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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먹는 플레이어-115화 (115/238)

#115특성 진화 :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콰악!

한건우가 착지했다.

터엉-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큰 충격이 번졌다.

땅에 닿는 동시에 <쇼크웨이브>를 쓴 것이다.

“!”

“커억!”

천명환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중국 천망의 요원들은 가볍게 몸을 띄웠다.

‘경공 스킬인가? 아니면 비행 특성까지 있는 건가?’

자세히 보니 그건 아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가 그들의 몸을 받쳐서 띄운 것이었다.

남자 요원은 특성의 활용도가 대단했다.

모래가 아니라 나노봇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저놈이 문제군.’

언뜻 보기엔 둘 중에서 여자 쪽이 더 위험해 보일 수 있었다.

맹독과 암기를 다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건우의 생각은 달랐다.

‘즉사만 아니면, 독이나 암기는 치료할 수 있어.’

S급 힐러인 차은비를 데려왔으니까.

드래곤의 피부에도 스며드는 맹독이니.

차은비가 없었다면 꽤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진짜 까다로운 건 남자 요원 쪽이었다.

한건우는 모래를 다루는 남자 요원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이 희번득했다.

모래의 움직임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저놈을 먼저 없애면 쉬워진다.’

한건우는 마창 게이볼그를 고쳐 잡았다.

그러나 여자 요원은 한건우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과학자>라 불리는 여자 요원은 표독스럽게 한건우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몸 주위로 맹독이 묻은 암기가 떠 있었다.

슈우웅-

암기가 원을 그리며 점점 빠르게 돌았다.

‘암기를 다루는군··· 염동력 계열인가?’

한건우도 염동력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염동력을 염동력으로 막는 건 별로였다.

특히 저 암기처럼, 상대방이 오랫동안 다뤄온 물건이라면.

일치도가 높아져 있을 것이다.

그런 물건을 건드리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그 대신에, 염동력 계열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끊을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전자기파를 움직이는 특성을 쓰는 것.

한건우는 <인드라의 뇌전>으로 전격을 날렸다.

파직!

“아!”

여자 요원의 시야에 온통 새파란 전격이 튀었다.

투두둑!

그녀가 돌리던 암기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감히···.”

여자 요원은 분노하며 암기를 거둬들였다.

이미 한건우는 다음 단계로 가고 있었다.

한건우는 긴 창자루를 단단히 쥐었다.

그리고 창을 던질 준비를 했다.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힘이 엄청났다.

그의 디딤발이 땅을 반쯤 파고들 정도였다.

팔과 어깨를 이루는 근육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아이템(신화급) : 마창 게이볼그]

-투창 시 반드시 명중한다.

[특성 발동 :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창을 던졌을 때, 맞은 상대방은 회복 불가 디버프를 받는다.

슈욱!

제법 가까운 거리.

모래를 다루는 남자 요원을 향해 피할 수 없는 투창이 쏘아졌다.

「-!」

여자 요원이 남자에게 다급히 뭐라고 외쳤다.

한건우와 남자 요원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그제야 위협을 직감한 듯 놀란 얼굴이었다.

슈우우-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마창 게이볼그가 공중에서 멈춘 것이다.

“!”

한건우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럴 리가 없어!’

신화급 아이템인 마창 게이볼그.

창을 던지면 목표물에 반드시 명중하게 되어 있었다.

‘반드시’라는 단어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가.

어떤 방해나 한계가 있더라도 명중해야 했다.

‘대체 어떻게?’

파바바바바바···..

주변의 흙과 모래가 순식간에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두터운 방어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창이 날아오는 궤적만을 둥글게 감싸면서.

한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창 게이볼그가 고작 모래로 된 방어벽에 막히다니.

“!”

창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파바바바···.

모래가 창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거의 공중에서 멈춘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게이볼그는 계속 목표물을 향해 전진했다.

다만 모래의 양이 워낙 많았다.

주위에서 무한히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해가 되었다.

‘이러니 드래곤의 브레스를 맞고도 털끝 하나 안 다쳤지.’

뇌전이 섞인 브레스에 한건우의 불꽃을 섞어 폭발까지 시켰다.

방공호가 부서지고, 특수안보부 요원 여럿이 죽을 정도였다.

저들은 아무 타격이 없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모래의 방어벽은 완벽에 가까웠다.

손쉽게 막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 듯.

두건을 쓴 남자의 눈가가 진땀으로 젖어 번들거렸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힘을 겨룰 수는 없었다.

슈욱-

한건우는 어쩔 수 없이 창을 회수하려 했다.

염동력을 사용했다.

창대가 모래 방어벽에 깊숙히 파고든 채였다.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제길···.’

마창 게이볼그를 던지고서 상대방을 죽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통 상대가 아니야.’

슈우웅-

드래곤이 날아왔다.

한건우를 도우러 온 것 같았다.

슈우우-

콰과과과···.

드래곤이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요원들을 향해 브레스를 쏘았다.

터엉-

“!”

두 요원의 주변에 모래로 된 둥근 방어벽이 생겨났다.

방어벽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마치 모래 무덤이 폭발하는 장면을 거꾸로 돌린 듯했다.

*

그때, 몰래 이속 스킬을 쓰고 도망가려던 천명환이 우뚝 자리에 멈추었다.

“저 창은···.”

천명환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창 게이볼그가 분명해.’

이제까지 설마설마 하며 의심해 왔다.

항상 저 창을 보면서 미심쩍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방금 한건우가 창을 던지는 건 본 순간.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창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보통의 창이라면, 모래 방어벽에 튕겨나가거나 박혔어야 정상이다.

그 창은 계속 모래 방어벽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단순히 관성에 의해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뚜렷한 의지를 가지고 목표물인 남자를 노리는 듯했다.

새카만 창날에 은색 룬 문자가 빛났고, 길고 균형잡힌 창신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천명환이 알기로 그런 창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자신이 평생 찾아헤매던 <마창 게이볼그>.

‘저 창은 내 거야. 내가 가졌어야 했어.’

빠드득.

천명환이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자신이 개화하지 못한 특성이 뼈아팠다.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이라는 잠재 특성.

천명환은 목 안에서 뜨거운 것이 밀려나오는 걸 느꼈다.

‘내가 가져야 할 걸 한건우가 빼앗았어.’

지금 한건우의 강력함도, 그가 보이는 당당함도.

모두 다 천명환이 가져야 할 것이었다.

콰과과-

“!”

드래곤이 중국 요원들에게 브레스를 뿜을 때.

천명환은 재빨리 엎드려 충격파를 피했다.

중국 요원들은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천명환에게 좋은 생각이 스쳤다.

그가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쩌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

‘좋아, 지금이다.’

한건우는 지금 빈손이었다.

마창 게이볼그는 모래 방어벽에 박혀 있었다.

무방비한 상태로 천명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창을 잡기만 하면 된다.

천명환은 자신의 잠재된 고유 특성을 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

‘내 특성을 제대로 개화만 하면··· 한건우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이라는 아이템 전용 특성.

이제껏 연마해온 창술.

그게 합쳐진다면, 한건우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중국의 요원들도 함께하니까.

‘속도가 생명이야.’

천명환은 이미 이속 스킬을 쓰고 있었다.

이걸로는 모자랐다.

촤아악!

그는 갖고 있던 이속 스킬 주문서를 한 번에 모두 찢었다.

중복으로 사용하면 몸에 지장이 생기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파앗!

천명환이 몸을 던지듯 달렸다.

그 속도가 엄청났다.

모래 방어벽에 박힌 창자루를 잡으려는 것이었다.

한건우가 천명환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이미 천명환의 손이 마창 게이볼그의 자루에 닿으려 했다.

퍽!

“커억!”

무언가에 정면으로 부딪친 천명환은 데굴데굴 굴렀다.

스치잉-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천명환은 순식간에 아래에 깔려 있었다.

회색 망토를 뒤집어쓴 여자, 이비현이었다.

‘아까 그 암살자!’

그녀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다.

천명환은 곧바로 반격하려 했지만, 목에 날카로운 시미터가 들이대졌다.

“으···.”

아까 부하의 목이 일자로 그어져 죽었던 게 생각났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이 내가?’

천명환은 덜컥 겁이 났다.

“죽이지 마!”

한건우가 이비현을 말렸다.

천명환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그렇겠지. 이 나를 함부로 죽일 순 없겠지.”

천명환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는 누운 채로 목에 칼날이 닿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비현이 자신을 찌르지 못할 걸 알았다.

번쩍- 콰과과과-

뒤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드래곤이 뇌전 브레스를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

이비현이 흠칫 놀라는 사이.

천명환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터억!

누운 채로 이비현의 목덜미 주변의 옷깃을 움켜잡고 경동맥을 압박했다.

“읏!”

치지직.

이비현이 망토를 찢으며 압박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로 풍성한 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천명환은 놀란 얼굴이었다.

이비현의 얼굴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아, 너였어?”

“....”

“아닌데. 나이가 안 맞는데.”

이비현은 무표정했다.

바실리스크의 맹독이 발라진 시미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치잉-

천명환의 단창이 이비현의 심장을 노렸다.

파앗-

이비현이 그림자에 숨어들어 몸을 피했다.

이비현은 시미터를 역수로 잡았다.

바실리스크의 독을 바르지 않은 날 쪽이었다.

‘죽이면 안 되니까.’

한건우가 몇 번이나 이놈은 죽이지 말라고 강조했으니.

그 말을 따라야 했다.

이비현이 움직이는 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점멸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원래의 천명환이라면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리라.

이속을 극대화한 천명환은 동체 시력도 올라갔다.

그녀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그 안에서 패턴도 읽을 수 있었다.

‘다음엔 뒤를 노리겠군.’

예측이 맞았다.

천명환은 뒤로 돌면서 단창을 찔러넣었다.

그러려고 했다.

퍼억!

“윽!”

무지막지한 충격이 닥쳐왔다.

피잉-

천명환은 단창을 놓치고 쓰러졌다.

한건우가 온 것이다.

한건우의 손에는 마창 게이볼그가 들려있었다.

어느새 모래 방어벽에 박혀있던 걸 회수한 모양이었다.

퍽! 퍼억!

한건우가 쓰러진 천명환의 배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S급 각성자의 신체는 그 자체로 흉기였다.

게다가 빙룡의 뼈가 들어간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가 계속 치는 충격이었다.

“크흑···.”

특수안보부 제복은 방어구 기능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장을 뒤흔드는 충격이 전해져왔다.

천명환은 엎드려서 구역질을 했다.

그의 입가에서 피가 한 줄기 흘렀다.

콱.

한건우가 발로 천명환의 목을 짓밟았다.

천명환은 한쪽 손을 슬슬 주머니에 넣으려 했다.

보나마나 치사한 공격을 하려는 것이겠지.

우웅!

<그래비티 필드>로 중력을 가중했다.

천명환의 온몸이 바닥에 딱 붙었다.

“...사, 살··· 려···.”

천명환은 폐가 눌려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온몸에 압력이 올라 괴로웠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혀를 움직였다.

“제발··· 살려만···.”

“....”

천명환은 힘겹게 한건우를 올려다보았다.

한건우의 표정에서 동정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천명환은 최선을 다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뭐든지··· 뭐든지 다 할게.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 그리고 내가 아는 건 전부, 말···.”

천명환은 절박했다.

한건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여기에 흥미가 있는 건가!’

천명환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기밀이라도 털어놓아야 했다.

“그래! 이··· 만주 사태···. 왜 생겼는지, 모르지? 다 알려 줄게. 이거···.”

“필요 없어.”

쿠욱!

한건우는 마창 게이볼그로 천명환의 목을 찔렀다.

창끝이 목줄기를 뚫고 땅에 박힐 정도였다.

‘죽이지 말라며? 내가 필요한 것··· 아니었어?’

천명환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파아앗!

걷잡을 수 없도록 피가 분수처럼 뿜었다.

흰 제복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크억....”

천명환은 아직도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죽음은 수도 없이 봤지만.

약육강식의 세상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 했다.

‘이게··· 아닌데?’

천명환의 흐릿한 눈은 마지막으로 깜빡였다.

올려다본 한건우의 등 뒤로, 드래곤이 날고 있었다.

[악마의 권능(유일) 발동 : 탐식]

-죽인 자의 특성을 흡수합니다.

-특성 흡수 중

···

-특성 흡수 완료

[특성 진화 :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한건우가 기다리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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