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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먹는 플레이어-117화 (117/238)

#117언데드 (1) - 어둠이 있으라

한건우가 크로노스의 왕홀을 사용한 건 이번이 두 번째.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첫 번째와는 달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왕홀을 꺼내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똑-」

세상의 시간이 멈추었다.

자폭하기 직전의 남자 요원도.

공간 이동으로 도망치려던 여자 요원도.

하늘을 날던 드래곤도 조각상처럼 멈추었다.

이비현은 어디 숨었는지, 당장 보이지 않았다.

파밧-

한건우는 모래를 다루는 남자 요원 쪽으로 향했다.

남자의 몸은 반쯤 모래로 바뀐 상태였다.

텅 빈 눈두덩에서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기에 익은 피부는 쩍쩍 갈라졌고, 갈라진 틈으로 광선이 새어 나왔다.

몸 안쪽에 이미 폭발이 일어난 듯했다.

[특성 발동 : 공간 왜곡]

[특성 발동 : 공간 왜곡]

[특성 발동 : 공간 왜곡]

···.

한건우는 연속으로 공간의 벽을 십수 번 중첩했다.

진공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벽이 충격을 흡수해 주기를 바라면서.

팟!

도망가려는 여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자는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각성자의 팔을 잡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장전된 크로스보우를 한건우 쪽으로 겨눈 채였다.

여자의 손가락은 방아쇠를 누르기 직전이었다.

한건우에게 마지막으로 맹독 암기를 발사하려던 것 같았다.

탓-

한건우는 창으로 크로스보우를 쳐냈다.

크로스보우의 앞부분은 텔레포트 능력자 쪽을 향했다.

「딱-」

쿠욱!

한건우가 여자의 가슴에 창을 찔러넣었다.

창날이 찔러 들어간 순간.

슈웅-

콰과과광-

“크아악!”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어?’

균열에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깜빡-

시야가 암전되었다.

*

‘뭐지?’

한건우가 눈을 떴다.

어이없게도, 그곳은 깊은 물 속이었다.

짠맛이 느껴지는 게, 바닷물 같았다.

“?”

그걸 인식하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한건우는 호흡을 참고 특성창 목록을 뒤졌다.

‘이거군.’

[특성 발동 : 테티스의 길]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다.

아공간 주머니를 뒤지면 수중 호흡 아이템도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균열을 깨다 보면 물속 환경도 있으니까.

<테티스의 길>은 마력이 거의 안 드는 패시브 특성인 듯해 그냥 놔두기로 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균열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물속으로 이동하다니?

한건우는 <화식조의 눈>을 뜨고 어두운 바닷물 속을 둘러보았다.

수십 미터의 해초가 파도를 따라 출렁였다.

거대한 심해어와 해파리가 유유히 지나갔다.

사람이 하나 보였다.

‘이비현!’

이비현이 수직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했다.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참고 있었다.

수중 호흡 아이템이 없는 듯했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어두운 물에 빠지면 저런 경우가 있었다.

위아래를 구별하지 못하고, 도리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한건우는 빠르게 이비현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서 수중 호흡 포션을 찾았다.

헤엄쳐 내려가던 이비현이 한건우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뽀그르르···.

거품을 내뿜는 그녀에게 수중 호흡 포션을 건넸다.

이비현은 바닷물과 함께 포션을 들이켰다.

살았다는 표정이 된 그녀가 아래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곳은 물 속.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깜빡-

다시 한번 시야가 암전되었다.

“!”

이번에는 새하얀 수정으로 된 동굴 안이었다.

입김이 보일 만큼 추웠고,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몸과 갑옷은 온통 축축했다.

바닷물로 젖은 채였다.

“한건우 씨.”

이비현이 말했다.

“저희, 고대 환영진에 갇힌 것 같아요.”

“고대 환영진?”

한건우도 들어본 적은 있었다.

그게 진짜로 존재했다니.

“아까 텔레포트 하려던 각성자를 따라가셨죠? 저도 그랬어요.”

“음.”

정확히 말하면 따라가려던 건 아니었다.

둘 다 죽이려 했을 뿐.

그러다 공간 이동에 휘말린 모양이었다.

“그놈들은 어디로 간 거고, 여긴 어디지?”

“그들은 목적지로 갔고, 우리는 함정에 빠진 거죠.”

“뭐?”

“대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따라오면, 환영진 속으로 통하도록 해놓았나 봐요.”

“그렇군.”

대단한 능력이었다.

공간이동 능력자는 귀했다.

한건우도 공간을 다루는 특성을 몇 개 갖고 있었지만.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은 <위상 전환> 하나뿐이었다.

근처에 있는 상대방과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것도 타인을 데리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한다니.

일시적으로 포털을 만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적이 살아있다면 큰 방해가 될 것이다.

‘그놈, 꼭 죽어야 하는데.’

마지막 순간.

한건우는 텔레포트 능력자를 향하도록 크로스보우를 돌려 놓았다.

여자의 손으로 그자를 죽이도록.

분명히 그자의 비명을 듣긴 했다.

죽었는지는 확인 못 했지만.

“어떻게 나가지?”

“아마 환영석을 찾아서 부수면 될걸요.”

“미공략 균열을 파훼하는 방법과 비슷하군.”

“네, 그리고 어려운 지점도 똑같죠.”

그 환영석이란 게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비현은 앞장서서 수정 동굴 사방을 뒤졌다.

의심스러운 지점을 여러 군데 탐색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또 공간이 바뀌면 큰일인데.’

이대로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법도 없었다.

한건우가 나섰다.

“여기 동굴 어딘가에 환영석이 숨겨져 있다는 거지?”

“네.”

“그리고 그걸 부수면 된다고?”

“맞아요. 하지만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지 알 수 없고···.”

한건우는 최근에 진화한 특성을 썼다.

[특성 발동 : 포르투나의 주사위]

-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주사위를 던진다.

화아악-

눈앞에 찬란한 여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지었다.

티그르르···.

상아색 주사위가 허공에서 돌아갔다.

한건우가 기도하듯이 손을 모았다.

“환영석이 있는 방향을 알려줘.”

티그르르르···. 탁!

회전하던 주사위가 멈추었다.

멈춘 단면에는 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下’

친절하게 아래쪽을 향하는 화살표까지 반짝였다.

한건우는 이비현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한건우는 창날을 아래로 향하게 단단히 잡았다.

왼팔로는 이비현의 허리를 당겨와 붙잡았다.

“앗!”

휘이익-

콰직!

수정 동굴의 흰 바닥.

한건우의 검은 창이 비석처럼 박혔다.

[특성 중첩 : 검풍]

[특성 중첩 : 아그니의 화염]

파아악-

쿠과아아앙-

창날에 실은 <검풍>의 매서운 칼바람에 지옥의 겁화가 중첩되었다.

그 기운이 그대로 수정 동굴의 바닥을 흔들었다.

신화급 무구인 마창 게이볼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특성 중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파괴되었을 것이다.

치지직- 쿠르르르···.

바닥이 도자기처럼 쪼개지면서 무너졌다.

아래쪽에서 역으로 충격파가 불어왔다.

화아악-

한건우가 이비현을 들고 화염의 날개로 날아오를 때.

퍼엉!

환영 공간이 깨졌다.

*

“헉!”

이비현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한건우가 서 있었다.

“어··· 여긴?”

또 환영진 속일까?

이비현은 서둘러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이야. 원래 장소로 돌아왔어.’

이비현은 안심했다.

그런데 어딘가 낯설었다.

“시간이 꽤 지났어.”

한건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제야 이비현이 헛숨을 삼켰다.

“분명히··· 한밤중이었죠?”

환영 공간에 들어갔다 나온 사이, 아침이 되어있었다.

“한건우 씨!”

차은비의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이비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차은비가 드래곤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한 얼굴이었다.

“대체··· 두 사람, 그동안 어디에···. 다친 데는요?”

“없습니다.”

차은비는 다급히 한건우의 HP를 채웠다.

군데군데 찢긴 얼굴의 상처도 치유해주었다.

“어딜 갔었어요?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차은비의 목이 잠겨 있었다.

한건우는 간밤의 일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환영진에 갇혔다가 나온 겁니다.”

“아니 그게 웬···.”

차은비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지난밤의 일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적들이 한순간에 없어졌다.

한건우와 이비현까지 동시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치열하던 전장.

갑자기 혼자 남겨진 차은비는 몹시 당황했다.

‘다들 어디 간 거야!’

드래곤이 착륙했을 때, 그녀는 얼른 내리려 했다.

그러나 드래곤은 대체 무슨 심리인 건지.

차은비가 내리지 못하게 한사코 방해했다.

휘익- 턱!

‘뭐, 뭐야···.’

몇 번이나 드래곤의 앞발에 붙잡혀 등에 던져진 후.

차은비는 드래곤의 등에서 내려오는 걸 포기했다.

드래곤은 차은비를 태운 채 주변을 순찰하듯 빙빙 돌았다.

구름 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얘, 이럴 때가 아냐. 한건우 씨를 찾아야 한다구! 아니면 동료들에게 돌아가야 해.’

드래곤에게 열심히 말도 걸어봤지만 소용없었다.

새벽이 지나 해가 뜨고, 차은비가 거의 자포자기했을 무렵.

한건우가 거짓말처럼 돌아왔다.

이비현을 안아든 채로.

그동안 환영진에 갇혔던 거라니.

“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한건우의 어깨 너머로, 이비현과 눈이 마주쳤다.

“앗···.”

차은비의 큰 눈이 더 크게 떠졌다.

그녀가 이비현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다.

이비현은 늘 낡은 회색 망토를 눌러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뭐야, 엄청 예쁘잖아?’

창백할 만큼 흰 피부에 섬세한 이목구비, 붉고 풍성한 머리카락.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에··· 왜 저러고 산담?’

이비현은 한건우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진 존재였다.

미등록자이자 지하 세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알 게 뭐야.’

차은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한건우와 그녀는 어떤 관계일까.

갑자기 신경이 쓰이긴 했다.

한건우는 드래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펄럭-

푸르르르···.

드래곤도 한건우를 보고 반가운 티를 냈다.

콧김을 내뿜으며 한건우에게 다가왔다.

한건우는 드래곤의 콧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모래 폭발로 다쳤을까 걱정했는데.

“안 다쳤네. 다행이다.”

한건우는 고개를 돌려 문제의 장소를 찾았다.

모래 특성을 쓰던 각성자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곳.

시체는 완전히 폭파되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

바닥이 시커멓게 타고 깊이 패 있었다.

폭파의 충격이 번지지는 못했다.

십수 겹을 두른 진공 벽의 효과였다.

‘자폭은 잘 막아냈군.’

다만 여자 요원은 놓치고 말았다.

“후....”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특성 흡수 메시지가 없는 걸 보니, 창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

한건우가 아쉬움을 갈무리하며 창을 어깨에 걸었다.

이비현이 조심스럽게 품속을 뒤적였다.

“저기, 이거요.”

이비현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마수 가죽으로 된 주머니였다.

그 안에는 플라스크가 있었다.

타르처럼 시커먼 액체가 가득 든 채였다.

“이건?”

한건우의 눈이 커졌다.

영상에서 본 플라스크와 똑같았다.

그러나 액체의 양은 훨씬 많았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만든 것.

새로운 균열을 터뜨리는 데 필요한 재료였다.

“어디서 났어?”

이비현은 플라스크를 한건우에게 선뜻 넘겨주었다.

“아까 그 여자가 이동하기 전에 빼냈죠.”

“고맙다.”

한건우는 플라스크를 아공간 주머니 속에 잘 갈무리했다.

‘어젯밤 새 균열을 터뜨리려는 작전은 막았군.’

<아르고스의 눈>이라는 자들과 김도경의 계획을 정면으로 방해했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나올까?

“한건우 씨.”

“음?”

이비현이 결연한 얼굴로 물었다.

“그 여자, 그냥 두면 안 되죠? 제가 추적해서 죽일까요?”

“됐어. 너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냐.”

한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비현은 뜻을 굽히지 않고 다시 제안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요. 부하들도 데리고 가면-”

“그만둬. 이번 균열에선 너희 솜브라가 전면에 나서야지.”

이비현은 뜻밖의 이야기에 당황했다.

“전면에 나선다니요?”

“신원을 드러내라는 건 아냐. 너희 조직의 이름만 드러내면 돼.”

한건우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몸을 숙인 드래곤에 먼저 올라탔다.

“돌아가죠. 아직 <심연의 부름> 균열이 열려있지 않습니까.”

차은비가 따라 올라왔다.

“차라리 잘 됐어요. 밤을 잘 버텼네요.”

“무슨 소립니까?”

“해가 뜨면 언데드들이 약해지잖아요. 균열에서 언데드가 나와도 아침부터는 수월할 거라는 거죠.”

차은비가 이 상황에서 애써 긍정적인 면을 찾아냈다.

*

드래곤을 타고 돌아오는 길.

한건우는 <주시자의 뱀>을 사용했다.

스스스···.

김도경의 시야였다.

아침 해가 떠오른 벌판.

균열 입구 주변으로, 태일제가 만든 금속 구조물이 보였다.

쉬이익···.

시익···.

검은 형상이 균열 입구 주위를 힘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언뜻 검은 독수리처럼 보이는 그들은···.

「뱀파이어다!」

「조심해, 개인행동 하지 마. 힐러 주변에 붙어!」

진을 치고 대비한 군인들이 소리쳤다.

구울과의 전투 이후라서, 긴장이 바짝 들어 있었다.

한건우는 김도경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김도경은 지금 균열이나 뱀파이어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누구든 건드리면 터질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김도경이 욕설을 내뱉었다.

「아침이라 뱀파이어는 힘을 못 쓸 겁니다. 밀어붙이시죠!」

김도경의 속도 모르고, 군 부대장이 권유했다.

「그러던지.」

「예?」

김도경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군 부대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하시라고요.」

김도경이 씹어 뱉듯이 말했다.

호들갑 떠는 군인들이 짜증 났다.

뱀파이어는 밤에는 대단히 강했다.

해가 뜬 지금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상대였다.

그때였다.

휘이잉-

뱀파이어들이 뭔가를 피하듯이 균열 입구에서 멀어졌다.

콰아앙-!

굉음이 울렸다.

태일제가 만든 금속 구조물이 산산조각났다.

금속 조각이 찬란하게 흩날렸다.

터엉- 텅-

「저··· 저게 뭐지?」

균열 입구에서 거대한 인간형 마수가 걸어 나왔다.

성인 남자보다 두 배는 큰 키였다.

길게 끌리는 망토와 높은 왕관이 눈에 띄었다.

왕처럼 위엄 있는 모습.

그러나 온몸은 썩어들어가 해골만 남아 있었다.

두개골 속에 번쩍이는 푸른 안광을 보고, 각성자들이 숨을 삼켰다.

「아, 아크 리치···?」

누군가 마수의 이름을 말했다.

군부대와 길드원들 사이에 공포심이 번졌다.

왕관을 쓴 아크 리치가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손에는 큼직한 보석이 박힌 반지가 끼어 있었다.

「-」

아크 리치가 주문을 외었다.

김도경은 그 주문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그의 귀를 통해 듣는 한건우는 알 수 있었다.

[이 땅에 어둠이 있으라.]

‘?’

아크 리치의 반지에서 핏빛 섬광이 번뜩였다.

쿠르르릉···.

쿠르르···.

「어?」

사방의 지평선에서 먹구름이 빠르게 밀려왔다.

하늘에서 본 적이 없는 새카만 구름이었다.

스으으···.

불길한 먹구름이 해를 완전히 덮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진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바, 밤이 왔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쉬이익-

뱀파이어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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