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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먹는 플레이어-175화 (175/238)

#175마리아 베르타 (14) - 탱크 부대

그 시각, 사립 멕시카 교도소의 지붕 위.

마리아 베르타가 급한 보고를 듣고 상황을 확인하러 올라가 있었다.

“저깁니다. 군부대의 화약고가 폭발한 것 같습니다.”

“하.”

비보를 전하는 부하의 얼굴이 침통했다.

두웅-

쿠콰앙- 쿠웅-

마력 포탄이 잠자고 있던 화약고가 제대로 터져나가고 있었다.

축제의 불꽃놀이 같은 화려한 빛이 어스름한 하늘을 수놓았다.

“외부 포격은 없었는데 대체···.”

“불이 붙은 걸까요?”

“닥쳐라.”

마리아 베르타는 부하들의 헛소리를 차단했다.

자기 생각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었다.

모두 식겁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저기는 불이 붙어도 쉽게 폭발하지 않아.”

화약고는 인력으로만 지킨 게 아니었다.

건물 외벽은 웬만한 타격도 버티게 되어있었다.

불에 버티는 내화 장치를 해둔 건 기본이었다.

미사일 타격 정도의 위력이 아니면 화약고를 침범할 수도, 폭파할 수도 없었다.

“한국에서 온 그놈들.”

“예?”

마리아 베르타가 갑자기 딴소리를 하자, 부하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어.”

“...군부대를 노리고 온 걸까요?”

홱, 마리아 베르타가 세차게 고개를 돌려 부하를 돌아봤다.

이렇게 수준 떨어지는 인간들을 옆에 두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멍청한 놈. 군인들 따위가 목표물일 리 있어?”

그녀의 고개가 무언가를 직감한 듯 옆으로 돌아갔다.

네펜데스 재배지가 있는 후원, 덩굴줄기가 빽빽한 정글을 이룬 암녹색 숲.

다른 부하들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마리아 베르타의 밝은 눈에는 수상한 기척이 감지되었다.

‘각성자들이 싸우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네펜데스의 먹이로 줄 각성자들은 모두 구속구를 채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네펜데스 재배지를 파괴하려 한 거겠지?’

마리아 베르타가 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전투기랑 탱크 출격 시켜.”

“예? 옙!”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리아 베르타는 그런 직감이 들었다.

가까운 공항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긴 해도, 전투기를 띄워서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터.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어차피 화약고는 터졌고, 네펜데스 서식지도 잃는다면, 포격이 나을 수도 있어.’

*

네펜데스 숲에서 난데없이 드래곤이 포효할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리아 베르타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저 드래곤의 주인이 누군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사도, 한건우···.”

모용황이 싸고도는 어린 놈.

아르고스의 주인이 회합할 때 건방지게 나서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놈, 처음부터 이상했어.”

마리아 베르타가 통통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가 탱크의 지붕 위에 올라탔다.

“직진해.”

그르르···.

탱크 운전수가 시동을 걸었다.

살아남은 군인들이 두려움을 숨기고 발걸음을 뗐다.

교도소 안에 배치되어 운 좋게 살아남았는데, 신화 속 괴물을 상대하게 생긴 판이었다.

그러나 마리아 베르타 쪽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화력을 다 동원했다.

슈우웅-

전투기 1개 비행대대가 하늘을 수놓았다.

마력 포탄이 나가는 탱크를 필두로 해서, 무장한 각성자 군인들만도 수십이었다.

“마수들도 풀까요?”

“놔둬.”

마리아 베르타는 부하의 제안을 거절했다.

후원 근처에는 마수 우리가 있었다.

원래 마수를 숲에 풀어두었지만, 숲에 버려진 각성자들을 네펜데스보다 먼저 잡아먹으려 드는 탓에 우리에 가둬둔 놈들이었다.

마리아 베르타가 알기로, 저 숲에 버린 각성자 중에는 테이머도 있었다.

지금은 구속구가 풀렸을지도 모르는데, 무기를 쥐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베르타의 옆에는 새로 얻은 부하들이 섰다.

바로 임진호와 임수호, 그리고 이능력 특수전단 대원들이었다.

약 기운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눈이 시뻘갰다.

“후후···.”

마리아 베르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깔끔하게 세뇌되어 충성을 바치는 부하들을 보는 건, 그녀의 큰 즐거움이었다.

마약으로만 이런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 오산이었다.

차르륵-

마리아 베르타는 가장 아끼는 아이템, <케찰코아틀의 깃털 부채>를 활짝 폈다.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커다란 부채였다.

직접적인 전투력이 없는 매혹 계열의 아이템이었다.

그녀는 이 부채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찾아냈다.

‘네펜데스 진액에 뽑은 마약의 약효와 함께하면 완벽한 세뇌가 일어나지.’

탱크 위에 다리를 앉은 마리아 베르타가 깃털 부채를 한번 부쳤다.

차르르르-

샤아아-

희게 반짝이는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공기 중을 감돌았다.

사향 같은 향내가 퍼졌다.

“오오···.”

그녀의 부하들은 순간적으로 밀려온 어지러움에 몸서리쳤다.

여기 있는 부하들은 전부 스노우 플레이크 약물에 노출된 이들이었다.

매혹 계열 아이템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

자신들의 주인인 마리아 베르타를 두려워하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쿠르르···.

탱크의 무한궤도 바퀴가 숲을 갈랐다.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마리아 베르타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그토록 막으려 했던 투구풍뎅이 떼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네펜데스 재배지가 초토화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강력한 육식식물 네펜데스지만, 천적인 투구풍뎅이 앞에서 먹잇감일 뿐이었다.

‘한건우, 제대로 준비했군.’

뿌득. 마리아 베르타가 이를 갈았다.

‘몇 배로 갚아주지. 아니면 속이 풀리지 않겠어.’

드래곤이 선 위치에서 백 미터가량 떨어진 곳.

탱크가 멈추었다.

드래곤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있었다.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이, 어지럽게 하늘을 나는 전투기 분대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전방을 향해 발사.”

마리아 베르타가 명령했다.

앞쪽에는 수확꾼과 함께 들어간 군인들도 있을 터였다.

그들의 목숨은 없는 셈 치는 것이었다.

투두두두-

콰앙-

퍼어어-

탱크 부대가 마력 포탄을 뿜었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드래곤을 표적 삼아 포격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각성자들도 각자의 특성을 뽐냈다.

“....”

포격이 멈추고, 긴장되는 침묵이 흘렀다.

펄럭-

드래곤이 화난 듯 세차게 날갯짓을 했다.

허리케인 같은 돌풍이 불어, 줄기에 붙은 이파리가 사납게 휘날렸다.

거짓말처럼 멀쩡한 날개를 보고, 마리아 베르타의 사병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여섯 개의 피막 날개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

‘과장이 아니었어.’

드래곤의 갑주는 단단함의 상징이었다.

공격을 잘 버틸 거라고는 각오했다.

그러나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때 한건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아 베르타는 탱크 위에 서서 한건우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씹어 뱉듯이 말했다.

“역시 너였구나. 모용황 님의 새로운 사도.”

“빨리도 알았군.”

한건우가 무기를 꺼냈다.

발록의 화염 채찍이었다.

화르르-

살아있는 것처럼 춤추는 채찍의 갈래마다 <아그니의 화염>이 타올랐다.

새빨간 불이 붙은 채찍은 마치 악마의 혀 같았다.

채찍은 아다만티움 철편으로 강화되어, 스치기만 해도 위험해 보였다.

그럼에도 마리아 베르타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한국 대통령이 보낸 사절에 숨어서 날 보러 온 건가? 낭만적인데.”

쉬이익-

한건우는 헛소리에 답하지 않고 채찍을 휘둘렀다.

마리아 베르타는 날쌔게 채찍을 피했다.

불꽃이 그녀의 얼굴 주위로 넘실거리며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공격 특성을 쓰지 않았다.

“모용황이 날 죽이라고 보냈든 어쨌든 상관없어. 날 죽이려고 찾아온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지.”

“?”

그녀가 허리춤에 맨 <케찰코아틀의 깃털 부채>에서 달콤한 향내가 풍겼다.

마리아 베르타의 주변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사향 냄새로 가득했다.

“그날 회담 때부터··· 담이 큰 게 첫눈에 마음에 들었어. 모용황 같은 노인네는 버리고, 내 사도가 되지 않겠어?”

마리아 베르타가 달콤하게 유혹했다.

말뿐이 아닌, 위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녀의 머리 위, 하늘 위에는 전투기 1개 비행대대가 회전하며 날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탱크 부대와 각성자 사병들이 공격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는 세뇌당한 동료들도 있었다.

임수호와 임진호, 그리고 이능력 특수전단 대원들이 마치 모르는 사람 보듯이 한건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건우는 잠시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프리카의 무칸을 누가 죽였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마리아 베르타는 한건우가 거절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한건우가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거절한다. 넌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마리아 베르타의 표정이 얼음처럼 굳었다.

휘이-

“저, 저기!”

그때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괴물체가 점프해 왔다.

거인 같은 형상이었다.

쿠우웅-

지축이 울렸다.

두두두···.

각성자 군인들이 본능적으로 괴물체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괴물은 끄떡없었다.

쓰러지기는커녕 총탄을 피부로 튕겨내고 우뚝 섰다.

괴물이 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바로 <거인화>와 <신체 강화>를 한 박이경이었다.

“난 탱크가 좋더라.”

위이잉-

탱크 부대의 포신이 박이경을 향해 회전했다.

박이경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왠지 알아?”

구속구에서 풀려 자유의 몸이 된 박이경은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가 듣는 사람 없는 질문을 계속했다.

“뒤집으면 끝이거든!”

박이경은 탱크의 옆에 바짝 붙어 궤도 바퀴를 잡았다.

탱크 안에서 고글로 바깥 상황을 살피던 탱크 조종사는 당황했다.

각성자들과 많이 싸웠지만, 직접 탱크를 뒤집으려는 놈은 처음이었다.

“윽!”

거인화된 박이경이 숨을 참고 힘을 줬다.

그의 굵은 허리와 넓은 광배근 전체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놀랍게도 적의 탱크가 번쩍 들렸다.

“으아아!”

사병들이 총기를 갈겼지만, 박이경의 <신체 강화>는 맨몸으로도 마력 총화기를 거뜬히 버텨냈다.

은설아가 보낸 샤벨 타이거가 당황한 사병들 속을 바람처럼 휩쓸었다.

쿠드드드-

번쩍 들린 무한궤도 바퀴가 공중에서 헛돌았다.

반대쪽 바퀴는 땅에 닿아있었지만, 그대로 높은 바위를 타면서 기울어 버렸다.

쿠와아아-

수십 톤에 달하는 탱크가 뒤집혔다.

탱크 조종사는 탈출도 못 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그 안에 갇혔다.

“으하하하! 이거지!”

박이경은 더욱 신이 나서 뒤따라오는 탱크로 붙어 덤벼들었다.

대인 총화기가 아닌 탱크의 포탄이라면 박이경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탱크 부대는 아군 탱크에 붙은 박이경에게 선뜻 포격을 가하지 못했다.

쿠우우-

쿠우-

다른 탱크도 뒤따라서 보기 좋게 뒤집혔다.

콰아악!

박이경은 맨주먹으로 기다란 강철 포신을 박살 냈다.

그가 단신으로 탱크 부대를 무력화한 것이다.

박이경이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포효하려 했다.

키에에엑-!

엄청나게 큰 포효가 울려퍼졌다.

“어?”

승리의 함성을 외치려던 박이경이 놀라서 위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이 전투기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한건우가 마리아 베르타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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