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황혼의 서리거인 (3) - 거인의 무덤
슈우우우···.
한건우가 새처럼 높이 날아올랐다.
발 아래로 너른 산맥이 펼쳐졌고, 바깥쪽 아래는 흰 구름에 싸여 있었다.
절경이었다.
‘곧 멸망한다는 게 아깝군.’
금세 산소가 희박해졌다.
그의 뺨으로 찬바람이 맹렬하게 스쳤다.
그래도 속도가 아쉬웠다.
한건우는 화염의 날개를 더욱 크게 키웠다.
화르르르···.
펄럭-!
그가 분화구가 있는 봉우리로 날아갔다.
붙잡을 새도 없이 날아가 버린 한건우를 보고, 김도경은 조금 벙쪘다.
‘뭐지?’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한건우 때문에 화가 났지만, 생각해보니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한건우는 그의 부하가 아니었으니까.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게 이럴 때 발목을 잡는군···.’
김도경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청와대 회의에서 한건우가 내건 조건을 받아준 탓에 상황이 애매해졌다.
‘민간 각성자들은 정부의 명령을 전적으로 따르게 했어야 하는데··· 정부와 길드가 동등한 협업 관계를 맺은 것처럼 되어버렸어.’
특수안보부가 애초에 그렸던 그림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김도경은 이 상황이 심히 거슬렸지만, 곧 장점을 찾아냈다.
‘어떻게 보면 잘 됐어.’
한건우 같은 자들을 마음껏 날뛰게 해주면, 저렇게 곧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누구를 남겨놓고 누구를 제거해야 할지 판단하는 게 더 손쉬워질 것이다.
“젊은 친구가 자신감이 대단하군. S급 균열 안에서 개인 행동을 한다···?”
태일제가 냉소했다.
“나쁠 것 없지 않나요? 시간도 절약될 거고요.”
“....”
차은비가 무심코 한건우의 편을 들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태일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희도 속도를 높여 뒤따라가죠.”
김도경이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는 날개는 없었지만 섬광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김도경이 섬광을 일으키며 가속했다.
그는 분화구가 있는 봉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태일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쇠공을 공중에 던지자, 쇠공이 허공에서 펴지며 미끈한 철판이 되었다.
태일제는 그 위에 가볍게 올라탔다.
“좋아, 어서 가자고.”
박이경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목과 주먹을 꺾었다.
그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예고 없이 <거인화>를 했다.
박이경의 몸집이 두 배 정도 커졌다.
“꺄악!”
차은비가 비명을 질렀다.
박이경이 그녀의 허리를 덥썩 잡아 어깨에 얹은 것이다.
“미쳤어? 내려줘요!”
“가만히 있어.”
박이경은 거인화를 한 채로 속도를 냈다.
쿠웅- 쿠웅-!
박이경은 한 발짝에 십수 미터를 뛰었다.
차은비를 어깨에 짐짝처럼 들쳐맨 채였다.
빠른 건 사실인데, 발을 디딜 때마다 무식한 충격이 가해졌다.
“아니 정말··· 이속 스킬을 쓰면 되는데!”
차은비는 욕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이런 모욕을 겪은 건 처음이었다.
*
슈우우- 타악.
한건우가 목적지에 착지했다.
산 정상 근처는 눈부신 만년설에 덮여 있었다.
과거 분화구였을 곳에는 얼어붙은 호수가 있었다.
“여기 서리거인의 둥지가 있을 거라고 안 했나?”
김도경의 말과 달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헛걸음을 한 것일까.
명색이 거인인데, 이렇게 찾기가 어려워서야.
돌아서려던 한건우는 문득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호수 주변 만년설에 움푹 파인 구덩이들이 있었다.
구덩이의 모양과 크기가 일정했다.
다시 날아올라 위에서 내려다봤다.
확실했다.
“발자국이잖아.”
구덩이는 사람의 발자국 모양과 비슷했다.
수백 배는 클 뿐이었다.
그 발자국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얼어붙은 호수 쪽이었다.
슈우우-.
한건우는 얼어붙은 호수의 표면 가까이 내려갔다.
“....”
그가 표면에 주먹을 내리쳤다.
[특성 발동 : 쇼크 웨이브]
콰과과과···!
차르르르르···.
한건우가 내리친 곳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표면이 깨져나갔다.
애초에 얼어붙은 호수 같은 건 없었다.
환영 마법이었다.
환영이 사라진 분화구에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인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서리거인의 생김새는 아까 보았던 설인을 수십 배 확대한 듯했다.
몸의 털은 더 적었고, 턱수염이 길게 나 있었다.
서리거인은 마수의 뿔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가슴에는 배틀 액스를 얹고 있었다.
“서리거인의 왕···.”
다른 거인의 흔적을 찾아봤지만, 이 거인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혼자서 죽은 듯이 누워있는 거인.
이 구도가 왠지 익숙했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같은 걸 보지 않았던가.
아마도 빙룡의 사체가 지키고 있던 무덤 안에서···.
“...저건?”
한건우가 서리거인의 왕의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그는 <그림자 맹시>로 몸을 숨겨 순식간에 접근했다.
그걸 빼내려는 순간.
번쩍.
서리거인의 왕이 눈을 떴다.
축구공만한 눈알이 데굴데굴 굴렀다.
동공의 초점이 한건우에게 정확히 맞춰졌다.
“!”
<그림자 맹시>도 소용없는 모양이었다.
서리거인의 왕이 누운 채로 귀찮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파리나 모기를 잡는 듯했다.
부우웅-
한건우가 서리거인의 일격을 피했다.
거인의 주먹이 분화구 바닥을 내리쳤다.
콰앙-!
지진이라도 난 듯 산이 울렸다.
서리거인이 화가 나서 콧김을 내뿜었다.
“그러르르···.”
[꺼져라.]
한건우는 화염의 날개를 펄럭이며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어.]
한건우가 서리거인의 언어로 말하자, 서리거인의 왕이 크게 당황했다.
서리거인의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던 탓에 관절이 삐걱였다.
거인이 기우뚱대며 일어섰다.
산이 하나 더 솟아난 듯한 위압감이었다.
서리거인의 왕이 한건우를 고고하게 노려보았다.
그는 서리거인 일족 최후의 생존자였다.
그의 세계는 발전과 쇠락을 거듭했다.
마침내 황혼의 시간이라 불리는 종말이 찾아왔다.
서리거인의 왕은 종말을 받아들였다.
이곳에서 세상의 끝이 올 때까지 잠을 청하려 했다.
그 고요한 잠을 방해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르르르르···. 크르르···.”
[오냐, 저승으로 함께 데려가마.]
휘익-!
한건우가 날개를 거꾸로 펄럭여 멀어졌다.
콰앙- 콰아앙-
서리거인의 왕이 배틀액스를 꽉 움켜쥐고 분화구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한건우는 그 와중에도 서리거인의 왕의 발 쪽을 유심히 보았다.
‘발자국은 본인의 것이 맞군.’
만년설에 찍힌 발자국은 모두 같은 크기였다.
일단 근처에 다른 서리거인은 없다는 얘기다.
“크와아악!”
[죽어라!]
부우웅-!
서리거인의 왕이 배틀액스를 휘둘렀다.
집채만한 배틀액스가 허공을 가르자, 진공이 생기면서 주위의 공기가 빨려들었다.
한건우는 배틀액스를 피하자마자 날개를 퍼덕여 위쪽으로 올라갔다.
창 자루를 단단히 쥐고, 서리거인을 내려다보았다.
서리거인의 왕은 오랫동안 이 땅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것 자체가 낯선 경험이었다.
서리거인의 왕이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든 때였다.
[특성 발동 :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창을 던지면 맞은 상대방은 회복 불가 디버프를 받는다.
파아아악!
신화급 무구인 마창 게이볼그.
피할 수 없는 투창이 유성처럼 내리꽂혔다.
서리거인의 눈을 노린 것이었다.
서리거인의 왕은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푸욱!
“그어어억-!”
서리거인의 왕이 괴로움에 울부짖었다.
“이런···.”
한건우는 아쉬웠다.
창이 거인의 눈에 명중하기는 했지만, 두터운 손바닥을 관통하느라 상처가 깊지 않았던 것이다.
서리거인은 배틀액스도 던져 버리고, 다른 손으로 창 자루를 잡아 뽑으려 했다.
“!”
[특성 발동 : 염동력]
한건우는 다급히 염동력으로 창을 회수했다.
스윽-
마창 게이볼그는 다시 한건우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워어···.”
한쪽 눈을 찔린 서리거인의 왕이 괴롭게 울부짖었다.
거인의 눈에서 푸른 피눈물이 흘렀다.
회복 불가 디버프가 있으니 피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서리거인의 왕은 포기하지 않았다.
“크와아아-!”
적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피어>가 담긴 울음소리였다.
보통 사람은 듣기만 해도 심장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거인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치며 온 산맥을 울렸다.
“윽.”
소리의 진원지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타격을 받은 한건우가 잠시 공중에 멈추었다.
서리거인의 왕이 한건우를 움켜잡으려 팔을 휘저었다.
바로 그 때.
슈웅-
서리거인의 왕이 버려놓은 배틀액스가 스스로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인의 유령이 배틀액스를 집은 것 같았다.
“?”
서리거인의 왕은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집채만한 배틀액스가 스스로 휘둘러졌다.
뻐억!
서리거인이 직접 휘두르는 것보다는 느렸지만, 확실한 타격이었다.
“크억···.”
뒤통수를 맞은 서리거인의 왕이 비틀거렸다.
창에 찔렸던 눈알에서는 다시 한 번 울컥, 핏물이 뿜어졌다.
한건우는 저걸 해낼 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태일제가 왔군.’
태일제의 특성, <금속 조작>.
과연 엄청난 특성이었다.
한건우도 비슷한 능력이 있었다.
사물을 움직이는 염동력 특성이었다.
염동력은 직접 들고 움직일 수 있는 물체 정도에 한정되는데, <금속 조작>의 범위는 더 컸다.
자신의 무기에 당한 서리거인의 왕은 몹시 화가 났다.
그러나 두 번째는 쉽게 당하지 않았다.
슈웅-!
터억!
서리거인이 날아오는 배틀액스를 맨손으로 막아냈다.
배틀액스의 날은 무뎠고, 손바닥 가죽은 두꺼웠기에 큰 상처는 없었다.
부우웅-!
서리거인의 왕은 배틀액스를 산 밑으로 던져버렸다.
태일제의 특성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먼 곳이었다.
“그르르르···.”
[맨손으로 상대해 주마.]
서리거인의 왕이 사납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상처를 입고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그런 서리거인의 왕에게 작은 거인이 겁없이 덤벼들었다.
<거인화>된 박이경이었다.
크기는 훨씬 작았지만, 투지만은 대단했다.
퍼억!
박이경의 주먹이 서리거인의 정강이에 꽂혔다.
그러나 박이경이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다.
“아니··· 저기요! 야!”
아직도 어깨에 얹혀 있던 차은비가 비명을 질렀다.
“아차.”
박이경이 머쓱해하며 차은비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얼른 뒤로 빠지면서, 박이경을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박이경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서리거인의 왕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박이경은 서리거인의 왕의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껏 거인족 마수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군!”
박이경은 호기롭게 전투 자세를 잡았다.
그 동안 한건우는 날개를 접고 땅에 착지했다.
‘서리거인의 맷집이 너무 좋아.’
빠르게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건우는 박이경을 지켜보았다.
‘차라리 박이경을 밀어주는 게 낫겠어.’
[특성 발동 : 용맹의 가호]
-다른 플레이어가 발동하는 특성을 일시적으로 강화한다
파아아앗!
박이경의 몸이 움찔했다.
“큭··· 뭐야!”
드드드···.
박이경이 헛숨을 삼켰다.
<거인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었다.
“세상에···.”
차은비는 못 볼 걸 본 것처럼 경악했다.
그런 그녀에게 한건우가 지시했다.
“<신의 가호>. 특성 버프 걸어요.”
“아, 네.”
특성 강화를 중첩해서 극한까지 먹일 생각이었다.
차은비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이경이 쑥쑥 커졌다.
서리거인의 무릎 정도였던 그는 허벅지를 지나 거의 허리께까지 갔다.
“그어억?”
[이건 뭐냐?]
서리거인의 왕도 놀라서 주춤할 정도였다.
박이경이 믿기지 않는 눈으로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고, 다시 서리거인의 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용솟음치는 힘에 미소지었다.
그 얼굴은 야수와 같았다.
쿠궁-!
박이경이 바닥을 박차고 서리거인에게 달려들었다.
맨손 격투라면 자신있었다.
퍽! 퍼어억!
박이경은 서리거인에게 연속으로 바디 블로우를 먹였다.
“그윽···.”
서리거인이 팔꿈치로 박이경을 내려찍으려 했다.
박이경은 거인의 두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콰직!
박이경이 팔로 거인의 오금을 꺾었다.
서리거인이 기우뚱했다.
상체가 발달해 몸의 중심이 불안정한 걸 노린 것이다.
박이경은 그렇게 거인의 중심을 흐트러 놓고, 다시 달려들었다.
‘됐어!’
거인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순간의 방심이 치명타를 불렀다.
터엉- 퍼억!
서리거인은 팔을 들어 박이경의 주먹을 위로 흘려냈다. 허리를 돌려서 발차기를 했다.
부우웅- 타아앗!
박이경은 거인의 발에 정통으로 맞았다.
공중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 바위 위에 떨어졌다.
스으으으···.
쓰러진 박이경이 다시 원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앗!”
차은비가 얼른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워어어!”
서리거인이 승리의 포효를 했다.
파앗!
이번엔 김도경과 한건우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한건우는 날아올라 위쪽을 공격하고, 김도경은 아래쪽으로 접근했다.
김도경은 섬광처럼 빠랐다.
그의 광선검이 서리거인의 발목을 공격했다.
서리거인은 일족의 오래된 주문을 시전했다.
<아이스 블래스트>.
얼음 폭풍으로 적들을 빙결시키는 주문이었다.
슈우우욱-!
얼음 결정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한건우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꼈다.
“막아!”
슈욱! 푹!
한건우가 마창 게이볼그를 돌리며 서리거인의 머리를 공격했다.
서리거인의 주문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어억!”
파앗-! 팟!
김도경은 가볍게 서리거인을 타고 올랐다.
발목을 타고 무릎, 몸통을 따라 서리거인의 어깨까지 올라갔다.
스으응-!
그의 광선검이 더 길게 자라났다.
그때 서리거인이 미완성된 <아이스 블래스트>를 시전했다.
얼음 결정은 폭발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효과가 있었다.
광선이 사방으로 반사되면서 광선검의 파괴력이 감소된 것이다.
“!”
김도경은 당황해서 빛의 입자를 늘렸다.
눈을 찌르는 광채가 솟아났다.
“그으윽···.”
서리거인이 눈을 감았다.
‘이때다.’
한건우는 다시 한 번 높이 날아올랐다.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특성은 필요 없었다.
이번에는 명중만 하면 그만이니까.
한건우가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푸우욱!
“그어어어!”
아까 창이 꽂혔던 그 지점이었다.
서리거인의 눈에 명중한 창은 상처를 타고 쭉 파고들어갔다.
창자루가 안 보일 정도로 깊숙히.
이번에는 서리거인도 속수무책이었다.
손으로 눈을 더듬었지만, 잡히는 것이 없었다.
한건우는 <인드라의 뇌전>을 폭발시켰다.
파지지직!
한건우의 손에서 쏘아진 뇌전이, 마창 게이볼그를 타고 들어갔다.
서리거인의 뇌가 안쪽에서 까맣게 탔다.
“그으으으···.”
서리거인이 신음했다.
콰아앙-!
휘청거리던 서리거인이 뒤로 쓰러졌다.
미완성된 <아이스 블래스트>가 허공에서 사그라졌다.
쓰러진 채로, 서리거인의 외눈이 껌뻑거렸다.
거인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건우의 모습이었다.
콰직!
한건우가 거인의 미간에 타고 올라,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서리거인의 왕은 눈 뜬 채로 숨이 끊겼다.
“....”
잠시 숨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모두의 앞에 균열 공략 메시지 창이 떴다.
[S급 균열 - 황혼의 서리거인, 공략 완료]
-잔여 시간 : 11일 12시간 29분 1초
-공략 시간 : 7시간 1분 3초
-S급 균열을 24시간 내 공략 성공.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한건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까 잠들어 있던 거인의 손에서 빼낸 아이템이었다.
‘분명히 그걸 잡았을 때 메시지가···.’
[히든 아이템 : 예언 석판(1/7)]
-???
-???
두 번째 예언 석판을 얻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