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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4화 (4/184)

4. 마성현의 것을 가로채다(2)

4. 마성현의 것을 가로채다(2)

하지만 도현의 자원은 곧바로 다른 이들의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닙니다. 이런 일을 민간인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저희 경호실에서 맡는 것이 옳습니다.”

대통령 바로 곁에 붙어 있던 경호실장이 불쑥 나선 것은 분명 도현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그리고 순식간에 경호대원들 사이에서 충성 경쟁이 펼쳐졌다.

말은 경호실장이 꺼냈지만 실제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부하들이 되는 셈이었다.

사실 경호실장도 자신이 직접 위험한 일을 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가 나서면 부하들이 지원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흠, 확실히 민간인에게 맡기긴 어렵겠지. 어떤가 경호실장?”

“네, 저기 이두영 대원이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대통력의 물음에 경호실장은 대원들 중에 한 사람을 콕 찍었다.

조금 전에 도현을 포탈근처에서 끌어냈던 그 대원이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두영 대원은 경호실장의 말에 덜컥 거수경례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골드 포탈로 다가갔다.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황금색 기류가 타원형으로 회오리치는 포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 진짭니다. 목소리가 들립니다. 지구 인류에게 알린다. 이 포탈은 황금 포탈이라 한다. 이 포탈은 잿빛의 포탈과 달리 지휘관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잿빛 포탈로 일반 전사 1천명이 입장하면 이 포탈이 활성화되어 세 명이 입장할 수 있다. 이 황금 포탈로 입장하여 각성하는 지휘관은 특별한 자격을 얻게 된다. 잿빛 포탈로 입장한 전사들이 다시 지구로 되돌아 올 수 없는 것에 비해서 이 황금 포탈로 입장한 지휘관은 자유로이 포탈을 이용할 수······.”

“그만!”

이두영 대원의 목소리가 이어지던 중에 갑자기 대통령이 고함을 질렀다.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는 방금 들은 내용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인류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비밀 유지에 관한 서약서를 쓰고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결단은 빨랐다.

황금 포탈에서 무슨 내용이 더 이어질지 몰라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알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선언에 따라서 충무실과 인왕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급하게 준비된 비밀 준수 서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인을 마친 사람들은 빠르게 귀가조취 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청와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남을 자격이 있는 이들은 남았고, 이후에 골드 포탈의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고민에 빠졌다.

도현은 청와대에서 마성현과 헤어져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 * *

집으로 돌아온 도현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혹시라도 방해받지 않도록 문을 걸어 잠갔다.

“휴우, 긴장되네. 그러니까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뉴어스로 갈 수 있다는 거지? 포탈을 통하지 않고?”

도현은 골드 포탈과의 최초 접속으로 얻은 특권을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꿈에서 포탈을 넘은 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헌터의 힘.

그것에 집중해 본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자신이 쓸 수 있는 능력을 알 수 있었다.

[포탈이동]

아주 단순한 이름의 능력.

그것은 따로 포탈을 만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순간에 포탈에 들어간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능력이었다.

“마성현이 과거처럼 잘 나갈 일은 이제 없겠네. 크하하하하.”

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 시원하게 웃었다.

마성현을 뉴어스에서 보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 능력이 없다면 과거의 영광을 누릴 일은 없다.

“그럼 이걸 사용하면 그대로 뉴어스로 간다는 소리네? 그런데 어디로 간다는 거지?”

도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급하게 드레스룸으로 건너가 옷을 갈아입었다.

파티를 위해서 입었던 옷들을 벗고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을 챙긴 것이다.

신발도 드레스룸에 함께 있었기에 공장에서 신는 안전화를 찾았다.

그렇게 복장을 갖춘 도현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첫 이동이니까 분명히 1구역의 어딘가로 가겠지.”

꿈에서 처음 포탈을 넘은 사람들이 도착하는 곳은 동일했다.

그러니 자신도 그곳으로 가게 될 거라고 도현은 생각했다.

물론 아직까지 포탈을 넘은 사람이 없으니 텅 빈 상태일 것이고.

“휴우, 가자. 가기로 했으니 가야지.”

조금 무섭긴 했지만 도현은 자신의 꿈을 믿었다.

꿈대로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포탈이동]”

도현이 의지를 담아 능력의 명칭을 말했다.

굳이 입으로 소리를 낼 필요는 없지만 첫 시도라 최선을 다한 것이다.

스화화확!

그 순간 도현의 모습은 그의 방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

화락!

그리고 살짝 공기가 요동을 쳤다.

도현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그 체적만큼의 진공 상태가 생긴 것이다.

스홧!

“으음.”

능력의 사용과 동시에 도현은 자신이 새로운 장소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딜레이 없이 순식간이네? 그럼 돌아가는 것도 그렇게 되나?”

도현은 주변을 살피는 동시에 [포탈이동] 능력에 집중했다.

하지만 다시 사용할 수는 없었다.

“30분? 그 정도 있어야 다시 쓸 수 있는 거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본능이 알려주는 정보가 그랬다.

도현은 [포탈이동] 능력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엄청난 넓이의 홀.

높은 천장과 규칙적으로 서 있는 굵은 돌기둥.

대리석으로 된 바닥과 저 멀리 보이는 활짝 열려 있는 입구.

사방의 벽 상단에 뚫린 창문들이 밝게 빛나고 있는 덕분에 실내는 밝은 편이었다.

이곳은 지구에서 포탈을 넘어 처음 도착하는 포탈 홀이 분명했다.

도현도 꿈속에서 그레이 포탈을 넘었을 때, 이곳에 도착했었다.

그 때는 제 4기의 5천명 동기들과 함께였었다.

고대 그리스의 신전처럼 지어진 석조 건물 안, 신상이 있으면 적당할 위치에 잿빛의 아지랑이 같은 포탈이 있다.

저 포탈 너머는 청와대 정원일 것이다.

하지만 이쪽에서 그레이 포탈을 이용해서 지구로 넘어갈 수는 없다.

그레이 포탈은 지구에서 뉴어스로 오는 일방 통행이기 때문이다.

도현은 그 포탈을 잠시 눈에 담다가 고개를 돌려 입구로 향했다.

포탈 홀 밖으로 나서면 무엇이 있을까.

꿈속, 아니 과거의 도현은 포탈이 열리고 대략 1년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이곳에 도착했다.

도현보다 앞서서 세 번이나 먼저 사람들이 들어온 후였다.

그러니 첫 기수의 사람들이 이곳 뉴어스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은 알지 못했다.

* * *

과거엔 포탈이 나타나기 몇 개월 전,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고, 유성공업은 갖가지 악재를 겪으며 무너졌다.

아버지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열 평이 조금 넘는 월세로 거처를 옮겼을 때에 포탈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는 동안 다시 1년이 지났고, 빚이 늘었다.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도현 밖에 없었지만 취직도 그리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팍팍한 그 때, 도현은 5억이란 헌터 격려금에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헌터로 지원했다.

포탈을 넘을 자격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가족들도 모르게 결정하고 포탈로 뛰어들었던 도현이다.

도현이 그 때, 홀을 나서는 이 입구를 나서며 본 것은 언덕 아래에 조성된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도현 보다 먼저 온 1만 5천의 헌터들이 건물을 세워 도시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언덕 아래로 펼쳐진 황무지뿐이었다.

“저기에 1차 도시를 만들었지?”

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제 자리에 서서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도착 즉시 [포탈이동] 능력은 확인을 했지만 다른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 뉴어스에 도착했으니 헌터로서의 능력도 생겼을 것이다.

포탈 홀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내면에 집중하던 도현은 어렵지 않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냈다.

“역시 그대로네?”

도현은 피식 웃으며 그 능력에 집중했다.

[산성 장착]

당장 떠오르는 능력은 그것뿐이었다.

과거에도 도현이 포탈을 넘어서 처음 각성한 능력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직 다른 건 확인할 수도 없는 거니까 일단은 튜토리얼이나 끝내야지.”

어차피 이곳 1구역은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헌터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을 깨우친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연습을 한다.

물론 이곳이 현실이니 그 연습이란 것도 실전을 통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곳 뉴어스는 게임같은 시스템이 적용되지만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그러니 도현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것이다.

* * *

확인이 끝난 후 도현은 포탈 홀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도현은 주변의 기척을 살피는데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분명히 돌아다니는 맹수나 몬스터들이 있을 거다.’

포탈이 포함된 1차 지역은 말 그대로 튜토리얼.

이 지역은 헌터들의 안전을 위해서 준비된 공간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문을 넘어 2차 지역으로 가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

이곳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대부분 야수형이다.

짐승 형태의 몬스터로 여우, 들개, 너구리, 늑대, 곰 등이다.

물론 평범한 짐승은 아니다.

지구의 짐승들과는 다른 힘을 지닌 짐승들.

강하고 민첩한 몸놀림에 철판을 찢는 발톱, 칼날이 미끄러지는 가죽, 몸을 경직시키는 포효 등은 덤이다.

그런 놈들이 숲속에서 헌터들을 습격했다.

그러니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헌터들이 허둥지둥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포탈을 넘으며 각성한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면 일반 헌터도 1:1로 이곳의 몬스터를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다.

각성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1구역은 그런 연습을 위해서 준비된 곳이라 볼 수 있다.

커엉!

늑대가 포효와 함께 도현의 목을 향해 달려든다.

터덩!

도현이 왼손의 방패로 그런 늑대의 머리를 쳤다.

방패에 맞고 나동그라지는 늑대.

도현은 온 몸을 보호하는 중갑을 착용하고 방패와 검을 들었다.

그 모두가 흙과 돌을 떠올리게 하는 장비로, 도현이 스킬을 이용해서 소환한 것이었다.

“차앗!”

콰직!

기합소리와 함께 그 늑대를 향해 뛰어오른 도현이 착지와 함께 방패를 내리찍었다.

뭔가 짓눌려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움직임이 멈춘다.

방패의 모서리가 정확하게 늑대의 목뼈를 부쉈다.

“별 것도 아닌 놈이.”

도현은 주변을 돌아보며 참았던 숨을 내쉬듯 한 마디를 토해냈다.

여덟 마리의 늑대가 주위에 나뒹굴고 있다.

그 중에 숨이 붙어 있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머리가 부서지거나 목이 꺾인 상태로 죽어 있었다.

한 올의 숨이라도 붙여 놨다가는 언제 뜻밖의 기습을 당할지 모른다.

몬스터의 끈질긴 생명력은 절대 얕봐선 안 될 일이다.

도현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투구를 없앴다.

T자형으로 눈과 코만 드러낸 투박한 투구가 흙가루가 되어 도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남은 것은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갑옷.

그 갑옷은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도현이 소환한 것이었다.

도현의 스킬인 [산성 장착]의 효과가 바로 그것이었다.

관념 속의 산성을 갑옷과 방패 형태로 구현해서 소환하는 능력.

그것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튜토리얼에서 도현이 위험할 일은 없었다.

사실 숙련도로 따지자면 MAX를 찍은 도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30%라도 제대로 쓰면 3구역까지도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

도현은 전투 중에 흠이 생긴 방패와 갑옷을 이리저리 살피며 중얼거렸다.

30%는 도현이 자신의 산성을 활용할 수 있는 비율로 숙련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관념 속에 있는 산성을 갑옷과 방패로 불러내는 것이 도현의 능력이다.

그런데 산성 전체를 불러내진 못했다.

점유율이란 것이 있는데 각성 시점에선 30%의 점유율을 가진다.

이후로 특별한 과정을 거쳐서 그 점유율을 높여야 했다.

30%는 도현이 포탈을 넘어 각성하면서 받은 산성의 점유율이다.

점유율에 따라서 도현이 쓸 수 있는 능력과 스킬이 변하는데, 점유율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다.

물론 그 외에 특별한 수단으로 점유율을 올리는 수단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1구역의 관문을 통과해야 가능하다.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곳 뉴어스에 적용되는 시스템이 해금된다.

헌터의 성장은 1구역 관문을 지나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1구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포탈을 넘어서 각성한 능력에 최대한 적응하는 것뿐이다.

“또 가 볼까?”

도현은 죽은 늑대들을 돌아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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