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특성 먹는 플레이어-49화 (4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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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장 (6) - 탐식

신광우는 금세 한건우보다 더 높이 날아올랐다.

파아악-!

신광우의 손끝에서 또 폭발하는 불덩이가 쏘아졌다.

한건우는 마탄과 같은 불덩이를 피하면서, 신광우의 손을 관찰했다.

손가락 끝에서 화염을 탄환처럼 작게 응축하는 게 보였다.

콰과아앙-!

한건우가 딛고 있던 석상이 폭발했다.

폭발의 연기가 사라지고, 신광우가 날개를 접어 부서진 석상 위에 올라섰다.

바닥을 내려다봐도 한건우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지?”

신광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옥상 밖으로 튕겨나간 건가, 살펴보려는 참이었다.

[특성 발동 : 그림자 맹시]

휘잉!

“엇!”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창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들렸다.

신광우의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치잉-!

스으으-!

보이지 않는 무기를 쳐낸 신광우의 팔에서 피가 흘렀다.

한건우가 분명히 공격하고 있는데, 신광우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믿겨지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은신 스킬이라도 이럴 수는 없었다.

자신 같은 상급 각성자의 눈을 이렇게 완벽히 피하다니.

게다가 근접 거리를 이렇게 쉽게 내줄 수는 없는 일.

신광우는 아공간 무기집에서 급히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발록의 화염 채찍(전설급)]

화르르르-.

채찍에 용암처럼 선명한 불꽃이 입혀졌다.

끝이 히드라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가닥가닥이 살아 움직이는 채찍이었다.

쉬이익!

신광우는 보이지 않는 적, 한건우에게 화염 채찍을 휘둘렀다.

전설급 무기에 <아그니의 화염>이 입혀지자, 위력이 몇 배로 증폭되었다.

“···!”

한건우는 화염 채찍에 관심이 갔다.

‘회귀 전에는 임무를 마치고 상부에서 압수해갔지.’

한건우가 거리를 떼고 새로운 특성 연계를 시도했다.

[특성 발동 : 공간 왜곡]

[특성 발동 : 그래비티 필드]

이제는 MP와 HP 소모가 큰 특성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고대신 히드라의 꼬리 고기> 아이템 덕분이었다.

‘회복 기능 하나만 봐도 사기급인데.’

성장 속도까지 빨라지게 해주었다.

압도적인 마력을 갖고도, MP 상한이 따라오지 못했던 한건우다.

원래는 오랜 훈련과 실전경험으로 서서히 늘릴 수밖에 없는 것.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름길은 알고 있었다.

실전에서 밑바닥까지 소모하는 걸 반복하면 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목숨을 거는 행동이 아닌가.

가능하더라도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동회복 덕분에, HP와 MP를 바닥까지 소모했다가 채우는 경험이 여러 번.

<공간 왜곡>이나 <그래비티 필드>처럼 부담이 큰 특성도 동시에 다룰 수 있었다.

“이건 뭐···!”

겉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신광우는 곧바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슈우우우-.

<공간 왜곡>으로 신광우를 둘러싼 몇 미터 정도의 대기공간이 주변과 차단되었다.

그리고 중력장 변화로 압력을 가해 공기를 서서히 빼냈다.

마력으로 불타는 화염이지만, 기본적인 성질은 불과 같았다.

주위의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위력은 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신광우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 근처의 화염이 약해졌다는 걸 눈치채고, 멀리서 화기를 끌어오는 식으로 대응했다.

피유우-

쿠궁-.

“!”

하늘 위에서 유성과 같은 불덩이가 떨어졌다.

대기 중의 화기를 모아서 탑 위를 무작위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피융-.

쿠과과···.

메테오가 떨어지는 듯했다.

탑 위쪽은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타앗!

한건우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오른손에 마창 게이볼그를 단단히 쥔 채였다.

[특성 발동 : 마창 게이볼그의 주인]

-창을 던지면 맞은 상대방은 회복 불가 디버프를 받는다.

[마창 게이볼그(신화급)]

-투창 시 반드시 명중한다.

슈우우-!

한건우가 창을 던졌다.

신광우는 위협적인 소리를 듣고 반응했다.

‘탈출해야 해!’

콰아아-!

신광우가 자신의 화염을 로켓처럼 폭발시켰다.

마력 폭발이 일어나고, <공간 왜곡>이 깨졌다.

신광우 본인도 그 폭발에 상처를 입을 정도였다.

신광우는 엄청난 가속을 받아 허공으로 튀어나갔다.

‘피했다···!’

어떤 공격이더라도, 이 궤적을 따라올 수는 없을 터였다.

그렇게 안심한 찰나였다.

푸욱!

“커헉.”

신화급 아이템인 마창 게이볼그는 신광우의 몸통에 깊숙히 박혔다.

그는 탑의 옥상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화살을 맞은 새 같았다.

신광우가 자신의 몸통을 내려다보았다.

먹처럼 검은 창의 블레이드 위에 은빛 글씨가 빛나고 있었다.

“쿨럭···.”

신광우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입가에서 검은 피가 토해져 나왔다.

몸에 흐르던 마기가 평소보다 느리고 미약해졌다.

신광우는 직감으로 느꼈다.

‘회복 불가 디버프···.’

신광우는 죽음으로 달려가는 열차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광우의 얼굴이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크아아악!”

“!”

신광우는 인간의 껍질을 쓴 불꽃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의 벌린 눈동자와 입 안이 붉은 불길로 넘실거렸다.

크와아아아아-

온몸의 피부가 지옥의 겁화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은 마력을 불태워서 화염 그 자체가 되고 있었다.

화염 특성의 극의, <염화>였다.

불의 악마, 발록이 신광우의 몸으로 현신한 듯했다.

신광우가 가슴팍에 꽂힌 창을 잡고 거칠게 뽑아냈다.

채앵-!

그의 가슴팍에 꽂혔던 마창 게이볼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턱!

한건우는 <염동력>으로 창을 회수했다.

검은 창날은 신광우의 피를 빨아들여 더욱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어차피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냉정하게 보면 신광우는 곧 생명력을 다 소모하고 죽을 것이다.

싸움을 피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건우는 신광우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넌 내 손에 죽어줘야겠다.”

화르르르-.

한건우의 등에도 거대한 화염의 날개가 솟았다.

아까 신광우에게 생겨난 날개와 비슷했지만, 불길이 더 크고 선명했다.

슈우웅-

한건우가 탑 옥상에서 밤하늘 위로 날아오르자, 신광우도 더 위로 솟구쳤다.

촤아아아-

불꽃이 몇 배나 강해진 발록의 화염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치이잉! 쉬이이이-

마창 게이볼그와 발록의 화염 채찍이 부딪쳤다.

화염 채찍의 갈라진 부분이 게이볼그의 창 기둥을 둘러 감쌌다.

예리한 창날로 화염 채찍을 찢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건우는 오히려 창을 당겼다.

신광우는 멱살이 잡힐 듯한 가까운 거리로 다가왔다.

그의 내뱉는 숨에서 들끓는 용암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특성 발동 : 암흑의 별]

-죽은 별의 냉기와 어둠을 불러온다.

치지지지직!

신광우의 주변 공간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크아아악!”

신광우가 비명을 질렀다.

사람이 아니라 마수의 울음소리 같았다.

신광우의 생명력으로 피어난 화염이, 우주의 냉기와 싸우고 있었다.

신광우는 화염 채찍을 거두었다.

두 사람 다, 화염의 날개가 금방 꺼질 듯이 작아졌다.

신광우와 한건우는 탑 옥상 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타앗-!

한건우는 석상을 가볍게 딛고 멈추었다.

충돌 직전에 <그래비티 필드>로 충격을 막은 것이었다.

그러나 반쯤 정신을 놓은 신광우는 달랐다.

쿠웅-! 콰광-!

신광우는 석상에 부딪쳐 옥상으로 튕겼다.

“크으으···.”

그러나 <염화> 상태의 신광우는 고통을 모르고 다시 일어났다.

한건우는 창날을 아래로 향한 채, 그에게 뛰어내렸다.

[특성 중첩 : 암흑의 별]

[특성 중첩 : 인드라의 뇌전]

파지지지지직-!

치지지지-

단순히 두 개의 특성을 동시에 쓴 것이 아니었다.

두 개의 특성을 하나로 겹치는 ‘특성 중첩’이었다.

파직!

콰르르릉-!

마창 게이볼그를 타고, 암흑의 벼락이 신광우에게 떨어졌다.

“크워어억···.”

쓰러진 신광우의 눈이 순간 밝게 빛났다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끝까지 한건우를 응시했다.

“···대체··· 넌?”

“···.”

“한국 정부? ···특수안보부 요원인가? 왜 갑자기···.”

“!”

신광우의 갑작스런 말에, 한건우는 흠칫했다.

한건우의 반응을 보고, 신광우는 확신한 것 같았다.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상납은 받을 대로 받아놓고··· 이건 아니잖아?”

신광우가 화염 채찍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쉬익!

화염 채찍이 한건우의 발목을 감았다.

쿠슉-!

한건우는 그대로 서서 창을 더욱 깊이 박았다.

“크윽···.”

촛불이 마지막으로 밝게 불타고 꺼지듯이, 신광우의 눈에서 생명력이 사라졌다.

그의 열린 동공에 어둠이 찾아왔다.

“하···.”

한건우는 발목을 감은 화염 채찍을 쳐냈다.

‘상납이라고?’

염제는 한건우를 특수안보부에서 보낸 요원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

거짓말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특수안보부··· 미등록자는 무조건 박멸하는 것 아니었나?’

게다가 염제는 대표적인 반정부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때까지는 공생 관계였던 모양이다.

특수안보부의 어두운 면을 점점 더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때, 오랫동안 잠잠하던 창이 활성화되었다.

[악마의 권능(유일) 발동 : 탐식]

-죽인 자의 특성을 흡수합니다.

-특성 흡수 중

...

-특성 흡수 완료

“···뭐?”

한건우는 염제의 시체 앞에서 우뚝 멈추어 섰다.

‘특성 흡수가···  된다고?’

탐식의 권능은 <용기의 증명>이라는 히든 퀘스트 달성으로 얻은 것이었다.

히든 퀘스트에 해당되는 자들의 특성만 흡수하고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성자를 죽이면,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좋지만, 이번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염제의 특성, <아그니의 화염>은 이미 한건우가 흡수해서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더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특성 진화 : 아그니의 화염]

-2차 흡수, 특성 진화 중

...

-희귀 -> 전설급

“...이게 뭐야.”

전설급 특성이라니?

신화급 특성인 <비스트 마스터>가 있지만, 그건 실제로 전투에 활용할 수는 없었다.

한건우는 시험삼아 <아그니의 화염>을 써봤다.

콰아아아-!

“!”

아까 염제가 만들었던 화염의 벽은, 아이들 장난 같은 것이었다.

아니, 이제까지 한건우가 쓴 <아그니의 화염> 특성도 우습게 느껴졌다.

‘같은 특성을 2번 흡수하면, 특성 진화가 된다?’

한건우는 탑의 옥상을 돌아봤다.

염제 신광우, 그리고 그의 애인인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

처참한 광경이었다.

차라리 도망갔으면 목숨이라도 건졌을텐데.

그 여자는 염제의 화염에 휘말려 죽고 말았다.

옥상 가운데는 염제가 항상 지켜보던 용광로가 있었다.

염제가 죽고 나자, 용광로를 데우는 화염도 꺼졌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한건우는 용광로 안을 살펴보았다.

거대한 용광로는 거의 쓰임이 끝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련된 금속은, 맨 끄트머리의 거푸집에 모여 있었다.

“이건···.”

한건우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균열 발생 이후, 모든 이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금속.

아다만티움이었다.

‘마력의 불로 이걸 제련하고 있었구나.’

그 거푸집은 네모난 철괴 모양이었다.

한건우는 거대한 벽돌 같은 철괴를 집어들었다.

츠즈즈즈···.

아직 뜨거웠지만, 한건우에게는 어떤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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