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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먹는 플레이어-80화 (80/238)

#80참교육 (9) - 라이칸스로프 킹

쿵- 쿠웅- 쿠우우-

우어어어!

워 베어가 네 발로 뛰기 시작했다.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는 돌격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울리며 눈발이 흩날렸다.

그 위로, 눈이 내리는 하늘에는 은설아가 그리핀을 타고 날고 있었다.

협곡으로 통하는 입구, 돌담에서 보초를 서던 라이칸스로프들이 펄쩍 뛰었다.

아우우우-!

아우우!

라이칸스로프 두 마리가 다급히 하울링을 했다.

동료를 부르기 위함이었다.

워 베어는 훌쩍 뛰어서 돌담을 넘어갔다.

퍼억!

묵직한 앞발이 날아갔다.

깨애앵!

깨갱-!

두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볼품 없이 나가떨어졌다.

라이칸스로프 무리가 움막 쪽에서 우우 몰려나왔다.

늑대 머리에 이족 보행을 하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마수 라이칸스로프.

몸길이가 2.5m 정도로 빠르고 날렵했다.

그들은 무리지어서 사는 습성이 있어었다.

서로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서, 한 마리를 건드리면 모두 달려들었다.

그러나 동료들이 합세해도 기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숲의 왕’과 ‘산의 왕’.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팽팽한 전투를 벌여왔다.

워 베어는 한 마리이고 라이칸스로프는 수십 마리였다.

워 베어가 목숨을 걸고 덤비면, 혼자서 라이칸스로프 여럿을 족히 상대한다는 뜻이었다.

콰직-! 퍽!

라이칸스로프들이 목숨을 걸고 워 베어에게 달려들었다.

두꺼운 털가죽에 라이칸스로프의 이빨과 발톱은 힘을 쓰지 못했다.

한 마리가 워 베어의 등을 타고 올라가서 어깨를 콱 깨물었다.

크어어-!

워 베어는 앞발로 놈의 꼬리를 움켜잡고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깨갱, 깽, 깽-.

라이칸스로프의 비명 소리가 숲 속까지 울렸다.

“좋아, 잘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임수호가 기뻐했다.

기초적인 양동 작전이었다.

큰길로 워 베어를 보내서 어그로를 끌었다.

그동안 파티원들은 협곡 옆의 사잇길로 돌아가고 있었다.

‘숲속을 지키던 워 베어가 갑자기 숲을 뛰쳐나와 달려드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협곡의 움막이 가까워졌다.

휘이이이-.

눈보라가 점점 거세졌다.

습격하려는 쪽에서는 행운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엄청 크네. 꼭 성 같아.”

임수호가 형에게 속삭였다.

라이칸스로프의 왕이 사는 곳이니, 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쉿, 조용해.”

뒷문에는 보초를 서는 라이칸스로프 한 마리가 보였다.

이쪽을 보지 않고 등을 지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앞쪽에 달려가서 힘을 보태야 하나,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쿠직!

보초를 서던 라이칸스로프는 얼음 창에 등이 뚫렸다.

‘됐어, 빈집털이다.’

임진호는 뒤의 파티원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은설아가 빠졌으니 3명이었다.

탱커, 딜러, 힐러가 한 명씩.

그야말로 최소 단위의 파티였다.

“수호야, 들어가면 바로 공격하자. 차은비 씨는 엄호해 주세요.”

임진호는 방패를 치켜들고, 움막의 뒷문을 힘차게 걷어찼다.

콰앙-!

통나무와 덩굴줄기로 얽은 뒷문이 쓰러졌다.

트드드···.

스사삭!

임수호는 사방으로 얼음 송곳을 날렸다.

안쪽에 누가 있든 모두 적이니, 볼 것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타다닥!

안쪽에서 덩치 큰 마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잔상이 안 보일 정도였다.

“이런···.”

임수호의 공격은 헛수고였다.

얼음 송곳은 모두 튕겨나가 움막 내벽에 박히거나,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크르르르···.

으르릉···.

“헉.”

사방에서 저주파음으로 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임수호의 등어리에 소름이 돋았다.

커다란 라이칸스로프가 네 마리 있었다.

밖에서 본 놈들보다 훨씬 크고 근육질이었다.

‘이놈들에 비하면, 밖에 있던 놈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 정도네.’

크르릉···.

그들은 야생의 늑대처럼 네 발로 땅을 디디고 있었다.

네 마리가 동시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크기가 3배쯤 되는 라이칸스로프가 보였다.

털은 은회색이었고, 수컷 사자처럼 위엄 있는 갈기도 달려있었다.

‘라이칸스로프 킹!’

임진호가 놈의 정체를 직감했다.

그러면 옆에 있는 4마리는 왕의 친위대쯤 되려나.

임진호의 눈이 라이칸스로프 킹의 가슴팍에 꽂혔다.

희뿌연 보석이 달린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라이칸스로프 왕의 수정··· 저거다.”

저걸 얻으면 균열이 공략된다. 임진호는 확신했다.

“저···.”

차은비가 고개를 돌리며 뭐라 말하려는 참이었다.

라이칸스로프 킹이먼저 입을 벌렸다.

크롸아아아-!

모골이 송연해지는 포효 소리였다.

그냥 울음소리가 아닌 <피어>였다.

B급 균열의 주인이 내뱉은 <피어>.

임수호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바짝 굳어버렸다.

차은비가 그의 상태이상을 풀어주기도 전이었다.

왕의 친위대 중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휘익-!

까아앙!

“으윽!”

임진호가 아다만티움 방패를 들고 임수호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라이칸스로프의 충돌을 온몸으로 버텨냈다.

형이 몸으로 막아주는 사이, 임수호는 부서진 뒷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

바깥에 몰아치는 눈보라가 안으로 들이치고 있었다.

임수호의 옆에 붙어있던 차은비는 그가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차은비가 그의 마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성 발동 : 빙정난류]

슈우우우-!

트드드드···.

“어어!”

임수호는 달라진 느낌에 깜짝 놀랐다.

<신의 가호>를 받은 특성은 평소보다 훨씬 강력했다.

솨아아악!

커다란 눈송이들이 우박처럼 굳어서 안쪽으로 몰아쳤다.

우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단단했다.

수백 개의 쇳덩이가 쏟아지는 듯했다.

캬악!

한 라이칸스로프의 눈에 얼음 덩이가 정통으로 박혔다.

몹시 고통스러운지 몸을 둥글게 말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크와앙!

다른 라이칸스로프들도 비명을 질렀다.

까앙! 깡!

임진호는 그때를 틈타서 방패로 막고 있던 라이칸스로프의 머리를 메이스로 깼다.

머리뼈가 움푹 들어간 라이칸스로프가 옆으로 쓰러졌다.

벌써 두 마리가 전투 불능이 되었다.

나머지 둘은 왕의 옆에 붙어서 으르릉대고 있었다.

얼음 공격에 부상을 입고 꼬리를 부풀린 채였다.

타닥!

두 마리가 동시에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중앙에 나선 임진호가 방패를 높이 치켜들었다.

‘바실리스크의 눈!’

재빠르게 움직이던 라이칸스로프가 바실리스크의 눈을 보더니, 몸놀림이 느려졌다.

삐걱거리는 게 온몸에 돌덩이를 단 것 같았다.

‘석화 광선까지는 아니어도, 이것도 충분히 쓸만한데?’

크와아앙-!

라이칸스로프들은 답답한 듯 몸을 비틀며,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그때 임수호의 얼음 창이 번뜩였다.

콰직!

원래 마수의 털가죽은 두껍다.

가만히 급소를 내주고 있으면 모를까, 빠르게 움직이는 마수를 얼음 창으로 꿰뚫기는 어렵다.

이번에는 움직임이 느려진데다가, 가장 약한 부위를 내보였다.

‘바로 입 안이지.’

임수호의 얼음 창이 새빨간 잇몸 속을 파고들었다.

두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쓰러졌다.

믿었던 친위대가 순식간에 전멸하자, 라이칸스로프 킹은 분노했다.

“수호야, 칼 좀.”

임진호가 주문했다.

임수호는 그의 메이스에 얼음 결정을 붙여주었다.

드드드드드···.

임진호의 메이스는 단단한 얼음으로 된 장검으로 변했다.

라이칸스로프 킹은 B급 균열의 주인이었다.

C급인 임진호와 임수호에게는 벅차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임진호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예전 생각나네.’

그들 형제는 투견장에서 켈베로스를 잡았다.

라이칸스로프 킹보다 한 수 위일 것이다.

임진호는 그때 팔이 하나뿐이었다.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도 그들은 지옥문의 경비견 켈베로스를 이겼다.

‘못 해내면 바보지.’

임진호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버프 더 넣을게요!”

차은비가 외쳤다.

그들에게 은빛 빛무리가 쏟아졌다.

크와악!

라이칸스로프 킹이 덤볐다.

임진호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아다만티움 방패를 치켜들고, 다른 손에는 얼음 장검을 들었다.

까아앙!

*

“이걸 잡네.”

임수호가 중얼거렸다.

그는 마음 속으로 쌍둥이 형을 인정했다.

‘형은 참 대단하네. 물론 건우 형은 절대 못 따라가지만···.’

파티를 이끌어서 균열의 주인을 잡다니.

자신은 도저히 형만큼 못 해낼 것 같았다.

임진호는 쓰러진 라이칸스로프 킹에게 다가갔다.

그가 허리를 숙여 왕이 걸고 있는 목걸이를 빼냈다.

임진호는 균열 공략 메시지를 기다렸다.

“···이상하네? 분명히 공략 조건이···.”

임진호는 헬멧의 얼굴 가리개를 올렸다.

왕의 목걸이에 달린 보석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게 아니었나?”

임진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차은비가 그의 뒤로 다가왔다.

“이 균열의 공략 조건은 ‘라이칸스로프 왕이 숨기고 있는 수정을 얻는다’였잖아요.”

“그렇죠, 제가 알기로도···.”

임진호는 생각에 잠겼다.

“그 보석은 숨기고 있던 게 아니잖아요.”

“아···.”

임진호는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그럼 이 안에 숨겨져 있는 건가?”

임수호는 왕의 움막 내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바깥에서도 전투가 완전히 끝난 모양이었다.

라이칸스로프의 비명 소리가 더이상 안 들렸다.

“진호 오빠! 괜찮아?”

은설아가 그리핀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려 움막 입구로 들어왔다.

그워어···.

워 베어는 그녀를 따라 들어오려다 실패했다.

몸통이 너무 커서 문에 낄 뻔했다.

[밖에서 기다려.]

은설아가 안쓰럽게 웃었다.

끄응···.

워 베어는 실망한 듯 움막 앞에 철푸덕 앉았다.

“다 잡았네? 그런데 왜 공략 메시지가 안 뜨지?”

“공략 조건인 수정을 못 찾아서 그래. 이 움막 안에 있으면 좋을텐데···.”

임수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악의 상황이 상상되고 말았다.

“설마··· 그 수정이란 걸 이 산맥 어디에 깊숙히 숨겨놓은 건 아니겠지?”

“윽···.”

만일 그렇다면 마수는 다 잡아놓고 균열 공략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은설아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왕이 숨기고 있는 수정··· 그건 아마 저 왕의 몸 속에 있을걸.”

“몸 속에? 수정을 삼켰다는 말이야?”

“아니, 라이칸스로프는 나이를 많이 먹으면 쓸개에 돌이 생기는데, 그걸 수정이라고 부르거든.”

“맞아요.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차은비도 맞장구를 쳤다.

각성자 사관학교의 마수학 수업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 설아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

여기서 마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은설아였다.

한건우가 그녀를 위한 특별 수업을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테이머는 마수의 생태를 잘 알아야 한다며, 마수 연구자들을 불러왔다.

은설아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

임진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하늘이 무너졌는데 동앗줄이 내려온 기분이었다.

임진호는 서슴없이 라이칸스로프 왕의 배를 갈랐다.

장갑을 벗고 맨손을 넣어서 이리저리 찾더니, 뭔가를 덥썩 잡았다.

“허억.”

임수호는 뒤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거다.”

임진호가 꺼낸 것은 흰빛을 띄는 보석 같은 것이었다.

그 모양은 수정과 비슷했다.

모두의 앞에 메시지가 떴다.

[B급 균열 - 라이칸스로프의 산맥, 공략 완료]

- 잔여 시간 : 18시간 43분 23초

- 공략 시간 : 6시간 25분 9초

“와, 엄청나게 빨리 깼어!”

“산을 넘느라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지.”

안심한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균열이 공략되었으니, 이제 확실히 안전해졌다.

그들이 나오고 나면 공간의 틈도 완전히 닫힐 것이다.

“균열 입구로 돌아가려면 꽤 걸리겠어요.”

“음··· 워 베어한테 우릴 들어서 날라달라고 부탁해볼까요?”

“오, 그래도 돼?”

은설아는 워 베어가 있는 바깥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당황한 은설아가 마수의 언어로 말했다.

워 베어와 감각을 공유한 그녀가 빠르게 덧붙였다.

“적이에요!”

“그럴 리가 없어, 균열은 공략됐는데?”

그워어어-!

워 베어가 사납게 포효했다.

바깥에서 크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건우,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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