그런 선택을 할 일은 절대 없었다.

‘피하긴 개뿔! 이놈이 주는 보너스는 내 거다!’

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보스 몬스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쿠어어어어!

쿠구구궁!

3미터에 가까운 키, 좌우로 떡 벌어진 어깨, 울끈불끈한 근육을 뒤덮은 길고 새하얀 털.

‘3구역 설산에서 나오는 설인.’

도현은 보스 몬스터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아봤다.

‘그것도 투사급 설인이다. 무기는 전투망치. 생각보다 민첩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쿠오오오오오!

후우웅! 후웅! 후웅!

설인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도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도현의 상체와 비슷한 크기의 망치머리가 종횡으로 날아들었다.

도현은 그 공격을 빠른 풋워크와 몸짓으로 피해냈다.

‘이건 단지 간보기 수준이지. 자, 이제 시작해야지? 덩치?’

도현이 설인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쿠오오오오 푸화화화화화확!

설인이 숨을 깊이 들이키더니 다음 순간 강하게 뿜어냈다.

후화화화확 스르르르르륵!

그러자 설인의 입 바람에 코어홀 전체가 얼어붙었다.

그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오직 코어를 중심으로 한 일정 공간뿐이다.

‘이게 바로 힌트지. 저 안으로만 들어가면 안전하다는. 하지만 그게 또 쉽지 않지. 냉기에 의한 속도 저하 효과가 나타나거든.’

쩌저저적!

도현은 앞으로 내밀어 바람을 막았던 방패를 옆으로 치웠다.

방패로 입바람의 대부분을 막았음에도 도현의 몸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 있었다.

쿠롸롸롸롸!

후우우웅!

도현이 방패를 치워 시야를 확보하는 순간, 설인의 전투망치가 도현에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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