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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3화 (3/184)

3. 마성현의 것을 가로채다(1)

3. 마성현의 것을 가로채다(1)

마성현은 대경그룹 부회장의 3남이다.

그 부회장은 회장의 큰 아들이고.

즉 마성현은 후계자로 확정된 부회장의 세 번째 아들이란 소리다.

마성현의 위로는 두 명의 형이 있고,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재벌가의 자식은 철이 들자마자 선택을 강요받는다.

후계 경쟁에 뛰어들 것이냐, 아니면 적당히 물러나서 피곤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냐.

마성현은 그런 의미에서 운이 없었다.

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아서 애초에 후계 경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두 형들과 마성현은 어머니가 달랐다.

아버지인 마중호는 첫 번째 부인이 죽고 몇 년 후에 두 번째 부인을 얻었다.

마성현과 여동생 마혜림은 그 두 번째 부인이 낳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니 어머니조차 다른 동생을 너그럽게 봐 줄 형들이 아니었다.

자칫 형들의 눈 밖에 나면 인생이 피곤해 질 것이 분명했다.

마성현은 일찍 그것을 깨달았고, 빠르게 안락한 삶을 선택했다.

죽은 듯이 살면 형들도 굳이 성현을 건드리진 않을 것이다.

괜한 일로 로열패밀리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도리어 손해일 테니까.

그래서 마성현은 적당히 즐기며 사는 쪽이었다.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그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대경 그룹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도현은 그런 마성현과 접점을 만들어 친해지려 노력했다.

‘아버지의 사고에 대경이 끼어 있는 것이 분명해. 게다가 꿈속에서 나를 개처럼 부려 먹었던 놈도 마성현이고. 그러니 당연히 복수를 해야지.’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마성현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도현은 마성현이 잘 다니는 클레이 사격장부터 바다낚시까지 기회만 되면 따라다녔다.

꿈에서 마성현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사실들을 최대한 이용한 결과였다.

그렇게 도현은 마성현과 빠르게 친해졌다.

‘놈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래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도현이 마성현의 곁에 붙은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꿈에서 마성현은 크게 이름을 날린 헌터였다.

그가 헌터로 성공하면서 대경그룹이 재계 서열 1위로까지 올라섰다.

대경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마성현이 뉴어스와 지구를 오갈 수 있는 골드 헌터였기 때문이었다.

꿈에선 골드 헌터를 끼지 못한 기업들은 줄줄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대경은 대한민국 최상위 헌터로 이름이 높았던 마성현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그런 마성현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을 도현이 알게 되었었다.

꿈에서 도현이 차원 회랑에 들어가게 된 것도 어쩌면 마성현이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비밀이었다.

쓸모가 많은 도현을 그렇게 버릴 정도로 중요한 비밀.

‘마성현이 다시 그렇게 되도록 둘 수는 없지. 이번에는 내가 그걸 차지한다.’

어차피 유성공업에 대한 대경의 뒷공작은 여원 그룹과의 계약으로 여유를 얻었다.

한동안은 대경그룹이 유성공업을 노리진 못할 것이다.

마성현이야 지금은 어차피 대경그룹의 일에 영향을 줄 위치도 아니었다.

그러니 아버지 사고에서 마성현의 책임은 없었다.

지금 마성현과 친해지려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놈이 가졌던 힘을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 * *

몇 달 후.

도현이 기억하고 있는 개벽의 날이 다가왔다.

“네 성현형님. 아, 그러니까 오늘 파티가 있다고요?”

도현은 마성현의 전화를 받으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12월 31일이다.

그리고 오늘밤 10시 즈음 개벽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세상이 뒤엎어질 일.

전 세계 각 나라의 수도 한 복판에 포탈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현이 지금껏 마성현에게 공을 들이며 기다렸던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나타난 포탈의 위치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청와대 정문 안쪽으로 십여 미터 떨어진 곳.

거기에 그레이 포탈이 생긴다.

그 바람에 포탈은 일반인의 접촉 없이 곧바로 국가 관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레이 포탈과 같은 순간에 생긴 골드 포탈은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꿈에서 죽을 때까지도 도현은 결국 그 위치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마성현이 필요했다.

마성현은 골드 포탈이 나타날 때,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포탈에 최초로 접촉한 사람이기도 했다.

골드 포탈 최초 접촉자.

그게 중요했다.

마성현은 골드 포탈의 최초 이용자가 되었고,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현이 죽기 얼마 전에 알게 된 비밀이 그것과 연관이 있었다.

“네? 거기서 파티를 해요?”

도현은 마성현의 말에 깜짝 놀란 목소리를 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은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늦지 않게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도현은 전화를 끊고 긴장이 풀리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파티에 간다는 거냐?”

식당에서 최성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하는 도현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네. 오늘 청와대에서 파티가 있다네요.”

포탈이 생기는 그 시간, 마성현이 있었던 곳이 청와대였다.

당연히 골드 포탈이 나타나는 곳도 청와대.

마성현의 초대장이 아니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장소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성현에게 공을 들이고, 도현을 파티에 초대하도록 은근히 유도해 놓았던 것이다.

“청와대? 연말 마지막 날에?”

“네, 제야의 행사를 따로 모여서 할 건가 봐요. 정재계의 핵심들만 모여서요.”

“음, 언론에도 나오지 않겠구나.”

“그렇겠지요. 거기서 일어난 일이고 게다가 연말 파티 좀 했다고 언론에서 쪼아대기도 어렵겠죠.”

“그래서 네가 거기에 간다고?”

최성수는 조금 편치 않은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사실 그만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것이 나쁘진 않았다.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성현의 똘마니 노릇을 하는 아들의 모습이 좋게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내년부터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공을 들였는데 하이라이트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도현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최성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 * *

그 날 밤.

도현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마성현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와 마성현은 청와대의 충무실 한쪽 구석 벽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충무실은 연회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마성현은 파티가 시작된 후로 계속해서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이 없었다.

“형님, 괜찮습니까?”

도현이 마성현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응? 아, 괜찮아. 괜찮아. 내 표정이 좀 굳어 있었나? 얼굴 풀자. 이런 곳에서 실수하면 진짜 큰일 나는 거다.”

도현의 말에 마성현이 흠칫 놀라며 자연스럽게 경직된 표정을 풀었다.

“그나저나 꼰대들은 모두 인왕실에 간 모양이네? 여긴 그냥 쭉정이만 남기고.”

마성현이 충무실 전체를 훑어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왕실은 충무실보다 규모가 작은 연회장이었다.

파티를 시작할 때에는 모두 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마성현의 말처럼 그들은 따로 마련된 인왕실 연회장에 있을 것이다.

“쯧, 심심하네. 야, 도현.”

“네. 형님.”

“우리 화장실이나 가자. 여기서 할 일도 없고.”

아무리 대경의 로열패밀리라고 해도 청와대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충무실에 모여 있는 이들 하나하나가 가볍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도리어 마성현이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이례적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모양새는 마성현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마성현은 그래도 혼자보다는 도현이라도 끼고 다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도현을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도현은 마성현의 뒤를 따르며 다시 한 번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열시가 거의 다 되었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31일 22시.

지구의 어느 지역이 1월1일로 넘어가는 그 순간.

“형님! 위험합니다.”

도현이 몸을 날렸다.

마성현의 앞쪽에 황금색의 포탈이 나타난 것이다.

도현은 급하게 마성현을 밀쳐내고 몸을 가누지 못한 모습으로 그 포탈에 부딪혔다.

“어? 최도현! 괜찮냐?”

“무슨 일입니까?”

“물러서십시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도현이 마성현을 구하다가(?) 황금색 포탈과 부딪히고 쓰러지자 갑작스런 소란에 경호대원들이 뛰어왔다.

그리고 마성현과 최도현을 급히 황금색 포탈에서 멀어지도록 끌어냈다.

경호원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복도 중앙에 나타난 황금색 포탈을 경계했다.

[미리 방비하지 않으면 포탈에서 멸망의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그러니 대비하라.]

그 때, 소리가 있었다.

성인이 된 지구의 인류 모두의 머릿속에 새겨진 말.

멸망을 대비하란 말이었다.

“이게 무슨? 최도현 괜찮아?”

마성현이 도현에게 물었다.

“형님도 들었습니까?”

도현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마성현에게 물었다.

“너도?”

도현의 말에 마성현이 되물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경호원을 바라봤다.

경호원이 굳은 표정으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그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도현은 그들이 들었던 것과는 다른 소리도 함께 들었다.

[골드 포탈에 최초로 접촉하셨습니다.]

[최초의 골드 포탈 이용자 자격을 부여합니다.]

[골드 포탈의 최초 이용자로 특전을 부여합니다.]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개인 포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남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로서 도현은 언제든 원하면 포탈을 넘어 뉴어스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 뉴어스에서 지구로 돌아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드디어 최고의 패를 손에 쥐었군.’

도현이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웃음을 참았다.

그가 마성현을 대신해서 얻고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런 중에 대통령을 선두로 인왕실에 있던 핵심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뭔가?”

대통령이 물었다.

“조금 전에 이곳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정문 안쪽에 이와 유사한 잿빛의 뭔가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인이어를 통해 경호대 전체에 전파된 정보였다.

“그럼 저게 그 포탈이란 거겠군.”

대통령이 경호원의 말을 받았다.

그 역시 신비한 목소리를 들었고, 그 내용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저 안에서 그 괴물인가 뭔가가 나타날지 모르니 굉장히 위험한 대상이겠군.”

대통령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골드 포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때, 도현이 슬쩍 손을 들며 나섰다.

“저기 조금 전에 쓰러지면서 저기 닿았을 때,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은 거 같습니다. 워낙 짧은 순간이라 ‘지구의···’까지만 들었습니다.”

도현이 조금 망설이는 투로 그렇게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도현에게로 향했다.

“그 말이 정말인가?”

대통령이 확인하듯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저 분이 저것과 부딪힌 것은 분명합니다. 이 분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이다 쓰러지면서 부딪혔습니다.”

당시 모습을 복도 끝에서 지켜봤던 경호대원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보충 설명을 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어디 몸에 이상은 없나?”

대통령이 도현의 모습을 스캔하듯 살피며 물었다.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아까는 그저 넘어지는 바람에 놀란 것뿐입니다.”

도현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군. 그럼 이제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텐데 말이지.”

대통령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시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위험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명령을 내리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가 경험이 있으니 허락만 하시면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도 도현이 슬쩍 손을 들며 말했다.

순간 대통령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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